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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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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6.30 09:19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988
추천수 :
297
글자수 :
50,089

작성
24.06.30 10:20
조회
1,843
추천
35
글자
11쪽

2화

DUMMY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메시지.

그것을 보며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기에.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안지혁’은 지금부터 탑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 사용이 가능합니다.]

[레벨 포인트가 대폭 상승합니다.]

[스텟 포인트가 대폭 상승합니다.]

[보너스 스킬들을 대량으로 습득합니다.]


아래로도 줄줄이 나타나는 홀로그램 메시지들.

이것은 내가 각성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내가 각성을 했다고?”


지금은 헌터들의 전성시대다.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헌터들이 탑을 오르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다.

그렇기에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 또한 헌터다.

하지만 각성의 축복은 극소수의 인간에게만 내려온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류는 헌터들을 부러워하면서 산다.

그런데 내가 각성을 하다니.

그 강하다는 헌터로 각성하다니.

나는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정말 헌터로 각성한 건가?”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들은 헌터가 됐다는 증거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증거가 필요했다.

헌터가 됐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 말이다.


“사,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불러왔다.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헌터가 됐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 거라곤······.


“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태창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 ‘안지혁’의 상태창]

[직업 : 격투가]

[레벨 : 999]

- 근력 : 99999

- 민첩 : 99999

- 체력 : 99999

- 마력 : 99999

- 행운 : 99999

[보유 장비]

[보유 스킬]

- 강권(EX), 철벽(EX), 신속(EX), 초재생(EX), 만독불침(EX), 패왕(EX), 급성장(EX), 관통(EX), 괴력(EX), 인내(EX), 명사수(EX), 격노(EX), 초월(EX), 치명타(EX), 위압(EX), 대격변(EX), 기사회생(EX), 집중(EX)


“아니, 이게 왜 이래······?”


눈앞을 가득 채운 상태창.

그것을 보며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빼곡하게 들어찬 상태창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레벨이 999라고?”


내가 헌터계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헌터들이 1레벨부터 시작한다는 것 정돈 안다.

하지만 내 상태창은 달랐다.

레벨이 무려 999이기 때문이었다.


“스텟은 왜 이래? 스킬들은 왜 이렇게 많고?”


놀랄 것은 레벨뿐만이 아니었다.

999레벨에 이어 모든 스텟이 99999였다.

무려 10만에 달하는 스텟들.

심지어 스킬까지 빽빽하게 차 있었다.

그것도 18개나.


“EX급이라고? 이건 뭐지? 내가 알기로 가장 좋은 스킬은 S급이라고 했는데?”


현재 한국 랭킹 1위 헌터는 ‘천태성’이다.

그리고 TV 인터뷰에서 천태성은 S급 스킬을 3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스킬은 S급일 터.

하지만 왜 내 스킬들은 전부 다 EX등급인 걸까.

레벨과 스텟으로 봤을 때, 나쁜 등급인 것 같지도 않은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멍하니 서서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아내와 이혼하자마자 헌터로 각성하다니.

그것도 이렇게 신비로운 능력들을 잔뜩 얻다니.

오늘은 정말 기묘하고도 이상한 날이었다.


* * *


이혼과 동시에 각성한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낡은 빌라 여기저기에 가득한 소주병.

원래라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을 것이다.

아내의 불륜을 발견한 순간부터 내내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헌터로 각성한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켜서 한 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의 이름은 ‘헌터넷’.

현역 헌터들이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제목 : 혹시 스킬에 EX등급이란 것도 있나요?]

[내용 : 각성했더니 EX급 스킬들이 있었습니다. 혹시 헌터계에 이런 등급도 존재하나요?]


나는 내가 궁금했던 내용을 올렸다.

다소 생소한 제목이라 그런 걸까.

질문 글에는 금세 댓글들이 달렸다.


└ 진짜 이건 또 뭔 ㅋㅋㅋㅋ

└ 어그로임? 이건 너무 하급 어그로인데;;;

└ 이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어그로는 왜 끄는 거임?

└ EX급이 뭐냐 ㅋㅋ 차라리 SSS급이라고 하지.

└ E급을 잘못 본 거 아님?


하지만 댓글들은 대부분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어그로 끌지 마라, EX급이 아니라 E급 아니냐, 안경을 맞춰라, 정신병원에 가보라 등.

온갖 말로 내 질문 글을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롱들은 나를 전혀 화나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쁘게 할 뿐.


“EX급이 없다고? 그럼 정말 오직 나 혼자만 갖고 있는 스킬들이란 말이야?”


조금 전의 질문 글과 인터넷 검색으로 인해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EX급 스킬을 가진 건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것을.

전 세계를 뒤져도 EX급 스킬의 보유자는 오직 나뿐이라는 것을.


“이 상태창은 거짓이 아니야. 그로 인한 이 힘도 진짜고.”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손에 붉은 스파크가 파지직 일었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운.

이것은 절대로 착각이 아니었다.


“난 각성한 거야. 확실해.”


이혼과 동시에 나는 각성했다.

무려 999레벨의 헌터로.


* * *


며칠 후.

낡은 빌라에서 나온 나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대학 병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인 이곳에서 나는 한 병실에 들어섰다.


“엄마, 나 왔어~!”


고요한 1인실.

그곳에는 환갑이 넘은 엄마가 누워있었다.

며칠 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야윈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엄마, 아들 왔는데 인사도 안 해주는 거야?”


나름 애교를 섞은 말에도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산소호흡기를 낀 채로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니까.


“사흘 만에 왔다고 삐졌어? 미안해, 엄마. 그래도 앞으론 자주 올게.”


나는 이혼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식물인간 상태라 내 말을 인지조차 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말하지 않았다.

혹시 모르잖은가.

천장을 멍하니 보면서도 내 말을 듣고 있을지.

그렇기에 나는 이혼이란 나쁜 소식 대신 좋은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엄마, 나 각성했어. 격투가로 각성했다는데, 레벨이 999래. 신기하지?”


나는 대답이 없는 엄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며칠 고민해봤는데, 나 헌터 한번 해보려고. 엄마가 들었다면 위험하다고 말리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

“헌터로 탑의 정상에 오르면 소원을 빌 수 있다고 하거든?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해서 소원으로 엄마 낫게 해줄게.”


나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엄마. 내가 금방 예전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알았지?”


나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결심했다.

헌터로서 탑에 오르겠다고.

탑의 정상에 올라서 엄마를 낫게 만들어주겠다고.


* * *


엄마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한 나는 병원에서 나왔다.

그리고 택시를 잡은 나는 어딘가로 이동했다.

20분쯤 달렸을까.

택시에서 내린 나는 거대한 건물들 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헌터 협회인가.”


휘황찬란한 빌딩 10여 개가 모인 이곳은 바로 ‘헌터 협회’였다.

헌터 협회장이 머무는 건물부터 시작해 온갖 부서들이 있는 곳.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헌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함이었다.

탑에 본격적으로 등반하기 위해선 헌터 자격증이 필요하니까.


“시작해보자.”


결심을 마친 나는 헌터 협회 건물 중 하나로 들어섰다.

돔 형태의 건물.

이곳은 헌터 자격시험을 치르는 곳이었다.

그 시험을 통과한다면 ‘헌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고.


웅성웅성.


서류를 접수하고 앉아있는데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이들 모두가 각성자일 터.

이 수많은 사람이 탑을 등반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전국에 있는 온갖 길드들에도 헌터가 가득하다는 것 또한 정말 신비로웠고.


‘아직 아무도 정상엔 오르지 못했지.’


하지만 그 많은 헌터 중에서도 아직 탑의 정상에 오른 이는 없었다.

심지어 대한민국 랭킹 1위라는 천태성 헌터조차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아직 88층에 그쳤을 뿐.


‘난 해낼 거야.’


그럼에도 난 결심했다.

이혼과 동시에 얻은 힘.

슬픔과 고통을 대가로 얻은 힘.

이 괴물 같은 힘으로 반드시 탑의 정상을 보고야 말겠다고.

반드시 탑의 꼭대기에 올라서 소원을 빌고, 엄마를 낫게 해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어쩌면 전처와 뒹군 놈에 대한 복수도······.


- 169번 지원자 안지혁 씨, 검사실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169번 지원자 안지혁 씨, 검사실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때, 방송으로 내 번호와 이름이 불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검사실로 들어섰다.

마침내 헌터 자격시험을 치르는 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169번 지원자 안지혁 씨 맞으시죠?”


널따란 검사실로 들어서자, 여성 검사관이 내게 말했다.

동그란 안경과 새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 검사관이었다.


“맞습니다.”

“네. 신분증 제시 부탁드립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신분증을 내밀었고, 검사관은 신분증과 서류를 번갈아 확인했다.


“본인 확인되셨고요, 그럼 바로 헌터 자격시험 절차 설명해 드릴게요.”


여성 검사관은 헌터 자격시험의 절차를 설명했다.

헌터 자격시험의 절차는 간단했다.

그 어떤 힘을 가해도 절대 깨지지 않는 ‘마정석’.

그것에 마력을 흘려보내서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력, 그것은 오직 각성자만이 내뿜을 수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헌터 자격시험을 시작해도 될까요?”

“네.”

“좋아요. 그럼 마정석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내뿜어 주세요.”


나는 여성 검사관의 말에 따라 마정석에 손을 올렸다.

흑수정처럼 검은 마정석.

그 신비로운 광석에 손을 올린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직!


그 순간, 붉은 스파크가 파바박 튀더니 곧장 화염과도 같은 마력이 뿜어졌다.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마력.

그것이 마정석에 닿은 순간.


슈와아아아!


시커먼 마정석이 잠시 새하얗게 변했다가 점멸했다.

마력 반응이 일어난 것이었다.


“······!”


그런데 검사관의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 잔뜩 놀란 듯한 얼굴.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네?”

“조금 놀라신 것 같아서요.”

“아, 그, 그게. 아니에요. 마, 마력 반응 확인되셨고요. 헌터 자격시험도 통과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네에. 접수처에서 헌터 자격증 수령하시면 됩니다. 안전한 헌터 활동 되세요!”


여성 검사관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너무나도 가뿐하게 헌터 자격증을 취득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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