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멀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멀스
작품등록일 :
2023.12.03 21:09
최근연재일 :
2024.06.01 19:54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4,933
추천수 :
186
글자수 :
718,492

작성
24.05.13 21:10
조회
12
추천
0
글자
13쪽

111화

DUMMY

111. 창조.


“영혼에 각인된 그놈의 흔적이 끊임없이 네놈들을 괴롭히고 있구나.”


오베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방을 원하는가?”


“···”


“대답할 수 없겠지. 지금까진 과거를 핑계로 현재를 정당화하였지만, 네놈들의 진심은 추악할 뿐이니.”


공명 마법이 움직여 아바론의 소리를 돌려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놈들은 그저 강함에 취한 몬스터일뿐이다. 마왕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종족의 해방을 바라지하지 않고 마왕의 힘을 탐내고 있는 네놈들은 영원히 저주에서 해방될 수 없을 거야.”


할 말을 끝낸 오베르는 모두의 소리를 돌려주었다.


그리곤 오만한 웃음을 지으며 멈춰있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동족을 살해한 유일한 죄인, 데모스. 네놈은 아주 흥미롭더군. 마왕의 힘을 빌려 종족 전체에 건 제약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었던 건지 연구하고 싶구나.”


“좋다. 연구하게 해주지.”


“음?”


거절의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하였는지 오베르는 의아해하였다.


“단,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이지?”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다오.”


“오호라.”


“너의 마법과 나의 힘이 합쳐진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러니···”


“거절하지.”


“밤의 일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걱정 마라. 힘을 손에 넣는다면 곧바로 모든 밤의 일족을 없애주지.”


“멋대로 생각하지 마라. 지능이 부족하다 못해 바닥을 기는 짐승이여. 네놈의 쓰레기보다 못한 머리로 위대한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 자체가 죄다.”


“···”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데모스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진 이후 오베르의 곁으로 이동하여 주먹을 휘둘렀기에.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의 주먹은 오베르에게 닿지 않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지적한 것만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건가?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다니는게 분명하구나.”


“오만함이 끝을 모르는구나. 네놈 앞에선 천하의 마왕도 무릎을 꿇겠군.”


“마왕이 아닌 신이라 할지라도 나의 앞에선 고개를 들지 못할 테지.”


“언젠가 너는 오만의 무게에 짓눌려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금은 아니지.”


실력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었다.


아바론을 한순간에 제압했던 장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허접한 마법과 스킬들로 저항하였지만, 그것도 1분이 한계였다.


“공명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군.”


“오베르, 뭔가 이상해.”


“걱정마. 네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데모스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간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준비해 두었던 마법을 사용하였다.


일그러진 마나가 구의 형태로 변화하자 데모스의 몸이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졌다.


“연구할 필요가 있는 대상이니 죽일 수는 없지.”


무한히 확장한 시간 속에 데모스를 가둔 이후 그는 쓰러져있는 아바론을 향해 다가갔다.


“웃기는군. 방심때문이었다해도 이 몸에게 승리를 따낸 네놈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쓰러지다니.”


“데모스는 밤의 일족이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군. 그런 거였어. 그놈의 간섭이었군.”


혼자서 납득한 그는 곧바로 아바론을 기절시켰다.


“마음 같아선 죽이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되겠군.”


옛날이었다면 패배의 역사를 지우겠다며 아바론을 죽였을 테지만 그도 성장한 모양이다.


친우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본 이후 그를 향해 다가갔다.


“고생했어. 그리고 고마워.”


“공명 마법.”


“응?”


“다시 사용해 봐.”


“갑, 갑자기?”


“다른 이가 사용하는 공명 마법을 관찰할 유일한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공명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다른 세상에 가둬버리겠어.”


“오베르 씨?”


그의 눈이 무서웠다.


다른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일단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동안 고생할 것 같다.


“알았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무엇이지?”


“어떻게 사용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


“그렇군. 무한한 시간 속에서 고민하고 싶단 말이구나.”


자기 마음대로 해석을 끝낸 오베르가 시간 마법을 영창 하였기에 서둘러 그를 막았다.


“일단 해볼게!”


공명 마법을 사용한 순간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 ~ ~ ~ ~ ~



또다시 공명 마법을 성공하였다.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을 느낀 채 생각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마법이라니.


어쩌면 공명 마법은 간단한 마법이 아닐까?


“말도 안 돼.”


“보고 있지만 말고 도와줘!”


물론 제어가 불가능한 탓에 지금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콜라를 마시지 않았음에도 공명 마법을 사용한 것으로 모자라 복잡한 과정을 모두 건너뛰었다고? 저건 정말 공명 마법일까.”


간절한 외침에도 오베르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혼잣말을 내뱉었다.


“오베르!”


“닥쳐!”


화를 내고 싶은 건 나인데 어째서 그가 짜증을 낸단 말인가.


“비어있는 수식의 공간에 알 수 없는 힘이 개입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저 힘은 뭐지? 그래··· 그런 거였구나! 아주 흥미로워.”


결론을 낸 그는 만족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겨 공명 마법을 디스펠하였다.


“후우··· 조금 더 빨리 도와줄 수는 없어?”


“신동호.”


“넵.”


오베르가 이름을 부를 때면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기에 자세를 바로잡고 경청할 준비를 끝마쳤다.


“초월자가 무엇이라 생각하지?”


“초월자? 음··· 잘 모르겠는데.”


“그럴 만 하지. 나 역시 최근 알게 된 개념이니.”


어디서 꺼내었는지 모를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을 보니 학생 시절의 모범생이 생각났다.


‘얼굴이 잘생기니까 무슨 짓을 해도 한 폭의 그림 같네.’


세상 참 억울하다.


만약 내가 저런 안경을 썼다면 웃겨 보일 텐데···


“딴생각할 할 여유가 있냐?”


“그래서 초월자가 무엇입니까?”


“하··· 지능이 부족한 너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창조의 힘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창조?”


“처음부터 설명할 테니 머리에 있는 모든 정보를 지워. 괜히 이상한 정보를 남겨뒀다간 오해할 게 뻔하니까.”


“넵.”


오베르의 말대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여러 정보를 지워버리고 0의 상태에서 설명을 들었다.


“세상은 창조에 의해 태어났지.”



~ ~ ~ ~ ~ ~



무.


세상은 무에서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는 시간, 공간의 개념조차 없었기에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그런 세상에 작은 빛이 태어났다.


-···


작은 빛은 태어나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아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작은 빛을 중심으로 모든 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작은 빛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세상은 작은 빛의 힘을 빌려 자신을 만들어갔다.


시간과 공간을 만들었으며 생명이란 개념도 만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세상은 자아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자신을 도운 작은 빛을 위하여.


-나는 누구지?


자아가 생긴 작은 빛은 의문을 가졌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으니.


그런 그에게 세상이 다가가 많은 걸 알려주었다.


시간, 공간, 생명.


새로운 개념을 접한 작은 빛은 기뻐하며 계속해서 개념을 만들어갔다.


행성, 땅, 바람, 불, 물.


자신 이외의 생명이 살아가길 원하는 바람으로 세상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만들었고, 자신을 도와줄 이들도 만들었다.


그들을 신이라 불렀으며, 신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세상은 계속해서 발전하였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세계는 계속해서 늘어갔고, 개념은 정착하여 세상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작은 빛은 처음 자아가 생겼을 때와 같은 의문을 느꼈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 이외의 개념은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무엇인지, 누구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세상을 찾아가 질문하였다.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침묵이었다.


-어째서 입을 닫는가. 세상이여. 어째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단 말인가.


분노와 슬픔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계속된 침묵에 작은 빛은 깨달았다.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세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단 것을.


-나는 세상인가? 아니. 아니다. 나는 세상이 아니야.


그는 세상이었다.


자신을 이끈 세상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은 틀림없었지만, 그는 부정하였다.


-나는 무 속에서 태어난 존재. 그리고 세상과 세계를 만들어낸 존재. 창조다.


그리곤 자신을 창조라 칭하며 감정을 버렸다.


자신이 창조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 ~ ~ ~ ~ ~



“이것이 세상의 시작이다.”


“질문 있습니다!”


“뭐지?”


“갑자기 역사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지.”


질문을 허락했음에도 오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 ~ ~ ~ ~ ~



영겁의 시간이 지나자, 창조는 깨달았다.


시간의 힘을 이기지 못한단 걸.


-내가 창조한 개념에 먹히다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창조의 힘은 약해지고 있었다.


세상을 유지하고,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키며 신을 관리하다 보니 매번 무리한 탓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세상은 또다시 무를 향해 다가가겠지.


자신의 소멸은 두렵지 않았다.


무에서 태어난 존재인 만큼 무로 돌아가는데 당연했으니.


하지만 세상은 아니다.


자기 손에 의해 강제로 태어난 이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세상만큼은 무로 돌아가선 안 된다.


자신이 소멸한다 해도 한동안은 괜찮을지 몰라도 영원은 지속될 수 없다.


-창조를 계승할 때가 되었구나.


그는 힘을 쥐어 짜내 시스템이란 개념을 창조하였고, 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여. 잘 듣거라.


-나는 오랜 시간 세상을 유지한 탓에 많이 약해졌다. 이젠 조금 쉬고 싶구나.


-두 번째 창조를 찾아야 한다.


-시스템을 이용해 가능성이 존재하는 생명을 후보자로 선정하거라.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거나 위업을 이룬 이들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하여 지켜보겠다.


창조는 곧이어 일부 세계에 마나를 창조하여 생명에게 힘을 부여했고, 시련을 위해 몬스터란 존재를 창조하였다.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창조의 힘을 극소량 사용하여 스킬이란 개념을 창조하였다.


스킬은 후보자에 걸맞은 이들에게만 주어졌으며, 간혹 신들이 멋대로 후보자가 아닌 이들에게까지 스킬을 부여했지만, 창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창조는 언제나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서 튀어나오는 법이었기에.


-창조의 힘을 계승한 아이여. 어서 나의 곁으로 오거라.



~ ~ ~ ~ ~ ~



“네가 첫 번째 삶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유도 후보자로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정신 차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베르의 말을 듣곤 커피를 꺼내서 마셨다.


‘끝까지 들어야 해.’


“현재의 세상은 창조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돌아가고 있지. 개인의 삶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만약 창조의 후계자를 찾지 못한다면 모든 게 무로 돌아갈 테니.”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한 거야?”


“그래. 후보자는 끝없이 나타나고 있지만 최종 후보자에 도달한 존재는 다섯도 되지 않아.”


“큰일이네··· 어서 후계자가 나타나면 좋겠네.”


“초월자이면서 남일처럼 말하는구나.”


그의 말을 듣자마자 불길함이 느껴졌다.


“초월자가 도대체 뭔데?”


“창조에서 벗어난 힘을 지는 이들을 칭하는 말이다. 스킬, 마법, 그것도 아니라면 개인의 능력을 발전시켜 창조에서 독립한 이들이지.”


설명을 들으니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그때 들렸던 목소리가···’


엔디와 전투를 벌이던 도중 들려왔던 목소리가 창조였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편의점 스킬 역시 처음에는 창조의 힘이었겠지.”


오베르의 말대로 생각해 보니 편의점 스킬은 한없이 창조에 가까운 힘이었다.


다른 스킬처럼 무언가를 조종하거나 강한 파괴력을 지닌 힘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창조라고 부를만하다.


“잠시만. 처음이란 건 지금은 아니란 말이야?”


“그래. 지금은 스킬이라고 부를 수 없는 너의 힘이지.”


“하지만 딱히 특별한 것 같지는 않은데?”


“하··· 공명 마법을 사용할 때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건가?”


“못 느꼈는데.”


“···그냥 평생 모르는 채로 살아라.”


포기한 그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편의점은 오늘도 평화롭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24.05.12 6 0 -
122 122화 24.06.01 3 0 12쪽
121 121화 24.05.31 6 0 13쪽
120 120화 24.05.28 7 1 12쪽
119 119화 24.05.27 6 1 12쪽
118 118화 24.05.25 6 0 13쪽
117 117화 24.05.24 5 0 13쪽
116 116화 24.05.21 7 0 13쪽
115 115화 24.05.20 6 0 13쪽
114 114화 24.05.18 6 0 13쪽
113 113화 24.05.17 6 0 13쪽
112 112화 24.05.14 7 0 13쪽
» 111화 24.05.13 13 0 13쪽
110 110화 24.05.10 7 0 13쪽
109 109화 24.05.09 9 0 13쪽
108 108화 24.05.08 10 0 12쪽
107 107화 24.05.07 15 0 13쪽
106 106화 24.05.06 10 0 12쪽
105 105화 24.05.03 11 0 13쪽
104 104화 24.05.02 12 0 13쪽
103 103화 24.05.01 11 0 13쪽
102 102화 24.04.30 10 0 13쪽
101 101화 24.04.29 12 0 13쪽
100 100화 24.04.19 15 0 13쪽
99 99화 24.04.18 17 0 12쪽
98 98화 24.04.17 10 0 13쪽
97 97화 24.04.16 11 0 13쪽
96 96화 24.04.15 13 1 12쪽
95 95화 24.04.12 14 0 13쪽
94 94화 24.04.11 1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