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재능이란 한(恨) - 프롤로그
0. 재능이란 한(恨) - 프롤로그
난 웹소설 폐인이다.
어느 정도냐면 아르바이트하는 날 빼고 하루 평균 8시간을 읽는다.
많이 읽으면 12시간 동안 읽을 때도 있다.
그만큼 그 소설들이 가지는 세계관과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기에 가능했다.
게임, 웹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재미였다.
그렇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고 처참하게 망했다.
호기롭게 처음 쓴 글은 10화까지 겨우 조회 수 10.
당연하게도 그 모두가 내가 읽은 횟수였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써봤지만, 글에는 재능이 없단 걸 알았다.
그걸 안 후에는 망상처럼 그저 세계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악당, 주인공, 동료, 성좌, 이종족, 제국 등등···.
글은 못 써도 세계관 구축은 재밌었기에.
하루하루 써가는 그 활자들은 거대한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이 글은 남에게는 절대 보일 수 없을 것이었다.
소설로 쓰일 일은 없을 테니까.
“흐···.”
내 재능이 부족했기에 그렇다.
글을 쓰고 싶지만 한 편 쓰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매화 시나리오 구성도 힘들었다.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반응은 나오지도 않았고 이 글들은 그저 나의 망상일 뿐이다.
그런 생각에 허망함이 찾아왔다.
‘어차피 세상에 나오지 않을 소설···.’
타다닥-
키보드를 두들겨 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에반 테르윈]
설정: 이 세상의 절대적인 무력을 가진 자이자 성좌이다.
하지만 오래전 봉인되어 존재가 잊혔다.
그는···.
.
.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마치 뭔가에 쓰인 것처럼 머릿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아직도 이 세계관에 쓸만한 게 있었다니.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느낌이었다.
글을 쓸수록 캐릭터에 대한 완성도는 높아져만 갔다.
이걸 생각해내는 나조차 놀라울 정도로.
그런데 어째서일까.
꿈뻑꿈뻑ㅡ
피곤하지도 않은데도 눈이 무거워져만 갔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간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잠도 잘 안 잤었다.
소설에 지를 돈이 많아 밥 먹을 돈도 아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사는 경우가 많아 몸이 아파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문제인가.
감기기 시작한 눈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젠장···. 이대로 죽는다고?’
인생에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은데···.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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