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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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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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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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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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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DUMMY

104. 치즈버거


“정말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그녀는 골드를 받는 입장임에도 나를 걱정해 주었다.


‘골드를 90% 이상 사용하긴 했지만 상관없어.’


편의점 운영을 위한 골드를 제외한 나머지 골드의 90%나 사용하였다.


어마어마한 지출이지만 밤의 일족이 지닌 약점, 그리고 그녀의 도움도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엄청 비싼 건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개인적으로 골드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식사는 편의점 상품으로 해결하고, 모험가도 아니기 때문에 장비를 구매할 일도 없다.


미래를 위해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 골드이니 이런 일에 사용하는 게 맞다.


“확인했어. 지금 말해줘도 될까?”


“들어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죠. 누가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았어.”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팻말을 세워놓은 이후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문을 잠그고 스킬을 이용해 커튼을 설치하여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마법을 사용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알았어. 그리고 골드는 받을 생각이 없으니까 집어넣어.”


나머지 10%도 꺼내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였다.


한 번에 많은 골드를 받은 서비스의 일종인 걸까?


“이제 말해도 괜찮지?”


“네. 부탁드릴게요.”


“첫 번째 약점은 그들이 밤의 일족이란 점이야.”


밤의 일족이 지닌 첫 번째 약점은 그들은 만들어진 종족이란 점이었다.


다른 종족이 하나의 종족으로 통합되다 보니 곳곳에서 소란이 발생하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규칙을 세웠다.


1. 우리는 같은 종족이다. 절대 서로를 차별해선 안 되고,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2. 밤의 일족은 가장 완벽한 종족이다. 우리는 다른 종족의 위에 군림해야 하며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3. 같은 종족을 배신하는 이는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4. 규칙을 어길 시 즉각 처형 대상이 된다.


오만한 어떤 마법사가 생각날 만큼 밤의 일족이 세운 규칙은 정상이 아니었다.


‘다른 종족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하다라··· 전투는 피할 수 없겠네.’


전투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두 번째 약점은 그들의 기억이지.”


“기억이요?”


“아스트라. 그녀를 보고도 느낀 게 없어?”


‘아스트라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야?’


그녀의 정체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만, 아스트라의 이름이 나온 순간 다시 궁금해졌다.


‘지금은 신경 쓰지 말자.’


그녀의 위험도를 한 단계 높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밤의 일족은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다른 기억이 뒤섞여 다른 종족보다 약한 점이 생성되었지.”


아스트라의 존재가 증명하듯 쌓아 올린 기억은 그들의 약점이 되었다.


밤의 일족인 자신, 그리고 밤의 일족이 아닌 자신.


두 자아가 부딪히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스트라는 밤의 일족을 부정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나머지는 아니야. 아스트라 같은 돌연변이 말고는 밤의 일족인 자신을 받아들였어.”


밤의 일족이 되는 길을 걷는다해도 약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과거를 건드린다면 분명 빈틈을 보이게 될 것이고 그 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약점은 힘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야.”


기억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육체가 적응하지 못하였기에 온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가 100이라면 지금은 60밖에 되지 않는다고 라벤나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더욱 시간을 끌 수는 없겠네.’


“이 정도면 충분할까?”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물어봐.”


“그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을 완벽한 종족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약점을 공략할 수 없다.


“간단해. 더욱 강해지는 것. 그게 그들이 움직이는 이유야.”


“강해지는 것···”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목표인 강함.


그들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해진 자신들을 원하고 있었다.


“출발은 언제 할 생각이야?”


“내일 아침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벤나라면 밤의 일족이 어디에서 모이는지 알고 있을 것이고, 오베르의 힘을 빌리면 눈 깜짝할 새에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준비 시간을 길게 가질 필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만 잘하면 될 거야.’


이번 여정에는 콜라를 상시 지급할 생각이기 때문에 라벤나와 오베르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시너지 마법이 콜라의 효과를 받지 못하는 게 아쉽네.’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너지 마법은 아쉽게도 콜라의 효과를 받지 못했다.


오베르의 설명에 따르면 두 마법이 온전한 상태일 때만 시너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마법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질 경우 밸런스가 무너져 수식이 어긋나버린다고 한다.


‘공격 스킬도 사라졌으니, 전투가 힘들겠어···’


현재 지닌 두 스킬은 공격과 거리가 멀다.


방어 스킬은 이름이 증명하듯 몸을 지키는 데 특화된 스킬이고, 편의점은 애초에 전투 스킬이 아니다.


엔디와 최종 전투에서 일시적으로 모든 권한을 얻어 그를 압도하긴 했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이후 즉시 권한을 반납하여 능력이 대폭 약화하였다.


마법과 이물질을 모두 청소했던 청소 시간은 편의점을 청소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었고, 소멸과 창조의 힘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손놈을 추방하는 능력은 온전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공격과 거리가 멀다.


‘전투는 둘에게 맡기고 나는 뒤에서 도움을 주는 수밖에 없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직접적인 전투는 나에게 무리였기에 뒤에서 둘을 보조하는 서포터를 선택했다.


“알았어.”


“잘 부탁드립니다.”


계약을 맺은 이후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도 나름대로의 준비가 필요하였기에.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지금은···”


복잡한 문제는 잠시 잊어버리고 이공간에서 익숙한 재질의 종이를 꺼냈다.


“뽑기 시간!”



~ ~ ~ ~ ~ ~



93일 차 수요일 오전 5시.


유나가 출근하기까지 2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티켓을 한 장 꺼냈다.


40장이나 남아있는 노말 티켓을 방치할 수는 없었기에 하루에 한 장씩 사용하기로 결심하였다.


“행운의 여신님, 당신의 충실한 신자가 기도를 올립니다. 제발 민트초코만 피하게 해주십시오···”


노말 티켓에 많은 걸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다.


“최악만 피하자.”


기도를 끝낸 이후 최악만 피하자는 마음과 함께 티켓을 찢었다.


찌지직~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이어 시스템이 반응하였다.



[노말 티켓을 소모합니다.]


[상점에 새로운 상품이 추가되었습니다!]


[상품은 코코넛 음료입니다.]



“행운의 여신님?”


상품을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여신님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대답이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향한 원망은 계속해서 느껴졌다.


“최악만 피하게 해달라 했는데 최악의 최악을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민트초코는 호불호가 갈릴 뿐 맛이 없는 상품은 아니다.


하지만 코코넛 음료는 어떠한가.


호인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매우 맛이 없다.


호기심에 한번 사 먹었을 때 한 입만 먹고 쓰레기통에 던졌다.


“걸레 빤 물 음료를 어떻게 판매하냐고···”


상상한 것만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건 절대 판매 못 해.”


괴식이라 해도 뽑은 이상 판매를 고려해 볼 만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코넛 음료는 절대 판매할 수 없다.


“이세계 편의점 첫 번째 탈락 상품으로 결정!”


영원히 주문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상점에서도 제외 버튼을 눌러 표시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돼.”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이후 공허함이 마음을 지배했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난다 해도 기분이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타이밍에는 한 번 더 뽑기 타이밍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행운의 여신님! 이번에는 믿습니다!”


찌지직~


또다시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노말 티켓을 소모합니다.]


[상점에 새로운 상품이 추가되었습니다!]


[상품은 치즈버거입니다.]



“오?”


기대 이상의 상품이 뽑혔다.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비해 퀄리티는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편의점 햄버거도 나름의 맛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이 세계.


햄버거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니 편의점 버거도 감지덕지한다..


“바로 먹어볼까!”


아침부터 햄버거는 조금 과하긴 하지만 콜라와 햄버거가 상점에 존재하는데 어찌 먹지 않고 참을 수 있겠는가.


“그래. 이 느낌이지!”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햄버거에서 그리운 냄새가 느껴졌다.


“잘 먹겠습니다!”


따끈따끈한 햄버거를 한입 깨물었다.


뜨거운 양배추샐러드의 맛, 고소한 체다 치즈, 그리고 분쇄육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맛을 지닌 편의점 패티 맛.


한 길드장의 말을 빌리자면 싸구려 맛이었다.


하지만 싸구려도 싸구려 나름의 맛이 있는 법.


씹을수록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크으!”


약간 목이 막힐 때 콜라를 개봉하여 한잔 들이켜니 행복함이 몰려왔다.


“잘 먹었습니다!”


빠르게 햄버거와 콜라를 먹어 치우고 행운의 여신님께 감사 인사를 올렸다.


“오늘도 당신의 은총이 신자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문득 언젠가 행운의 여신님을 마스코트로 한 상품을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서둘러 신제품을 진열해 볼까!”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으니 서두르지 않는다면 늦을지도 모르겠다.



~ ~ ~ ~ ~ ~



“좋은 아침입니다!”


다행히 유나가 출근하기 전까지 진열을 끝낼 수 있었다.


“좋은 아침.”


“헉! 딸랑이는 자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네요!”


카운터에서 잠들어있는 딸랑이를 발견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그치? 신제품을 출시했으니까, 나중에 한 번 먹어봐.”


“정말요? 기대되네요!”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만 퇴근해 볼게.”


“네! 고생하셨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딸랑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우선 길드부터 가볼까.”


아스트라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나를 노리는 길드장들도 해결해야한다.


“딸랑아, 가방에 얌전히 있어야 해.”


오랜만에 딸랑이 전용 가방을 메고 길드를 향해 움직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직원에게 에릭을 만나러 왔다고 말하니 아무런 절차 없이 안내해 주었다.


“실례합니다.”


“카페 주인이 왔군.”


“벌써 소문이 퍼졌어요?”


흑역사가 퍼진 기분이다 보니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던 거겠지. 앉아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차를 한잔 내주지.”


“감사합니다. 아스트라 씨는 어디 있나요?”


“갑자기 그녀는 왜 찾는 거지?”


찻잎을 우리기 시작한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트라 씨가 제안한 조건이 너무 좋아서요.”


“그렇군. 나는 해줄 게 없으니 보낼 수밖에 없겠네.”


서로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농담이다.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서 한 번만 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요.”


“그녀는 내가 호출해 줄 테니 차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어라.”


“넵.”


길드장 전용 공간에는 수많은 기밀문서가 놓여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음. 꽤 괜찮네. 다음에 무슨 찻잎인지 물어봐야겠다.”


이 세계에 온 이후로 다양한 차를 마셔봤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취향에 맞았다.


잠시 후.


차를 음미하고 있으니, 문이 열리며 아스트라가 들어왔다.


“에릭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내일 작전을 이행할 생각입니다.”


“조금 빠른 것 같지 않나요?”


“최대한 빠르게 끝낼 생각입니다.”


“밤의 일족은 생각만큼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그녀의 걱정을 이해한다.


아직 밤의 일족을 만나지 못했으니,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알고 있습니다. 쉬운 상대가 아닌 만큼 빠르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당신의 뜻을 존중할게요.”


아스트라가 자리에 앉은 이후 본격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내일 오전에 마을을 떠나 이틀 내에 돌아올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볼 수 있을까요?”


너무 급한 계획이다 보니 의문을 느낀 모양이다.


“편의점 때문입니다.”


“···편의점은 제가 한동안 도울게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밤의 일족만 신경 써주세요.”


“아니요. 이미 정한 일입니다. 바꿀 생각 없어요.”


“신동호 점장님!”


아스트라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각오했던 바이다.


“당신의 소망이 중요한 것처럼 저도 편의점이 소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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