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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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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작품등록일 :
2023.12.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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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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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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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DUMMY

103. 초심


“그러면 또 한동안 자리를 비우시겠네요.”


“그럴 것 같아.”


오베르가 떠난 이후 출근하여 유나와 잡담을 나누는 중이다.


“사랑스러운 편의점을 두고 또 떠나야 하는 사실이 매우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편의점은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항상 고마워.”


알바생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잘해주자.


“유나,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게 어때?”


“그럴 수는 없어요.”


“그래? 아쉽네. 딸랑이가 한동안 바람을 쐬지 못해서 함께 저녁까지 놀아달라고 부탁하려 했···”


“빨리 유니폼만 갈아입고 올게요!”


“천천히 해도 괜찮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고로 향하는 모습을 보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딸랑아, 유나 말 잘 들어야 해. 알겠지?”


딸랑이의 루틴 상 지금은 잘 시간이다.


루틴은 지켜줘야 하는 게 맞지만, 일 때문이 아닌 놀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이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딸랑이는 매일 고생이 많으니까.


‘자아가 깨어난 이후에는 알바 시간을 최대한 줄여줘야겠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는 새로운 알바생을 뽑도록 하자.


“저 왔어요!”


“딸랑이를 잘 부탁합니다. 유나 씨.”


“네! 맡겨만 주십시오. 점장님!”


딸랑이를 품에 안은 유나는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을 나갔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떠나게 됐네···”


홀로 편의점에 남게 되자 아쉬움이 느껴졌다.


한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만끽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떠나기 전까지 평화를 만끽하자.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 볼까!”


에시트를 떠나고 이런저런 일이 있다 보니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모험가를 그만두고, 편의점 점장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편의점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면서 모험가를 그만두었고, 상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편의점을 오픈했다.


처음 편의점을 오픈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하였다.


그렇다 보니 나 역시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하였다.


“초심을 잃지 않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지!”


초심으로 한번 되돌아가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편의점을 사랑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언젠가 편의점을 향한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


정말 만약의 가능성이긴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좋다.


“초심이라···”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짜고짜 상품의 수를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님의 수를 줄일 수도 없다.


“오늘을 놓치면 한동안 힘들 건데.”


길드장이 에시트에 집합하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모험가들이 긴장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


사냥을 나가지 않는 탓에 편의점에 방문하는 모험가의 수가 매우 줄어 조금 여유로운 운영을 하는 중이다.


그러니 이 타이밍을 놓칠 수는 없다.


“그래. 그게 있었지!”


차근차근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니 하나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세계 카페! 하루 동안 이벤트로 진행하기에 딱 맞아.”


초심과 약간은 거리가 멀긴 하지만 초심을 되찾으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편의점을 향한 사랑이 식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 번씩 카페같이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편의점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 ~ ~ ~ ~ ~



“점장 씨···”


“펠릭스, 어서 와.”


“이게 뭐죠?”


“이세계 카페!”


180도 변한 내부의 모습을 보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깔끔하지?”


“깔끔하긴 한데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딸랑~


펠릭스에게 새로운 업무에 관해 설명하려던 중 문이 열리며 모험가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어? 여기 편의점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세계 카페입니다.”


“카페요? 또 이상한 단어네요. 그보다 엘릭서 한 병···”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은 버프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이세계 카페의 모습이다.


“어제까지는 정상적으로 판매했잖아요!”


“점장이 미쳐서 그럽니다.”


“당신이잖아!”


“죄송합니다. 하루만 이해해 주세요.”


불만을 토해낸 모험가는 바닥에 침을 뱉은 이후에야 카페에서 나갔다.


“점장 씨.”


“왜 그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펠릭스가 말을 걸어왔다.


“요즘 힘든 일 있으세요?”


“아니. 머리 아픈 일이 생기긴 했는데 괜찮아.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제가 알고 있는 점장 씨가 맞는지 의문이 들어서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펠릭스의 눈에는 나의 상태가 매우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평소에는 손님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멋대로 손님이 바라는 상품을 판매 중단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편의점에 방문한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펠릭스.


‘어쩔 수 없네.’


“미안해. 오늘은 내가 카페를 지킬 테니 퇴근해도 좋아.”


“···알겠어요.”


군말 없이 그는 내려놓았던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분명 나에게 실망한 것이겠지.



~ ~ ~ ~ ~ ~



이세계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편의점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은 있었지만, 하루 동안 카페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돌아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점장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시간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더니 어느새 엘리스가 알바하는 시간이 되었다.


“펠릭스에게 설명 들었어요. 오늘은 이세계 카페로 운영된다면서요?”


“응. 맞아.”


그녀는 펠릭스와 달리 그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의 축복 마실래?”


“부탁드릴게요.”


그날처럼 그녀에게 신의 축복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이세계 카페··· 오늘도 임시 영업인 거죠?”


“맞아. 1년에 며칠 없는 특별 이벤트지.”


“점장님도 함께 마셔요.”


손님이 없었다는 걸 눈치챈 엘리스는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그럴까.”


그녀의 의도대로 신의 축복을 한 병 꺼내어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 거예요?”


“초심을 찾고 싶었어.”


그녀의 앞에선 거짓말할 수 없었기에 진심을 말하였다.


“초심이요?”


“응. 알바생이 생기고 상품이 늘어나면서 이상에 한 발짝씩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나의 마음이 변할 것 같았어.”


“이상이 이루어질수록 마음이 변한다라···”


아무래도 그녀는 그를 떠올린 모양이다.


“그의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정말 아니야.”


엔디의 과거를 경험한 영향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큰 이유가 존재한다.


“솔직하게 말할게. 더 이상 편의점을 성장시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손님은 매일 늘어나고 있어요. 엘릭서 덕분에 새로운 모험가분들도 많이 찾아올 거고요.”


“내가 말하는 건 손님이 아니야.”


초심, 편의점을 향한 사랑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본심은 따로 있었다.


더 이상 편의점을 성장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이 성장하고, 상품, 매출과 손님도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했을 때를 생각해 보아라.


부족한 점이 많았던 편의점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축하여 조금씩 성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을 뿐.


그나마 포인트 시스템이 도입되긴 했지만, 여러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편의점을 비워야 하는 입장이 되니 마음이 공허해져 번아웃이 오게 되었다.


“나의 이상이 무엇인지 흐릿해졌어.”


마음에 안개가 낀 것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이세계 편의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점장님은.”


경청하고 있던 엘리스는 신의 축복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탓에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몰라···”


“그런 점장님께 현실을 알려드릴게요.”


“어?”


“저와 펠릭스는 나날을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점장님이 우리를 구해준 덕분이죠.”


엔디에게서 해방된 남매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나도 점장님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부모를 잃을 뻔했던 길드 직원은 무사히 살아 돌아온 부모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손님분들도 점장님 덕분에 삶에 새로운 원동력을 얻었죠. 그거 알아요? 단골손님 중에는 살아갈 의욕이 없었던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편의점을 접하고 달라졌죠.”


목표가 존재하지 않아 살아갈 의욕이 없던 어떤 손님은 편의점 상품을 접하고 새로운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점장님이 만든 편의점이 수많은 이들의 삶을 구하고 즐겁게 만들고 있어요.”


“···”


“정말 만약에 편의점을 방치한다 해도 그 누구도 점장님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말해주겠죠.”


편의점이 문을 닫게 된다니···


상상한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저희는 현재에도 만족하고 있어요. 점장님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저희는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고마워.”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은 나의 행동을 반성하였다.


나의 근본은 편의점이다.


전생의 마지막 기억도 편의점이며 이 세계의 첫 번째 목표도 편의점이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것 같네.”


“다행이네요.”


미소를 짓는 모습 엘리스.


그녀의 상처도 점점 아물어가는 중이었다.


“한 병 더 마실래?”


“네!”


그렇게 우리는 신의 축복을 각각 2명씩 더 마셨고,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 ~ ~ ~ ~ ~



“이만 퇴근해 볼게요.”


“오늘 고마웠어.”


“아니에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엘리스를 배웅해 주고 홀로 편의점으로 돌아와 스킬을 사용하였다.


카페가 아닌 편의점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후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누구지?”


그리곤 혼잣말을 내뱉었다.


“편의점 점장. 이세계 편의점 점장이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담아 외쳤다.


“그래. 흔들릴 필요 없어.”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해낼 거야. 벽에 가로막힌다 해도 뚫어버리면 그만이지.”


벽에 가로막힌다 해도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란 나름의 각오이다.


“좋아!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세계 카페 같은 이상한 이벤트는 집어치우고 진짜 초심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밤의 일족? 마을의 던전? 좋아. 한번 해보자.”


오로지 편의점만 생각하는 바보.


그것이 나의 초심이다.


“편의점을 떠나지 않은 채로 해결해 보이겠어.”


주어진 시간은 평일.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지만 나의 마음은 정해졌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때마다 자리를 비웠다간 점장의 자격을 잃게 될 테지.


그러니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점장인 채로 해결해야 한다.


“우선 물류 정리부터 시작할까!”


재고를 모두 창고에 집어넣어 놓았으니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흠흠~”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돌린 순간.


“안, 안녕하세요.”


딸랑이를 안고 있는 채로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나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딸랑이를 데려다주러 왔구나. 고마워.”


“아, 아니에요. 혹시 힘든 일 있으시면 편하게 말해주세요!”


빠르게 할 말만 남긴 유나는 서둘러 밖으로 달렸다.


“혼자 떠드는 모습을 봤나 보네. 조금 부끄럽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지금의 난 이런 사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딸랑아! 조금 자고 있어.”


하루 종일 논다고 고생한 딸랑이는 카운터에서 자도록 만들었고, 혼자서 열심히 재고를 정리하였다.


중간마다 야식을 구매하러 온 손님이 방문하였기에 정리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해가 뜨기 전에는 끝낼 수 있었다.


“후우···”


묘한 기쁨을 느끼며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라벤나 씨.”


작은 목소리로 불렀음에도 그녀는 어느새 곁에서 나타났다.


“처음부터 보고 계셨죠?”


“응. 맞아.”


“부탁이 있어요.”


그녀의 존재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밤의 일족 말하는 거야?”


“네. 그들의 약점이 필요해요.”


“많은 골드가 필요할 텐데 괜찮아?”


“상관없어요.”


라벤나와 오베르, 그리고 나.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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