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앱솔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앱솔
작품등록일 :
2024.06.30 09:19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965
추천수 :
295
글자수 :
50,089

작성
24.06.30 10:20
조회
2,142
추천
37
글자
10쪽

1화

DUMMY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탑이 솟아난 시대.

그리고 헌터라는 이름의 초인들이 그 탑을 오르는 시대.

만약 탑을 공략하지 않으면, 탑이 무너져 해당 국가가 멸망하는 시대.

그러한 시대에 전 세계 최초로 탑의 정상을 찍은 남자가 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탑의 꼭대기에 오른 남자.

그의 직업은 전사도, 마법사도, 귀족이라 평가받는 성기사도 아니었다.

전 세계 최초로 검은 탑의 정상에 올라 소원을 이룬 남자.

그의 직업은 ‘격투가’였다.


* * *


내 이름은 ‘안지혁’.

올해 나이 35세.

대한민국 남자들이 그렇듯, 열심히 살아왔다.

아니, 어쩌면 남들보다 더 힘들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을 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뒤, 충격으로 식물인간이 되신 엄마.

병원비로 빠르게 기울던 가세까지.

나는 어쩌면 남들보다 훨씬 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변변찮은 대학도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졸로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다.

게임이나 연애는커녕 매일매일 서바이벌 모드로 생존을 위해 살아왔고.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쓰리잡을 기본으로 하여 번 돈으로 요식업을 했다.

물론 몇 번 말아먹은 뒤에는 물류센터에서 막일을 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그러다 보니 어떻게 연애와 결혼도 하게 되었다.

올해로 결혼 5년 차.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아내의 말에 아이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내가 결혼하자마자 일을 그만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아내가 쉬고 싶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솔직히 쥐뿔도 없는 나와 결혼해서 살아준다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니까.

나같이 보잘것없는 놈한테 있어서 아내는 참 과분한 사람이니까.


“음음음······.”


오늘도 물류센터에서 퇴근한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물량을 빨리 친 덕분에 퇴근 시간이 2시간이나 앞당겨졌기 때문이었다.


“크, 냄새 좋다. 지은이가 좋아하겠지?”


귀가하는 내 손에는 새하얀 봉투가 들려있었다.

닭 모양의 캐릭터가 그려진 봉투.

아내가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였다.


“치킨 뜯으면서 오붓하게 한잔해야겠구만.”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치킨이라면 환장하는 아내가 좋아할 걸 생각하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낡은 빌라에 도착한 뒤, 열쇠로 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응?’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평소엔 켜놓지도 않는 주홍빛 조명이 켜져 있었고, 코끝에는 술 냄새도 스쳤다.

뭐지?

지은이가 마신 건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안방 쪽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안방으로 향하는 내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어쩐지 간드러지는 듯한 목소리가.


끼익.


나는 살짝 열린 안방 문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하아, 하아······!”


안방 침대에서 두 사람이 신음을 내지르며 뒹굴고 있었다.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이다.


“하아, 오빠아······!”


아래에 깔린 것은 내 아내 김지은이었다.

하지만 아내와 뒹굴고 있는 남자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나 아닌 남자가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때였다.


“꺄아아악!”


나와 눈이 마주친 아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문틈으로 살펴보던 걸 드디어 눈치챈 모양이었다.


“뭐, 뭐야!”


그제야 아내 위에서 헉헉거리던 놈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솟았다.


“이 개새끼가!”


치킨을 내려놓은 나는, 방문을 걷어차고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알몸인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텁!


내 손이 너무나 맥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화가 난 나는 반대 손을 더욱 세게 휘둘렀다.

하지만 반대 손도 잡히고 말았다.


쾅!


오히려 난 남자에 의해 벽으로 밀리고 말았다.

등짝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헌터?’


난 본능적으로 느꼈다.

눈앞의 남자가 헌터라는 것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짐승보다 더 강한 이 힘은 절대로 평범한 인간일 수가 없었다.


“이 개새끼야! 죽어! 죽으라고, 이 개새끼야!”


그럼에도 나는 발로 눈앞의 남자를 퍽퍽 걷어찼다.

하지만 벽을 걷어차듯 내 발만 아플 뿐이었다.

과장 같은 게 아니었다.

정말 남자의 몸 어디를 걷어차도 내 발만 아팠다.

이 역시 헌터의 방어력 덕분일 것이다.


“허억, 허억······.”


한참이나 발버둥 치던 나는 결국 제풀에 지쳐 축 늘어지고 말았다.

내 아내와 더러운 짓을 하던 놈에게 두 팔이 붙잡힌 채로 말이다.

남자가 말했다.


“나갈 테니까 그만하시죠.”

“이 씨발놈아,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큭큭, 죽일 수는 있으시고?”


남자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심지어 칼로 찔러도 이 남자는 끄떡도 하지 않을 테니까.

남자가 말했다.


“형씨, 나 나갈 테니까 그냥 얌전히 있으세요. 더 이상 나대면 진짜 죽습니다. 아시겠어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꽉 잡고 있던 내 팔을 놓아주었다.

팔과 함께 다리가 풀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옷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는 남자.

그가 떠난 방에는 나와 아내만이 남아있었다.


“김지은, 너······.”


나는 주저앉은 채로 침대 위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이불로 상체를 겨우 가리고 있는 아내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씨발······.”


딴 놈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그놈을 제대로 때리지도 못한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굴욕만이 가득한 방.

그곳에서 치킨만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 * *


폭풍 같은 날이 지나간 후.

아내는 짐을 싸서 친정으로 떠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내가 사과만 하면 용서해줄 생각이었다.

정말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그래도 이혼하긴 싫었기에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가 내게 내민 건 사과의 손길이 아니었다.

아내가 내게 보낸 건 ‘이혼 서류’였다.

그렇다.

아내는 내게 이혼하자고 한 것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따져보기도 했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나중엔 내 연락처를 차단해버렸고, 장인과 장모도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후로 나는 물류센터도 나가지 않은 채 매일같이 소주로 하루를 보냈다.

대충 알아보니 이혼의 귀책 사유가 아내에게 있기에 소송도 가능하다고 했다.

위자료도 받아낼 수 있다고 했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간 아내의 삶이 완전히 무너질까 걱정됐던 것이다.

누가 봤다면 호구 중의 호구라고 했겠지.

그럼에도 난 아내를 몰아세울 수가 없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병신이기에.

그렇게 나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합의 이혼을 진행했다.

법원을 몇 번 들락거린 후, 숙려 기간까지 거친 우리는 마침내 합의 이혼을 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부는 법원 앞.

대리석 계단을 내려온 우리는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서 갈라진다면 정말로 이혼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없어?”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호구 같지만 난 아직도 아내를 용서할 마음이 있었다.

아내가 잘못했다고 싹싹 빈다면 모든 걸 다 잊어줄 생각도 있었다.

부부란 건 그런 거니까.

하루 이틀 산 것도 아니고, 무려 5년이나 한 이불을 덮고 산 사이니까.

하지만 아내는 사과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당신한테도 잘못이 있는 거 알지?”

“뭐?”

“이 이혼에 당신 잘못도 있다고.”

“무슨 소리야? 내 잘못이라니.”

“나, 힘들게 살았어. 평생 없이 산 당신 뒷바라지 하느라 만 원 한 장 맘 편히 써본 적 없었어.”

“김지은······.”

“그뿐인 줄 알아? 식물인간인 당신 엄마 병원비 대느라 저축 따윈 꿈도 못 꿨어. 그 바람에 결혼 생활 내내 썩은 빌라에서 살았고.”


아내가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바람피운 거, 떳떳하진 않아. 하지만 당신도 잘못이 있다는 거 알아둬. 남자가 여자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다면 그것도 분명한 이혼 사유야.”

“······.”

“이만 찢어지자. 더 얘기해봤자 구질구질하기만 하지. 아무튼 앞으로 다신 연락하지 말아줘. 정 힘들면 그냥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 나도 당신이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 테니까.”


아내는 그렇게 말하더니 휙 돌아서서 떠나버렸다.

택시까지 타고 부웅 떠나버린 아내.

아니, 이젠 전처인 김지은.

그녀가 탄 택시를 바라보며 나는 허망하게 서 있었다.


“그래, 마지막까지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나는 자책과 함께 등을 돌렸다.

그저 모든 게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바람을 피운 아내도 원망스러웠고, 그런 그녀에게 희망을 가졌던 나도 원망스러웠다.


“이제 다 끝이구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든 이어오던 결혼 생활이 비참하게 끝나버린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각성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기묘한 메시지와 함께 몸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뿜어졌다.

인생역전의 행운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했더니 먼치킨이 되어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NEW 3시간 전 288 11 11쪽
9 9화 24.07.05 910 28 12쪽
8 8화 24.07.04 1,155 32 12쪽
7 7화 24.07.03 1,326 31 12쪽
6 6화 24.07.02 1,427 32 12쪽
5 5화 24.07.02 1,486 23 10쪽
4 4화 24.07.01 1,628 35 12쪽
3 3화 24.06.30 1,761 31 11쪽
2 2화 24.06.30 1,842 35 11쪽
» 1화 24.06.30 2,143 3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