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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쓴 소설의 성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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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작품등록일 :
2023.07.09 23:58
최근연재일 :
2023.07.12 23: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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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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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어라

DUMMY

2. 죽어라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그 기운에 소년은 대답했다.


“란···. 입니다.”


성좌는 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소년이 입고 있는 옷과 모습이 이국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긴 어디지?’


한국은 한창 여름이 진행되는 시기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반소매나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녔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계절이 겨울인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고 주변의 물은 얼어 있었다.


게다가 소년의 옷차림도 달랐다.

추운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듯이 소년 또한 목화의 솜과 동물의 털을 넣어 만든 것을 입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곳이 한국은 맞는 걸까?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다.

몸을 움직여보려 하자 몸에서는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그덕-


‘이건···.’


그에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몸에는 반팔이나 반바지가 아닌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뿐일까 평소와는 다르게 시선의 높이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꿈인가?”


꿈인가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모든 신체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진짜였다.


이곳이 현실이라면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방에서 글을 쓰고 있던 장면이다.


평소처럼 글을 쓰다가 현타가 왔고 그에 밸런스 붕괴 수준의 캐릭터를 만들고 있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에반 테르윈’.

일명 죽음의 성좌이며 어느 석상에 봉인된 존재··· 그렇게 설정했다.

그러다 감겨오는 눈에 정신을 잃었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때 무릎을 꿇고 있던 란이 성좌에게 말했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성좌는 란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나는 누구지?”


정신은 현대 세상의 나였다.

하지만 몸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그것에서 오는 괴리감은 정체성에 혼동을 주었다.

도대체 이 몸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란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죽음의 성좌이십니다.”


죽음의 성좌···?


‘이 몸이 에반 테르윈이라고?’


그 말을 듣자 에반 테르윈에 관한 생김새가 떠올랐다.

2M에 달하는 장신, 그 거대한 몸을 두르고 있는 검은 갑주, 붉게 반짝이는 두 눈.

분명 그렇게 설정했었다.

그리고 이 몸 또한 그런 설정에 딱 들어맞았다.


그제야 이 몸이 에반 테르윈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빙의라는 게 가능한 거였어?’


회빙환.

회귀, 빙의, 환생 이렇게 3가지로 웹소설에 자주 쓰이는 장르이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소설의 전개를 위해서 쓰이는 허구적인 내용이었다.

현실에서 존재할 리가 없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펼쳐졌다.

말도 안 돼, 미친 같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차분한 마음에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저 소년의 이름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란이라.’


란이라는 이름은 자신이 썼던 세계관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그 주인공의 외견은 금발에 금안이고 동서양을 합친 듯한 잘생긴 외모라고 서술했었다.

그런데 저 소년의 모습과 똑 닮았다.

에반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너는 아스란 마을의 란인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란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맞았다.

이 세상은 자신이 썼던 소설 속 세계관인 것이다.

란의 설정은 이러하다.


[란]

-아스란 마을에 살아가던 15살의 소년이다.

하지만 그린스킨의 습격으로 가족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사망했고 그 후 강해지기 위해 세상을 방랑하게 됨.


그렇다면 이 설정들 또한 현실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란의 자잘한 상처들이 보였다.

그걸 제외하고도 상태는 별로 좋아 보이지 못했다.


부들부들 떠는 몸, 입에서 나오는 하얀 김, 옷 사이로 나온 피.


여태까지 버틴 게 신기했다.


“성좌님. 시간이 없어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마을을 구해주세요.”


란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그린스킨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끌려갔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란은 고개를 숙였다.

에반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현실이 됐잖아.’


하긴, 이미 본인이 성좌에 빙의했으며 란이 주인공인 이상 무엇이 일어나든 이상하지 않았다.

에반은 란의 일을 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분명 란에 대한 배경은 자신이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글을 쓰기만 했다.

어쩌면 실존하는 세상의 설정을 내가 짠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걸 떠나서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반은 검게 일렁이는 갑주의 기운을 일부 떼어내 란에게 붙여주었다.

란은 그 기운에 따뜻함을 느꼈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지?”

“···!”


에반의 말에 란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일어나 안내를 하려고 했다.


“저쪽으로 가면 나올 거에요.”


하지만 지칠 때로 지친 란의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보다 못한 에반은 그런 란을 기운을 통해 들어 올렸고 하늘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물었다.


“저쪽인가?”

“···네.”


에반은 손으로 가리킨 곳에 정신을 집중하자 여러 생명체의 신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의 어느 숲에서 긴 행렬이 이어졌다.

그곳에서는 그린스킨이 인간들을 밧줄로 묶어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앞으로 벌어질 미래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걷고 있던 소녀가 옆에 있던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루인···. 우리 죽겠지?”

“···아마도.”


소녀의 이름은 루시, 소년의 이름은 루인이었다.

둘은 서로 외형적인 모습이 닮았다.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었다.

다행히 그린스킨의 습격에서 루인과 루시는 살아남았으나 부모님들은 본보기로 인해 살해당했다.

분노가 치솟았으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루인은 언제인가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그린스킨들은 인간을 납치한다.

죽이지 않고 납치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최대한의 공포를 주기 위해서다.

인간의 공포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바치기 좋은 상등품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바침으로 그린스킨들은 더욱더 강한 힘을 얻는다고 믿는단다.


겨우 힘을 얻기 위해 남을 희생하다니.

정말 역겨운 소리였다.

평소 부모님께서 몬스터는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고 했었는데 이제 이해가 갔다.

몬스터와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그때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젠장···. 더렉만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더렉.

그 남자는 아스란 마을에서 가장 강했다.

그뿐일까, 주위 마을에서도 모두와 싸워 이긴 대전사였다.

만약 그가 있었다면 마을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오러를 다루는 강자였으니까.


하지만 며칠 전 마을을 떠났었다.

점점 마을에 그린스킨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잦아들었다면서.

아침이나 밤에나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놈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그렇기에 이참에 원인을 제거하러 갔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린스킨들이 대규모로 온 것이었다.


이건 함정이었다.

더렉을 유인해서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가려는.


키히익!


그때 옆에서 걷고 있던 고블린이 우리에게 소리쳤다.

서로 대화하지 말고 걸으라는 뜻인 듯했다.

침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빨리 죽고 싶은 인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러던 중 거친 숨을 내뱉던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지셨다.


“하, 할머니!”


뒤를 돌아보니 손자로 보이는 청년이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숨을 쉬는 것 같았다.


키익?

얍삽한 고블린이 그 장면을 당연히 넘길 리 없었고 청년은 급하게 노파를 허리에 엎었다.

무거운 기색이 보였지만 청년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갈 수 있으니까. 신경 꺼···.”


고블린은 청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언어가 달랐으니 그 의미를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고블린은 아무렴 상관없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서 ‘희생의 대’로 데려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더 죽인다면 그린스킨 부족의 대장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잘 가는 듯했으나 그 행렬은 계속해서 끊기기 시작했다.

청년이 노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이고 걸음을 늦췄던 탓이었다.

고블린은 죽이고 싶었지만, 여태껏 참아왔었다.

지배 종족인 오크들 또한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이이익!


그러나 이제는 오크들 또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고블린은 그것을 확인하고 칼을 쥐었다.

노파와 청년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청년은 곧 다가올 죽음에 모든 걸 놨다.

그때였다.


저 먼 숲에서 두 명의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작은 키와 큰 키의 무언가.

그것은 란과 에반이었다.


루시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란···?”


어둡게만 보이던 모습들이 점점 빛을 비추자 란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그러나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언뜻 무섭기도 했다.


그 상황에 사람들의 곁에 머물고 있던 오크 하나가 두 사람을 향해 움직였다.


“취이익. 사람, 잡는다.”


오크는 육중한 몸매를 이끌었다.

서로 다가오는 속도에 점차 가까워졌고 금새 만나게 됐다.

에반은 그런 오크를 쳐다봤다.


“이게 오크인가.”

에반은 오크를 처음 만났기에 신기했다.

웹툰에서나 게임에서 사람들이 만든 오크를 보긴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느낌이 달랐다.

오크는 키와 덩치가 엄청났다.

체급에서는 인간을 뛰어넘은 에반과 비슷했고 놈의 얼굴은 흉악했다.

일반인이 본다면 두려워할 만한 생김새였다.

그러나 에반은 신기하다는 감정만 들었다.


오크는 그런 에반의 행동에 화가 났는지 방망이를 들었다.


“취이익! 잡는 거, 취소. 죽인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방망이를 드는 그것에 공기가 갈려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방망이의 힘은 과장 조금 보태 나무를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크는 방망이를 내려쳤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먼지가 휩싸였다.


“꺄아아악!”


그에 사람들은 곧 있으면 죽을 남자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먼지가 걷히고 보이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약하군.”


에반은 방망이를 한 손가락으로 막고 있었다.

저 몸에 깃든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취, 취이···?”


오크는 당황한 기색이 만연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지만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가까이 온 순간 에반의 영역 내였기 때문이다.


스으으···. 쿵.


오크의 목이 대각선으로 잘렸다.

그것은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흘려내려 떨어졌다.

피가 솟구쳤지만, 에반과 란에게는 묻지 못했다.

그 광경에 모두가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이었다.

자신이 죽은 것도 모를 정도로.


에반은 그런 오크를 뒤로하고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취이이익! 키이잇!


정신을 차린 오크와 고블린들은 에반을 향해 돌진했다.

인질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에반만을 죽이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러나 멍청한 생각이었다.

성좌와 일반 생명체와는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기에.

불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방과도 같았다.


“죽어라.”


에반의 신체에서 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엄청난 양의 기는 순식간에 반경 수십 미터로 퍼졌고 알 수 없는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취익, 살려···!

키이···!


그리고 그 검은 안개가 걷히는 순간 모든 그린스킨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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