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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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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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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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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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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8. 낙오. (3)

DUMMY


008.




‘죽어야 되나?’


이런 고민이 들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었다.


분명 난 게임 캡슐에 누운 후 여기서 눈을 떴다.

그러니 아바타가 죽는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거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게 맞았다.


‘그런데······ 진짜 게임 맞아?’


이런 걱정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너무. 너무 진짜 같아.’


작은 위화감이라도 들어야 정상.

그런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구르고 뛰고 싸웠다.

그럼에도 조금도 느끼지 못한 것 중 하나가 위화감.


면접 지원자들이 탈락하며 만들어낸 빛의 가루.

몬스터들이 죽으며 뿌려낸 가루 역시 빛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게임 속 같은데······.


‘왜 진짜 죽을 거 같냐.’


당장 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늑대들 품에 안기면 끝날 일.

갈가리 날 찢어 먹은 늑대들이 날 세상 밖으로 보내줄 거다.

그러면 그냥 날 엿 먹인 인사과에 찾아가 진상짓하면 끝.


그런데 차마 절벽을 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왠지 그러면 정말로 소중한 목숨이 사그라들 거 같았다.


“억울해서 못 죽어.”


공포와 억울함이 만든 결론은 죽지 않는 것.

아니, 어떻게든 오래 살아남아 이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가다 보면 어떻게든 만나겠지.’


그리고 조금의 희망을 품자면 게임이니 어떻게든 되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걷고 뛰고 살아남으면 비얀트와 같은 면접관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기로 했다.


‘끝도 안 보이네.’


살기로, 악착같이 살아남기로 결정했으니 이제는 살 방도를 찾을 시간.

먼저 보이는 건 아래의 늑대 지옥.

그리고 위로는 눈보라에 가려져 끝이 보이지도 않는 절벽이었다.


아래로 갈 엄두가 나지 않으니 가야 할 곳을 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테미너만 충분하면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면접 때처럼 부서지지만 않는다면.


“으으, 재수 없는 생각 말고 보상이나 정리하자.”


살기로 결심했고 가고자 하는 길도 정했다.

그러니 정비를 해야 할 타이밍.

나에게는 아직 정산하지 않고 남겨둔 던전 보상이 있으니까.


‘일단 스킬은 만랩 찍었고.’


킹슬라임을 잡고 받아낸 코인이 12,000코인이다.

그전까지 모은 코인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코인.


코인이 카르마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많은 코인을 주는 놈은 많은 카르마를 줄 거다.

그러니 매정한 발길질이 레벨 10을 찍은 건 당연했다.


──── ◆ SKILL ◆ ────

[ 이름 : 매정한 발길질 ]

[ 레벨 : 010<NORMAL> ]

[ 능력 ]

▶[ 냉정한 발길질로 적을 부순다. ]

▶[ 공격력 증가 <+300%> ]

──────────────


레벨 10이 된 매정한 발길질.

그렇게 노말 등급 최고 레벨을 찍은 스킬은 보너스가 상당했다.


‘200퍼만 되도 감사한대 300퍼.’


보너스로 오른 스킬 효과가 110퍼센트.

스테미너로 증폭까지 하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일 거다.

저 하얀색 늑대가 한 마리라면 싸워볼 용기가 생길 만큼.


그렇지만 아쉽지 않다면 또 거짓말이다.


“레벨이나 스킬 등급 못 올리면 날리는 건가?”


1만이 넘는 카르마를 받아냈지만, 미동도 없는 내 레벨.

결국, 노말이라는 등급을 벗어나야 움직일 거다.

그러니 지금 얻은 카르마는 무쓸모 일지 모른단 얘기.

설명좌인 최동현이 같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사전 조사 부족한 내가 등신이지.’


최동현을 그리워하기보다는 면접 준비 부족인 내 잘못이었다.

어떻게 이런 글로벌 기업을 준비하면서 상품 자체에 대한 조사가 이렇게 부족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아니긴 했다.

자고라는 기업과 게임이 가진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파괴력 거기에 앞으로의 성장 방향과 미래 전략까지.

제법 많은 걸 준비했다.

그저 내가 준비했던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


누구한테 변명하는지도 모를 소리는 지금 필요 없었다.

날린 카르마를 아쉬우니 헛소리를 할 뿐이다.

그래도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 고마운 킹슬라임 형님이 있으니 괜찮아.”


진짜 보상은 따로 있었다.




* * *




턱.

턱.

턱.


띠링!


[특수 행동 ‘클라이밍’을 시작합니다.]

[스테미너가 지속적으로 감소됩니다.]


다시 절벽을 오르기 시작하며 나온 메시지.

꾸준히 감소한다는 메시지가 상당히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지금 오르는 곳은 스테미너가 쭉쭉 다는 눈 덮인 절벽이니 더욱 그랬다.


그래도 한편으로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있었으니까.


“그래도 쉴만한 곳이 있네.”


턱턱 집으며 오르는 절벽.

킹슬라임을 만나기 전이였다면 이미 떨어졌을 높이를 간단히 올랐다.

덕분에 다시금 쉴 곳을 만났고.


“날씨 진짜 구리네. 위도 아래도 하나도 안 보여.”


엉덩이만 살짝 걸칠 정도의 절벽 틈.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가 눈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왠지 겁이 나지 않는 건 모두 달라진 내 능력 때문이리라.


‘확인.’


─── ◆ STATUS ◆ ───

[ 이름 : 나서준 ]

[ 레벨 : 010<NORMAL> ]

[ 능력 ]

▶[ 근력 : 007 ]

▶[ 내구 : 006 ]

▶[ 민첩 : 005 ]

▶[ 마력 : 000 ]

[ 스테미너 ]

▶[ 231% <650%> ]<+250%>

─────────────


띠링 하고 팝업된 스테이터스.

그곳에서 보이는 건 압도적으로 증가한 스테미너였다.

이 변화는 당연히 던전을 클리어한 성과였다.


“진짜 스테미너 올인해야 하는 운명인가?”


지금 처한 환경에 가장 중요한 게 스테미너인 건 맞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능력치는 하나도 안 오르고 스테미너만 무려 650퍼센트라니.

단순히 다른 능력치로 환산하면 65에 달하는 수치였다.


“그래도 고를 수 있는 게 그것뿐인데 어쩔 수 없잖아.”


던전 클리어로 얻은 보상은 총 2가지.

보상의 방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보상 중 선택하는 방식.

이번에는 6개 중 2개를 고르는 거였다.


당연히 이번에는 강력한 무기 같은 걸 바랐다.

던전 밖에 어떤 길이 기다릴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선택은 내 뜻과는 달랐다.


띠링!


─── ◆ EQUIPMENT ◆ ───

[ 투구 : EMPTY ]

[ 목걸이 : EMPTY ]

[ 귀걸이 : EMPTY ]

[ 흉갑 : EMPTY ]

[ 장갑 : EMPTY ]

[ 반지Ⅰ : EMPTY ]

[ 반지Ⅱ : EMPTY ]

[ 신발 : 멈추지 않는 신념 ][ UNIQUE ]

[ 무기Ⅰ : EMPTY ]

[ 무기Ⅱ : EMPTY ]

[ 무기Ⅲ : EMPTY ]

[ 무기Ⅳ : EMPTY ]

───────────────


“유니크는 못 참지.”


다른 보상들과 격이 달랐다.

노말과 레어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던 유니크 하나.

황금빛을 뿜어내는 자태는 절대 그냥 놓아줄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렇게 얻은 것이 멈추지 않는 신념.

신발인 이 아이템은 이름과 어울리는 힘을 품고 있었다.


──── ◆ ITEM ◆ ────

[ 이름 : 멈추지 않는 신념 ]

[ 종류 : 신발 ]

[ 등급 : UNIQUE ]

[ 정수Ⅰ : 킹슬라임의 핵 ]

▶[ 스테미너 최대치 ‘150%’ 증가 ]

[ 정수Ⅱ : EMPTY ]

[ 능력 ]

▶[ 스테미너 최대치 ‘100%’ 증가 ]

▶[ 스테미너 소모량 ‘50%’ 감소 ]

▶[ 스테미너 완전 소모 시 ‘신념’ 발동 ]

──────────────


자세히 띄운 멈추지 않는 신념의 정보창.

유니크 등급답게 능력은 세 가지.

거기다 장착할 수 있는 정수도 두 개나 되었다.


“그 지루한 던전을 이겨냈다는 의미겠지.”


신발의 이름부터 ‘멈추지 않는’ 이란다.

그러니 능력도 멈추지 말라고 스테미너 몰빵.

최대치가 늘어나는 건 덤이고 진짜 능력은 절반으로 줄어든 소모량.

말 그대로 곱하기 2와 같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킹슬라임을 죽이고 얻은 정수, ‘킹슬라임의 핵’.

이 핵은 가공하지 않았는데도 정수로 쓸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무슨 능력인지 알지 못하는 ‘신념’까지.


‘스테미너에 미친 새끼도 아니고.’


나온 아이템이 이러니 다른 하나의 보상 선택도 조금은 쉬워졌다.


[스테미너 ‘100%’ 상승]


근력, 민첩을 10씩 올려주는 보상보다 스테미너가 땡겼다.

감소량이 절반으로 줄어 효율이 2배.

그러니 실상 200퍼센트 증가와 같았다.


극한의 효율충인 나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거기다 이 스테미너로 발길질까지 하면?’


소모량이 감소한 상태로 발길질을 하면 데미지 증가량은 어마어마할 거다.

절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렇게 내 스테미너가 ‘650%’가 되었다.




* * *




턱턱턱턱.


‘끝이 없냐.’


소모량까지 절반으로 줄어들어 스테미너는 실상 1,300퍼센트에 달하는 힘을 발휘했다.

미친 스테미너 수치에 아무런 걱정 없이 절벽을 오르면 되는 상황.

그럼에도 입에서 투덜거림은 계속 흘러나왔다.


벌써 오르길 얼마던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도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중천에 떴던 해를 생각하면 절벽만 몇 시간을 탄 것.

미친버린 스테미너가 아니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아, 또 있네.”


지겹고 지겨운 절벽을 오르는 길.

어떻게 이렇게 높고 수직에 가까운 지형이 있나 싶은 곳.

그럼에도 이곳에도 눈 말고 다른 게 존재하고는 있었다.


뽁.


옆으로 슬금슬금 움직여 뽑아냈다.

귀여운 소리와 함께 뿌리째 뽑히는 건 꽃이었다.


띠링!


[‘나타로피안 꽃’을 채취하였습니다.]

[‘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아주 미세한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내 손에 들린 꽃은 코인과 카르마를 주었다.

무려 슬라임을 4마리 잡아야 할 양을.


츠즈즛.


그러곤 사라진다.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 아닌 희미해지더니 없어진 것.

인벤토리에 들어간 거였다.


인벤토리에 들어갔다는 의미는 아이템이란 뜻.

그러니 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 ◆ ITEM ◆ ────

[ 이름 : 나타로피안 꽃 ]

[ 종류 : 재료 ]

[ 등급 : RARE ]

[ 능력 ]

▶[ ‘극한의 냉기’ 함유 ]

▶[ ‘강렬한 방한’ 함유 ]

──────────────


확인한 꽃은 재료였다.

그것도 레어등급인.


품고 있는 능력도 특이했다.

추운 곳에 피어난 꽃답게 냉기를 품었다.

또한 버텨낸 추위 때문인지 방한 효과까지.


‘뭐에 쓰는지 몰라도 어디에 쓸 일이 있겠지.’


이런 꽃을 구해서 뭐하나 싶지만.

이미 살아남기로 선택한 순간, 모든 것을 허투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그런 관점에서 무려 레어 등급인 재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이 지루하기만 한 클라이밍.

오르는 것이 전부인 정신병 걸릴 거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즐겁게 해주는 일이었다.


“가자, 가. 오르다 보면 끝이 있겠지.”


틈틈이 보이는 꽃들이 내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여겨졌다.

어두운 밤이 되니 희미한 빛까지 내어주어 진짜 등대 같기도 했고.

그렇게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눈보라와 밤이 만난 극도로 제한된 시야.

그 때문에 작은 빛을 따라 오를 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턱.


“······끝?”


푹푹.


두 손이 아닌 두 발로 눈을 밟고 섰다.

푹하고 들어가는 감촉이 정말 내가 땅을 딛고 섰다는 걸 알려주었다.

정말 절벽의 끝까지 오른 거였다.


“진짜 인간 승리다.”


절로 이런 헛소리가 나올 법했다.

스테미너에 올인하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짓거리.

굉장히 어색한 뿌듯함이 가슴을 적시는 기분이었다.


푹.

푹.

푹.


그렇지만 절벽을 올랐을 뿐, 바뀐 건 없었다.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이었고.

난 갈 곳을 몰랐다.


모른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무작정 일단 앞으로 걸었다.

걷다 보면 어찌 되겠지.

이런 안일하지만, 유일한 선택을 수행할 뿐이었다.


그리고.


“······저건 또 뭐냐?”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내 눈을 가득 들어온 건 거대한 성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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