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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쓴 소설의 성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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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못받
작품등록일 :
2023.07.09 23:58
최근연재일 :
2023.07.12 23:4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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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27,511

작성
23.07.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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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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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넌 누구지

DUMMY

1. 넌 누구지






하아, 하아ㅡ!


한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디론가 뛰고 있다.

추운 날과 더불어 가쁜 숨에 의해 입김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대륙 북부 지역의 사람이었다.

북부는 다른 쪽과는 다르게 왕국의 수가 매우 적었고 날씨가 추웠으며 수많은 일족으로 구성된 부족이 주를 이뤘다.

척박한 환경과 치안을 담당할 군대가 별로 없었기에 몬스터가 판을 치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곳에 사는 모든 부족을 북방 민족이라고 불렀다.


그중 소년은 ‘테르’ 일족에 속해 있었다.

테르 일족은 다른 부족의 일인 약탈과는 다르게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먼 선조가 남부 지역에서 올라왔기에 농사 지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쁘게 뛰던 소년은 자신이 왜 이렇게 뛰고 있는지 생각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마을은 평화로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가 하던 농사일을 도왔다.

잠깐 쉬는 시간에는 마을에 살던 또래 친구들과 놀거나 밥을 먹기도 했었다.

일이 끝나면 잠을 자는 그런 생활을 반복했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어제로부터 끝이었다.


마을에 그린스킨이 쳐들어왔다.

평소에도 쳐들어오기는 했었지만, 그 수는 소수였고, 무장 상태는 형편없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마을을 침입한 놈들의 수가 30을 넘은 적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번에 온 놈들은 격이 달랐다.


놈들은 눈대중으로만 봐도 그 수가 100을 가뿐히 넘겼다.

마을 사람들의 수가 100을 겨우 넘기는 수였는데 놈들은 그 모두가 전투 가능한 인원이었다.

게다가 장비 또한 인간이 사용할 것 같은 철제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다.


놈들은 순식간에 마을을 쳐들어와 무기를 들고 있던 사람을 전부 죽였다.

반항하던 사람들까지 전부다.

그중에는 소년의 아버지까지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죽어가는 상황에서 입을 열었다.


-그곳으로 도망쳐라···. 아들아.


그리고 그 말은 유언이 되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목이 잘리는 순간 뒤를 돌아 도망쳤다.

산 깊은 곳으로.


예로부터 구전으로서 테르 일족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마을 산속에 위치하는 절벽, 그곳에는 한 석상이 존재한다.


소년은 어릴 적 귀에 잘리도록 들었던 그 말을 계속해서 떠올려냈다.


-그 석상은 인간으로서 성좌가 되어 인간을 장난감으로 보는 모든 성좌와의 싸움 끝에 봉인된 죽음의 성좌.


참으로 매력적인 얘기였다.

인간으로서 성좌가 되었다니, 몬스터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그분을 봉인에서 깨어나게 한다면, 그 무엇이든 이루어주리라.


그것이 구전의 끝이었다.

소년은 매번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 얘기가 믿고 싶어졌다.


키이이이익-!


소년은 뒤에서 쫓아오는 고블린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안 그래도 뛰던 심장이 더욱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놈이 바로 아버지를 죽인 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놈이 들고 있는 칼에는 진한 피가 묻어 있었다.

이제는 추운 날씨에 피가 굳어버렸다.


소년은 입술을 깨물었다.

놈을 죽일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놈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높은 확률로 자신도 죽을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었다.

살아 계시길 원했기에 도망쳐 보내셨다.


꽈아악-


주먹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너만큼은 죽인다.’


모두를 죽일 수 없더라도 놈 하나만큼은 죽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었다.

복수 하나면 충분했다.


추운 겨울은 그 온도가 영하에 내려감에서 멈추지 않고 20도까지 내려갔다.

그에 반에 소년이 입고 있는 옷은 따뜻하다고는 못할 것이었다.

동물의 털로 이루어진 옷은 체온을 높여줬지만 –20도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얇았다.

소년의 몸은 동상이 걸리기 직전이었다.


핏-


거기다 정립되지 않은 길을 뜀에 따라 온몸이 나뭇가지에 의해 잔 상처들이 늘어만 갔다.

소복이 쌓인 눈밭에는 그 피가 흩뿌려졌다.

점점 감각도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년은 끝내 버텨내고 있었다.


키이이잇···!


뒤에서 그 소년을 쫓아가던 고블린마저 그 의지에 질릴 정도였다.

그것은 15살의 소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의지와 정신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입술을 핥았다.

저 소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생각하니 몸이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분명 저 소년은 자신이 죽였던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놈은 죽기까지도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 아들을 죽어서 보게 된다면 그야말로 짜릿할 테였다.

고블린은 대체로 사이코패스였다.


놈들은 약육강식의 약자로서 온갖 종족,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해왔었다.

그러나 인간처럼 뭉치기 시작하며 놈들은 변해갔다.

약자였던 그들은 단합함으로 자신보다 강한 녀석들을 사냥해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냥을 당하는 것보다 사냥하는 것은 너무나도 즐겁다는 것을.

그것이 자신들 종족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고블린은 이제 손만 뻗으면 소년을 잡는 거리임을 깨달았다.

노력한 결실이 오는 것이었다.

입꼬리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착했다···.’


소년이 멈춰 섰다.

앞에는 절벽이 있었고 거대한 한 석상이 존재했다.

그 석상이 바로 구전으로서 내려오는 봉인된, 죽음의 성좌였다.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기이하다고 해야 할까.

북부 지방에는 현재 눈이 내리고 있었음에도 석상과 그 주변은 눈이 하나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석상에는 자그마한 생채기 하나 볼 수 없었다.


또 하나, 이 석상에는 한 가지 특이한 특성이 더 있었으니.

바로 몬스터가 주위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키···. 키이잇!


다행히도 그 사실은 진실이었다.

고블린은 손만 뻗으면 소년을 잡을 수 있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석상으로부터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평생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자신을 지배하는 오크들로부터 수차례 죽음의 위험을 느껴왔었지만 달랐다.

죽음보다 위험한 무언가였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앞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내민다면 죽음보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고블린은 그 엄청난 위압감에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살았다···.’


소년은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주저앉았다.

죽을 위험을 벗어나 긴장이 풀려서였다.

어느 정도 가쁜 숨을 덜어낸 소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인인가 싶을 정도로 거대한 석상.

그리고 그 주위로 이루어진 눈이 내리지 않은 공간.

신기하게도 이곳은 바깥과는 다르게 춥지 않았다.

덕분에 소년은 동상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게 봉인된 성좌인가···.’


소년은 이상할 정도로 기이한 이 공간에 홀린 듯했다.

분명 몸은 지쳐있었지만 거대한 석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전에 이곳을 온 적이 한 번 있었다.


대략 7살이었을 무렵이었으리라.

당시 모험이라는 단어에 꽂혀있던 자신은 어떤 용기에서인지 이곳으로 왔었다.

그때에도 석상은 지금과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이 장소를 찾아냈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거대한 석상에 두려움을 먹어 다시 마을로 돌아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었다.


‘아버지, 마을 사람들···. 이대로 도망치는 게 맞나?’


자신을 쫓던 고블린은 도망쳤다.

더는 따라오는 추격자가 없을 것이었다.

고작 꼬마 하나 잡자고 죽도록 쫓아오지는 않을 테니까.

자신의 본능은 이곳을 벗어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따르지 않았다.


육감, 신내림 그 무엇도 아닌 것이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그것은 봉인된 죽음의 성좌의 석상.

누군가 돌을 깎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믿고 싶었다.

일족으로부터 내려오는 그 구전이 사실임을.


두 눈이 석상을 향했다.


“···두 무릎을 모아 꿇어라. 그리고 고개를 숙여라.”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들.

그것은 마을의 기도실에서 매년 마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행하는 행동이었다.

또한, 곡물을 바침으로써 이 산의 성좌에게 기운을 받았다는 그런 것도 있었다.


어른들에게 이런 행동을 왜 하냐고 물었을 때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인간은 힘든 시기에 무언가 믿을 것이 필요한 법이라고.

그것이 헛된 행동이든 간에 자신이 믿는 것을 행할 뿐이라는 신념이 섞인 말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치거라. 너희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그리하면 이루어지리라.

기도실에서 듣던 그 말들은 이해가 안 됐었다.

있지도 않은 존재에게 기도하라고 하며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말하라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알겠다.


소년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죽음의 성좌이시여. 제발 저희를 구원해주세요!”


인간은 나약하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믿고 싶어한다.

보이지 않는, 볼 수도 없는 존재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그렇다.

혹시나 이 기도를 함으로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바뀔 수도 있다라는 낙천적인 생각이.

그들을 행동하게 한다.


소년 또한 마찬가지었다.


“저는, 저희는 약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석상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말을 건다거나, 손을 내민다거나, 속삭인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돌로 만들어진 석상이란 것을.

구전 따윈 모두 만들어낸 것임을 말이다.


사실 소년은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석상 따위가 진짜 봉인된 성좌일 리가 없단 걸.

그렇게 대단한 존재였다면 성좌들이 이런 곳에 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에 버려뒀겠지.


소년은 석상에 다가가더니 주먹을 쥐고 석상을 쳤다.


쿵-!


“빌어먹을···! 그래, 구전 따위가 진실일 리가 없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속고 있는 거였어.”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주저앉아버렸다.

더는 마을 사람들을 구해낼 도리가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보내야했다.

큰 절망감에 소년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때였다.


쩌적-


영원할 것 같았던 석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한 점에서 끝나지 않았고 그 기세를 이어갔다.

한 곳, 두 곳, 세 곳··· 그 이상으로 점점.


그리고 깨어났다.


거대한 몸, 칠흑같이 어두운 갑주, 붉게 물든 두 눈.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성좌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파멸적이었다.


증오, 파멸, 분노 등등 악한 것들만 있을 것 같은 그것은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했다.

소년은 그 광경에 소름이 끼쳤다.


‘구전이··· 진실이었어?’


눈 앞에 있는 성좌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누구지?”


소년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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