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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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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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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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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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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DUMMY

109. 뜻밖의 콜라보.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자, 두통이 몰려왔다.


“괜찮으십니까.”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밤의 일족 왕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은···”


그를 보고 있자니 닮은 곳이 하나도 없음에도 꿈에서 보았던 어린아이가 생각이 났다.


“최대한 편의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소란이 진정될 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스킬을 사용해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지만 잘 안되는 모양이다.


‘저것도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스킬이겠지.’


상처를 입고 약화된 상태라 해도 나 혼자서는 그를 이기지 못한다.


지금은 오베르와 라벤나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맞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약점을 찾는 것밖에 없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그와 단둘이서 대화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그러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 보자.


“저를 납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초의 버프 아이템 개발자인 당신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버프 아이템이 목적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버프 아이템의 효과는 미미했지만, 이 검은 물은 달랐습니다. 세상에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검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검은 물을 손에 넣은 이들은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마법 강화 버프의 위력을 체감한 그는 콜라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은 모양이다.


“그런 위험한 아이템을 독점할 생각인가요?”


“그렇습니다.”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곤 느낄 수 있었다.


절대 그에게 버프 아이템을 넘겨선 안 된다는 걸..


“이런. 당신의 친구들이 위치를 찾아냈나 봅니다.”


“오베르와 라벤나를 어쩌실 생각이죠.”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밤의 일족의 앞을 가로막는 자의 최후를.”


절대 그를 보내선 안 된다.


오베르와 라벤나가 그를 쓰러트릴 가능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건 도박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멈춰.”


자리에서 일어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주십시오. 당신을 상처 입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네가 원하는 건 버프 아이템일 텐데. 다른 이들은 가만히 내버려둬.”


내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가.


바로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줄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을 거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생각이다.


“···우선 대화를 나눠보죠.”


다행히 그도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해볼 만한 거래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아바론.’


그는 거래에 관해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우선 당신이 원하는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바라는 건···”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버프 아이템을 무한히 제공할 테니 무고한 생명을 빼앗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손에 쥐고 있는 무기는 아직은 콜라 하나뿐이다 보니 과한 요구는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아바론의 마음이 돌아선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 가족과 친구를 건드리지 않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야.”


그러니 지금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최소한의 조건만 내걸었다.


“가족과 친구라··· 당신은 아직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군요.”


“편의점 다음으로 소중한 게 인연이야.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 없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바론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제가 바라는 바를 말하겠습니다. 짐작하고 계시다시피 밤의 일족에겐 검은 물이 필요합니다. 검은 물과 앞으로 추가될 버프 아이템을 제공받고 싶습니다.”


“···알았어. 하지만 무한히 제공하는 건 힘들어.”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포인트가 부족해서야.”


“포인트?”


제대로 된 계약을 위해선 그가 편의점 스킬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에 설명을 시작하였다.


버프 아이템, 물류 던전, 편의점 등.


30분간 이어진 설명 덕분에 어느 정도 이해한 모양이다.


“포인트 문제로 물량에 제한이 있다는 말이군요.”


“맞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고, 그의 다음 말이 이어지자, 이번에도 감이 틀리지 않았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제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물류 던전이란 곳을 클리어한다면 포인트를 획득량이 늘어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포인트가 안정적으로 수급될 때까지 당신을 돕겠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야?”


“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밤의 일족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고 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강함 이외의 모든 것에는 관심이 없는지.


내 생각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알았어.”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없었다.


거절할 상황도 아니고, 바닥을 드러낸 포인트를 빠르게 채울 방법이었으니까.


“이걸로 저희의 영혼은 계약으로 묶이게 되었습니다.”


서늘한 감각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으니 곧바로 시작하죠.”


그의 선언과 함께 시야가 변하였다.



~ ~ ~ ~ ~ ~



아바론은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강함에 집착하는 밤의 일족 왕인만큼 그 무엇보다 강함을 우선시할 줄 알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였다.


“당신을 납치하기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었죠.”


오베르, 라벤나와 한번 싸워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 그는 최선의 행동을 하였다.


“고대의 마법이라면 오베르가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기 위해 시간을 끌 것이라 예상하였고, 라벤나는 진심을 드러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상대하기 편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것도 빼앗은 힘이야?”


“반대입니다. 강제로 획득한 힘이죠.”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이상한 꿈에서 보았던 어린아이가 생각났다.


마왕에 의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걷게 된 아이는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였다.


당장 아바론에게 당사자가 맞는지 물을 수도 있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니 항상 애용하고 있죠.”


“아스트라와 대화를 나눈 것도 그 스킬 덕분에 알게 된 거구나.”


“맞습니다. 제가 본 미래에는 아스트라가 눈물을 흘리며 죄를 토해내고 최후를 맞이하였죠.”


“···”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밤의 일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그가 유도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층으로 가죠.”


진정함 힘을 끌어내지 않았음에도 그의 실력은 매우 강했다.


2명이 진행해야 한다는 특수한 제한이 생기긴 했지만,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잡몹을 잡고, 보스를 발견한 다음 쓰러트리고 생성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95층에 도달하였다.


이 속도라면 다음 물류 던전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층은···”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닙니다.”


무언가 신경 쓰이는 표정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키에엑!”


거미줄 대신 달콤한 설탕을 내뿜는 거미를 발견하자마자 아바론이 일격에 쓰러트렸다.


“역시···”


보스를 쓰러트리곤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혼잣말을 내뱉은 후 조용히 다음 층으로 향하였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아바론은 불안하게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 채 던전을 진행했고, 어느새 마지막 층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정비는 필요 없어?”


“네.”


이번에도 그는 대답만 할 뿐, 다른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감이 불안하다고 외치는데···’


불안하다고 멈출 수는 없었기에 그의 뒤를 따라 마지막 층에 발을 들였다.


“역시나.”


마지막 층의 한가운데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머리칼, 커다란 근육, 허름한 옷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흉터,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사지를 구속하고 있는 쇳덩이.


여러 요소가 그가 죄인이란걸 알려주고 있었다.


“운명을 믿나.”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자, 서늘하고 살기가 담겨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음에도 그의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인지 소름이 돋았다.


“나는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았다. 모든 건 우연에 의한 결과라고 믿었지.”


“듣지 마십시오. 금방 끝내겠습니다.”


그가 말을 이어나가자 어째서인지 아바론은 불안해하며 서둘러 달려갔고,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운명을 믿었다. 그렇지 않나? 아바론.”


“그 입을 닥쳐라. 죄인.”


‘둘이 아는 사이인 건가.’


어째서 물류 던전의 마지막 보스가 아바론과 아는 사이인 건지는 알 수 없었기에 조금 지켜보기로 하였다.


“최초의 죄인. 너희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지. 아이러니하게도.”


“닥치라고 했다.”


처음 보는 스킬을 사용한 아바론은 보이지 않는 벽을 부수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진짜 죄인은 자신들의 위에 서있는 아바론, 너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조용한 절삭 음이 울려 퍼졌다.


아바론을 둘러싸고 있던 스킬, 마법들이 한순간에 깨지며 그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운명은 마침내 너와 나의 재회를 끌어냈고, 그날 끝내지 못한 최후는 현재에서 이어졌다.”


“닥, 쳐···”


“일어서라. 일어서서 맞서거라. 마왕의 사도여.”


‘마왕의 사도?’


“그 입 닥쳐···!”


순식간에 몸을 회복한 아바론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1초도 지나지 않아 그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주먹을 휘둘렀다.


“너의 죄가 우리를 태어나게 했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가두었다. 모든 건 네가 마왕의 사도가 되었기 때문이야.”


의심이 맞았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꿈에서 보았던 어린아이는 아바론이 맞았다.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해. 그것이 네가 만든 규칙이니.”


“너는 죄인이야. 같은 종이라 해도 죄인은 용서받지 못해···”


“그렇다면 나를 죽여보거라.”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여보란 듯이 벌렸지만, 아바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알았나? 너 역시 죄인은 내가 아닌 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


“···”


“걱정 마라. 종의 미래는 내가 책임질 테니.”


아바론은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


‘뭐 하는거야.’


아바론도 같은 편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했지만 확실한 건 아바론보다 그가 더욱 위험하다.


그러니 아직은 아바론이 죽어선 안 된다.


‘오베르라도 있었다면···’


간절히 바란다 해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단 걸 알고 있음에도 억지로 발을 움직여 그를 향해 다가갔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텔레포트, 그리고 편의점 스킬을 활성화하였다.


“그 손을 멈···”


하지만 나의 시도는 허무하게 끝을 맞이하였다.


“새내기 초월자여.”


그에게 다가가는 순간 모든 스킬이 강제로 비활성화되었고 몸이 뚝 하고 멈추었다.


“아바론을 이곳까지 데려와 주어 감사하지. 하지만 방해는 허용하지 않겠다. 운명이 이끈 그날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아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쇳덩이를 끌어 아바론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을 시야에 담으며 몸 상태를 점검하였다.


‘마나는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다행히 몸은 멈추었지만, 마나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아바론은 단숨에 제압한 그를 쓰러트릴 수 있는 마법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를 사용할 수는 없다.


각각의 손에 공간과 시간 마법을 담은 이후 하나로 합쳐야 하므로.


그렇기에 나는 아바론의 목숨을 건 도박을 시도하였다.


‘오베르를 믿자.’


오베르에게 배웠던 수식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마음을 비우고, 의식을 집중하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수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 안 돼. 수식은 마법을 움직이게 도와주는 도구에 불가해.’


오베르는 말하였다.


진정한 마법은 마법사의 의지를 세상이 이루어주는 것이라고.


그러니 수식 같은 것에 집중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나의 흐름을 느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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