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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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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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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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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6,226

작성
23.05.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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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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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성장의 발판(2)

DUMMY

보통 C급 이상의 특성을 얻는 각성자들은 그에 따른 특수 스킬을 얻는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N급 특성의 수준은 감도 오지 않지만 ‘학습’이라는 스킬이 생긴 걸 봤을 때 특수 스킬일 거라 지레짐작 정도는 했다.


파각! 파가각!


스킬을 얻은 이찬솔은 더 이상 검의 궤도를 일일이 짚어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아직은 한참 부족한 검술이고, 곳곳에서 득달같이 달려드는 녀석들을 모두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피지컬이 뛰어나다 보니 그런 점을 짚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너무 들어왔어.’


이 미친 폐급의 능력 탓에 나까지 넋 놓고 있던 사이, 어느새 잔뜩 몰려들던 스켈레톤 무리를 비집고 들어가 사방이 둘러싸인 꼴이 되어 있었다.


‘검날을 허리로 끌어서 휘둘러.’


『스킬 : 학습 Lv.1의 효과로 가로베기 Lv.1을 습득합니다.』


이찬솔이 검날을 허리춤으로 끌어 자세를 잡자 또다시 파란 문구가 떠올랐다.

스킬 하나를 얻기 위해선 수천, 수만 번의 검을 휘둘러야 한다.

수만 번을 휘두르면 스킬을 얻는다? 그것도 아니다. 수십만 번을 휘둘러도 재능이 없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미련한 노력가


만약 내 특성이 ‘강직한’ 검사가 아닌, ‘미련한’ 검사였다면.


F급이라도 달리면 다행이지.


하지만 ‘미련한’이라는 수식어가 ‘노력가’라는 특성에 붙는다면, 그만한 노력가가 없다.

지금껏 단련해왔던 이찬솔에게 보답이라도 해주듯 특성과 함께 재능 그 자체인 스킬이 붙었다.


미쳤구만.


『스킬 : 가로베기 Lv.1 효과 발동』


쐐액!


이찬솔의 검이 빠르게 가로지르자 정면에서 덤벼들던 스켈레톤 다섯 마리의 뼈가 으스러졌다. 가로지른 검은 그 흐름에 맞춰 뒤에서 달려들던 녀석들까지 베어냈다.


스킬이 들어왔다고는 해도.


‘검 배운 적 있어?’


“매일 다섯 시간씩 휘두르긴 했어요!”


어쩐지.


스킬도 스킬이지만 검의 흐름은 별개의 문제다. 검에 특출나다는 건 장담할 수 없지만 그 노력은 분명 묻어있었다.


파가각! 파각!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그 느낌이 내게도 전해지지만 이건 이찬솔만의 감정은 아닐 거다.

이 녀석은 나보다, 최지환보다 강해질 수 있다.


쉬익!


“윽.”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뭉툭한 화살이 날아들어 어깨를 스쳤다.


‘궁수는 제일 먼저 처리해야 돼. 방금처럼 허리로 검날을 끌고, 자세를 더 낮춰. 왼발은 앞에, 오른발은 뒤에. 고꾸라질 정도로 허리를 낮추고.’


이찬솔의 엉성한 자세가 내 말에 따라 조금씩 고쳐져 간다.


‘왼발을 힘껏 박차면서 동시에 오른발을 뻗어. 지금!’


『스킬 : 학습 Lv.1의 효과로 속진참(速塵斬) Lv.1을 습득합니다.』


퍼석!


어둠 끝자락에 걸쳐서 화살을 쏘아낼 준비를 하던 스켈레톤 두 마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게 될 거라곤 나도 몰랐다. 시험 삼아 자세를 짚어줬을 뿐이지만 녀석은 그 단순한 몇 마디를 자신의 스킬로 치환했다.

이찬솔은 어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검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방금 여기까지 한 번에 온 거 봤어요?”


‘그래.’


“으하하! 나 진짜 세구나!”


아직 배워야 할 점은 차고 넘치지만 말을 아꼈다.

자신이 어느 정도로 강해졌는지 깨달아가는 시점부터 이미 스켈레톤 따위는 더 이상 이찬솔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조금 더 많은 스킬을 전수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감격을 그저 곤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


힘을 쫓아 최지환과 함께 성장하던 그 시절의 느낌.

그 끝은 서로 달랐지만 지금 이찬솔이 느끼는 감정은 그 시절의 나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파각!


“헥헥, 더는 못 해요······.”


꼬박 삼십 분 동안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더 이상 몰려드는 스켈레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 널브러진 뼛조각만 해도 족히 50마리는 넘어갈 양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했어.’


아직 마력에 대한 감이 없는 이찬솔에게 스킬은 그다지 효율이 좋지 못했다. 본인도 얼핏 느꼈는지 중간부턴 한 마리씩 차분히 쓰러뜨려 나간 탓에 시간도 꽤 걸렸다.

뼛조각 사이에 드러누운 이찬솔은 옆에 떨어져 있는 마석 하나를 주웠다.


“황색 마석이 이십 정도 하니까······.”


숨을 헐떡이다 말고 벌떡 일어선 이찬솔은 주변에 잔뜩 흩뿌려진 마석을 바라봤다.


“대충 오십 개면······. 처, 천만 원!”


마석을 바라보는 이찬솔의 심장이 빠르게 뛰더니 금세 가라앉았다.


“어차피 가져가지도 못 하는구나. 이 짓거리 두 달을 꼬박 해도 못 버는 돈인데······.”


짐꾼은 헌터가 준비한 가방에 마석을 주워 담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혹여나 몰래 빼돌렸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짐꾼 생활을 접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그 자리에서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반절만 주워서 가방에 담고 빨리 일행부터 찾아.’


“아!”


손에 들고 있던 마석을 주머니에 넣은 이찬솔은 가방에 마석을 쓸어 담고서 일행을 찾아 나섰다.


* * *


퍽!


“이 빌어먹을 새끼야! 너 때문에 본 손해가 얼만 줄 알아!”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균열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주먹이 날아들었다.

지난 균열에서 박민재에게 맞았던 주먹보다는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지만 그때보단 맞을만하게 느껴졌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신철수의 주먹이 다시 날아들자 방패를 든 남자가 끼어들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찬솔씨. 미궁이라 길을 잃을 순 있지만 손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우리가 오늘 잡은 스켈레톤만 열다섯······, 아니, 이십 마리는 족히 될 겁니다. 이걸 어떻게 변상하실 거죠?”


“······고작 이십 마리.”


이찬솔은 조금 욱신거리는 볼을 쓸며 일어섰다.


“고작이요? 이십 마리면 돈이 얼만지나 아십니까?”


방패를 든 남자가 차분한 척 말을 꺼냈지만 표정은 썩 그렇지 않았다.


“방금 맞은 건?”


“폐급 새끼가 빌지는 못할망정, 뭐? 맞은 거? 그래. 고작 마석 이십 개만큼 딱 이십 대만 쳐 맞아봐.”


신철수가 주먹을 휘휘 저으며 다가왔다.


좋지 않은데.


이십 마리라는 것도 불려서 말한 게 분명하다. 이미 그보다 많은 마석을 챙겼기 때문에 맞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방금 날아든 주먹이 그리 아프지 않았다는 거다.


빠각!


주먹이 날아들자 신철수의 입에서 허연 알갱이 하나가 빠져나왔다.


안 좋다니까.


“응?”


턱뼈가 부서지는 경쾌한 소리와 다르게 주변은 정적이 흘렀다.

이찬솔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파악하던 남자에게 가방을 건넸다.


“세어 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남자가 가방을 열어 마석을 확인했다.


“서, 서른 둘······.”


“열두 개.”


“에, 예?”


이찬솔이 다가가자 볼이 띵띵 부은 채로 쓰러졌던 신철수가 바닥을 기며 도망갔다. 신철수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운 이찬솔이 나지막이 말했다.


“열두 대만 때린다.”


“미, 미안 -”


빠각!


고작 다섯 번째에 신철수는 정신을 잃었지만 이찬솔의 주먹은 나머지 일곱 번을 더 채우고 나서야 멈췄다.


* * *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낸 이찬솔이 작은 침대에 몸을 눕히자 몸의 긴장감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진짜 피곤하네요.”


‘한 성깔 하네? 일당까지 전부 받아내고.’


피떡이 된 채로 정신을 잃은 신철수를 대신해 방패 든 남자에게 일당을 받아낸 이찬솔은 그대로 택시에 몸을 실어 작은 단칸방에 들어왔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거든요. 헌터라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폐급이라고 무시해서 상대도 안 했는데 이제 참을 이유도 없잖아요. 마석 버리고 온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일반적으로 폐급들이 받는 시선을 떠올렸다.


“아! 차재현 헌터님한테 한 소리는 아니에요!”


‘그래도 지금처럼만 하면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돼.’


“하하. 그거 진짜 좋은 말이네요.”


누운 채로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팔을 들어 올린 이찬솔이 상태 창을 열었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찬솔


나이 : 22


레벨 : 6


특성 : 미련한 노력가(N)


보유 스킬 : (학습 Lv.1), (검술 Lv.2), (가로베기 Lv.1), (속진참(速塵斬) Lv.1)


몸은 잔뜩 지쳐있지만 상태 창을 확인하던 이찬솔의 심장이 또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진짜 꿈만 같네요.”


수많은 스킬을 얻었었고, 몇몇 스킬들을 최고수준까지 올렸던 나조차도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인다.

다른 무술에 비해 검술은 초기의 성장이 굉장히 더딘 편이다. 가로베기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도 적게는 수개월간 검을 휘둘러야 할 정도로 검 자체를 손에 익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찬솔은 고작 이론만으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더군다나 피지컬이 받쳐주니, 스킬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성장의 속도 또한 남다르게 올라간다.


마력은 어떻게 좀 해봐야겠는데.


“꿈만 같네요.”


‘전부 네가 가진 능력일 뿐이야. 아직 갈 길도 한참 남았고.’


“헌터님 아니었으면 애초에 각성을 하지도 못했을 거고, 혹시 각성해서 똑같은 스킬을 얻었다 해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찬솔이 바들거리는 팔을 들어 눈앞에 대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맙습니다.”


문득 처음으로 스승이라 불렸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가르쳤던 많은 헌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기분은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잠이나 자.’


“네. 그럼······.”


꽤 고된 하루를 지내왔던 이찬솔이 눈을 감자마자 의식이 흐릿해지는 게 전해졌다.


그럼 어디.


새까만 어둠 속에서 마력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분명 이찬솔의 피지컬은 뛰어나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으로 보아 폐급이었던 이유는 알 것도 같다.


이찬솔의 마력을 보완할 수만 있다면.


마법을 사용하는 각성자들처럼 마력을 바깥으로 끄집어낼 일이 많이 없었다보니 컨트롤하는 게 익숙하진 않았다. 각성의 돌을 발동시키기 위해 마력을 쏟아낼 때도 요령이 없어 꽤 많은 마력이 손실됐었기에 내 나름대로 이찬솔의 신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로 했다.

분명 신체의 느낌이며, 깊은 감정까지 이찬솔과 공유되지만 마력을 공유하려 할 때만큼은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하면 되려나.


내가 운용할 수 있는 마력을 최대한 컨트롤해가며 이찬솔의 몸에 두를 수 있도록 집중하자 확실히 폐급의 신체일 때보단 마력을 흘려보내는 게 수월해진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단춧구멍에 물을 들이붓는 수준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운용 Lv.1을 습득하셨습니다.』


몇 시간이고 마력을 컨트롤한 덕분인지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눈으로 보는 것보단 망막에 직접 새겨지는 느낌으로 보아 이찬솔의 몸에 생긴 스킬은 아닌 것 같다.

금방이라도 바닥날 것 같던 마력이 회복되는 감각과 함께 몸을 관통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쾅쾅쾅!


“이찬솔씨! 안에 계시는 거 압니다! 문 열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이고 마력을 운용하던 중, 문이 부서질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굳게 닫혀 있던 눈꺼풀이 열리며 빛이 새어 들어왔다.

가차 없이 문을 두드리는 소란통에 이찬솔이 발작을 일으키듯 깨어났다.


“뭐, 뭐야!”


저렇게까지 두드리는 거 보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빨리 열지 않으면 강제로 들어갑니다!”


“자, 잠시만요!”


미처 잠도 다 깨지 못한 이찬솔이 좁은 침대를 비집고 나와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마······.”


문고리를 잡고 잠시 생각에 빠진 이찬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경찰은 아니겠죠? 신철수가 신고했다던가······.”


‘내가 그 녀석이면 짐꾼한테 얻어맞았다고는 쪽팔려서 신고 못할 것 같은데.’


“아. 역시 그렇겠죠?”


그 일이 아니어도 썩 좋은 상황처럼 보이진 않았다.

경찰이 아닐 거란 생각에 안도감을 품은 이찬솔이 문을 열자 검은 정장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집으로 들이닥쳤다.


“뭐, 뭐예요!”


“이찬솔?”


“······네. 그런데요.”


퍽!


“컥······!”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주변을 둘러싼 남자들은 능숙한 손길로 이찬솔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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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만물상(3) 23.05.19 173 3 13쪽
17 만물상(2) 23.05.18 17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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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막의 주인(5) 23.05.17 194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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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막의 주인(3) 23.05.15 20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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