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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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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6.30 09:19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952
추천수 :
294
글자수 :
50,089

작성
24.07.02 08:20
조회
1,485
추천
23
글자
10쪽

5화

DUMMY

나는 평생을 없이 살았다.

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가난했고, 이후로 요식업이 계속해서 망하는 바람에 궁핍했다.

물류센터에서 잔업을 빼놓지 않고 했지만, 그래도 궁핍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3억이라······.’


그런데 하루 만에 3억을 벌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3억도 아니다.

탑 1층 등반에는 고작 3시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럼 1시간에 1억이라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시급에 헛웃음이 나왔다.

시급이 1억이라니.

물류센터에서 1시간을 개고생해서 만 원 한 장을 벌었던 걸 생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로만 들었던 헌터의 고수익을 직접 겪으니 너무나 놀라웠던 것이다.


‘김지은, 네가 이걸 봤다면 눈이 뒤집혔겠지. 어쩌면 이혼 따위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고.’


그래서일까.

나는 불륜을 저지른 전처 생각이 났다.

매일같이 돈 돈 거리던 전처.

이혼하던 순간까지 돈 때문에 힘들었다며, 이혼 사유가 내게도 있다고 말하던 전처.

그런 전처가 이 돈을 봤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니 헛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순식간에 거액을 벌어들였으니까.


“저, 손님······.”


그때, 상점 주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네.”

“혹시 다음에도 아이템과 마정석을 모아오신다면 저희 상점을 이용해주십시오. 그럼 수수료를 10% 빼 드리겠습니다.”

“그럼 8:2로 해주신다는 겁니까?”

“하하, 네. 이렇게 대량으로 가져다주신다면 저희 상점에도 큰 이익이 되니까요.”

“음, 일단 알겠습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상점을 빠져나왔다.

상점 주인은 가게 앞까지 마중을 나오며, 꼭 다시 방문해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정말 좋은 고객인 모양이었다.


‘난 강해졌다. 그리고 돈도 엄청나게 벌 수 있어.’


집으로 향하며 나는 내가 얻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난 엄청나게 강한 힘을 얻었다.

그리고 난 이것으로 탑도 쭉쭉 오르고, 돈도 왕창 벌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전처와 뒹군 개새끼에게 복수까지 할 생각이었고.


‘100층까지 올라서 엄마를 낫게 해줄 거야.’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엄마의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었다.

탑의 꼭대기인 100층.

거기에 오르면 무엇이든 이뤄지는 소원을 빌 수 있을 테니까.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오를 테니까.’


나는 굳게 다짐하며 집으로 향했다.


* * *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세워진 탑.

그것은 게임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점.

아이템을 드랍한다는 점.

레벨 업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시스템 채팅창’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탑의 공지사항이나 헌터들의 업적 등이 표시되는 채팅창 말이다.


“하암~!”


헌터 협회 인사과.

그곳의 직원 하나가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했다.

인사과 직원의 업무는 여러 가지.

그중에 하나는 ‘시스템 채팅창’을 보는 것이었다.

그 채팅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재능이 있는 헌터를 헌터 협회로 영입하기 위함이었다.

헌터직 공무원 ‘가디언’으로 말이다.


“어휴, 지겨워. 인물이 없네, 인물이 없어.”


각성자인 인사과 직원.

오직 각성자만이 보이는 시스템 채팅창에는 헌터들의 업적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탑의 몇 층을 공략했다, 무슨 랭크를 얻었다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직원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을 쩍쩍 할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업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저층을 공략했다거나 하급 랭크를 달성했다는 내용뿐이었고.


“어디 괜찮은 사람 좀 없나. 슬슬 괜찮은 헌터 좀 데려와야 하는데.”


실적을 올려야 했던 인사과 직원.

그는 시스템 채팅창을 응시하며 잠재력이 보이는 헌터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재능 있는 헌터를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였다.


“어?”


반쯤 감겨있던 직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직원.

그가 이토록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EX랭크라고······?”


시스템 채팅창에서 EX랭크로 공략했다는 메시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EX랭크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으니까.

EX가 아니라 S도 아주 드물게 등장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EX랭크라니.

생전 처음 보는 클리어 랭크에 직원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과, 과장님!”


직원은 벌떡 일어나더니 인사과장의 자리로 달려갔다.

그러자 인사과장이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왜, 인마.”

“크, 큰일 났습니다!”

“이 자식 또 호들갑이네. 이번엔 또 뭔데.”

“EX랭크입니다! EX랭크가 나타났습니다!”

“······뭐?”


인사과장이 눈을 번쩍 떴다.


“EX랭크요! 지금 한 헌터가 1층을 공략했는데, EX랭크가 떴습니다!”

“그, 그거 정말이야?”

“맞습니다! 제가 방금 봤습니다!”

“누, 누군데?”

“안지혁입니다! 안지혁이란 헌터입니다!”


직원의 말에 인사과장은 시스템 채팅창을 살폈다.

인사과장 역시 각성자이기에 시스템 채팅창을 보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시스템 채팅창을 올리던 인사과장.

그의 시선이 한 메시지에 멈추었다.


[플레이어 ‘안지혁’이 탑의 1층을 EX랭크로 공략했습니다!]


인사과장은 발견하고 말았다.

안지혁이라는 헌터.

그자가 EX랭크로 탑을 공략했다는 메시지를.


“지, 진짜네?”


시스템 메시지를 본 인사과장이 입을 쩌억 벌렸다.

처음엔 직원이 잠꼬대라도 한 줄 알았지만, 실제로 EX랭크가 등장해 있었다.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장님, 이거 S랭크보다 높은 거 맞죠?”

“그, 그런 것 같아······.”


EX랭크가 무엇인진 모른다.

살면서 처음 봤으니까.

클리어 랭크는 물론, 스킬에서도 EX라는 등급은 처음 보았으니까.


‘이건 분명 S랭크보다 높은 등급이다.’


그럼에도 바로 느낌이 왔다.

EX랭크.

이것은 S랭크를 뛰어넘은 등급이라는 것을.


“과장님, 이거 어떡하죠?”

“일단 찾자. 일단 찾고 봐야 해.”

“그쵸? 그럼 헌터 자격시험 서류부터 뒤져볼까요?”

“그래, 그것부터 뒤져봐. 찾으면 바로 보고하고.”

“네!”


직원은 씩씩하게 대답하더니, 헌터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건물로 달려갔다.

그런 직원의 뒷모습을 보며 인사과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EX랭크라······.’


아무리 1층이라고 해도 EX랭크라니.

세상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심지어 3대 길드장도 달성한 적 없는 EX랭크를 달성하다니.


‘이건 역대급이야······!’


그야말로 역대급 천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 * *


헌터 ‘안지혁’.

그는 최초로 EX랭크를 달성했다.

3대 길드장도 달성하지 못한 EX랭크를.

그 사실에 헌터 협회 인사과는 물론, 일반 헌터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헌터계에서 소식이 가장 빠르다는 헌터 커뮤니티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제목 : 님들 EX랭크 이거 뭐임?]

[내용 : 안지혁이란 헌터가 EX랭크로 클리어했다는데. 이거 리얼임?]


└ 너도 봄? 대박이더라, 그거.

└ 나도 보고 기절초풍했음.

└ 나도 그거 보고 잠이 깼음. 아무리 1층이라도 EX랭크라니.

└ EX랭크가 뭐임?

└ 나도 모름. 근데 S랭크보다 더 좋은 것 같음.

└ ㄹㅇ? S랭크보다 좋다고?

└ ㅇㅇ 우리 길드에서 말하는 거 보니까 EXTRA에서 따온 것 같다더라.

└ EXTRA? 규격 외, 뭐 이런 뜻인가?

└ 허, 대박이다. EX랭크라니. 그 사람 대체 뭐임? 뭔데 3대장도 못 한 걸 한 거임?

└ 그러니까. 3대 길드장이 지금 1층 가도 EX랭크는 못 할 듯.

└ ㅇㅈ S랭크도 힘들어. 진짜 무결점으로 완벽하게 공략해야 S랭크 나오는 건데.

└ 우리 길드에서 안지혁 찾고 있음. 영입하려고 ㅎㅎ

└ ㅋㅋㅋ 우리 길드도. 지금 돈 싸 들고 안지혁 찾는 중.

└ 3대 길드도 가만히 안 있겠네.

└ 하, 그나저나 안지혁이 누굴까? 진짜 궁금하다. 뭘 어떻게 했길래 EX랭크 땄는지도 궁금하고.

└ 난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더 궁금함.

└ ㅇㅈ ㅋㅋㅋ 진짜 이러다 탑 정상까지 오르는 거 아님?

└ 와, 그러면 국뽕 장난 아닐 듯. 전 세계 최초로 탑 정상에 오른 사람이 한국인이라니.

└ (태극기)(태극기)(태극기)

└ 진지하게 미래가 기대되네. 대체 어디까지 갈지.

└ ㅇㅇ 누군지 몰라도 엄청 기대됨. 앞으로 시스템 채팅창 주시해야겠음.

└ 안지혁 힘내라!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상까지 쭉쭉 가라!


혜성처럼 등장한 헌터 ‘안지혁’.

그를 생각하며 헌터들은 기대했다.

전 세계 최초로 탑의 정상에 오르는 헌터가, 한국인일지도 모른다고.


* * *


날씨가 화창한 날.

나는 오늘도 훈련장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탑의 2층으로 향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탑은 일주일에 한 번만 입장할 수 있으므로.

그렇기에 나는 탑을 등반하지 않는 날에는 훈련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중급 훈련장인가.”


결제를 마친 나는 한 훈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널따란 공간만큼이나 널찍한 연무장.

이곳은 중급 훈련장이었다.

저번에 초급 훈련장에 갔지만, 너무나 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좀 상대가 됐으면 좋겠는데.”


나는 건틀릿을 천천히 착용했다.

중급 훈련장엔 당연히 더욱 강한 봇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이곳의 봇이 제발 내 주먹을 견뎌주길 바랐다.


“슬슬 시작해볼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연무장 뒤쪽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쿠구구구, 소리와 함께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기계음을 거칠게 내며 걸어 나오는 중급용 ‘봇’.

놈을 보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 어디 한번 붙어보자.”


초급 훈련장의 봇보다 훨씬 더 크고 단단한 봇.

놈을 바라보며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지직!


전신을 타고 흐르는 붉은 스파크.

그것은 금세 지옥 불로 자라나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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