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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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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97,913
추천수 :
3,130
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6 15:39
조회
2,897
추천
85
글자
12쪽

거인과 난쟁이

DUMMY

10화. 거인과 난쟁이



나는 강줄기를 따라 뻗어나가는 거센 강물을 따라 천천히 말을 몰아 마을로 향했다.


떠나올 때 보았던 척박한 대지는 물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분을 머금어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기사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멀리서 말을 타고 있던 나를 발견한 건지, 헐레벌떡 뛰쳐나오는 한 무리의 농민들.


“진정들 하게, 드워프들과 이야기가 잘 끝나서 강줄기를 되찾았을 뿐이야.”


“오오... 맙소사... 강이 돌아오려면 30년은 걸린다기에 포기했었는데...”


농민들에게 강줄기의 유무는 내 생각보다도 더 중대사였던 것일까.


그들은 이 거센 강물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에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강이 돌아왔어도 금년도 농사는 이미 망한 게 아닌가?”


“아이고, 기사님! 말도 마십쇼! 올해 농사는 몇 개월 전에 진작 망했습죠.”


“그럼 물이 돌아왔어도 자네들이 버티기엔 힘들 수도 있겠군.”


“그것이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왠지는 몰라도 올해는 농작물들이 물 없이도 자라버려서 3할은 살아있는디...”


“물 없이... 농작물이 자란다고?”


아, 이거 설마...


[농업 군주 (C)]

당신의 영지에서는 ‘대흉작’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게 그 뜻이었나...”


대흉작.


그러니까 말 그대로 모든 작물이 말라죽을 정도의 살인적인 기근.


아무런 관리를 안 해도 그 수준까진 안 간다는 뜻이었다.


뭐 이런 성능의 특성이 다 있지?


이게 C등급이라고?


원래 군주형 특성들은 다 이렇나?


“그래도 자네들이 살기에는 조금 팍팍할 수도 있겠군.”


내 말에 농민들은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희 같은 무지렁이들이 굶어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그러한가.”




***




[퀘스트 완료 보류]


당신의 노력으로 마을은 기근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드워프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이들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추가 퀘스트 진행 가능

[추가 퀘스트 진행] / [기존 보상 수령]


***


“흐음...”


영주관으로 돌아온 다음 날.


설정집은 자신을 봐달라는 듯 눈앞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추가 퀘스트?”


라스트 스탠드에서 가끔 이런 퀘스트들이 있긴 했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여 퀘스트 자체가 확장되는 경우, 완료를 보류한 채 추가 퀘스트를 받을지 정할 수 있었지.


물론 추가 퀘스트에 실패하면 기존의 보상도 깎여나가므로 약간의 위험을 져야 한다.


하지만, 성공 시에는 그걸 다 보상받을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 편.


“아, 이거 결국 관계 개선하라는 거잖아.”


저자세는 진짜 하기 싫은데.


이미 깽판쳐놓고 도망 온 터라, 관계 개선 자체도 어려울 거고.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더 자자.



***



“기사님!!! 기사님!!! 큰일 났습니다!!!”


끼이익-


“무슨 일인가.”


나의 단잠을 깨운 사람은 폴과 칼이라는 농부였다.


“진짜 지금 좆돼버린 거 같은 데 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야! 칼! 기사님께 말을 누가 그따위로 해!”


“아니, 좆돼버린거 맞지 않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런 말을 쓰면 안 되지!”


이들의 반응이 조금 상스럽긴 해도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 최소한 도적 떼는 출몰한듯했다.


어디 오늘도 머리를 추수하러 가볼까.


“일단 기다려보게.”


나는 천갑옷으로 최소한의 무장만 갖춘 채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 마을 경계에 도달하자 보이는 다수의 인원.


대충봐도 중무장한 것이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겠군.


어디보자... 도적은 아니고...


“드워프?”


아, 그런 거군.


우리 마을 대장간이 비었다는 걸 알고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드워프프들이 앙심을 품고 자발적 귀화를 희망하고 있었다.


“기... 기사님! 저희 괜찮은 거 맞습니까?”


“아, 너희는 여기에 있도록.”


이런 이벤트에서 꿀을 못 빨면 고인물이 아니다.


자, 오너라 귀화 희망자들아.



***



“파블 경! 아, 아니지! 산맥 너머의 지배자여! 우리를 한 번만 구해주시게!!!”


“오오... 그 콧대 높던 드워프 놈들마저 기사님께는 고개를 숙이는구나...!”


“폴, 근데 기사님은 왤게 죽상이셔? 저놈들이 저자세로 나오면 좋은 거 아냐?”


“글쎄...?”


자진 입대 희망자들이 몰려온 줄 알았더니 도와달라고 도망 나온 난민이었을 줄이야.


차마 뎅겅뎅겅 쇼를 못 펼쳐서 아쉽다고 말할 수 없어서 죽상을 짓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봐, 크루겐?”


“왜 그러는가! 산맥 너머의 지배자 파블 경이여!”


“갑자기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심지어 6명이나 되는 인원이 무장하고 말이야.”


그 말대로 6명으로 이루어진 드워프 집단은 사슬갑옷과 전투 망치 그리고 방패까지 착용한 채 영지 경계를 넘었다.


어떤 이유를 대든 간에 중무장 집단이 국경을 넘었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사실확인 같은 건 다 때려치우고 목부터 쳐도 할 말은 없는 것이지.


다만 이들을 다 죽여버리면 우리 대장간을 운영할 노예... 가 아니라 협력자를 구할 수 없으니 참았을 뿐이다.


“그것이... 어제 우리가 관리하던 수문이 터져버렸네!”


음...


“부끄럽게도, 우리가 만든 수문의 품질이 낮았던 게지!”


음...?


그거 누가 봐도 외부 침입자인 내가 부순 거 아니냐?


“침입자가 부쉈을 수도 있지 않나...?”


“맙소사...!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한다니, 역시 자넨 잔혹한 휴먼답구먼! 아닌가? 자이언트였던가?”


얘넨 진짜 돌머린가?


드워프들이 국가를 세울 때마다 망했던 이유를 온몸으로 느끼던 중 깨달았다.


저자세로 일관하지 않아도 관계가 알아서 개선된다고?


이건 기회다.


일단 추가 퀘스트는 받아둘까.


그렇게 갑작스러운 드워프와의 협력이 성사되었다.


‘야... 폴, 산맥 너머의 지배자는 로우 혼 백작 아니신가?’


‘칼, 좀 닥치고 있어. 기사님도 일단 브루넌은 지배하는 거 맞잖아.’


‘그렇긴 한데...’



***



“이보게 파블 경이여!”


“왜.”


“산맥 너머의 지배자인 그대가 병사가 한 명도 없다니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올 게 왔군.


이 돌머리들조차 내 조촐한 영지와의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가.


“예언에는 지배자가 구할 거라고 했잖나. 병사 얘기가 어딨단 말이냐.”


“맙소사...! 그것도 그렇군...”


“오오오...”


드워프들도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들을 마을에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솔직히 대장간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조차 이제는 신뢰가 안 간다.


얘네 머리로 부족씩이나 유지하고 있다는 것조차 놀라울 지경.


그래, 관심 있는 건 잘한다지 않나.


대장간에 보내면 잘하겠지...



***



“크루겐이다! 지배자를 다시 데려왔다고!”


“이쪽이네!”


크루겐은 나를 저번에 데려가려 했던 장로회라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봐, 크루겐. 헛짓하지 말고 그냥 올라가면 안 되나?”


어차피 불의 신인지 뭔지 잡으려면 그냥 가서 싸워도 될 것 같은데 뭐 이리 절차가 많은지.


둥...!


***

[검은 강철 부족의 부탁]


검은 강철 부족은 당신을 예언 속의 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 ‘불의 신’을 처치하고 기근의 원인이 되었던 수문을 영구히 포기하게 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합의 내용에 따라 변경됩니다.

***


아하.


퀘스트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났던 건가.


장로회와 보상을 협상하란 거였군.


“만약 내가 너희를 구해준다면 검은 강철 일족은 브루넌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지?”


“브루넌? 그게 어딘가?”


“아이고, 어르신! 200년 전에 세워진 마을 있잖아요!”


“그런 곳도 있었나? 떼잉... 요즘 것들은 아무 이름이나 찍찍...”


“이봐 드워프.”


“엉...? 나 말인가?”


“보상. 3줄 요약으로 빠르게.”


한국에선 잡소리가 3줄 이상 이어지면 싸우자는 뜻이다.


알아두도록.



***



“그러니까, 이번 일만 해결해주면 너희가 만드는 제품을 우리 마을에서만 유통할 권리를 주겠다?”


“그래, 우리 검은 강철 일족의 물건이라면 휴먼들에겐 꿈과 같은 물건일 터.”


“흠...”


확실히 드워프의 물건을 독점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


근데 이 돌머리들이 왜 이렇게 고개가 빳빳해?


“너희가 뭘 만들기에?”


얘네가 만드는 게 보석 같은 거라면 딱히 도움은 안 된다.


우리 브루넌에는 그 정도의 교역을 할 상인은 아직 없거든.


“금속 세공도 할 수 있고, 농기구 따위도 잘 만든다.”


확실히 드워프의 농기구라면 농민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야 있겠지만...


“부족하다."


어제 봤던 그 드래곤이 불의 신이라면, 고작 농기구 하나로 용을 잡아달라는 것 아닌가.


“부족하다니! 드워프가 제조한 물품의 가치를 모르는가!”


“드워프제 농기구 좋지. 그런데 그건 우리만 아쉬울 때 하는 얘기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지...?”


모른척 하기는.


“너희의 식량 사정 또한 좋아 보이진 않더군. 결국 브루넌하고 교역 터서 식량 얻어갈 생각 아니냐.”


오면서 대충 봤는데, 드워프가 감자 농사 지어봐야 얼마나 잘 짓겠냐.


직접 지어 먹을 정도면 이미 식량 난일 텐데...


그게 어떻게 보상이야, 그냥 필요에 따라 손 잡은 거지.


“제대로 된 보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나는 그냥 떠나겠다. 예언 속의 존재를 더 찾아보도록.”


드워프들은 머리를 싸매며 한참을 저들끼리 떠들더니 결국 숨겨둔 패를 공개했다.


“우리는 일반적인 강철을 산맥의 열기를 통해 룬 강철로 바꿀 수 있다네.”


“진짜로?”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충격에 크루겐에게 몇 번이고 사실을 확인했다.


“정말이라네 파블 경, 장로회에 속하려면 룬 강철을 주조할 줄 아는 것이 조건이지.”


룬 강철.


일반적인 강철과 달리 오러, 마나, 기 등 모든 종류의 강화 수단을 육체와 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상급 강철.


물론 함량을 조절하여 일반 병사들에게 지급하면 가볍고 단단하며 마법적인 저항력까지 지닌 병사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러모로 라스트 스탠드에서는 주요 전략자원 중 하나로 취급됐었지.


루이가 숨겨둔 철광산과 근처에 존재하는 룬 강철 생산이 가능한 드워프.


이 두 가지를 잘 활용한다면 이 근처의 중소 영지 정도는 가볍게 앞서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브루넌의 잠재력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한참을 옥신각신 하던 우리는 결국 타협점을 찾아 우호 선언에 도장을 찍었다.



***



이전에 몰래 올랐던 산의 정상으로 다시 한번 나아가자, 천지와 같았던 저수지의 수위는 많이 낮아져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원래의 수위겠지.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진 영향인지, 저수지의 중앙에 솟아있던 기둥은 붉게 달아올라 열기를 뿜어냈다.


저것이 산맥의 심장인가.


그리고 중앙의 용광로를 감싼 채 열기를 빼앗고 있는 거대한 용이 불의 신인가.


“화룡치고는 좀 작긴 하군.”


크루겐은 용을 눈앞에 둔 것이 두려운지 그답지 않게 삐걱거리며 대답했다.


“아아아아... 아마도... 화룡까진 아닐 거요. 아마 하위 용종... 그러니까 레드 드레이크겠지.”


“내가 아는 레드 드레이크치고는 많이 큰데?”


“그것이...”


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는 불의 신도 일반적인 레드 드레이크였다고 한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드워프들도 직접 퇴치하려고 했을 정도로 만만했다고.


그런데 놈이 산맥의 심장의 열기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화룡을 연상케 할 만큼 몸짓과 공격성이 커졌다는 모양이다.


“설마 저거 화룡으로 진화하진 않겠지.”


“솔직히 이젠 장담할 수 없소. 중간중간 방해받긴 했어도 어쨌든 100년이나 열기를 흡수했으니...”


이젠 타임어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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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사의 의무 +3 24.05.24 3,146 101 12쪽
5 로우 혼 상행 +5 24.05.24 3,277 103 12쪽
4 브루넌 부흥 운동 +2 24.05.23 3,429 90 10쪽
3 역대급 똥땅 +3 24.05.23 3,681 92 9쪽
2 브루넌 +6 24.05.22 4,329 106 11쪽
1 파벨 주니어 +6 24.05.22 6,171 1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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