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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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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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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4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5.25 18:05
조회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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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악마출현(2)

DUMMY

길거리를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울려 퍼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 뭐야!”


“도망쳐! 균열이다!”


균열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섯 개가 열린다.

칠성 사옥에서 가장 가까운 균열은 다른 길드원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대처가 가장 늦어졌던 카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공간을 찢고 발생한 균열에서 거미와 같이 얇은 발이 여덟 개 달린 동그란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억! 사, 살려줘!”


사람만 한 녀석들의 기다란 발에 붙잡힌 남자는 순식간에 팔이 으스러졌다.


쉬익!


파각!


이찬솔이 날린 검기에 남자를 붙잡고 있던 녀석의 동그란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저건 뭐예요?”


반으로 갈라진 몸뚱어리에서 손가락만 한 기계 부품이 떨어져 나오더니 꿈틀꿈틀 기어 균열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저게 본체야. 여유가 되면 다 죽이는 게 좋은데 저기에 신경이 쏠리면 안 돼. 이미 나온 녀석들보다 지금 나오는 녀석들을 노려.’


이곳은 길드의 보고를 받고 지나가던 김성환과 그 일행에게 발견돼 일단락된다. 하지만 김성환이 지나가는 건 최소 30분 후의 일. 판교의 한복판은 고작 30분으로도 수백의 희생자를 내기에 충분한 위치였다.


“으아악!”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쉬익! 쉬이익!


세 가닥의 검기가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힌 시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균열 앞으로 날아든 이찬솔은 이제 막 땅에 발을 들이는 녀석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쐐액!


파가각!


‘사람들 구하는 건 좋지만 마력이 무한정은 아니니까 최대한 아껴.’


“네!”


이찬솔은 때마침 스킬 레벨을 올린 정지운에게서 받은 각종 액세서리를 온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었따. 아직 레벨이 낮은 탓에 좋은 효과를 얻진 못했다고 하나, 특수효과가 달린 아이템의 값어치는 단숨에 올라가기 때문에 자금의 무리가 있는 이찬솔에겐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파가각!


위잉.


“까, 깜짝이야.”


균열 속에서 한 줄기의 붉은 빛이 날아들더니 기계 마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베어내던 이찬솔의 코트를 스쳤다.

하얀 롱코트 역시 정지운의 손을 거쳐 꽤 뛰어난 마법저항력을 얻은 장비였다.


쐐액! 쉬이익!


이찬솔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균열 속으로 검기를 날려댔다.


‘마력 소모가 심해. 균열도 너무 가깝고. 너무 오버하지 마.’


“네!”


균열에 딱 붙어 기계 마물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베어내던 이찬솔은 내 말에 따라 균열에서 거리를 벌리면서도 검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요?”


‘악마 녀석들의 한계지.’


“한계요?”


‘저것들 전부 단순한 마물이 아니고, 그 녀석이 만든 기계야. 아무리 기계라고 해도 실질적인 동력은 마력이라 제약을 무시하진 못해.’


“예?”

마력으로 신체보단 공학적인 지식을 발달시킨 악마, 자칼.

그 녀석은 악마의 힘에 필적하는 기계에 몸을 싣고 쳐들어온다. 녀석이 홍지아의 억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다. 마의 힘을 억제한다 해도 기계의 위력까지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위잉.


카가각!


“크흑. 저 레이저에 맞으면 아프긴 하겠네요.”


이찬솔이 균열에서 거리를 벌리자 균열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들의 머릿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으아앙!”


위잉.


갑자기 전장이 되어버린 길거리에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아이를 향해 붉은 레이저 한 가닥이 날아들었다.


“안 돼!”


지잉!


쾅!


아이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든 공격을 따라잡으려던 이찬솔은 주춤했다. 아이의 등 뒤에서 기다란 쇠사슬이 날아들어 레이저의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어? 당신······.”


“뭘 멍하니 서 있습니까? 계속 몰려오잖아요!”


갑자기 끼어들어 아이를 지킨 건 다름 아닌 이슬비였다.


“아. 그 애 좀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세요!”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겁니다!”


이슬비의 쇠사슬이 아이의 몸을 감싸더니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는 곳까지 길게 뻗었다.


쐐액!


파각!


아이가 무사하다는 점에 안심한 이찬솔은 다시 균열 앞까지 단숨에 파고들었다.


‘너무 가깝다니까!’


위잉.


기계 마물은 각자 시야를 공유라도 하는 건지, 이찬솔이 가까워지자 균열 속에서 타이밍을 맞춘 레이저가 날아들었다.


콰과곽! 틱!


이찬솔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쇠사슬이 날아들어 레이저를 튕겨냈다.


‘악마 상대할 때도 방금처럼 하면 순식간에 죽는다.’


“죄, 죄송해요.”


“그럴 땐 고맙다고 하는 겁니다.”


이슬비는 바닥에 닿은 쇠사슬에 이끌리듯 단숨에 날아왔다. 마치 오래된 무협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촤르륵!


이슬비가 기다란 쇠사슬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싸우는 사이 무장한 협회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판교 C구역 균열 확인!”


‘그래도 협회에서 웬일로 이런 어거지를 받아들였네.’


“하하! 그러게요. 그때 말한 게 의미가 없진 않았나 보네요.”


놀란 가슴을 추스른 이찬솔은 자신의 수가 통했다는 생각에 해맑게 웃음 지었다.

미리 선점한 곳에서 마물을 막고, 협회를 끌어들였다는 것부터 이미 이찬솔은 수천의 사람을 살렸다 봐도 무방하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시간 벌었네. 여긴 협회에 맡기고 사옥으로 가.’


김성환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 여긴 맡길게요!”


“어디 가는 겁니까!”


이찬솔은 사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칠성 사옥을 중심으로 열린 균열은 각각 정세라를 필두로 한 칠성의 헌터들과 근방을 지나던 다른 헌터들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막아내기 때문에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특히 협회가 이렇게까지 빨리 올 줄 몰랐으니까.


사옥과의 거리는 뛰어서 20분가량 걸린다. 시간을 꽉 채웠다면 이미 악마가 나타난 시점에서 벌어진 전투에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에 균열을 제쳐두고 사옥을 향했어야 했을 거다.


‘도착하면 강석호 빼고 길드원 전부 다른 균열로 보내야 돼.’


“가, 강석호 헌터님을요? 제가 어떻게요?”


‘강석호를 구워삶아서라도 그렇게 만들어.’


칠성 사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타난 균열은 모든 길드원을 외부로 보낸 뒤 나와 강석호, 단 둘이서 막았었다.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판단이었다.

그때 내 지시는 다른 의미에서 좋은 판단이 됐었다. 악마를 상대해야 하는 시점부터는 강석호와 같은 실력자가 아니라면 개죽음 당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


‘앞에 조심.’


파즈즉.


“으악!”


사옥을 향해 달려가는 사이, 눈앞에 번쩍하며 푸른빛이 일었다. 그곳에서 튄 스파크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강석호씨가 뭐요?”


눈앞에는 어느새 금색 단발의 여자, 정세라가 서 있었다.

이찬솔은 자신의 키보다 긴 창을 든 정세라에게서 튀는 스파크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누구세요?”


“그건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 누구신데 혼자 그 이름을 부르고 있냐고요. 배지도 없는 거 보니까 길드 소속도 아니네.”


‘정세라라고 칠성 간부 중 하나야.’


“정세라 헌터님이요?”


‘좀 까칠한데 띄워주면 좋아해.’


이름을 말하자 정세라는 스파크를 잠재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알아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찬솔이 입을 열었다.


“알다마다요! 전격을 두른 창으로 마물들 전부 꿰뚫고 다니는 푸른 번개! 성녀님 못지않게 외모로도 유명하신 걸요!”


이찬솔의 오버스러운 칭찬이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오버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꿀꺽.


어색한 정적에 마른 침을 삼킨 이찬솔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이찬솔이라고 합니다! 칠성의 간부시니까 제 얘기는 들어 보셨죠? 스승님께 정세라 헌터님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이찬솔이 다시 입을 다물자 또다시 정적이 흐르는 듯 보였지만 어느새 정세라의 얼굴에 핑크빛 홍조가 짙어져 있었다.


“그쪽이 찬솔씨였어요? 난 또. 하, 참.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었나? 하긴. 내 스킬이 너무 화려하니까 어쩔 수 없지. 외모도 그렇고. 재현씨가 내 얘기까지 했을 줄은 몰랐네요? 지아씨 두고 그렇게 다른 여자 얘기 하고 다니면 안 될 텐데, 참.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건가? 후후후. 그래서 내 얘기는 뭐라고 했어요?”


‘주둥이 좀 다물라고.’


“······지,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까 다음에 길드에서 다시 얘기하는 거 어때요?”


“그것도 그러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꼭 같이 얘기해요! 재현씨가 내 얘기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얼른 말 해. 주둥이 다물라고.’


“네, 네! 좋아요! 그리고 이쪽은 협회 사람들이 균열 막는 중이라 다른 쪽 가셔도 될 것 같아요!”


‘후······.’


가려던 방향과 반대방향을 번갈아 두리번거리던 정세라의 몸에서 다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괜히 협회랑 엮일 뻔했네.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봐요!”


파즈즉!


정세라가 사라지자 주변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휴.”


옅은 숨을 내뱉은 이찬솔은 다시 사옥을 향했다.


‘정세라가 원래 유명했나?’


“아뇨. 이름만 몇 번 들어봤어요. 그냥 스파크 튀겨 가면서 나타났는데 기다란 창 들고 있길래 대충 유추한 거죠, 뭐. 성녀님이랑 비교는 안 돼도 예쁘시니까 그냥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비위 맞추는 실력이 생각보다 상당한데. 나중에 기회 되면 칠성 영업팀에 추천해야겠다.


쉬지 않고 달려가던 이찬솔은 사옥에 가까워지자 주춤하며 멈춰 섰다.


“이거 뭐예요? 밟아도 되는 건가?”


바닥에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괜찮아. 그냥 가도 돼.’


이찬솔은 거뭇한 안개 속에 발을 살짝 들여놓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균열 앞에 다다르자 거뭇한 안개가 한 점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강석호 헌터님!”


내가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강석호는 길드원을 모두 바깥으로 보내고서 홀로 균열을 막아서고 있었다.


“네가 여길 왜 왔지?”


“균열이 발생된 거 보고 당장 달려왔습니다!”


“네 까짓 거 없어도 된다. 꺼져.”


이 녀석은 갈수록 최지환 닮아간단 말이지.


“크릉!”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강석호의 뒤로 늑대 형태의 기계가 뛰어들었다.


턱. 스릉.


파가각.


지체 없이 휘두른 이찬솔의 검이 녀석을 갈랐지만 바닥에서 새어나온 안개가 먼저 녀석을 붙잡은 게 먼저였다.

이찬솔은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린 검은 안개는 마물이 발을 들이는 순간 솟아올라 찢어발기거나, 그대로 짓이겨버리고 있었다. 자동에 가까운 공격 방식이었다.


“뭐 하는 거냐.”


“도, 도와드리려고 했습니다!”


“누가 누굴 돕는다는 거지?”


“크릉!”


턱. 파스슥!


이찬솔의 뒤로 뛰어들던 마물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뭐하고 있는 거냐. 방해되니까 꺼지라고.”


“네!”


아직까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강석호만큼 좋은 능력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나도 한수 접고 들어갈 정도였으니.


상황파악이 끝난 이찬솔도 군말 없이 강석호와 거리를 벌렸다.

그때.


콰과광!


늑대 기계가 새어나오던 균열의 뒤로 족히 네다섯 배는 될 크기의 공간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균열은 굉음을 뱉던 균열과 다르게 오히려 고요하게 공간을 찢어갔다.


휘이잉!


잠시의 고요가 지나고 공간에서 거대한 바람이 주변을 스쳤다.

여태껏 발생한 균열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의 균열.


“저건······.”


방금 전까지 분노로 가득하던 강석호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드리워졌다.

거센 바람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자 거대한 균열은 안정감을 찾은 듯 옅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뿜었다.


그리고.


끼릭. 끼리릭.


‘준비해.’


“네.”


거대한 균열 속에서 포구가 공간을 비집고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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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출현(2) 23.05.25 138 3 12쪽
24 악마출현(1) 23.05.24 135 3 12쪽
23 칠성길드(3) 23.05.23 149 2 13쪽
22 칠성길드(2) 23.05.22 150 3 11쪽
21 칠성길드(1) 23.05.21 159 3 15쪽
20 만물상(5) 23.05.20 153 3 13쪽
19 만물상(4) 23.05.20 166 3 12쪽
18 만물상(3) 23.05.19 173 3 13쪽
17 만물상(2) 23.05.18 177 3 14쪽
16 민물상(1) 23.05.17 193 3 13쪽
15 사막의 주인(5) 23.05.17 194 4 18쪽
14 사막의 주인(4) 23.05.16 196 4 14쪽
13 사막의 주인(3) 23.05.15 204 4 13쪽
12 사막의 주인(2) 23.05.14 224 4 16쪽
11 사막의 주인(1) 23.05.13 262 4 15쪽
10 성장의 발판(6) 23.05.13 263 7 13쪽
9 성장의 발판(5) 23.05.12 283 7 14쪽
8 성장의 발판(4) 23.05.12 323 8 16쪽
7 성장의 발판(3) 23.05.11 342 7 14쪽
6 성장의 발판(2) 23.05.11 37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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