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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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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97,908
추천수 :
3,130
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7 15:33
조회
2,834
추천
82
글자
11쪽

용과 이무기

DUMMY

11화



산맥으로 올라오기 전.


아무리 그래도 맨몸으로 화룡과 맞서싸우러 가는 건 조금 무모해보였기에 혹시 퀘스트에 숨겨진 요소가 있나해서 물었다.


“나 혼자 올라가서 잡으란 소리는 안 하겠지?”


원래 보스몹이 드래곤 정도 되면, 의뢰하는 측에서도 뭔가 내주기 마련.


만약 정말 맨몸으로 가서 잡으라고 하면 살짝 후달린단 말이지.


“물론이라네. 우리 또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의 신을 상대해보려는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야!”


그가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밖에서부터 거대한 기계를 끌고 들어왔다.


“우리 검은 강철 일족이 100년간의 증오를 담아 만든 거궁, 산맥의 이빨일세!”


일반적인 발리스타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함.


곡선형의 전면부부터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내부까지, 모든 것이 흰색의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 석궁.


설정집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저건 유니크 아이템이 아닐까?


***

[산맥의 이빨 / 유니크]


검은 강철 일족이 100년간 불의 신을 증오하는 마음을 담아 새긴 룬이 담긴 무기입니다.

룬강철로 만들어져 용의 가죽조차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


아마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유니크 아이템은 전설의 검 같은 형태로도 존재하지만, 보스를 잡기 위한 특수 기믹으로도 곧잘 등장하니까.


“혹시 저 석궁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


“물론이다! 우리 검은 강철 일족이 100년의 증오를 담아 새긴 룬 덕에 불의 신을 비롯한 창공의 존재들에게 훨씬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전체가 룬강철로 이루어진 석궁이었나.


불의 신 같은 존재들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석궁인 거로군.


이번 전투에 안성맞춤인 지원 아이템이다.


“좋아, 그 정도면 됐군. 저 거궁을 다룰 자만 나를 따라와라.”



***



놀랍게도 드워프가 지원해준 석궁은 무려 3연발 자동 석궁이었다.


대체 이런 오버 테크놀로지가 어디서 자꾸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에 봤던 기계장치들은 겉멋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


“발사!!!”


퉁! 퉁! 투웅!


크루겐의 함성과 함께 ‘산맥의 이빨’에서 발사된 거대한 강철 화살은 수백미터는 될 법한 거리를 단숨에 내달려 레드 드레이크의 한쪽 날개를 꿰뚫었다.


[키에에에엑!!!]


그저 날개의 피막을 찢어놓는 것에 그칠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적중당한 날개는 너덜너덜한 것을 넘어 거의 곤죽이 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


“파블 경! 약속한 대로 날지 못하게 날개부터 끊어냈소!”


“알겠다. 다음 재장전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그의 발치에 놓여있는 거대 화살의 굵기는 거의 드워프 하나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컸다.


짧게 걸리지는 않을 터.


“5분, 아니... 3분 안에 해 보이겠네!”


숙련된 기술자라 이건가.


전투의 순간 속에서 3분이라는 긴 시간을 제안했다지만, 레드 드레이크의 날개를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어버린 것 치고는 짧군.


“그 정도는 내가 벌어보지.”



***



예언 속의 재앙, 불의 신이라 불리던 레드 드레이크는 자신이 화룡으로 거듭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승천을 감히 저수지 따위로 방해하고 있던 저 미개한 땅딸보 놈들.


만약 승천하여 화룡으로 거듭난다면, 그때는 드래곤의 레어에서 평생 보물을 만들 노예로 거두리라.


그러나.


조금만 더 하면 격의 상승을 이룰 것만 같았던 그 순간에.


갑자기 날아온 벼락과 같은 무언가는 드레이크의 날개 한쪽과 함께 그 망상 또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바늘?


바늘이라기엔 너무 커다란 그것은 백색의 주둥이에서 쏘아지고 있었다.


저것이 다시 한번 쏘아진다면 승천의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질 터.


그들을 향해 브레스를 발사하려던 그 순간.


퍼억-


시선 아래에서 다가온 무언가가 턱주가리를 올려 쳐 그 입을 닫아버렸다.


펑!


내부에서 터진 브레스에 목이 따갑다.


대체 방금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래를 보자 자신보다는 훨씬 작지만, 드워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장대한 기골을 가진 칠흑색 머리칼을 휘날리는 전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설로만 들었던 용살자가 저런 모습일까.


아마도 저 전사가 근처에 있는 한 드워프들을 치워버리기는 불가능하리라.


게다가 날개가 찢긴 이상 날아오르는 것도 힘들겠지.


대장간에 열기에 취해 허무하게 날개를 잃었던 드레이크는 이제 파벨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도마뱀 주제에 생각이 많아 보이는구나.”


[크아아아아!!!]


레드 드레이크 또한 하위이긴 하지만 용종은 용종.


어설프지만 하위 존재들을 압도할 존재감 정도는 뿜어낼 수 있었다.


[꺼져라!!!!!]


뚝-


그러나 그것은 어중이 떠중이들에게나 통하는 잡기.


자신있게 뿜어낸 존재감은 전사가 내지른 외침 한 번에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다.


“함성의 크기는 비슷한 것 같은데, 장난은 그만치지.”



***



자세를 낮추고 검을 머리 위로 하여 상대에게 향한다.


사람에게 향한다면 다른 자세도 많겠지만, 이런 대형종에게는 언제나 상단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런 지식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파벨 주니어의 경험일까, 무기의 달인이 전해주는 감각인 것일까.


구분해야 하나?


모른다.


그저 내지를 뿐.


레드 드레이크는 내 검을 당연히 막을 거라 생각하는지 검에 가볍게 발톱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촤아악!


[크아아아!!!]


잘려 나간 발톱은 용에 속하는 드레이크의 발톱조차 오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뜻했다.


“왜 그러지? 네놈의 발톱이 잘려 나갈 줄은 몰랐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음에도.


흔들리는 눈동자는 마수의 감정마저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위협인가, 두려움인가.


만약 네놈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면 더욱 더 성급하게 굴어다오.


나는 천천히 네놈의 숨통을 조여갈테니.


***


탁- 탁-


특징적인 착화음과 부풀어 오르는 배.


드레이크의 목덜미에서 일렁이는 불꽃은 곧 뿜어져 나올 것을 암시하듯 거세게 타올랐다.


[키에에에엑!!!]


드래곤이 등장하는 게임에서는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패턴.


“드래곤 브레스인가.”


하위 용종 따위가 사용하기에는 소모 값이 너무나도 커다란 기술일 텐데, 재밌군.


괴성과 함께 나를 향해 뿜어지는 브레스.


아무리 나라도 저기에 맞으면 녹아내리겠지.


그러나 강렬한 화염이 덮쳐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의 내면에는 일말의 미동조차 없다.


그렇기에 내 검의 오러는 더욱 활활 타오르며 형태를 갖춰나간다.


학살을 원하는 폭력적인 심상과 그럼에도 고요한 수면의 이중적인 심상을 담은 나의 오러가 절정에 달한 그때.


부우웅-


짧게 휘두른 단 한 번의 검격.


뿜어진 얇은 검기만이 불길과 마주했다.



***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


드워프들은 보았다.


자동 석궁을 장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음에도, 그 신화적인 싸움을 눈에서 떼어낼 수가 없었다.


드래곤 브레스를 뿜어내는 드레이크라니, 이미 드래곤에 걸쳐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에 맞서는 전사는 단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그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블 경! 위험...”


크루겐은 그에게 경고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말을 마칠 수 없었다.


그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푸른빛의 검기.


그것은 마치 폭력의 화신처럼 맹렬하게 타오르면서도 동시에 저녁 숲의 고요함을 닮아, 그의 검 위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파벨이 그것을 갈무리하여 내지른 순간.


모든 것을 녹일 것만 같았던 브레스는 폭풍 속의 촛불처럼 힘없이 사그라들고야 말았으니.


검기는 브레스를 가볍게 가르고 나아가 드레이크의 입을 찢어놓고야 말았다.


크루겐의 머리에는 파벨에겐 부끄러워 이야기하지 못했던 예언의 뒷말이 맴돌고 있었다. 


불의 신에게 산맥의 심장을 먹히는 때, 너희는 종말을 맞이하리라.

산맥 너머의 지배자를 찾아라.

그만이 너희를 구원할지니.


[그를 따라 세상으로 나아가라, 세상의 모든 산맥을 너희에게 안겨다 줄 것이다.]


“예언 속의... 지배자시다...”


“산맥 너머의 지배자...”


만약 그가 정말 예언 속의 지배자라면... 


꿀꺽-


“뭣들 하고 있어!!! 아직 안 끝났어! 장전 계속해!”



***



“끝이다.”


[키에에엑...! 크르륵...!]


길게 찢어져 버린 입.


브레스의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녹아내린 목.


레드 드레이크는 불의 신이라는 위명과는 달리 이미 자신의 열기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이미 승부가 났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다.


방심인가?


그럴리가.


여기에 있는 그 누구라도 방심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러나 드레이크는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는 듯 보였음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했다.


물론 내게도 그 브레스를 갈라낼 오러는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커다란 부담을 주었다.


그 때문일까.


저 끈질긴 모습을 보자,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지친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곧 산맥의 이빨이 장전된다는 신호 또한 받았다.


“죽음을 받아들여라.”


어차피 움직일 기운조차 없는 놈이다.


이제 목을 치는 것으로 끝이 나겠지.


[키에엑..!!]


놈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어딘가로 향했다.


용광로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


대체 뭘...


“파블 경!!! 막아야 하오! 열기를 더 섭취하게 두어서는 안 돼!”


[솔직히 이젠 장담할 수 없소. 중간중간 방해받긴 했어도 어쨌든 100년이나 열기를 흡수했으니...]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크루겐이 했던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진화...?


지금처럼 상처 입은 상태로 시도해봐야 가능성은 한없이 낮을 텐데.


그럼에도 그 작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거는가.


“발사!!!”


퉁- 퉁- 투웅-


산맥의 이빨이 뿜어낸 세 발의 화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꼬리와 날개에 적중하여 다시 한번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드레이크는 끈질기게 기었다.


“으랴아아!!!”


뿜어낸 검기가 놈의 눈 한 짝을 가져갔음에도 놈은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놈이 주둥이를 그 구멍에 처박은 그 순간.


산맥의 열기는 더 이상 드레이크에게 섭취되지 않았다.


산맥의 열기가 드레이크를 감쌌으니, 그것은 일종의 제련이요, 재탄생이었다.


꿀렁-


꾸드드득-


곤죽이 되어 잘려 나갔던 부위들이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단순히 열기를 섭취해서가 아닌 종의 진화를 이룩했기에 얻은 부산물로써의 재생.


마수가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직 반푼이였으나 더 이상 드레이크라 부를 수는 없었다.


드래곤.


전설로만 전해지는 마수가 산맥의 열기를 머금고 강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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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과 이무기 +4 24.05.27 2,835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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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로우 혼 상행 +5 24.05.24 3,276 103 12쪽
4 브루넌 부흥 운동 +2 24.05.23 3,429 90 10쪽
3 역대급 똥땅 +3 24.05.23 3,681 92 9쪽
2 브루넌 +6 24.05.22 4,328 106 11쪽
1 파벨 주니어 +6 24.05.22 6,170 1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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