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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히든클래스로 게임 속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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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35
최근연재일 :
2022.12.23 22:26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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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9
추천수 :
517
글자수 :
259,491

작성
22.12.0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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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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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3. 제물의 유리장

DUMMY

뜻밖에도 사내는 진우를 보고 아는 사람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림자를 다루는 대장장이십니까?”


‘대장장이는 아닌데.’


어찌됐든 진우는 요상하게 돌아가는 이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반색을 하며 검을 거두고 진우를 향해 다가왔다.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빅터 마을의 대장장이입니다. 당신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더군요!”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섀도우 메이커의 부가 특성인 생산직의 존경···!’


요행이었다. 생산직에 대한 호감도 보정이 적에게까지 미칠 만큼 어마어마한 효과인 줄은 몰랐으니까. 어찌됐든 진우에게는 호재였다.


“따라오십시오. 여기는 위험합니다.”


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앞서가는 사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사내를 따라 오두막에 들어간 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여기는 피로 써진 문자 같은 것은 없었다.


“앉으십시오.”


게다가 사내는 진우에게 의자까지 제공해주었다. 어떤 마녀와는 다른 친절함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습니까? 온 마을이 지금 대장장이님을 찾기 위해 난리가 났습니다.”


“아···.”


진우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만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멍청한 답변이었다.


“고양이를···.”


“네?”


“고양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진우의 답변이 사내에게도 꽤나 멍청한 답변이라 생각이 되었는지, 침묵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아··· 그렇죠, 고양이, 중요하죠 고양이···.”


진우는 다음 질문이 더욱 멍청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검은 고양이를 보셨나요?”


“······.”


“·········.”


진우는 이 어색한 침묵이 죽을만큼 싫어졌다.


“검은 고양이··· 뭐, 고양이니까 돌아다니겠죠···?”


진우는 이제 슬슬 상대의 존경심이 바닥나지 않을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 거기, 벽돌로 된 건물에 있을 텐데···.”


“공회당 말씀이십니까···?”


사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고양이는 없을 텐데···.”


말끝을 흐리던 남자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고양이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있습니다.”


‘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어··· 마녀에게 저주가 걸려서 인간이 됐다던가? 일단은 헛소리를 하는게 수상해서 수감 중입니다.”


‘찾았다!’


뜻밖의 도움으로 실마리를 얻은 진우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말을 이었다.


“혹시 거기로 들어갈 방법은 있습니까?”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장장이님. 죄송합니다만··· 마을 사람들의 착각이겠지만 성국에 반하는 죄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계시니 그냥 들어갔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누명 아닌데.’


뭐 시작은 누명이었지만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성국과 척을 지게 생겼다.


진우는 사내에게 걱정을 해주어 감사하다는 감정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걱정마십시오. 몰래 둘러보고 고양이가 없으면 그냥 나올 생각입니다.”


‘그놈의 고양이···.’


“·········.”


잠시 망설이던 남자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 뒷문이 있긴 합니다. 잠겨있습니다만 거기라면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우는 반색을 하며 사내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사실 그 고양이는 제게 창작의 영감을 심어주는 신묘한 고양이인데, 뜻밖의 사고로 잃어버리게 되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진우의 애드리브에 사내는 얼마나 상심이 크셨겠습니까, 하는 표정으로 답을 해주었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장장이님께서 그냥 고양이 한 마리를 그렇게 열심히 찾으실 리가 없지요! 하마터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그대로 수비대에 넘길 뻔 했습니다!”


“하하하하하! 큰일날 뻔 했군요!”


“하하하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조질뻔했네.’


진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안내를 위해 집을 나서는 사내를 따라갔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긴 문 앞에서 진우를 대기시킨 사내는 정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가 닫힌 문에서 나왔다.


“자, 들어오십시오.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됩니다. 조심하십시오.”


진우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사내는 진우를 보며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작품을 하나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거나 상관 없습니다.”


“어···.”


“아, 불편하시다면 괜찮습니다······.”


마트에서 과자 구입을 거절당한 아이같은 표정을 짓는 남자를 본 진우는 애처로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그림자로 만들어봤자 1분이면 사라지는데.’


“···지금은 한시가 급하니, 나중에 대장간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사내는 반색을 하며 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입니까? 약속하신겁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반드시 와주십시오!”


“···네.”


사내는 진우의 확답을 받고 깨금발로 자리를 벗어났다.


진우는 한숨을 푹 쉬고 어둠이 드리워진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투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진우가 베어넘겨야 할 사람들은, 모두 저 대장장이같이 순박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뭐, 일단은 들어가자.”


내 코가 석자라고, 공격해오는 적들에게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은 없었다. 진우는 검을 뽑아내 손에 쥐고 건물에 들어섰다.




건물 안은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애초에 공회당의 목적으로 지은 만큼, 널찍한 공간에 방 몇 개가 붙어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는 마음을 놓고 검을 집어넣었다.


‘으스스한 분위기도 아니니, 일단 찾아볼까.’


아쉽지만 스크롤의 지속시간은 이미 끝이 난 지 오래였다. 진우는 방을 하나하나 뒤져보기 시작했다.


“앗!”


첫 번째 방을 열자마자 반가운 광경을 목격한 진우는 반색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고기!”


식량창고였다. 여행 중 말린 육포만 먹어 질렸었는데, 여기 보관된 음식들은 보존식이긴 하나 과일, 생선, 고기, 야채와 향신료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이야, 착하게 살고 볼 일이라니까.”


진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챙기고는 방을 떠났다.


그 외에 방은 별 볼일 없었다. 소모임 목적인 듯한 커다란 방이나, 화장실이나, 책이 가득한 서고나···.


혹시나 마법서라도 있나 싶어 책장을 뒤져보던 진우는 이상한 제목의 종이 뭉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었다.


양피지를 이어놓은 문서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 프로젝트 빅터 -


“빅터? 빅터 마을 말하는 건가?”


진우는 천천히 문서를 읽었다.


- 성황 예하의 결정에 따라, 성국의 남서쪽에 인접한 이스테아의 영토에 위치한 백색 서리 숲을 프로젝트 지역으로 지정한다.


“·········.”


진우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 해당 위치를 헬라이제이션(Hellization) 하는 데 드는 예상 시간은 15년 전후이며, 소요 인원은 1,000여명 전후이다.


“헬라이제이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우는 계속 읽어나갔다.


- 인원 보충을 위해 거주지를 만든다. 타국에서 작전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주민으로 위장하여 1년여 시간을 들여 천천히 진행하도록 한다.


정황상 빅터 마을이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빅터 마을은 성국에서 의도적으로 타국에 만든 마을이라는 게 되는데···.


- 소요 인원은 아이리아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로 구성한다. 이는 죄를 사하기 위함이다.


“빛의 신, 아이리아···.”


- 교화(敎化) 방법은 교살(絞殺)로 한다.


진우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목 매는 숲은 성국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것··· 그런데 왜···?’


정리하자면 백색 서리 숲의 ‘헬라이제이션’을 위해 사람의 목을 매달고 있다는 소리인데···.


- 거주지의 명칭은 제물(Victim)의 유리장(Terrarium)의 앞 글자를 따 빅터(Victer)로 한다.


“······.”


애초에 빅터 마을을 만든 이유 자체가 희생자를 모아두기 위한 목적의 마을이며, 마을 사람들 전체가 성국의 희생자를 찾기 위한 사냥꾼이라는 소리였다.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들···.”


진우는 방금 전까지 느꼈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싸그리 접었다.


문서는 여기서 끝이었다. 분을 삭이던 진우는 그 서류를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책장을 더 뒤져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 유의미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레이스라면 헬라이제이션이 뭔지 알겠지. 일단 고양이부터 찾자.’


고양이를 생각한 순간 단단하게 조여오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놈의 고양이 때문에 이 고생이라니···.


마을 회관에 감옥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문서대로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라면, 희생자를 가둬 둘 만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제물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벽돌로 지어 놨을 테니, 여기가 틀림 없을 것이다.’


탐색을 계속 하던 진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상하게도 뜬금없이 있는 쇠창살을 발견했다.


‘여기있소, 하는 꼴이구만.’


쇠창살은 단단해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자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진우는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블링크」”


블링크는 물체가 없는 랜덤한 지역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스킬이다. 그렇다면 ‘쇠창살’ 너머는 ‘물체가 있는’ 곳일까?


몇 번의 시도 끝에 진우는 쇠창살 너머로 순간이동 할 수 있었다.


손쉬운 침입에 기분이 좋아진 진우는 길게 늘어져있는 복도를 따라 침입을 계속 이어나갔다.


“야!! 이거 열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누군가를 발견해냈다.


그 소란의 주인공은 감옥에 갇혀있는 여성이었다. 스물 전후 정도로 보이는, 긴 흑발에 동글동글하게도 보이는, 날카롭게도 보이는 인상의 여성은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일로 와, 이거 열어!”


“···나?”


아마 진우를 간수로 착각했는지, 그녀는 악을 고래고래 쓰며 진우를 불러댔다. 이대로 가다간 이 소란을 듣고 누군가 올 것 같았다.


진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뭐!”


“너, 고양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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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이번에도 안 불렀으면 다 엎었을거에요 22.12.22 67 2 12쪽
49 48. 그렇게 먹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2 22.12.21 74 4 12쪽
48 47. 어어어어어머니시여!!! 22.12.20 75 4 13쪽
47 46. 숙녀의 위기를 구하는 것은 신사의 숙명 +1 22.12.19 83 4 10쪽
46 45. 미스 뒤진다 진짜 22.12.17 92 3 10쪽
45 44. 그 미친 놈의 영역인데. 22.12.15 98 5 10쪽
44 43. 좀 난폭하게 해도 되지? 22.12.14 10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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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그 종착지는 정령왕의 목이었다. 22.12.10 114 3 10쪽
40 39. 그 파충류를 닮은 눈과 마주쳤다. 22.12.09 106 4 12쪽
39 38. 가슴이 웅장해진다···. 22.12.08 121 4 11쪽
38 37. 고양이 좋아 22.12.07 125 4 11쪽
37 36. 천사 맘마주기 22.12.06 121 4 12쪽
36 35. 아이리아의 개 22.12.05 125 6 11쪽
35 34. 저는 그냥 선량한 고양이 입니다 22.12.03 140 6 10쪽
» 33. 제물의 유리장 22.12.02 142 5 11쪽
33 32. 구원하소서 +3 22.12.01 152 6 10쪽
32 31. 달의 이름 아래 뚝배기를 깨도 되겠니? 22.11.30 171 7 13쪽
31 30. 나는 널 안 죽였는데, 너는 왜 날 죽이려고 해? 22.11.29 172 9 10쪽
30 29. 사람이 유독 조심스러워질 때는 22.11.28 168 9 12쪽
29 28. 사냥감을 유인하는 사냥꾼 같이 +2 22.11.27 176 9 13쪽
28 27. 알폰스가 죽잖아! +3 22.11.26 181 11 11쪽
27 26.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2 22.11.25 187 11 9쪽
26 25. 가정방문 치고는 살기등등한데 22.11.24 196 9 10쪽
25 24. 고귀한 어둠의 정령은 이슬만 먹고 사는걸요? 22.11.23 197 8 13쪽
24 23.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2 22.11.22 234 9 11쪽
23 22. 당신의 목숨값이오. +2 22.11.21 226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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