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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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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6.30 09:19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4,010
추천수 :
297
글자수 :
50,089

작성
24.06.30 10:20
조회
1,765
추천
31
글자
11쪽

3화

DUMMY

고요해진 검사실.

그곳에서 여성 검사관 ‘한미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휴, 됐다.”


169번 지원자 안지혁의 정보를 접수처에 전달한 그녀는 그제야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다음 지원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5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한미래는 잠깐의 휴식을 갖기로 했다.

사실 이 시간에 보통 한미래는 SNS를 확인하거나, 문자에 답장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미간을 좁힌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까 그 새빨간 마력은 뭐였을까?”


매일같이 헌터 자격시험을 진행하는 검사관 한미래.

그녀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넘는 헌터 지원자의 마력 반응을 보곤 했다.

하지만 안지혁처럼 새빨간 마력을 방출하는 헌터는 처음 보았다.


“실례가 될까 봐 물어보진 못했지만······.”


헌터 자격시험 당시, 한미래는 안지혁에게 붉은 마력의 존재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붉은 마력이라는 게 일종의 장애나 컴플렉스일까 봐 묻지 못했던 것이다.


“휴, 됐다. 그냥 그런 헌터도 있는 거겠지.”


한미래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어차피 헌터들은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특성, 다양한 스킬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안지혁이란 사람 또한 특별한 개성이 있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괴상한 특성을 가진 헌터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다음 검사 전에 간단히 청소라도 해둘까?”


한미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소를 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옆에 있던 마른걸레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새까만 마정석을 닦으려고 하는데.


쩌적!


별안간 마정석에 균열이 생겼다.

깜짝 놀란 한미래.

그녀가 놀란 눈으로 마정석을 보는 와중에도 균열은 계속되었다.


쩌적! 쩌저적!


마치 알에서 새가 태어나는 것처럼 갈라지는 마정석.

미친 듯이 진동하며 균열이 생긴 마정석은.


쩌어어어어어억!


반으로 뚝 갈라져버렸다.

헌터 협회가 설립된 이후로 계속해서 사용해왔던 마정석이 갈라진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마정석이······.”


한미래는 입을 쩍 벌린 채 경악했다.

마정석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며, 그 어떤 헌터가 전력으로 후려쳐도 깨지지 않는 게 마정석이다.

그런데 그게 깨지다니.

가만히 있다가 균열이 생기고, 그대로 쩍 갈라져 버리다니.

한미래로서는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대체 왜······.”


쩌억 갈라진 마정석 앞에서 한참이나 원인을 찾던 한미래.

그녀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꽂히듯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설마 아까 그 지원자 때문에?”


한미래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은 ‘안지혁’.

화염처럼 붉은 마력을 뿜어내던 사내였다.


* * *


다음 날.

헌터 자격증을 취득한 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평범한 훈련장이 아니었다.

이곳은 헌터들이 훈련하는 특수 훈련장이었다.


“봇이라는 로봇이랑 싸우는 방식이라고 했지.”


이 훈련장에는 ‘봇’이라는 안드로이드가 나온다.

헌터들의 훈련을 위해서 개발된 로봇 말이다.

물론 위험하진 않다.

봇은 어디까지 훈련을 위해 개발된 것이기에, 헌터들을 공격하긴 해도 치명적인 피해까진 입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훈련장에 비치된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뒤쪽에 위치한 버튼을 꾹 누른 순간.


쿠구구구구구구!


거친 소리와 함께 연무장 반대쪽 문이 열렸다.

시커먼 어둠.

그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어둠을 뚫고 나온 존재의 이름은 ‘봇’.

내가 이 훈련장에서 싸울 녀석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하구나.”


연무장 반대편의 봇을 보는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2미터에 달하는 인간형 신체에 강철로 이뤄진 몸, 그리고 새빨간 안광까지.

봇의 기세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할 수 있어.”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던 내게 있어서 봇의 존재는 두려웠다.

하지만 헌터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물러설 순 없었다.

무엇보다 식물인간 상태인 엄마와 전처를 덮친 새끼를 생각하면 절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을 다스렸고, 눈을 스르륵 뜸과 동시에 상태창을 불러왔다.


[플레이어 ‘안지혁’의 상태창]

[직업 : 격투가]

[레벨 : 999]

- 근력 : 99999

- 민첩 : 99999

- 체력 : 99999

- 마력 : 99999

- 행운 : 99999

[보유 장비]

[보유 스킬]

- 강권(EX), 철벽(EX), 신속(EX), 초재생(EX), 만독불침(EX), 패왕(EX), 급성장(EX), 관통(EX), 괴력(EX), 인내(EX), 명사수(EX), 격노(EX), 초월(EX), 치명타(EX), 위압(EX), 대격변(EX), 기사회생(EX), 집중(EX)


“그대로야.”


다행히 상태창은 그대로였다.

999레벨과 올 스텟 99999.

그리고 20개에 가까운 EX급 스킬들까지.

그 모든 것은 그대로 있었다.


“한번 확인해보자. 이 상태창에 적힌 글씨들이 진짜인지. 내가 정말로 강해졌는지.”


그때였다.

연무장 바닥을 쿵쿵 울리며 봇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신장 2미터에 달하는 녀석이 철컥거리며 다가오니 대장군이 진격하는 듯한 기세가 느껴졌다.


“해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하고 튀는 핏빛 스파크.

그와 함께 연무장 바닥이 쿠구구구, 울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


이윽고 전신에 화염 같은 오러가 타오르며 엄청난 힘을 자아냈다.

마치 세상을 멸할 수도 있을 듯한 기운을 말이다.


파아아아앙!


나는 연무장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소닉붐과도 같은 파동을 일으킨 나는 빛처럼 쏘아졌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봇.

나는 놈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과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봇이 파괴되었다.

몸통 부분이 그야말로 ‘삭제’되어버린 봇.

와르르 무너진 봇은 그야말로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뭐, 뭐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나는 경악했다.

나는 그저 주먹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이다.

그런데 봇이 파괴되어버리다니.

헌터들의 공격을 견디기 위해 극도로 단단하게 만들어졌다는 봇이 일격에 박살 나다니.

나는 내가 저지른 일임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진짜였구나······.”


그러면서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상태창을 가득 채운 레벨과 스텟, 그리고 EX급 스킬들.

그것들이 통째로 ‘진짜’라는 사실을.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남자였던 내가 어마어마하게 강해졌다는 사실을.


“할 수 있어.”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에는 엄청난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 힘을 이용한다면 탑을 정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말이다.


* * *


나는 훈련장 관리자에게 사과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훈련용 봇을 부숴버렸기에.

하지만 다행히 관리자는 훈련 중에 벌어진 일이니 괜찮다고 했다.

게다가 봇을 부순 사람은 처음 본다며, 나중에 또 방문해달라고 말하기도 했고.

어찌 됐든 한 가지만은 확실히 확인했다.

내가 강해졌다는 것.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힘이 탑에서도 통할지 궁금했다.


“시작해보자.”


우리 집 거실 소파에 앉은 나는 심호흡을 했다.

바로 오늘, 탑에 입장해볼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결심을 마친 나는, 탑에 입장하겠다고 생각했다.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장하겠다고 말했고, 그 즉시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와······.”


나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주변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거실이었던 시야는 ‘숲’으로 바뀌었다.

풀 냄새가 코끝에 스치는 숲으로 말이다.


[탑에 최초로 입장했습니다.]

[당신은 탑 ‘1층’에 입장했습니다.]

[1층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탈출할 수 있습니다.]

[중도 포기가 가능합니다.]

[중도 포기할 경우 탑 바깥으로 이동합니다.]


아래로도 계속되는 이런저런 메시지.

그것들은 탑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나 지켜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나는 미리 구매한 노멀 등급 건틀릿을 손에 착용했다.

착 들어맞는 건틀릿의 손등 부분에는 단단한 징이 박혀 있었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한번 가보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침내 본격적인 탑 등반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 *


숲은 정말이지 울창했다.

하늘을 뚫을 듯한 나무와 바위, 그리고 내 키만큼 자라난 수풀까지.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은 아름다우면서도 공포감을 자아냈다.

그때였다.


사락사락!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던 그때, 전방의 수풀이 흔들렸다.

걸음을 멈추며 전투태세를 취했을 때, 수풀 속에서 무언가 확 튀어나왔다.


“키륵키륵!”


수풀에서 튀어나온 존재.

놈의 이름은 ‘아머 고블린’이었다.


“방어력이 강한 놈이랬지.”


사실 일반적인 고블린은 맨몸으로 다닌다.

연두색 알몸에 고작 단검 하나를 들었을 뿐.

하지만 저기 저 아머 고블린은 달랐다.

놈은 고블린 주제에 투구와 갑옷, 그리고 검과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즉, 일반적인 고블린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였다.

특히나 방어력이.


“그래서 탑의 1층조차 공략하지 못하는 헌터들이 많다고 했지.”


나는 미리 알아둔 정보를 되새겼다.

그렇게 첫 전투를 앞두고 호흡을 가다듬은 순간.


“키야아아아아악!”


아머 고블린이 괴성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왔다.

어린아이처럼 작은 몸인 주제에 엄청난 박력.

나는 거대한 방패와 검을 들고 달려드는 아머 고블린을 노려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지직!


내 전신에 붉은 스파크가 파바박 튀었다.

이윽고 화염처럼 화르륵 타오르는 오러와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간다.”


그렇게 땅을 박차고 달린 순간, 엄청난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속도에 따라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풍압.

나는 나조차도 제어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와 함께 주먹을 휘둘렀다.


콰과아아아아아아아앙!


아머 고블린의 방패를 향해 날린 주먹질과 함께 폭발이 일었다.

사방의 나무와 수풀을 꺾이게 만들 정도의 풍압.

그것이 잦아든 뒤에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뭐, 뭐야. 벌써 죽었다고?”


쩍 갈라진 방패와 함께 죽어버린 아머 고블린의 시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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