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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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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6.30 09:19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4,123
추천수 :
297
글자수 :
50,089

작성
24.07.03 08:20
조회
1,337
추천
31
글자
12쪽

7화

DUMMY

독안개 슬라임과 싸우겠다고 결심한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하고 끓어오르는 붉은 스파크.

그것은 금세 염화와도 같은 불길로 자라났다.


파아아아아아앙!


나는 파동을 일으키며 뻗어나갔다.

나조차도 제어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속도.

그러한 속도로 로켓처럼 돌진한 나는 순식간에 독안개 슬라임의 사정거리로 진입했다.


[당신은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10미터 안으로 들어서자 떠오르는 메시지.

하지만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만독불침(EX)’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독에 저항합니다.]


내가 가진 EX급 스킬 ‘만독불침’.

그것은 독이 침투하기도 전에 해독시켜버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빠르게 진격했다.

5미터.

3미터.

1미터.

그렇게 독안개 슬라임 앞에 도달한 나는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콰과아아아아아아아앙!


독안개 슬라임의 몸에서 터지는 폭발.

그 말도 안 되는 폭발이 주변의 습지를 휘감았다.


콰과과과과과과!


사방으로 터지는 화염과 풍압, 그리고 지축을 울리는 지진까지.

자연재해와도 같은 충격에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슈우우우우······.


내 머리카락을 세차게 흔든 바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코끝으로 스치는 매캐한 연기.

나는 그것을 맡으며 전방을 확인했고, 곧장 발견할 수 있었다.


“끝났군.”


보랏빛 홍수가 습지로 천천히 스며드는 모습을.

그렇다.

승합차만 한 독안개 슬라임조차 내 주먹을 견디지 못하고 즉사한 것이었다.


“이놈도 굳이 핵을 파괴할 필요가 없었어.”


일반적인 슬라임처럼 독안개 슬라임도 내부에 있는 핵을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런 귀찮은 과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주먹 한 방에 독안개 슬라임의 전신이 터졌고, 그 과정에서 핵까지 파괴되었으니까.


[축하합니다! 탑의 ‘2층’을 공략했습니다!]

[탑의 ‘3층’ 입장 권한을 얻었습니다!]


독안개 슬라임을 파괴하자,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1층보다 훨씬 더 수월한 느낌에 나는 흐뭇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촤르륵 떠올랐다.


[탑 공략 경험치와 보상금은 클리어 랭크를 정산하여 결정됩니다.]

[당신의 클리어 랭크는······.]


“과연.”


나는 클리어 랭크 결과에 대해 기대했다.

1층에선 EX랭크를 기록했다.

그럼 이번엔 어떤 랭크가 뜰까.

나는 건틀릿에서 보랏빛 액체를 뚝뚝 흘리며 기다렸다.

그때, 내 앞에 클리어 랭크 결과가 떠올랐다.


[EX랭크입니다!]


“그렇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1층에 이어서 2층까지 EX랭크를 달성하자 나는 큰 기쁨을 느꼈다.

EX랭크 달성으로 인해 보상은 물론, 내 명성까지 더더욱 드높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와르르르르!


이윽고 허공에서 아이템과 마정석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1층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양.

한 층 더 높은 곳을 공략했기에 보상도 더 많은 모양이었다.


“저번에 3억을 정산받았으니 이번엔 더 큰돈을 번 건가?”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템과 마정석 더미를 바라보았다.

3억 원어치보다 더 많은 보상이니 4억은 벌었을까?

아니면 5억?

나는 예전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거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의 탑 공략 역시 ‘대박’이었다.


* * *


헌터 협회 인사과장 ‘고병태’.

그는 한 빌라 앞에 서 있었다.

헌터 협회의 요직 중 하나인 인사과장이 허름한 빌라 앞에 서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협회 소속 헌터인 ‘가디언’에 영입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흐음, 안지혁 헌터는 언제쯤 오려나······.”


인사과장 고병태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살폈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안지혁은 오늘 탑을 공략하러 갔다.

그럼 이 시간 정도면 귀가할 터.

안지혁을 기다리는 고병태는 목을 쭉 빼고 좌우를 살폈다.


“그나저나 안지혁 헌터가 좋아해야 할 텐데······.”


고병태의 손에는 고급스러운 쇼핑백이 잔뜩 들려 있었다.

최고급 한우 세트.

최고급 굴비 세트.

최고급 과일 세트.

최신형 노트북과 우아한 장식품.

그리고 탑 공략에 필요한 포션 세트까지.

고병태는 선물 세트를 그야말로 바리바리 싸 왔다.

안지혁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그때였다.


띠리리링!


고병태의 핸드폰이 거칠게 울렸다.

발신인은 인사과 직원.

안지혁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한 직원이었다.


“어, 왜.”

- 과장님, 대박입니다! 이번에도 EX랭크예요!

“저, 정말?”


고병태는 눈을 크게 뜰 정도로 놀랐다.


- 맞습니다! 방금 떴습니다! 과장님도 확인해 보십시오!

“오케이. 알았어. 나도 확인해 볼게. 고생했다, 인마.”

- 예, 과장님! 안지혁 헌터 집 앞이신 거죠?

“어.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집에 없는 거 보니까 나가서 탑에 들어갔나 보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과장님!

“그래. 나만 믿어라.”


고병태는 자신 있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고병태는 곧장 시스템 채팅창을 확인했다.


“허, 이번에도 EX랭크라니.”


고병태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안지혁 헌터가 2층 또한 EX랭크로 클리어했다는 메시지를.


“반드시 영입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손 가득 선물을 든 고병태.

그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안지혁 헌터를 반드시 가디언의 멤버로 영입하겠다고.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저만치 골목길에서 한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다부진 체격과 잘생긴 얼굴.

그를 본 고병태는 곧장 확신할 수 있었다.


‘안지혁 헌터다!’


저 남자가 안지혁 헌터라는 사실을.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헌터 자격시험에 제출한 서류의 프로필 사진과 얼굴이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지혁이 빌라 앞으로 다가오자, 고병태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안지혁 헌터님!”


고병태가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말했다.

반면에 안지혁은 조금 놀라며 말했다.


“누구십니까?”


낯선 사람의 인사에 놀란 안지혁.

그는 별안간 인사해온 사람의 행색을 살폈다.


‘잡상인인가?’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든 사람.

아무래도 옥장판 등의 물건을 판매하러 온 사람인 듯했다.

안지혁이 말했다.


“아, 죄송하지만 안 삽니다. 곧 이사 갈 예정이라서요.”

“예?”

“물건 팔러 오신 거잖습니까. 안 산다고요.”


안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신의 낡은 빌라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상황 파악을 마친 고병태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제가 잡상인처럼 보인 모양이군요. 헌터님, 저는 잡상인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고병태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미간을 좁힌 채 명함을 본 안지혁.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헌터 협회 인사과장?’


크게 놀란 안지혁은 눈을 껌뻑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헌터 협회 인사과장은 상당한 권력자이기 때문이었다.


* * *


헌터 협회 인사과장.

그건 상당히 고위직이었다.

워낙 높은 직급인지라 TV 뉴스에 나와서 종종 브리핑을 할 정도로.

물론 과거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TV에서 종종 봤던 인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집 앞에 찾아오다니.

그것도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초보 헌터인 나로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인사과장 고병태의 정체를 깨달은 나는, 그를 집으로 들였다.


“귀한 분을 누추한 곳에 들여서 죄송합니다.”

“어휴, 아닙니다. 아담하니 귀여운 집인데요 뭐. 하하하.”


인사과장 고병태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혼자 사시는 건가요?”

“아뇨, 둘이 살다가 얼마 전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셨다는 건······.”

“이혼했습니다.”

“······아.”


고병태가 입을 반쯤 벌린 채 멈추었다.

아무래도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고병태가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얘기를 했군요.”

“아닙니다. 이제 지난 일인데요 뭐.”


실제로 나는 이혼에 대한 아픔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지난 일이기도 하고, 또 헌터 활동 때문인지 슬픔이 꽤나 옅어졌다.


“일단 앉으시죠. 갑자기 오시는 바람에 드릴 게 없네요.”


나는 고병태를 식탁으로 안내한 뒤, 콜라 한 잔을 따라서 내밀었다.


“어휴, 아닙니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감사합니다, 안지혁 헌터님. 잘 마시겠습니다.”


고병태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꽤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었다.

나 역시 내 몫의 콜라를 한 모금 마신 후, 고병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인사과장님처럼 높은 분께서.”

“아, 일단 이것부터 받아주시죠!”


고병태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들고 왔던 쇼핑백들을 내밀었다.


“이게 뭐죠?”

“하하하, 약소한 선물입니다. 대뜸 찾아왔는데 빈손으로 올 수 있어야죠. 소고기랑 굴비랑 포션이랑 해서 이것저것 담아봤습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어휴, 그냥 오셔도 되는데 뭐 이런 걸.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백화점 마크가 찍힌 쇼핑백들을 옆에 잘 놓았다.

이윽고 고병태가 입을 열었다.


“음, 헌터님께서도 바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헌터 협회는 안지혁 헌터님을 영입하고 싶습니다.”

“절 영입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렇습니다. 협회 소속 헌터인 가디언의 일원으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가디언은 헌터직 공무원이다.

그런 곳에서 날 영입하고 싶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류센터에서 막일을 하던 내게 있어서 이건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군요. 놀랍네요. 그나저나 제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시스템 채팅창을 보고 푹 빠졌습니다. 2연속 EX랭크라니. 전 세계 최초로 달성하신 랭크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역시 그것 때문이군요. 사실 저도 EX랭크를 받고 좀 놀랐습니다.”

“하하, 그러실 수밖에 없겠죠. C랭크만 받아도 대단한 건데 EX랭크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EX랭크란 게 대체 뭡니까?”


나는 그동안 너무나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다.


“사실 저희 헌터 협회로서도 의문이긴 합니다. 하지만 헌터계에서는 S랭크보다 더 높은 랭크라고 생각 중입니다.”

“S랭크보다 더 높다고요?”

“그렇습니다. EX의 의미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헌터계에선 EXTRA라고 생각 중입니다. 즉, 규격 외의 등급이라는 거죠.”

“규격 외······.”


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TRA 등급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EX등급의 의미가 이해가 되었다.


‘그럼 EX급 스킬도 규격 외일 정도로 엄청난 스킬이라는 건가?’


나는 내가 가진 18개의 EX급 스킬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눈앞의 고병태가 내가 가진 스킬들에 대해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기절초풍할지도 모를 것이다.


“예. 아무튼 저희 헌터 협회는 EX랭크를 달성하신 안지혁 헌터님을 반드시 가디언의 멤버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다만 헌터인 만큼 조건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하하, 그렇죠. 조건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음, 저희 헌터 협회가 안지혁 헌터님께 제시할 연봉은······.”


고병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돈’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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