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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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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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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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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5 15:20
조회
3,124
추천
93
글자
12쪽

유산

DUMMY

7화




“루이?”


나는 잠시 길가에 멈춰서서 내가 획득한 보상을 점검했다.


자유 스탯 5포인트와 특전 선택 기회.


이건 내가 기대하던 대로의 보상이었다.


그런데...


루이가 누구야?


***


[브루넌 상회의 전 상회주 루이가 남긴 유산의 단서가 밝혀집니다.]


당신의 [영지 수준]으로는 브루넌의 가치를 담을 수 없기에 잠들어버린 첫 번째 가능성입니다.


그의 유산에 대한 단서는 그가 사용하던 작업실의 세 번째 서랍의 안쪽 숨겨진 서랍에 있습니다.


***


꽤나 복잡한 내용이 등장했다.


브루넌이 이 꼬라지가 된 게 내 영지 수준 스탯으로는 브루넌의 가치를 담을 수 없어서라고?


브루넌이 뭔데?


분명 잠재력이 높음으로 설정되어 있긴 했는데, 그게 다 스탯이 딸려서 개화를 못 한 탓이다. 이건가?


“흐음...”


일단은 촌장에게 물어봐야겠는데.


“이랴!”



***



며칠 만에 만난 촌장 데인은 자신의 텃밭에서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힘겹게 밭을 갈고 있었다.


“촌장, 오랜만이군.”


“파벨 경?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그는 나를 보고 괭이를 내팽개치고는 서둘러 집으로 안내했다.


“이렇게 급작스레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어느샌가 멀끔해진 차림으로 차를 권했다.


“상회의 일이 잘 마무리가 되었기에 찾아왔네.”


“가시는 길에 불상사가 있진 않으셨는지요?”


“무얼. 산적 몇 놈 있길래 그냥 혼 좀 내줬지.”


산적을 처치했다는 이야기에 촌장은 의외로 즐거운 기색으로 답했다.


“멋지십니다. 그럼, 그곳으로 짐꾼 몇을 보내 장비와 수급을 챙겨오도록 할까요?”


허리춤에 있는 설정집이 살짝 떨려오는 이 느낌.


메인 퀘스트는 아니라 해도 이 또한 퀘스트인 건가.


“그러도록 하지.”


“일꾼은 어떻게 할까요.”


“음. 일단 고용은 이걸로 하게.”


나는 촌장에게 금화 하나를 건넸다.


“일꾼을 고용하는 데에 금화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나중에 잔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음... 차라리 잔금은 자네가 관리하여 마을 운영에 보태게.”


어차피 세수 관리도 촌장이 할 텐데 믿고 말고 할 것도 없지.


그냥 당신이 돈 관리 좀 해주쇼.



***



촌장은 최근 일어난 일이 꽤 마음에 드는 것인지 처음에 비해 꽤나 호의적이 되어 있었다.


“기사님께서 교역로를 재개하신 덕에 마을에도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고작 상행 하나 보낸 거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고작 상행 하나가 아닙니다. 교역로가 열리면 마을에 물건이 돌고, 단순 농사가 아니라 상품성 있는 산업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촌장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을 쏟아냈다.


“다시 경제가 활성화되면 많은 것을 되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 살만했던 브루넌으로 말입니다!”


“그런가. 그건 기대가 되는군.”


앞서 브루넌의 잠재력이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발전한 마을의 모습도 기대가 되는걸.



***



“사실 오늘 찾아온 건 묻고 싶은 게 있어서라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루이, 그게 누구지?”


그는 루이라는 이름을 듣자 흔치 않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레아의 남편입니다. 브루넌 상회의 전 상회주였지요.”


레아의 남편.


그 소리를 듣자마자 왜 이게 상회 문제의 보상으로 등장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유산에 대한 소문을 들었네. 아는 게 있는가.”


“사실 한 마을의 교역을 전담하는 상회주쯤되면 상당히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겠지.”


애초에 그 정도 재산도 축적 못할 사람을 거기에 앉히면 안 되기도 하고.


“그런데, 루이가 남긴 유산은 그가 상회주로 살아온 경력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했습니다. 고작해야 집 한 채와 상회를 한동안 운영할 비용 정도였으니까요.”


“본인도 그 정도 유산으로는 남은 가족들이 살기 힘들다는 걸 알았을 텐데?”


아직 어린 자녀들과 과부 하나가 상회를 이끌기엔 턱없이 부족한 유산이다.


대체 왜 그렇게 대책이 없었던 거지?


“물론 그가 병으로 급사했기에 준비를 못 해줬다는 말도 있었습니다만...”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군. 그렇지?”


데인은 그제서야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예, 저는 루이의 숨겨진 유산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을의 세수를 관리하는 촌장이기에 더더욱 그 양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루이의 작업실 위치를 알려줄 수 있겠나. 나도 관심이 가서 말이야. 한 번 훑어보려 하네.”


“작업실은 제가 샅샅이 뒤져봤습니다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그러니, 잠시 다녀오겠네.”



***



루이의 작업실은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한 소규모 건물에 딸린 자그마한 방이었다.


건물의 간판에 적힌 [브루넌 상회]라는 팻말.


예전에는 이 건물 전체를 상회가 사용하고 있었나.


몰락해버린 상회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가 촌장이 준 열쇠로 방문을 열자 드러난 깔끔한 방.


실용적이고 깔끔한 가구 배치와 유려한 필체로 작성된 교역로가 들어간 지도.


생전에 루이라는 사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마 꽤나 유능한 상인이었겠지.


그의 작업대 위에 놓인 노트에는 그가 교역로를 구상하던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를 놀랍게 한 것은 그 교역로의 범위.


루이가 그리고 있던 교역로의 범위는 로우 혼을 넘어 다른 영지까지 닿아있었다.


이 정도 규모를 다룰 수 있는 상인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레아 일가의 몰락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째서 그는 그렇게 적은 유산만을 남겼을까.


그의 작업대의 세 번째 서랍 안쪽.


이제 그 비밀을 알 수 있을 터였다.



***



“이쯤인가?”


서랍의 안쪽을 뒤적거리자, 천장에서 느껴지는 약간 튀어나온 돌출부.


달칵-


그곳을 누르자, 자연스럽게 손에 책 한 권이 잡혔다.


이건... 일기인가?


[제국력 637년 7월]


오늘은 셋째가 태어났다.

이름은 카일이라 지어주었다.


루이의 일기라... 여기에 단서가 숨어있는 걸까.


[제국력 648년 3월]


병세가 급격히 안 좋아지고 있다.

저번에 투자한 광산이 드디어 결실을 맺으려 했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곧 레아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만... 두렵다. 


광산?


설마 그가 남긴 유산이 광산이었다고?


이 시대의 광산은 최중요 시설 중 하나로, 백작령 전체를 뒤져봐도 채산성 높은 광산이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만약 철광산이라면 영지의 무장 수준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고, 귀금속이나 보석광산이라면 그 세수가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릴 정도였다.


대체 그는 무슨 광산을 발견했기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걸까.


툭-


그때 일기에서 미끄러져 나온 종이 두 장.


하나는 지도였다.


광산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인가.


그라브 산맥과 브루넌의 접경지역.


생각보다 가깝지만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군.


주변이 늪지로 둘러싸여 접근도 쉽지 않겠어.


다른 한 장은...


[보증서]


헥센 광업이라는 곳의 보증서였다.


나로서는 알기 힘든 항목들은 무시하고, 시선을 주욱 내리다가 발견한 문구.


채산 광물 분류 - 철

채산성 - A+


“뭐...?”


A+급 철광산...?


이건 백작령 전체를 뒤져봐도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우량광산이었다.


문제는 그 항목이 철광산이라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철광산은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최중요 광산이다.


만약 채산성이 끝내주는 철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다른 영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제국이 강성하던 시기였다면 눈치를 보며 다소 강압적인 방식으로 구매하는 정도로 끝났겠지.


하지만 지금처럼 난세 직전의 폭풍전야라면?


제국이고 뭐고 옆 영지에서 광산 확보를 위해 선전포고해도 이상하지 않다.


브루넌 같은 낙후된 마을쯤은 순식간에 쓸려나갔겠지.


결국 루이는 이걸 공개할 수가 없었을 거다.


공개했다가는 고향이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을 테니까.


“이건... 전쟁의 불씨로군...”


이건 그에게도 큰 부담이었겠지만, 내게도 작지 않은 부담이다.


영주에게 보고하고 영주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요새화하던가... 아니면...


이 광산을 기반으로 내가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 서던가.


꿀꺽-


커도 너무 크다.


설정집의 연혁에 따르면 난세의 시작은 앞으로 1년 반 뒤에 벌어질 황태자 암살 사건이다.


그동안은 조용히 칼을 갈아야 하는 나 같은 군주 지망생에게는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


그렇다고 이걸 포기하고 영주에게 바쳐?


미친 소리.


독이 들었다고 해도 이건 취할 수밖에 없는 극상의 독약이었다.


먹고 죽던가, 살아남아 그 너머로 나아가든가.


나는 급하게 일기를 들고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



“파벨 경! 수확은 있으셨습니까?”


“그렇다네, 그 때문에 할 얘기가 있으니 잠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나.”


데인은 수확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며 헐레벌떡 파벨을 맞이했다.


루이.


레아의 남편이자, 브루넌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상재(商才)를 가졌던 청년.


앞으로 대상인이 될 수 있었던 루이가 숨겨야만 했던 유산의 정체가 무엇이었을까.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죠.”


그러나 데인의 기대와 달리 파벨 경은 오늘따라 항상 머금던 미소조차 없이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리고 그가 파벨을 대접하기 위해 다과를 준비하려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문의 걸쇠에 걸린 파벨의 검이었다.


“파벨 경...?”


숨길 생각조차 없이 대놓고 걸어 잠근 문.


백작가에서 오랫동안 서기로 일해왔던 데인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내릴 선택의 대가를 잘 알고 있었다.


큰 영광이 함께하거나 자신의 비어버린 왼팔처럼 큰 상처가 함께하겠지.


이번엔 왼팔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데인에게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



“데인.”


“말씀하십시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알았는지 데인은 침착하게 내 눈을 바라보았다.


“백작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니, 이게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을 거라 믿겠소.”


“대략적으로는 알 것 같습니다. 루이의 작업실에서 뭔가... 발견하셨군요.”


“그래, 그랬지.”


“감당하기 힘든 물건이었겠군요.”


“정확하네. 자네의 도움 없이는 다루기 힘든 물건이기에... 자네가 필요하네.”


데인은 눈을 질끈 감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제가 단 한 번 선택을 잘못한 결과입니다.”


그는 비어버린 왼팔을 들어 보였다.


“이번에는 어디를 잃게 될지요?”


“목숨.”


그 외의 경우는 없다는 듯, 너무나도 단호한 대답.


“그렇다면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네 아들, 호세를 모두가 우러러보게 해주지.”


그와 함께 일하면서 그가 언제나 자신의 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수를 관리하면서도 동화 하나조차 착복하지 않던 그가, 그의 아들에게만큼은 한없이 약해진다는 것 또한 알았다.


그의 아들은 충분히 총명하지만, 평민인 이상 데인이 올라갔던 지위 이상의 것을 거머쥘 수 없을 터.


“자네가 내 편에 서주지 않으면 자네를 죽일 수밖에 없어. 그럼 호세가 같은 선택을 강요받게 될걸세.”


“가혹하군요.”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 아마 자네도 듣고 나면 이해하게 될 테지.”


그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는... 철광산, 그것도 채산성이 매우 높은 철광산을 남겼네.”


데인은 순간 움찔하고는 이내 생각에 잠겨 들었다.


백작가에 몸담았던 그라면 철광산이 몰고 올 폭풍을 짐작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일개 촌장의 아들인 호세를 높은 곳으로 올려보내 주겠다는 말의 의미까지도.


“난세가... 오리라 보십니까?”


아아... 거기까지 알아버렸나.


“역시 대단한데, 데인?”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0 Skinscub..
    작성일
    24.06.12 14:05
    No. 1

    광산에 투자를 했다는 건 채굴업체와 손을 잡았단거고 인부들도 썼을건데 루이가 공개 안 한다고 광산의 존재가 묻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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