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멀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멀스
작품등록일 :
2023.12.03 21:09
최근연재일 :
2024.05.10 22:06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209
추천수 :
166
글자수 :
649,555

작성
24.04.09 19:56
조회
9
추천
0
글자
13쪽

92화

DUMMY

92. 태양이 저문 밤 (2)


‘어르신이 말한 계획이 잘 통할까.’


어르신을 믿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르신의 작전은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었으니.


‘아무리 골드를 지급한다 해도 순순히 대답할까?’


내가 아직 그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문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녀와 직접 거래까지 해본 어르신을 믿는 게 옳지만 계속해서 불안한 생각만 들었다.


“보험을 준비해야겠어.”


어르신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변덕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대한 많은 보험을 준비해 만약을 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장소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다음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 ~ ~ ~ ~ ~



“시간이 되었네.”


보험을 몇 가지 준비한 이후 집에 들어와 최적의 컨디션을 위해 짧은 잠을 잤다.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딸랑~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편의점 문을 열었다.


이미 그녀가 편의점에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


“어서 오세요. 점장님.”


다행히 엘리스, 딸랑이 이외의 손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엘리스에게 다가가 어서 퇴근하라고 말하였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엘리스는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지만 아무 말 없이 편의점을 떠났다.


“딸랑아, 함께 힘내보자.”


“···”


대답 없는 든든한 동료와 함께 편의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딸랑~


평소보다 커다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무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등장하였다.


“안녕.”


“반갑습니다.”


“드디어 대답해 주는 거야?”


“손님이 인사를 건넸으니 당연히 대답해야죠.”


“어제는 아무 말 없었잖아?”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뻔뻔한 태도를 꺼냈다.


“대답했든 안 했든 상관없긴 하지. 계산해 줄래?”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금 맛 감자칩을 가져왔기에 딸랑이를 대신하여 계산해 주었다.


“3 브론즈입니다.”


“직접 계산까지 해주는 거야? 딸랑이가 해주는 줄 알았는데.”


“딸랑이는 휴식 중입니다.”


“휴식이 필요한 생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세계 편의점은 알바생의 휴식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재밌네.”


잠시 미소를 지은 그녀는 계산이 끝난 감자칩을 들고 음식 먹는 자리로 이동하였다.


그리곤 곧바로 감자칩을 개봉하여 하나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조금 짜네.”


아무래도 그녀의 입맛에는 조금 자극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을 물어볼 거야?”


“네?”


감자칩에 시야를 고정한 채 말을 꺼냈기에 나에게 던진 말이란걸 깨닫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그녀가 어떻게 어르신의 조언을 알고 있는 걸까.


설마 하루 종일 미행했다던가···?


“모르는 척하는건 상관없지만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금 물어보는 편이 좋을걸?”


‘앞으로의 관계?’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 물어보자.


그녀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 같아 약간 불안하지만, 보험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정식으로 제안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골드를 지급할 테니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좋아.”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그녀의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대신 골드를 얼마 받을지는 질문을 듣고 내가 판단할 거야.”


“알겠습니다.”


어서 질문하라는 태도를 취하였기에 미리 적어놓았던 질문 리스트를 꺼냈다.


“우선 이름부터 알려주세요.”


“상관없긴 하지만 소중한 골드를 나의 이름같은 걸 알기 위해 써도 되는 거야?”


“당연하죠?”


원래 상대를 알아가기 위해선 이름부터 알아야 하는 법이다.


“첫 질문이니까 1 골드만 받을게. 라벤나. 그게 내 이름이야.”


“라벤나 씨군요. 알겠습니다.”


이름을 메모한 이후 골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 다음 질문은 뭐야?”


“당신이 편의점에 방문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오늘 방문한 목적을 묻는 거라면 1 골드, 편의점에 접근한 목적은 묻는 거라면 1000 골드. 어떤 의도로 질문한 거야?”


“후자입니다.”


어마어마한 골드를 요구했지만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골드도 낼 수 있다.


“버프 아이템을 연구하는 이들의 의뢰 때문이야.”


‘버프 아이템? 아.’


그제야 한창 바쁠 때 방문했던 손님이 기억났다.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할말만 하던 손님은 마지막에 분명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했었다.


설마 그 말이 진짜였을 줄이야.


“편의점을 부수고 너를 자신들에게 인도해달라는 내용의 의뢰야. 이 정도면 대답으로 충분하지?”


“네···”


진실을 알게 되니 눈앞의 존재가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목적이 편의점의 소멸이란걸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쫓아내야 하나?’


스킬을 사용하기 직전.


머릿속에선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어째서 의뢰의 내용이 편의점의 소멸임에도 어제의 그녀에게선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의뢰를 이행할 수 있는 상황에 어째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이것까지만 질문하자.’


골드를 지급한 이후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 편의점을 소멸시키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겁니까.”


“20000 골드. 낼 수 있어?”


“네.”


상당히 많은 골드였지만 이번에도 고민하지 않았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그녀의 진심을 파악할 기회는 다신 오지 않기 때문에.


“너에게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야.”


“네?”


“이미 골드를 받은 이상 의뢰는 지킬 예정이야. 하지만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언젠가 지키면 그만이잖아. 그러니 흥미가 사라질 때까지 너의 곁에 머물 생각이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잠시 머리가 새하얘졌다.


“말 그대로의 의미.”


그러니까 라벤나는 버프 아이템 연구원들에게 편의점을 부숴달라는 의뢰를 받았지만 나에게 흥미가 생긴 탓에 잠시 의뢰를 미뤘다는 말 아닌가.


도대체 나의 뭐를 보고 흥미를 느낀 거지?


‘진짜 이것까지만 물어보자.’


골드만 지급하면 답을 알 수 있으니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자.


“저에게 흥미가 생긴 이유가 뭡니까?”


이번에도 골드를 지급하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1000000 골드.”


“네?”


골드를 꺼내려고 하던 중 들려온 천문학적인 금액에 손을 멈추었다.


“얼마라고요?”


“낼 수 있어?”


“1000000 골드.”


“···”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100만 골드라니···


원래 세계 금액으로 환산하니 순간 숨이 턱하고 멈췄다.


“어째서 다른 질문보다 방금 질문이 훨씬 비싼 겁니까?”


“10 골드. 괜찮아?”


금액부터 말하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질문에 대답할 경우 나의 비밀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야.”


‘비밀이라···’


도대체 어떤 비밀이기에 100만 골드나 요구하는 걸까.


가면 갈수록 의문만 깊어졌다.


“알겠습니다. 한동안 편의점을 부술 생각은 없는 거군요.”


“그것도 질문이야?”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골드를 지급하곤 의자에 앉아 지금까지 기록한 대답을 살펴보았다.



~ ~ ~ ~ ~ ~



라벤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딸랑~


문이 열리며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점, 점장님···”


“점장님!”


어제 파티원 때문에, 편의점에 방문했었던 손님이 먼저 말을 걸었지만, 성격이 급해보이는 여성 엘프가 그를 밀치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버프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오해가 있는 모양인 것 같네요. 버프 아이템은 지금도 정상 판매 중입니다.”


“어떻게 된 거야! 정상 판매 중이라잖아!”


화를 내며 그를 째려보는 모습을 보니 조금 불쌍해 보여 도와주기로 하였다.


“우선 진정하시죠. 정상 판매 중이긴 하지만 일부러 판매하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네에?! 손님을 차별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우선 이야기를···”


“마을에 소문 퍼트릴 거예요!”


“저기 손님.”


말을 듣지 않으니, 변명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 순간.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라벤나가 한 손에 신의 축복을 든 채로 다가왔다.


“언, 언니는 누구세요?”


“너와 같은 손님이야. 점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으니 들어보는 게 어때?”


“네··· 그럴게요.”


엘프의 상태가 이상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아.’


나에겐 영향이 없어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녀는 매혹 마법을 사용하는 중이다.


게다가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매혹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마법으로 추정되었다.


“매혹 마법 끄시죠···”


“마법이 아니야.”


“그럼요?”


“나도 몰라.”


모른다는 무책임하다는 말에 두통이 느껴졌다.


“잠시 창고에 들어가 있으세요.”


“굳이?”


“골드 줄게요.”


“알았어.”


골드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전 재산을 투자하면 세상을 멸망시켜달라는 부탁도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언니는 누구예요?!”


라벤나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엘프는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나도 몰라.”


그녀와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녀가 누군지 몰랐기에.


“저분은 신경 쓰지 말고 나누고 있던 이야기를 마저 나누죠.”


엘프를 진정시키며 어째서 레어 등급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였다.


설명이 끝난 후.


“저희는 자신 있어요!”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음에도 엘프는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


“정말 자신 있나요?”


“물론이죠!”


경험으로 보아 아무리 설명해도 엘프는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 방법을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알겠습니다. 버프 아이템을 판매해 드리죠.”


“좋았어!”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조건을 통과한다면 무상으로 버프 아이템을 제공하겠습니다.”


아무리 손님을 위한 선택이라 해도 상품을 구매해 주는 감사한 손님에게 조건을 건다는 행동은 용서할 수 없었기에 무상 제공이라는 보상을 추가하였다.


“좋아요!”


엘프는 파티원과 상의도 하지 않고 승낙해 버렸다.


아마 이 파티는 항상 엘프의 기분대로 움직였겠지.


“이세계 편의점의 마스코트이자 새벽 담당 알바생인 딸랑이와 전투를 벌여 승리한다면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저 슬라임 말하는 거죠?”


“슬라임이 아니라 딸랑이입니다.”


“정말 괜찮겠어요? 저희 생각보다 강하거든요.”


“괜찮습니다. 만약 딸랑이가 다친다 해도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저희도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바라던 바다.


조금이라도 힘을 아낀다면 엘프 스스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만 괜찮다면 지금도 괜찮은데 어떠세요?”


“좋아요! 저희도 컨디션 최고입니다!”


그렇게 모험가 파티와 딸랑이의 전투가 결정되게 되었다.



~ ~ ~ ~ ~ ~



편의점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전투는 바로 앞에서 진행되었다.


“가자. 얘들아.”


소음을 신경 쓰는 것인지 적당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린 엘프의 행동을 시작으로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후.


“수고했어. 딸랑아.”


결과는 당연히 딸랑이의 완벽한 승리였다.


엘프 파티는 딸랑이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했고, 무력하게 타격을 당했을 뿐이다.


당연히 미리 힘을 조절하라고 지시를 내린 덕분에 파티는 다치지 않았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걸로 저희의 승리네요.”


“···”


눈물을 글썽거린 채 주저앉은 엘프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실력도 훌륭했습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언젠가 역사에 이름을 남길 훌륭한 모험가가 될 겁니다.”


나의 목적은 모험가들의 의지를 꺾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


그러니 주저앉은 그들에게 조언을 남기자.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일부러 큰 동작으로 접근한 건 훌륭했습니다. 몬스터였다면 시야가 제한되어 파티원이 마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도 엘프 파티의 전략은 괜찮았다.


베테랑 모험가까지는 아니지만 경험이 풍부해 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조언을 말하자 엘프의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하였고,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으로 충분하니 던전을 포기하세요. 위험을 부담할 필요 없습니다.”


“네. 그럴게요!”


다행히 엘프도 고집을 꺾은 모양이다.


“휴···”


다른 파티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간도 늦었으니 어서 돌아가시죠. 전투 때문에 몸이 지쳤을 겁니다.”


“다음번에 꼭 은혜를 갚으러 올게요!”


멋대로 없는 은혜를 만든 엘프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파티원들과 함께 여관을 향해 달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0 110화 NEW 3시간 전 1 0 13쪽
109 109화 24.05.09 2 0 13쪽
108 108화 24.05.08 3 0 12쪽
107 107화 24.05.07 8 0 13쪽
106 106화 24.05.06 6 0 12쪽
105 105화 24.05.03 7 0 13쪽
104 104화 24.05.02 7 0 13쪽
103 103화 24.05.01 6 0 13쪽
102 102화 24.04.30 6 0 13쪽
101 101화 24.04.29 8 0 13쪽
100 100화 24.04.19 9 0 13쪽
99 99화 24.04.18 11 0 12쪽
98 98화 24.04.17 6 0 13쪽
97 97화 24.04.16 7 0 13쪽
96 96화 24.04.15 9 1 12쪽
95 95화 24.04.12 7 0 13쪽
94 94화 24.04.11 8 0 13쪽
93 93화 24.04.10 14 0 13쪽
» 92화 24.04.09 10 0 13쪽
91 91화 24.04.08 11 0 13쪽
90 90화 24.04.05 7 0 12쪽
89 89화 24.04.04 9 0 14쪽
88 88화 24.04.03 10 0 13쪽
87 87화 24.04.02 8 0 13쪽
86 86화 24.04.01 10 0 13쪽
85 85화 24.03.29 9 0 12쪽
84 84화 24.03.28 8 0 13쪽
83 83화 24.03.27 11 0 14쪽
82 82화 24.03.26 13 0 13쪽
81 81화 24.03.25 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