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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휘아빠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를 싹 다 먹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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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망고고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6
최근연재일 :
2023.07.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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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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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3화

DUMMY

33화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본인을 주시하고 있는 무진 등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아, 황태자님. 제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신 건가요?”

“뭔가 떠오를 듯 말 듯한데, 좀 더 고민해보고 구체화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김위원장이 딴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앞에선 웃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주의하기로 한다.


인력파견이나 이민 등에 대해서는 서로 좀 더 생각해보고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외교관계 수립에 관해서는 일사천리로 한미일에 준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북한에서 무진의 방북에 맞춰 준비한 공연을 관람하기로 했다.


북한을 대표하는 그 공연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이었다.


한 마디로 입이 떡 벌어지는 공연이었다.


“리사, 정말 대단하지 않아?”

“대단하네요. 인간이 훈련으로 저 정도 수준까지 행동을 통일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네요.”

“저런 사람들이 제국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봐. 대단할 것 같지 않아?”

“글쎄요. 효율성 면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더 답답하지 않을까요?”


그럴 듯한 의견이다.


통제된 환경에 적응은 잘 할 것 같은데,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에선 상대적으로 약할 것도 같다.


하지만 무진에게는 현재 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 부족 문제를 저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투입해서 해결하는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공연 관람을 마치고 주석궁에서 열리는 만찬에 초대된 무진과 리사.


한 쪽에는 칵테일과 샴페인 등을 즐길 수 있는 스탠드 파티 형태로 준비되어 있었고, 메인 공간에는 대규모 만찬장에 식사가 준비된 원형테이블이 여러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무진이 먼저 만찬에 참석한 북한 고위 장성이나 관료들에게 사소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 웃으며 다가가 말을 건네 보았지만,


다들 웃음으로 화답하며 응대하는 것이 다고, 무진과 직접적인 대화는 꺼리는 모습이 역력하게 비춰졌다.


결국 이 장소에서 무진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 유일한 것 같았다.


“하하. 황태자님. 공연은 잘 보셨습니까?”

“말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공연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북조선의 자랑이지요. 하하하.”


북한이 자랑하는 대집단체조(Mass Game)를 무임금 강제노동을 통한 착취로 보는 인권관련 단체 등의 주장을 듣고서도 저리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까 저희가 나중에 논의하기로 했던 북한 주민의 제국 이민 건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해보셨습니까?”

“하하. 황태자님 성격도 정말 급하시군요. ‘빨리빨리’ 문화가 기본옵션으로 장착된 우리 한민족 과 똑같습니다.


순간 뜨끔한 가슴을 감추며 무진이 답한다.


“어차피 오래 생각해본들 특별한 대안이 떠 오를 것 같지도 않고, 위원장님과 저만 합의한다면 문제가 될 건 없지 않겠습니까?”

“황태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찬에 참석하기전 측근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위원장 동지. 우리 주민의 제국 이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라서···정찰총국장 생각은 어때?”


정찰총국장이 결연한 어조로 위원장의 질문에 답한다.


“우리가 인구가 넘쳐나서 곤란한 상황도 아니고, 제국에 넘어가서 남조선에서 활동하는 골치 아픈 탈북자들과 같이 북조선 비방에만 열중한다면 우리 손으로 얼굴에 똥칠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남조선과 달리 제국도 우리처럼 엄격한 통제가 가능한 나라 아닌가?”

“일본공주 방문 방송을 보면 제국도 국민들에 대한 통제능력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우리 북조선 입장을 고려해서 통제한다는 보장은 없겠지요.”


최근에는 많이 감소했지만, 한 때 번성하던 탈북자들로 인해 상당한 골머리를 썩혔던 북한 정부였다.


부랴부랴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남조선 컨텐츠를 유포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는 등 엄격하게 대처했지만 이미 퍼져버린 한류와 한국에 대한 환상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지 말고 이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어요? 다만, 그 대가는 확실히 받고요.”

“응? 대가를 받자고?”

“네. 그래요. 한 명당 100만불씩 달라고 해보죠 뭐. 지금 제국에서는 무역흑자가 너무 많아 걱정일 것이라는 정보도 있을 정도예요.”


김여정 선전선동부장의 말에 순간 솔깃하는 김정은이다.


1인당 100만달러면 4인 가구당 400만달러이니 1,000가구만 이민을 보내도 40억달러(한화로 약 5조원)라는 거금을 별다른 원가 없이 벌어들일 수 있다.


100만달러가 너무 과하다면 10만달러로 계산해도 1,000가구 이민에 한화 약 5천억원이다.


한국은행에서 최근 추정해서 공개한 2021년 북한 국내총생산(GDP)가 약 230억달러(한화 약 28조원)이다.


인당 100만달러에 1,000가구만 이민을 보내면 연간 GDP의 약 18%의 수입이 생긴다는 의미다.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으며 지출하고 있는 연간 군사비용이 GDP의 25%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엄청난 금액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제국에서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려 할까?”

“밑져야 본전이니 제게 맡겨 주세요. 위원장 동지는 뒤로 한 발 물러나 계시구요.”

“협상이 잘 안 되더라도 네가 책임지겠다는 말인가?”

“맞아요. 위원장 동지. 제가 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릴께요.”


최근 김정은의 딸 김주애와 비교되며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리던 김여정이 충성심을 드러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건지 강하게 주장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상식을 가진 사람이 듣는다면 ‘이게 무슨 개소리지?’ 라고 할 법하다.


그 만큼 김씨 남매는 북한 주민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잠깐 딴 생각을 하던 김위원장이 무진을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그럼, 황태자님. 만찬이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좀 더 나눴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저야 상관없습니다. 그럼 그 때 뵙지요.”


화려했던 만찬이 끝난 후 주석궁의 모처에서 무진과 김위원장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위에는 리사와 김여정 부장만이 있었을 뿐, 낮에 회의석상에서 보였던 북측 관료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 황태자님께서는 인력 파견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습니다. 만약 인력파견 형태로 진행하면 북측 관리자가 파견 인력에 대한 통제와 감시 업무를 맡아 인력 관리를 하려 할 텐데 우리 제국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입니다.”

“오히려 우리 관리자가 있으면 제국이 할 일을 대신해 주니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제국이 비록 신분제 국가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북한과 같이 억압과 통제가 만연한 사회가 아닌 자유로움이 보장된 사회라는 것을 모르는 김정은 위원장의 오해다.


일일이 설명해 줄 의무도 필요도 없는 만큼, 무진은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불필요한 논의를 끝내려 한다.


“인력 파견은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논하기로 하고, 아까 제가 제안했던 북한 주민의 제국이민에 관해 어찌 생각하시는 지에 대해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만···”

“음···알겠습니다. 그럼 이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그래도 본인의 체면이 있는데, 말을 꺼내자 마자 단호하게 거절하는 무진의 태도가 김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이 때, 끼어들 틈만 노리고 있던 김여정 선전선동부장이 무진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제국으로의 이민에 관해서 우리 간부들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북조선에서는 적절한 대가만 주어진다면 우리 인민들이 이민하는데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내심 단 번에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민에 협조하겠다 결론지었다 하니 일단 기분은 좋아진다.


그런데 ‘적절한 대가’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걸린다.


“말씀하신 적절한 대가라는 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네요.”

“말 그대로 우리 북조선 인민들이 제국으로 이민을 가는데 협조하는 조건으로 금전적 대가를 받았으면 하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이주 조건으로 뭔가 요구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돈을 요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에 좀 생각해보니 어찌 보면 더 깔끔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북측에서 생각하시는 대가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네요.”


무진이 의외로 선선하게 대답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김여정 부장이 말을 내뱉는다.


“이민자 1인당 2백만불이면 적절하지 않을까요?”

“네, 얼마라구요? 1인당 2백만달러라니···”


협상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김정은과 사전에 얘기됐던 1백만불이 아닌 2백만불을 선제시한 김여정 부장.


대한민국 소시민이었던 무진에게는 이민의 대가로 한 명당 2백만달러라는 거금을 말하는 김여정 부장이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김여정 부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쳐다본 김위원장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무진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진짜 이 남매는 미쳤구나!”


내심 탄식하며 숨을 돌린 무진이 김여정 부장에게 말한다.


“이민자들이 정착시 도움이나 복지혜택 같은 조건이 아니라, 북한 정부에 이민에 대한 대가를 금전적으로 지불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 안되는 거죠?”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것 같은 김여정 부장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무진.


“어떻게 사람을 돈을 주고 사옵니까? 전 세계에서 제국을 욕할 것이고 북한도 돈을 받고 사람을 팔았다고 타국에서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럴 땐 단호하게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제국이 이민을 받으면서 상대 국가에게 돈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게 노예거래랑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무진의 언성이 올라간다.


단호한 무진의 거절에 김여정 부장은 화가 치밀어 올라 부들부들 떨었지만, 옆에 있는 김위원장을 살짝 본 후 감정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무진도 가만 생각해보니, 본인의 발언이 좀 심했다 느꼈는지 김여정 부장을 보며 차분히 말을 건넨다.


“아무래도 제가 급한 성정을 다스리지 못해 함부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ㆍㆍㆍㆍㆍ”


무진의 사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김여정이다.


어릴 때부터 떠받들리기만 했던 김여정이니 인성이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결과였다.


옆에서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김위원장이 끼어든다.


“황태자님.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심이 어떻습니까?”

“죄송하지만, 몇 번을 다시 물으셔도 제 대답은 동일할 것입니다.”

”아예 불가능하단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흠······그렇군요.”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무진의 답변에 침음하는 김정은 위원장.


한 참을 생각에 잠겨 있더니 마침내 결론을 내린 듯 무진을 바라본다.


“이 것 참, 안됐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비릿한 미소로 무진을 바라보던 김정은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긴다.


파지지지직!!!


순간, 몸을 파묻고 있던 소파에서 갑자기 고압전류가 흘러나와 두 사람을 감전시킨다.


꺄아아악!!!!!

끄으으윽!!!!!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이 느껴진다.


꺼져 가는 의식 속에서 ‘투명화’ 마법 영창과 동시에 까무룩 의식을 잃어버린 무진이었다.


작가의말

선작,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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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40화 23.06.19 131 2 12쪽
39 제39화 23.06.18 128 2 12쪽
38 제38화 23.06.17 139 2 12쪽
37 제37화 23.06.14 149 1 12쪽
36 제36화 23.06.13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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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화 23.06.05 174 3 12쪽
29 제29화 23.06.04 178 1 14쪽
28 제28화 +1 23.06.03 178 2 13쪽
27 제27화 23.06.02 188 2 12쪽
26 제26화 23.06.01 1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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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24화 +1 23.05.30 20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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