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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쓴 소설의 성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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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작품등록일 :
2023.07.09 23:58
최근연재일 :
2023.07.12 23: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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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11

작성
23.07.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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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악마

DUMMY

3. 악마






정적만이 흘렀다.

너무나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순간 넋을 놓은 것이었다.

주변 마을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갖춘 더렉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강함이 인간을 뛰어넘었으나 그 한계는 명확했다.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이건···. 상대가 안 되잖아.”


더렉도 엄연히 오러를 사용하는 강자이다.

대륙 단위로 보더라도 오러를 사용하는 이의 수는 적었고 그중에서 1단계에 머무는 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7살이라는 나이에 1단계가 아니라 2단계에 올랐으니 그 재능은 뛰어남이 틀림없었다.


오러 1단계는 자신의 신체에서만 사용 가능한 단계이다.

2단계는 그것에서 벗어나 외물에 씌울 수 있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방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그 더렉마저도 생사결에서 깨우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이 없던 날개를 만들어 그 근육을 세세히 움직이는 것과도 같다 말했다.

한 마디로 불가능의 경지였다.


그런데 저 남자는 그것을 간단하게 했을뿐더러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수십 미터 반경으로 기를 내뿜는다니 전설 속에 드래곤이나 가능할 법하다.

거기다 검은색의 오러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인간의 기운은 푸른색이었으니까.


한 마디로 이자는 괴물이었다.

그때 란은 루시와 루인에게로 달려갔다.


“란!”

“루시, 루인!”


셋은 재회한 것에 대해 기뻐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는 보지 못하게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눈에서 약간의 눈물이 흘렀다.

루인은 소매로 닦고서 물었다.


“란. 저분은 도대체···. 누구셔?”


저 검은 갑주를 입은 남성은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었지만 무서웠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던 기운을 생각하면 아찔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이던 기운은 생존 본능을 일깨울 정도였다.

그걸 보고 있던 촌장마저도 란에게 물었다.


“그래. 란아. 저분은 도대체 누구시더냐.”


란은 그 말에 시선을 돌려 성좌와 눈을 마주쳤다.

에반은 정체를 말해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란은 이윽고 말했다.


“저희 마을의 구전에서만 내려오던 죽음의 성좌세요.”


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충격적이었다.


“무슨···. 진짜야 란?”

“말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구전이 사실이었다고?”

“허어···. 놀랍구먼.”


마을 사람 모두가 놀랐으니 말이다.


산속 절벽에 봉인된 성좌의 구전.

그 얘기를 어렸을 적부터 듣고 후세에 전했던 촌장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뿐 아니라 기도실에서 기도를 올리던 중년부터 청년, 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저 힘과 기운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란은 그 뒤로부터 자신이 성좌를 깨운 내용을 얘기했다.

그걸 들은 촌장은 늙은 몸을 이끌고서 감사를 전했다.


“저희 마을을 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죽음의 성좌시여···.”


그 뒤를 이어 마을의 모든 이가 고개를 숙였고 감사를 전했다.

몇몇은 울기도 하며 죽지 않을 수 있단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다.

잡혀가던 모든 사람을 구한 에반이었지만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지.’


지금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은 조무래기다.

그린스킨들은 대체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종족 특성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몇몇 학자들은 그들이 믿는 신의 축복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한, 전투를 좋아하는 그 광적인 것에 오크 중 어떤 놈들은 오러와 같은 힘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무리를 이끄는 놈 중 최소 한 마리 정도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런 놈은 이곳에 없었다.

이놈들은 단지 선봉대일 뿐인 것이다.


에반의 검은 투구 사이로 붉은 눈이 반짝였다.

이 산의 가장 높은 곳으로.


‘저곳이군.’


그린스킨의 본대가 있는 곳은 산꼭대기였다.

힘이 약하다면 마을 사람을 구한 것으로 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있으면서 후환을 남겨두는 건 멍청한 짓이다.

놔두면 언젠가 번식을 통해 마을을 쳐들어오는 짓을 반복하겠지.


에반은 란을 불러 말했다.


“너와 마을 사람들은 이제 돌아가라.”

“네?”


란은 그 소리에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돌아가라니···.”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지친 게 한눈에 보이더군.”


에반의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의 상태를 보았다.

그들의 상태는 좋다고는 말 못 할 상태였다.


예고도 없이 시작된 습격.

그로 인해 죽어 나간 수많은 사람.

그중에는 자신들의 가족도 있었으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지인들도 있었다.

그렇게 정신적 충격을 이겨낼 틈도 없이 시작된 그린스킨의 납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소모가 되었을 것이다.

어느새 사람들은 초췌해져 있었다.


란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대로 가라고?’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놈은 이곳에 없었다.

그놈을 죽이기 전까지는, 죽는 걸 보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터.


“..그럼,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봐서 남는 사람과 가는 사람으로 나눠도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해라.”


에반은 그것마저 막을 생각은 없었다.

죽은 이들의 복수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건 자신의 주제 외였다.


란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했다.


“루시, 루인. 너희들은 이대로 부모님을 죽인 녀석들을 못 보고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


루시와 루인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이대로는 못가.”

“죽어도.”


놈들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

그걸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용서한다면 그건 성인군자가 아니라 호구다.

루시와 루인은 호구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족과 지인을 죽인 녀석들을 이대로 보지도 못한 채 돌아갈 겁니까! 저는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란의 목에서 핏줄이 올라왔다.

그 정도로 진심을 담아 얘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란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대로는 못 간다!”

“놈들이 죽는 꼴을 봐야겠어!”

“내 아내가 죽었다고!”


사람들의 원망 가득한 소리.

그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누구는 남편을 잃고, 아내를 잃었으며 친구를 잃었다.

겨우 100명을 넘기는 소규모의 마을이었기에 서로서로 잘 알고 있었다.

결국에는 모두가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란은 결연한 눈빛으로 에반에게 답했다.


“성좌님. 모두가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겨우 15살임에도 그 기세가 대단했다.

에반은 뒤돌아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선택한 길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따라와라.”


그러고는 란에게 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운을 덮어주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몸에 씌운 것을 보자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성좌의 것이었다.

죽음의 성좌란 이명과는 다르게 그 기운은 따뜻했다.


에반은 수십 명에게 그 행위를 했음에도 기운의 소모도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보통 내부에서 운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외부에서 운용하는 것의 소모도는 수배나 차이나는 법이었다.


‘이거 전부 소모될 일이 있으려나.’


검은 기운을 ‘사기’라고 부르겠다.

이러한 사기는 대해와 같아 에반조차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이 정도 되는 양을 다 쓰려면 같은 성좌끼리 싸움을 해야 성립되지 않을까 싶다.


란은 이러한 사기의 사용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강해지고 싶다.’


이번 그린스킨의 습격을 통해 깨달았다.

약하면 빼앗기는 게 이 세상이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죽음의 성좌님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란뿐만 아니라 루시와 루인에게까지 미쳤다.


‘내가 저렇게 강했더라면 부모님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셋 모두 약한 자신에 대해 혐오마저 느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이대로 붙잡고 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흔들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걷기 시작했다.


에반은 그린스킨 부족과 가까워짐을 느꼈다.

이제는 그 거리가 100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을 사람들은 저 앞에 보이는 많은 수의 그린스킨에 기세가 꺾인 듯했다.

트라우마가 있는지 어떤 이는 몸을 떨기까지 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오크와 고블린이 우리를 발견했다.


취이익?


오크는 생각했다.

마을에 선발대를 보냈고 놈들에게 인간들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계획대로 인간들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그들을 붙잡고 데려올 동족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앞에 있는 검은 갑주를 입은 놈이 눈에 띄었다.


오크는 본능적으로 놈이 동족들을 다 죽였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봐도 마을 놈 중에서는 강해 보이는 녀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더렉을 유인해 빼내었음에도 이런 강자가 나타나다니 예상외였다.


오크는 당장 소리를 질러 부족에 위험을 알리려고 했다.


취이- 익···?


그러나 오크는 시야가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바닥에 떨어질 때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주변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고블린 녀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반은 손쉽게 처리한 놈들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있었지.’


에반 테르윈은 절대적인 무력을 가진 소유자인 만큼 그 능력 또한 방대하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인 자를 되살리는 기술이다.


‘언데드.’


죽지도, 살지도 않은 그 중간에 있는 존재.

시전자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며 영혼이나 몸이 소멸하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에반은 마치 이 짓을 몇 번이고 한 것처럼 사기를 이용해 그린스킨의 사체를 덮었다.

사기는 죽은 대상의 몸을 훑더니 급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은 원래의 형태를 빠르게 잃어갔다.


원래 몸의 쓸모없는 부위들을 없애면서도 장점이었던 것은 더 부각해갔다.

생명의 진화와도 같아 보였다.

그것은 점점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원래의 모습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오크는 장점이었던 덩치가 더 커졌으며 고블린은 귀가 짧아지고 더 날렵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몸 전체는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두려움까지 주었다.

에반이 그것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자 언데드들은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주군을 향해서.


이제야 사람들은 죽음의 성좌라는 이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니 그분은 죽은 이들을 부하로서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적으로 만난다면 최악의 상대였다.


“악마···.”


누군가 내뱉은 그 단어.

어쩌면 에반 테르윈에게 제일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군에게마저 두려움과 경외심을 심어주는 성좌라···.


‘재밌네.’


누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에반 테르윈이자 죽음의 성좌임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에반은 악마라는 단어를 속으로 외치며 웃었다.


“언데드여. 너희들의 동족을 모두 죽여라.”


철그덕, 쿵쿵-!


언데드들은 그 말 한마디에 한때는 그들이 지켰던 마을의 내부로 들어갔다.

모두를 죽이기 위해서.

그들은 표정이나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죽음의 성좌인 에반에게는 보였다.


저 속에 있는 그린스킨의 영혼들이 외치는 절규가.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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