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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히든클래스로 게임 속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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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35
최근연재일 :
2022.12.23 22:26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3,690
추천수 :
517
글자수 :
259,491

작성
22.12.09 21:26
조회
106
추천
4
글자
12쪽

39. 그 파충류를 닮은 눈과 마주쳤다.

DUMMY

쿠과과과-!


갑자기 땅 밑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악······!


그리고 굉음 사이로 무언가가 괴로워하는 소리도 들렸다.


정황상 샌드 웜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고통에 버르적거리며 다시 땅 위로 올라선 샌드 웜은 축축하게 젖은 채였다.


“지하수!”


“바로 그걸세!”


대지의 정령은 기세 좋게 주먹을 뒤로 당기고 자세를 낮췄다.


“자, 마무리를 짓겠네! 도와주게!”


진우는 정령의 제안에 검을 꺼내어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격류에 휘말린게 큰 충격이었는지, 아까와 같이 고통에 몸부림치는게 아니라 고통에 못이겨 버르적거리는 것에 가까운 몸짓이었다.


진우는 그대로 샌드 웜의 얼굴에 달려들어 검을 내리꽂았다.


“하앗!”


푸욱.


샌드 웜의 푹 젖은 표면에 저항 없이 검날이 꽂혀들어갔다. 샌드 웜은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몸부림을 버티지 못한 진우는 검을 놓고 뒤로 한바퀴 회전하며 착지했다.


그 합에 맞춰 정령이 밑에서부터 돌기둥을 때려박아 올려쳤다.


크아아···!


샌드 웜의 머리가 붕 떠올랐다가, 그대로 추락했다.


“「섀도우 메이킹, 니들」!”


진우는 손을 탁탁 두 번 털더니 그림자를 끌어올려 추락하는 머리 밑으로 거대한 송곳을 세웠다.


콰지직.


자신의 하중 탓에 바닥 끝까지 머리가 꿰어진 샌드 웜은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애처롭게 꿈틀거리다가, 그 생을 멈췄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칭호 – 샌드 웜 슬레이어를 획득했습니다.]

보유효과 : 곤충족 추가 데미지 20%


[불가능해 ‘보이는’ 업적을 이루어냈습니다. 환상에 불가하나, 세간에는 샌드 웜 슬레이어로 명성을 떨칠 것입니다.]



환상은 환상이었던지, 움직임이 멈춘 샌드 웜은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물론 아무 아이템도 드랍되지 않았다.


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수지가 안맞아.”


그러는 사이 대지의 정령이 진우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고맙네. 나 혼자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일일세.”


진우는 악수를 받으며 빙긋 웃었다.


“뭐, 애초에 나한테 덤볐던 놈이니까.”


“하하하!”


진우의 말에 정령이 호탕하게 웃었다.


“어떻게 잡았네?”


샌드 웜이 사라진 것을 보고 뮤이가 아르카나를 업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소환수가 쓰러진 마당에 계속 자리에 머무르는 소환사가 어딨겠어?’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진우는 아르카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내 정령의 그릇이 깨져서, 정령왕을 찾는 중이야. 그래서 말인데,”


“어둠의 정령인가! 좋다. 내 마음을 주겠다.”


근육빵빵의 남자가 마음을 준다니 조금 이상한데. 진우는 어찌됐든 대지의 정령이 건네는 황갈색의 빛을 감사히 받았다.


“고마워.”


“이 정도로 되겠는가? 내 영역의 침범자를 물리쳐줬는데, 다른 부탁이 있으면 들어주겠네.”


진우는 잠시 망설이자 운을 떼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정령의 영역은 어디야? 바람의 정령의 영역을 제외하고.”


아무래도, 영역별로 담당하는 정령이 있는 듯 했다. 진우는 아르카나의 상처가 더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 정령왕을 찾아야 했다.


“···흠, 그렇다면 내 친우에게 데려다주겠다.”


“친우?”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할 일도 있고 말이지.”


“사과?”




과연 대지의 정령이 말한 대로 물의 정령의 권역은 상당히 멀었다. 세시간쯤 정도 걸은 후에야 멀리서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호수가 보였다.


“저기일ㅅ···!”


쾅!!


대지의 정령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발 밑에서 엄청난 기세로 물이 솟구쳤다.


“크하! 여전히 거칠구만 그래!”


굉음과 함께 하늘 위로 치솟았던 대지의 정령은 가볍게 날며 땅으로 천천히 착지했다.


“야! 땅! 내 꺼 함부로 가져다 쓰지 말랬지!”


솟구친 물이 모이며 서서히 모습이 갖춰졌다. 길게 묶은 청색의 포니테일 머리, 딱 달라붙는 드레스, 기가 세 보이는 정령이었다.


“그게, 위기 상황이었지 뭔가!”


“뭐가!”


물의 정령이 빽 소리를 질렀다.


“또 폭포수 수련이 하고싶었다고 말하면, 진짜 죽여버릴 거야.”


“하하! 그건 다음에 또 하고, 오늘은 다른 이유였네!”


대지의 정령은 멀뚱히 서 있는 진우를 가리켰다.


“이 모험가와 함께 샌드 웜을 퇴치하는 데 필요해서 말이지.”


“···샌드 웜?”


그 말을 들은 물의 정령은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차원몽마지? 그거라면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지금 골치인 문제니까.”


“그래 그래. 어쩔 수 없지.”


“넌 좀 닥쳐 제발.”


“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자네의 마음을 좀 주겠나?”


“·········.”


물의 정령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또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너, 그 오해할 만한 발언 고치랬지.”


“응? 뭐 말인가?”


“하아···.”


물의 정령은 세 번째 깊은 한숨을 푹 쉰 후 진우를 바라보았다.


“보나 마나 네가 필요한 거지? 왜 필요한 거야?”


진우는 등을 돌려 업고 있는 아르카나를 보여주었다.


“나와 계약한 정령인데, 그릇이 깨진 상태야.”


“어둠과 계약했다고? 인간으로서는 흔치 않은 일인데. 뭐 어쨌든, 미안하지만 나는 함부로 마음을 주는 그런 정령이 아니야.”


딱 잘라 거절하는 물의 정령의 말에 대지의 정령이 짐짓 인상을 쓰며 말을 꺼내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


“······얘는 원래 그런 애라 그렇다 치고, 인간. 너는 정령의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르지?”


“···그렇지. 모르지.”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부탁하지.”

“······.”


“정령의 마음이란, 원래 자신과 계약할 사람에게만 주는 일종의 계약서이자 신뢰의 증표야. 그렇게 불, 물, 땅, 바람의 4대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자만이 정령왕과 계약을 맺을 수 있고.”


“······.”


진우는 순간 고양이를 대가로 얻은 바람의 마음이 떠올랐다.


“그치만, 나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는데.”


“그래야지. 애초에 정령사로서의 적성도 없으니까.”


‘오냐, 너 잘났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줄 건데?”


“차원 몽마.”


[Quest Update]

- 물의 현상수배 -


바람의 정령에 이어, 물의 정령은 정령계를 어지럽히고있는 주범, 차원몽마를 처치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매우 까다로운 상대이니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상

- 바람의 부츠

- 물의 마음



“잡아와.”


진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잡을 생각이었지만, 그건 아르카나가 눈을 뜨고 나서 잡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차원 몽마의 어둠의 마력이라면 아르카나가 추적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 완전 본말전도잖아?’


“나에겐 차원 몽마를 추적할 방법이 없는데.”


“···하긴 그렇네. 하지만 그 정령의 힘을 빌리면 가능하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물의 정령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나와 계약을 해.”


“무슨 계약?”


“존재 계약.”


[물의 정령이 당신과 존재 계약을 원합니다.]


조건 1. 물의 마음의 양도

조건 2. 차원몽마의 퇴치


실패시 [물의 저주]를 얻습니다.


“존재를 걸고 계약하는 거야. 실패하면, 앞으로 평생 물 같은 건 못 마실 줄 알아.”


물의 정령이 없다면 물이 없다는 건 칼룸의 사막화 사건 때 이미 충분히 느꼈다.


“그러면, 조건을 바꿔.”


물의 정령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진우를 흘겼다.


“네가 조건을 걸 위치라고 생각하니?”


진우는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어둠의 정령이 없으면 찾지도 못하잖아? 굳이 여기 아픈 아르카나와 나에게 의지하는 걸 보니, 아르카나 말고 다른 추적 수단은 없는 것 같은데. 얌전히 이야기나 듣지?”


진우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정령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어둠이 가득한 곳이 아니라면 어둠의 정령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영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차원몽마를 추적하는 어둠의 정령이 있을 리가 있나.


물의 정령은 그 말을 받아치지 못하고 눈을 흘기는 것으로 그쳤다.


“조건은, 차원 몽마의 퇴치가 아니라 차원 몽마를 정령계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해.”


“······.”


차원몽마는 이름에 걸맞게 차원 사이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령계까지 와서 깽판을 치고 있지.


만약 차원몽마가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게 된다면, 존재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진우는 꼼짝없이 물의 저주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물의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맹점이었던 것이다.


“그러네. 너의 말이 맞아. 계약 조건이 너무 허술했네. 미안해.”


생각 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물의 정령을 본 진우는 너무 쏘아붙였나, 싶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좋아. 계약한다.”


[존재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물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상태이상 : ‘계약 이행 중’을 얻었습니다.]






물이 정령이 알려준 불의 정령의 위치는 바위 산의 꼭대기였다.


진우는 씩씩한 걸음걸이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대지의 정령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따라 오는 거야?”


“겸사겸사 친우를 만나기 위해서지!”


“삼라만상이 다 친우인가봐?”


“하하! 그렇다네!”


진우는 피식 웃었다. 이런 말 하기에는 정말 이상하지만, 정말 ‘사람 좋은’ 정령이었다.


“그런데, 바위산이라면 너의 권역이 아니야?”


진우의 질문에 대지의 정령은 고개를 저었다.


“불의 정령 이 친구는 조금 특이해서, 일부러 이런 권역을 만들었다네. 나로서도 땅의 영역이 늘어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 동의했지.”


“으음······.”


‘특이하다, 라··· 여기서 만난 정령은 다 특이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출나단 말인가.’


어찌됐든 대지의 정령의 선도에 따라 바위 산을 걸어올라가다 보니, 중턱쯤에 위치한 바위 동굴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동굴은···?”


“그 자의 집이지. 자, 어서 들어가세나!”


‘동굴의 입구 치고는··· 입구가 좀 큰데.’


진우는 생각에 잠겨있다 저 멀리 앞서가는 대지의 정령을 서둘러 따라갔다. 정령계까지 와서 길을 잃었다간 고생도 여간 고생이 아닐 것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설수록 내부는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뭔가,


“뜨거운데.”


“그런가? 아마 용암지대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구만.”


“용암···.”


진우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위 산을 오를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하긴, 차라리 불로 가득한 영역보다는 용암이 나았다.


그 뒤로도 용암의 영역은 계속 넓어져서, 종국에 이르러서는 거의 용암의 바다 한복판을 외길에 의지해 걸어가는 판국이 되었다.


후두둑.


아슬아슬한 외길이 대지의 정령의 발걸음에 맞춰 깎여나가는 것을 본 진우는 친절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지의 정령을 불렀다.


“저기, 대지의 정령님?”


“무슨 일인가! 모험가여!”


“미안한데, 좀 날아가주면 안될까? 길이 많이 약하거든.”


“하하! 걱정 말게나!”


‘내가 걱정이라고. 이 짜식아···.’


그리고 마침내, 길이 넓어지고 동굴의 끝에 도달하였다.


그 끝에는 무언가 거대한 것이 엎드려 있었다.


“친구여! 오랜만이구만!”


그 ‘거대한 것’은 대지의 정령의 목소리를 듣고 꿈틀거렸다.


진우는 대지의 정령을 따라 그 거대한 것에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 ‘거대한 것’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아----!!


“크읏···!”


진우가 아르카나를 업고 있는 탓에 귀를 막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친 동안, ‘그것’ 또한 그 거대한 고개를 숙여 진우와 눈을 마주쳤다.


정신을 차린 진우는, 그 파충류를 닮은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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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숙녀의 위기를 구하는 것은 신사의 숙명 +1 22.12.19 83 4 10쪽
46 45. 미스 뒤진다 진짜 22.12.17 9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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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좀 난폭하게 해도 되지? 22.12.14 102 4 9쪽
43 42. 너네 집 22.12.13 105 2 10쪽
42 41. 어둠의 발자국 22.12.12 106 4 11쪽
41 40. 그 종착지는 정령왕의 목이었다. 22.12.10 114 3 10쪽
» 39. 그 파충류를 닮은 눈과 마주쳤다. 22.12.09 107 4 12쪽
39 38. 가슴이 웅장해진다···. 22.12.08 121 4 11쪽
38 37. 고양이 좋아 22.12.07 125 4 11쪽
37 36. 천사 맘마주기 22.12.06 121 4 12쪽
36 35. 아이리아의 개 22.12.05 125 6 11쪽
35 34. 저는 그냥 선량한 고양이 입니다 22.12.03 140 6 10쪽
34 33. 제물의 유리장 22.12.02 142 5 11쪽
33 32. 구원하소서 +3 22.12.01 152 6 10쪽
32 31. 달의 이름 아래 뚝배기를 깨도 되겠니? 22.11.30 171 7 13쪽
31 30. 나는 널 안 죽였는데, 너는 왜 날 죽이려고 해? 22.11.29 17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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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사냥감을 유인하는 사냥꾼 같이 +2 22.11.27 17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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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가정방문 치고는 살기등등한데 22.11.24 196 9 10쪽
25 24. 고귀한 어둠의 정령은 이슬만 먹고 사는걸요? 22.11.23 197 8 13쪽
24 23.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2 22.11.22 23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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