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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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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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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7
추천수 :
3,130
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3 22:20
조회
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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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
10쪽

브루넌 부흥 운동

DUMMY

4화. 브루넌 부흥 운동




촌장은 나를 시험하는 듯 하면서도 내 질문에는 성실히 답을 주었다.


“아무리 브루넌의 상태가 안 좋다지만, 백작령의 봉토임에도 교역을 담당하는 상회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내가 소드마스터로 뎅겅뎅겅하고 다닐 때에 영지는 하나같이 내게 자원을 빨려 빌빌댔다.


그럴 때조차도 영지의 교역을 담당하는 상회는 반드시 붙어있었단 말이지.


만약 중세랜드에서 농부 A가 직접 걸어서 옆 동네에 밀 팔러 가면 어떻게 될까?


열 명이 가면 다섯은 산적 만나 뒈지고 둘은 마수만나 뒈지고 나머지 셋이 도착해서 판매에 성공한다.


그리고 셋 중 하나가 오는 길에 산적 만나 뒈지고, 하나가 마수에게 찢기고, 한 명은 탈진해서 쓰러진다.


그러니 교역을 전담하는 상회가 없으면 영지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상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촌장은 주제가 껄끄러운지 조금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아까 오시면서 레아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레아?”


“카일이라는 아이를 잃을 뻔한 어미지요.”


시장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어미.


그 여인을 말하는 것이었나.


“그렇네. 내가 포션을 사용했네.”


“저 또한 전해 듣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포션을 두 병이나 사용하셨다지요.”


“사람 목숨보다 귀하겠나.”


무한 재생 포션하고 세금 낼 영지민하고 비교하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나 내게 당연한 그것조차 촌장에겐 대단해 보인 것일까.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참으로 고결하십니다.”


나는 손을 저었다.


“아부는 됐네. 상회 얘기 중이었지. 그 여인과 상회가 무슨 관련이기에 그러는가.”


“레아의 남편이 이 마을의 유일한 상인이었습니다. 그가 병으로 죽은 뒤, 그녀가 사업을 이어받으려 했지만...”


“거래처가 모두 끊겼겠군.”


“예, 맞습니다. 여인과 거래를 이어가려는 상회는 한 곳도 없었지요.”


라스트 스탠드의 세계관은 판타지지만 동시에 훌륭한 중세랜드이기도 했다.


감히 남편도 없는 과부가 혼자 상회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거래를 끊는 놈들이 꽤 많다는 뜻이다.


“그럼 다른 사람이 거래를 이어받아도 됐잖나.”


안타까운 얘기지만 봉토를 다스리는 입장에서는 누가 상회를 운영하든 운영만 되면 상관없는 얘기다.


그리고 여성 상회주라는 약점을 끌어안은 채 운영하는 것보다는 상회주를 갈아치우는 게 더 편리하기도 하고.


“그것이... 조금 곤란합니다.”


촌장은 정말로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무엇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자는 열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계산이 가능한 자는 저와 호세, 그리고 레아일가 뿐이었습니다.”


다시금 머리가 뜨끈해지는 정보가 튀어나왔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150명의 인구 중 100명은 농민일 것이 뻔한 세계에서 회계를 볼 줄 아는 인원이라니.


없는 것이 당연했다.


“외부인을 들이는 건...”


“절대 안 될 일입니다, 기사님.”


“그건 그렇지. 내가 실언했네.”


마을의 생명줄을 쥔 교역을 외부 인원한테 맡긴다... 참신한 자살 방법이군.


결국 레아의 상회를 다시 일으키는 것만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다.


“레아를 불러오게.”



***



레아는 카일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는 것을 보며 남편이 죽은 뒤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갑작스레 등장해서 그 귀한 포션을 두 병이나 사용해준 기사.


파벨 경이라 했던가.


전임자였던 아서라는 폭급한 기사와는 다른 태산 같은 인상.


어째서인지 그가 안심하라고 했을 때는 정말로 모든 걱정이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그 기사님이 상회의 뒤를 봐주시진 않을까?


레아는 그것이 헛된 기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미 빚은 눈더미처럼 불어나 더 이상 상회를 일으킬 자금조차 없는 판국에 이제 와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레아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흔쾌히 사용했더라도 포션은 포션.


그 대금이 절대 값싸진 않으리라.


어쩌면 카일과 함께 노비로 팔려 갈지도 모르지.


하지만 카일이 죽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삶의 희망을 붙든 레아였다.


“아주머니, 파벨 경께서 부르십니다.”


카일을 간병하던 레아를 부른 것은 촌장댁 아들인 호세였다.


“파벨 경께서?”


“예, 하실 말씀이 있다더군요.”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팔려 가더라도 부디 카일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이기를.


***


똑똑-


“들어오게.”


낮에 만났던 여인은 그때보다는 단정하게 정리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듯 했다.


왜 저렇게 쭈뼛거리는 거지.


촌장은 내가 직접 얘기하라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이런 말재주는 없는데 말이지.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기사님! 제발 저 하나로 끝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무슨 소리야 이건 또.


“포션의 대금으로 저를 노비로 파셔도 상관없으니 우리 카일만큼은 부디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녀는 황급히 말을 쏟아내며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갑자기 뭔 노비 얘기인가 했더니, 포션의 대금 얘기였나.


무료인데, 그거.


중세랜드의 집에는 바닥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그녀는 지금 흙바닥에 엎드린 것이나 다름없을 터.


“일어나게.”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이다.


너무 무안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가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포션의 대금 따윈 필요 없어. 자네의 재능이 필요하네.”


“네...? 그게 무슨...”


“지금부터 상행을 준비하면 다음 상행까지 얼마나 걸리겠나.”


“저... 그것이...”


그녀는 몹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천성이 상인임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결론을 도출해냈다.


“준비만을 고려하면 나흘만 주신다면 가능합니다. 다만...”


“다만?”


“자금이 없습니다... 상회 앞에 달린 빚도 많아서 상회 허가도 취소 직전이라...”


흠... 백작이 내린 허가가 취소될 정도면 꽤 오래 끌은 모양이군.


“얼마인가. 내가 내지.”


“예? 그치만... 예? 그걸 내주신다고요?”


지금 그걸 해결 안 하면 내 스탯이 날아간다잖아.


내 소드마스터의 꿈보다 비싸진 않겠지.


“얼마인지나 말하게.”


“3골드... 27실버...”


“많군.”


그녀는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봉토의 1년 수입의 1할에 해당하는 양.


상회가 큰돈을 다루는 집단인 것을 고려해도 빚의 양이 많긴 많았다.


짤랑-


나는 미리 준비했던 주머니에서 금화 5개를 덜어 내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너무 많습니다...! 아... 아니 그보다 이런 걸 받을 자격이...”


“그걸로 압류를 풀고 상행을 준비하게. 나흘 뒤에 보지.”


이만 나가보라며 손을 흔들자, 레아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딴에는 예의를 갖추는 것인가.


그녀가 나가려던 그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데인? 왜 그러지?”


“그녀의 상행은 자금만이 문제는 아니었지요.”


아, 그걸 깜빡했군.


“레아, 이리 와 보게.”


쭈뼛거리며 다가온 그녀에게 나는 어깨의 견장을 떼어 건넸다.


“이건...?”


“파벨 가의 문장이다. 나의 아버지 파벨 1세의 명예가 담긴 문장이니 잃어버리지 마라.”


“문장을 주셨다는 건 설마...”


“그래, 내가 공식적으로 상회를 보증하지.”


또다시 상행이 어이없는 이유로 실패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래에 강짜를 놓는다면 파벨 가를 공식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


그렇게 되면 결투를 신청받아도 할 말이 없으리라.


어쩌면 이 문장이 그녀의 숙원이었던 걸까.


문장을 받아서 든 레아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반드시...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폴은 친구 칼과 아침 인사를 나누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폴,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브루넌 상회가 다시 문을 연다는데.”


칼 이 친구는 평소에도 소문을 좋아하더니 이제는 드디어 소문이라면 아무거나 주워섬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헛소리를 믿으면 어떡하나.”


그런데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마디 했더니 가슴까지 퍽퍽 쳐대며 답답해하는 게 아닌가.


“헛소리를 듣고 온 게 아니라니까? 내가 어제 텃밭 좀 손보려고 그 근처를 들렀는데, 카일까지 번쩍 일어나서는 장부를 보고 있더라니까?”


“뭔 개소리야? 카일 그 아이는 칼에 찔렸잖아. 안 죽은 것만 해도 다행인데 어제 일을 해?”


하지만 내용이 아무리 들어도 터무니없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칼에 찔린 사람이 기적적으로 산 것도 대단한 일인데 당일에 일어나서 장부를 봤다고?


미친 소리인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브루넌 상회가 망한 것은 브루넌 주민이라면 모르는 자가 없는데, 이건 또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레아가 진 빚이 골드 단위인 것은 이미 유명한 얘기였다.


게다가 장사를 다시 준비한다 한들 또 같은 이유로 망할 게 뻔한데 왜 가게를 열겠는가.


“내가 본 게 틀림없다는 것에 5실버 걸겠네.”


칼 이놈은 평소의 쫄보답지 않게 갑자기 5실버라는 거금을 걸었다.


그렇다고 해도 소문의 내용 자체가 너무 터무니없었기에 폴은 꽁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좋다! 나도 5실버 걸지!”


***


웅성웅성-


“사흘 후에 상행을 시작합니다! 로우 혼 지역을 한 바퀴 돌 예정이며 실키안 언덕을 지나 스투미안 평원을 따라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놀랍게도 상행을 재개한다는 소문은 정말이었다.


게다가 그 일정을 공표하고 있는 카일은 옆구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기사가 포션을 나눠줬다는 소문이 사실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폴은 충격에 잠시 다른 생각을 하긴 했지만, 자신도 지금 가만있을 때가 아님을 알았다.


지난 1년간 상품성이 있는 작물조차 브루넌 내부에서 식량으로만 소비해야 했던 것은 폴 같은 원예업자에겐 큰 타격이었다.


게다가 집에 돈은 있어도 살 게 없어서 굶어야 하지 않았나.


만약 브루넌 상회가 다시 교역을 시작한다면 폴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창고에 쟁여둔 건조 장미로 만든 상품들을 당장 포장해야 했다.


“칼, 미안하네. 일단 나중에 보자고.”


“으잉...? 어디가! 5실버 주고 가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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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7 시마린
    작성일
    24.05.31 16:57
    No. 1

    여의도 면적이 8제곱키로정도, 3키로x3키로 정도에요. 반정도면 길이가 1.5키로인데 15분걸으면 끝나는 거리임. 영지가 너무작아요. 대충 군단위 면적으로 바꾸시는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sjsnsl
    작성일
    24.06.10 00:23
    No. 2

    전에는 서기관이였을지 몰라도 지금이 끈 떨어져서 사실상 망한 동네의 촌장이나 하고 있는 놈이 가오 잡고 지랄임?
    늙어서 뒤지는거에 별다는 생각이 없나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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