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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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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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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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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특성 선택

DUMMY

8화. 특성 선택




다가오는 난세와 혼란을 틈탄 중소 군주의 봉기.


그 혼란기를 수습하고 천하를 통일하는 것.


라스트 스탠드의 대주제이자, 메인 퀘스트였다.


“어떻게 알았지?”


그 짧은 대화로 이 맥락을 파악했단 말인가.


“루이가 철광산을 숨긴 이유는 알기 쉽습니다. 루이는 상인이지 전쟁광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그 철광산을 탐내는 나는 전쟁광으로 보이는가.


씁쓸함을 머금은 채 대화는 계속되었다.


“만약 경께서 로우 혼 백작께 철광산을 바치기 위해 저를 찾아오셨다면... 이럴 필요는 없으셨겠지요.”


데인은 침착하게 상황의 인과를 짚어나갔다.


“게다가 제가 경을 재단하고 있었듯... 경께서도 저의 가치를 재고 계셨던 것 알고 있습니다.”


“그랬지.”


처음 온 날부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묻던 기이한 마을 촌장.


백작가에서 일한 배경.


그리고 비어버린 왼팔.


“자네가 백작가에서 억울하게 왼팔을 잃었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얘기를 꺼내 본 것이고.”


“하하하! 경께서 추측하신 대로 이 팔을 잃었던 것은 백작가에 분노를 품게 하기에 충분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서로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공개했다.


남은 것은 그의 선택과 그에 따른 대가뿐.


“어찌하여 난세가 오리라 생각하십니까.”


“제국령임에도 위병 하나 없는 이 브루넌을 보고도 모르겠나? 제국은 이제 끝물이야. 난세는 곧 도래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일세.”


“운명... 말씀이십니까...”


“닥쳐오는 태풍 속에 고개를 숙이고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겠나? 아니면...”


“태풍조차 갈라버릴 힘을 나와 함께 거머쥐겠나?”


항상 성성한 눈썹에 가려져 있던 데인의 우묵한 눈동자.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눈동자는 형형한 빛을 내며 나를 직시했다.


“흐흐흐... 하하하하!!!”


광소하던 그는 돌연 웃음을 멈추고 답했다.


“그렇다면 태풍이 처음으로 휩쓰는 곳은 로우 혼 백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저 눈빛을 원했다.


“그래, 반드시 그리 해주겠다.”


***


나는 바깥으로 나와 한참 동안 바람을 쐬며 식은땀을 날렸다.


“후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많은 부분이 도박으로 이뤄진 성급한 결정이었다.


만약 데인이 내 생각보다 야심이 없는 인물이었다면.


만약 데인의 아들 사랑이 지극하지 않았다면.


만약 데인이 백작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나는 오늘 그를 죽여야 했다.


그럼에도 철광석 건을 마무리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주사위를 굴렸다.


결국 도박은 성공했고 큰 산을 넘었다.


다행이다.


정말로.



***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잠시 미뤄뒀던 특성 선택을 위해 설정집을 펼쳤다.


라스트 스탠드를 즐길 때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역시 특성 획득 시간이었다.


묘하게 현실고증에 집착하는 이 게임에서 대놓고 판타지 같은 영역이었으니까.


하급 특성에서 등장할 수 있는 범위는 E~C등급.


참고로 처음에 고른 특성들은 등급이 없다.


스타터 패키지 같은 느낌이랄까.


“자, 나와라 오러마스터리!”


스으윽-


[혹독한 징집관 (E)]

영지의 징집 가능 인원이 2인 증가합니다.

그로 인한 패널티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쓰읍...”


이건 아니다.


등급부터가 이 쓰레기 특성을 고르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군.


2할도 아니고 고작 두 명 늘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이거 농사지을 사람 억지로 빼다 쓰는 특성이다.


볼 것도 없지.


다음.


[마나 제어 (C)]

마법사의 첫걸음.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아니!”


하급 특성에서 등장할 수 있는 최대 등급 C.


이게 오러 마스터리였다면 좋았을 것을.


10년 동안 주문쟁이 같은 건 손도 안 대봤단 말이다.


나는 오로지 혼자서 적진에 쳐들어가기 위한 특성을 원한다고.


“후우...”


다음.


마지막 특성은 제발 좀 잘 떠다오.


[농업 군주 (C)]


영지의 충성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당신의 영지에서는 대흉작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같은 면적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양이 1할 증가합니다.


“좆같다. 진짜.”



***



폴은 브루넌 상회의 재건 덕에 지금껏 쟁여뒀던 장미 장식 재고를 털어낼 수 있었다.


그 덕에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으나, 최근 들어서 마을이 활기찬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농사가 된다는 것.


비도 안 내렸고, 강도 메말랐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죽는 농작물의 비율이 7할을 넘지 않았다.


심지어 폴의 장미들은 물을 아예 안 줘버렸는데도 3할은 살았단 말이다.


“이거 마녀의 축복인가 뭔가하는 그거 아냐...?”


만약 그런거라면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닐 터.


그러나 당최 처음 보는 현상에 당황하면서도 일단 손을 놔버린 농사가 어쨌든 되긴 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 양면적인 고민에 폴의 마음은 결국 감사하는 것으로 기울었다.


그래, 마녀면 어떠냐.


일단 이번 가을이 지나도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뜻이 아닌가.


흉작을 넘은 기근이 왔는데도 굶어 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쩌면 우리 기사님의 덕이 하늘에 닿은 게 아닐까?”


같이 시장을 지나던 칼은 오늘도 어김없이 헛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기사님이 덕이 높으신 거랑 물 없이 농사가 지어지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되잖아.”


“그렇긴 한데...”


“게다가 우리 기사님이 우릴 좀 챙겨주시던가? 돌아다니면서 매일 순찰도 돌아주시고, 상행도 열어주시고.”


확실히 칼의 말대로 새로 부임하신 파벨 경께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영토를 순찰하며 도적이 들어오진 않았는지 감시해주셨다.


게다가 파벨 경의 사비를 털어 브루넌 상회를 살려내고 호위까지 해주셨다는 얘기는 브루넌 주민 중에는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


“아서인지 뭔지 하는 놈팡이 덕에 브루넌이 폐허가 된 걸 몰라서 그래?”


생각해보니 아서 그 새끼가 다스린 지 5년 만에 영지가 나락으로 갔는데, 좋은 분이 다스리면 금방 좋아질 수도 있는 건가?


폴은 확신은 없었지만, 칼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딱히 지식인은 아니었으므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집 근처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던데 괜찮은 거 맞나?”


“말도 말어. 요즘 산맥에서 내려온 짐승들이 자꾸 공동묘지를 파헤치지 뭔가. 그 때문에 묘지기도 아주 골치가 아픈 모양이야.”


“한 번 기사님께 말씀드려보지 그러나? 파헤쳐진 시체는 역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잖나.”


“에이 바쁘신 분을 고작 이런 일로 귀찮게 할 수 있는가. 뭐 설마 진짜로 역병이라도 돌려고?”


“하하하! 그럴 일은 없겠지!”



***



촌장과 야심을 나눈 그날 밤.


나는 그의 집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왜 그렇게 죽상이십니까.”


“그냥 그럴 일이 있었네.”


결국 농업 군주라는 희대의 하남자 특성을 선택한 나는 실의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얻은 특성 선택의 기회에서 쓰레기, 마법사, 농사꾼 세 개가 튀어나오냔 말이다.


아마 민수가 봤으면 이게 얼마나 좋은 특성이네 어쩌네 하겠지만 나는 관심 없었다.


내 오러 마스터리.


“크윽...”


“괜찮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그보다 철광산은 어찌하면 좋겠나.”


“철광석을 다룰만한 대장장이는 작년에 이 마을을 떠났습니다.”


“대장장이 같은 고급인력이 떠나는 것을 영주가 허가했단 말인가?”


어느 마을이건 단순 집기부터 무기와 갑주까지 제작할 수 있는 대장장이는 고급인력이었다.


그런 인력은 이주가 엄격히 통제되는 편이었기에 떠났다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게 들린 것이다.


“전임자셨던 아서 경께서 그의 아내를 범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충격을 받은 대장장이는 야반도주해 버렸지요.”


또 아서 경인가.


대체 그 인간은 뭐 이렇게 조지고 다닌 게 많아?


듣자 하니 5년 전의 브루넌에는 7가지 문제 중 대부분이 없었다고 하더만.


이 인간이 하나 손댈 때마다 하나씩 뻥뻥 터져나가니 감당이 안 됐다.


내가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자, 촌장은 이해한다는 듯 끄덕였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다행이군, 대장장이를 대체할 방법은 흔치 않을 텐데.”


“브루넌을 둘러싼 그라브 산맥의 안쪽에는 검은 강철 드워프 일족이 살고 있습니다.”


“드워프라...”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면 철광산을 완전한 상태로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드워프에게 맡긴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괜히 일을 벌리는게 아닌가?”


다른 부족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정답일까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괜히 철광산의 비밀이 새어나갈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던 차.


“그게 아니라도 드워프와 이야기는 해봐야 합니다.”


“이유가 있나.”


“기근의 원인이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뭐라...?”


이건 또 무슨 얘기지.


기근이 그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그들이 산위에 수문을 지어 물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체 왜 그런 짓을...”


“불의 신인지 뭔지를 진정케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그거 때문에 아랫마을 사람은 다 뒤져나가도 상관없다는 건가?


농업 군주 고른 것만 해도 짜증나는데, 이제는 드워프까지 지랄이다.


뚜두둑-


마음의 끈이 끊어져 나갈 것만 같던 순간 번뜩이며 지나간 생각 하나.


이거 어쩌면...?


“촌장, 이거 드워프가 내 영지에 선전포고 한 거 아닌가?”


“예?”


“아니, 그렇잖아. 상류에서 다 처 막아버리면 우리 마을 사람들 다 뒤질 거 알면서도 물 막은 거잖아. 그럼 전쟁 아니야?”


데인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사실 구실만 잡으면 뎅겅뎅겅 쇼를 펼치고 싶어 하는 인간 백정이라는 것을.



***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전쟁이라는 단어에 데인은 흔치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선전포고...? 고작 물 가지고? 아니지... 물은 중요한 게 맞긴 한데...’


분명 물 때문에 전쟁이 날 수도 있긴 했다.


심지어 강물 전체를 막았다면 더더욱.


하지만 검은 강철 일족과 전쟁이 성립하긴 할까?


경비병조차 없는 브루넌이?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어쩌잔 말인가. 이대로 말라죽을 순 없지 않나.”


다행히 데인은 그럴듯한 핑계를 댈 만큼의 경험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건 맞습니다만, 봉토를 다스리시는 기사님이라고 하실지라도 전쟁은 영주님의 재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영주?


파벨은 곧 난세가 펼쳐질 예정이라 잊고 있었지만, 아직은 서약을 받은 영주가 존재했었다.


“흠...”


진지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는 파벨을 보며 데인은 안심했다.


‘다행히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는구나. 방금 보여주셨던 성급한 모습은 충격 때문에 그러셨던 거겠지.’


물론 파벨은 그런 기특한 생각 따윈 안 했지만 말이다.


‘반역... 그냥 지금 해버릴까?’


전쟁에 영주의 재가가 필요해?

그럼 그냥 엎어버릴까?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데인은 비명을 질렀으리라.


“아, 그렇군. 묘안이 있네, 꼭 전쟁일 필요는 없지.”


“생각해두신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부디 알려주시지요.”


보아라, 이분은 이렇게 심계가 깊으시다.


벌써부터 번뜩이는 영감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지 않으셨는가.


“전쟁이 아니라 ‘토벌’일세.”


“예?”


데인은 순간 모실분을 잘못 선택했나 싶었으나, 다행히도 파벨은 데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명목상으로나마 그렇게 해두지. 실제로 어떤지는 내가 가서 드워프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판단하겠네.”


“만약 협상이 힘들 정도면...”


“그럼 진짜 토벌이 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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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 선택 +4 24.05.25 3,124 94 12쪽
7 유산 +1 24.05.25 3,124 93 12쪽
6 기사의 의무 +3 24.05.24 3,146 101 12쪽
5 로우 혼 상행 +5 24.05.24 3,277 103 12쪽
4 브루넌 부흥 운동 +2 24.05.23 3,430 90 10쪽
3 역대급 똥땅 +3 24.05.23 3,681 92 9쪽
2 브루넌 +6 24.05.22 4,329 106 11쪽
1 파벨 주니어 +6 24.05.22 6,171 1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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