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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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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86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08 18:10
조회
16
추천
2
글자
12쪽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DUMMY

그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로프를 타고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윤재 오빠! 조심해!”


선아가 그 모습을 보며 소리쳤고, 승주는 서둘러 수희를 아련하게 쳐다보고는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수희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 내었다.


수희는 어느새 자신의 코 앞까지 밧줄을 타고 내려 온 윤재를 바라 보았다.


윤재는 활짝 웃으며 수희에게 조끼를 건네 주고 있었다.


“누나! 다들 누나 돕는다고 저렇게 모였어요!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얼른 이거 조끼 입어요. 관음굴... 들어가야죠! 끝을 봐야죠! 화마 봉인해야죠!”


윤재의 말에 수희를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오른손으로 내리쳤다.


순식간에 ‘짜악’하고 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졌고, 수희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휘청하고 돌아갔다.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해버린 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새인가 정신을 차린 수희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가자!”


항상 각오를 다지거나 약해진 마음을 붙잡기 위해 정신을 차리려는 수희는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치며 자해를 하곤 했다.


수희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종종 봐오던 익숙한 모습에 한결과 윤재는 수희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벌인 행동임을 알기에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쉴 뿐이었다.


윤재는 수희에게 건넨 조끼와 같은 형광 주황빛의 조끼를 한결과 상현을 향해 건넸다.


윤재가 상현에게 조끼를 건네면서 흠칫하고 몸은 떨었다.


“저... 피가 많이 나시는데... 괜찮으세요?”


윤재의 말에 수희와 한결이 화들짝 놀라 상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절벽 꼭대기 홍련암의 난간에서 백마녀와 그의 부하들이 밝은 조명으로 아래를 비추어주고 있었기에 상현의 몰골을 이제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돌에 맞은 것인지 피가 흘러 얼굴은 피범벅이었고, 온몸을 돌에 얻어 맞은 탓에 팔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기도 했다.


“상현 씨! 안 되겠어요. 상현 씨는 그만 위로 돌아가세요. 저희끼리 갈게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제가 끝까지 돕겠습니다!”


상현의 눈빛은 단호했다.


순간 수희가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발요! 내 말 들어요! 상현 씨 이러다 죽어요!”


수희의 애절한 목소리는 파도에 뒤섞여 메아리쳤지만 상현은 결단코 그녀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단호한 그의 눈빛에 상현이 말없이 수희의 어깨를 붙잡았다.


수희가 무언가 한마디 더 내뱉으려는 찰나 상현이 조끼를 입고, 반대쪽에 매달려있는 작은 갈고리가 걸린 포대자루에 항아리를 넣었다.


상현이 소리치자 경환이 신호를 주었고, 밧줄들이 일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저희가 장치로 고정해두었으니 떨어지셔도 다치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위에서 경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상현은 수희가 무언가 말하며 붙잡으려는 것을 피하듯이 재빨리 항아리를 들고 아래로 뛰어 내렸다.


‘휘리릭’ 소리와 함께 로프가 당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윤재는 고개를 한번 절래절래 휘젓고는 서둘러 자신도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무언가 가슴 춤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한결이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수희를 향해 말했다.


“저 고집을... 누가 꺾어요. 일단 가요. 지금 이럴 시간 없잖아요?”


한결의 말에 수희는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서둘러 아래로 뛰어내렸다.


지금은 그 무엇하나 두렵거나 무서울 것이 없는 수희였다.


순식간에 늘어난 밧줄이 어느 순간 탕하고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발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지만, 거의 오센치 정도 떠있었기에 그대로 착지해도 다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수희가 서둘러 가슴에 입었던 조끼를 벗어 허공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어느새 플래시 조명을 비춘 윤재와 상현이 동굴 입구 쪽에서 한결과 수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희와 한결이 축축한 기운이 가득한 관음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수희와 한결 양 옆에 바위에서 검은 그림자 두 개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수희와 한결의 다리를 향해 달려 들었다.


수희가 한결을 밀쳐내며 소리쳤다.


“피해요!”


순식간에 수희 일행에게 달려든 검은 그림자 둘은 옆으로 나가 떨어지는 한결을 흘끗 쳐다보고는 수희를 향해 몸을 틀었다.


수희가 거대한 두 그림자에게 붙잡히려는 순간이었다.


어느 샌가 항아리 단지를 윤재에게 건네준 상현이 재빠른 속도로 수희 앞을 가로 막아섰다.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내저은 손에 그대로 가슴을 얻어맞은 상현이 ‘헉’소리와 함께 울컥하고 피를 토해냈다.


순간 엄청난 힘에 상현이 그대로 나가떨어지며 관음굴 안의 오른쪽 외벽에 부딪혔다.


상현은 울컥이며 계속해서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해댔다. 순간 몸을 축 늘어뜨린 상현은 그대로 기절하고야 말았다.


“상현 씨!”


놀란 수희가 서둘러 상현이 쓰러진 곳으로 달려가려는 찰나, 순간 그것을 놓칠 새라 잽싸게 다른 그림자 하나가 팔을 뻗어 수희의 오른쪽 발목을 낚아 챘다.


수희의 발목이 그 손에 붙잡히며 ‘으드득’하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굴 속에 울려퍼지듯이 수희는 엄청난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 뒹굴었다.


수희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결이 놀라 뛰어오는 것이 보였고, 윤재 역시 무언가 부적 몇 장을 날리며 수인을 맺으며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수희 씨!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영(靈)을 볼 수 없는 한결의 눈에는 갑자기 상현이 공중에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모습과 함께 수희가 발을 접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윤재는 서둘러 수인을 맺으며 자신의 영(靈)적인 힘을 끌어내 악귀들에게 공격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느껴지며 공기가 무거워졌다.


“헉!”


윤재와 한결, 그리고 수희 모두 숨이 턱까지 차는 듯 한 크고 위압적인 기운에 숨이 막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검은 그림자의 존재 역시 몸을 흠칫 굳히며 꼼짝도 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수희를 붙잡으려는 듯이 안간힘을 쓰며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었다.


- 이야. 여기 풍경 하나가 기가 막히네! 과연 관음께서 친히 강림하실만 하다!


껄껄대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가득 내뱉으며 기운을 한껏 뿜어대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 옆으로 작은 검은 그림자 셋이 나란히 서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 강림도령님! 인간의 일에 개....개...개입을...


- 뭐? 개? 너 지금 나 욕하냐? 이런 개새! 이걸 확!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 몸통에서 길죽한 팔 하나가 튀어나와 작은 그림자를 한 대 치려하자 흠칫 몸을 굳히며 파르르 떠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감재사자'였다.


- 아니요! 제가 미쳤습니까? 욕을 하게! 아니... 저희가 이렇게 나서도..


- 내가 뭐 했냐? 그냥 나 바닷가 구경 나온 거라니까? 나는 바다 구경도 하면 안 돼? 평생 저승일만 하다 뒤지라는 거야? 이걸 확!


천천히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슬쩍 돌려 수희를 쏘아보는 것은 저승사자들의 대장인 강림도령이었다.


강림도령은 수희에게 인사는 커녕 말 한마디 내뱉고 있지 않았지만 서둘러 일을 해결하라는 듯이 수희에게 슬며시 눈짓했다.


- 파도 소리 참 좋네. 우리.. 여기서 10분만 있다 가지 뭐! 딱 10분이다! 10분만 있다 갈거다?


강림도령이 계속해서 10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저승사자들이 화마의 부하들을 막아줄 수 있는 시간이 10분 남짓이라는 무언의 신호가 분명했다.


강림도령이 직접 나타나 이렇게 수희에게 도움을 주는 것 자체가 인간계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금기를 어기면서 수희를 돕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병신들은 뭐야! 진짜 오지게 꼼지락 거리네! 야! 저것들 좀 꽉 잡아라? 바다 구경하는데 별 잡귀들이 지랄이네! 니네 저거 놓치면 니들이 뒤진다?


순간 손가락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고, 검은 두 그림자는 바닥에 털썩 쓰러져 고통스러운 듯이 바닥에 누운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


감재사자와 그의 새로운 파트너인 다른 저승사자 둘이 잽싸게 화마의 부하로 보이는 존재들에게 달려 들었다.


수희가 이를 악물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 자세히 바라보니 일전에 자신의 할머니 수호령에 의해 박수무당의 전원주택으로 끌려온 감재사자와 다른 두 저승사자 셋이서 안간힘을 쓰며 두 검은 그림자를 움켜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번 꾸벅 숙여 고맙다고 표현한 뒤, 서둘러 관음동굴 더 깊숙한 안쪽으로 서둘러 총총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새 쓰러져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상현을 물끄러미 쳐다본 수희는 자신의 옷소매를 들어올려 피범벅으로 엉망이 된 상현의 얼굴을 닦아주고 그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졌다.


지금 수희는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은 상현을 챙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수희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결과 윤재에게 들어가자는 신호를 하며 걷기 시작했다.


한결과 윤재 그리고 수희는 강림도령의 배려 탓인지 온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이제는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한시가 급한 수희의 마음과 달리 수희는 아까 화마의 부하에게 붙잡힌 탓인지 얼마 걷지 못하고 그만 ‘으앗’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수희가 다리를 다친 것을 눈치챈 한결이 잽싸게 다가와 수희의 오른손을 붙잡고 그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부축을 하기 시작했다.


수희는 이를 악물고 고통에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한결의 손을 맞잡았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동안 윤재가 항아리를 들고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수희가 붙잡은 두 손을 소중하듯이 꼭 붙잡은 한결은 어느새 그녀의 오른쪽 팔목에 차있는 팔찌를 알아차렸다.


- 수희 씨가... 내가 준 팔찌를 찼네? 어라? 팔찌를... 찼어?


기쁜 마음에 수희를 흘끗 쳐다본 한결을 향해 수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한 소리 내뱉으면 그냥 확 밀어버릴 거에요! 그냥 잠자코 걷기나 해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혹시 내가 죽더라도 엄청 고마웠다는 것만 알아줘요...”


슬픈 표정의 수희가 씁쓸한 표정으로 읊조리자 한결이 애써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희 씨! 제가... 꼭 도와드릴게요. 동굴 밖에 수희 씨 살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죽는다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해요? 절대 안 죽어요! 그러니까 죽는다는 소리하지마요. 제가 지켜 줄게요! 우리 살아서... 살아서 꼭 나가요! 그리고... 나가면 나랑 꼭 연애하는 거에요? 나랑 사귀는 겁니다!”


한결의 목소리 역시 진솔하고 진지했다.


왜인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 있었지만 단호한 의지가 느껴지는 한결의 말에 수희는 말 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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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외전1-192. 신병(神病)- 허주 (3) 24.01.17 17 1 13쪽
191 외전1-191. 신병(神病)- 허주 (2) 24.01.16 15 0 12쪽
190 외전1-190. 신병(神病)- 허주 (1) 24.01.16 14 1 12쪽
189 외전1-189. 신병(神病)- 바보 똥환 (3) 24.01.15 16 1 11쪽
188 외전1-188. 신병(神病)- 바보 똥환 (2) 24.01.15 15 1 12쪽
187 외전1-187. 신병(神病)- 바보 똥환 (1) 24.01.14 14 1 11쪽
186 외전1-186.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3) 24.01.14 15 1 12쪽
185 외전1-185.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2) 24.01.13 17 1 11쪽
184 외전1-184.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1) 24.01.13 15 1 12쪽
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6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8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7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19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7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5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7 2 12쪽
174 챕터9-174. 화마 봉인- 모두 안녕 (5) 24.01.08 17 2 11쪽
173 챕터9-173. 화마 봉인- 모두 안녕 (4) 24.01.07 16 2 11쪽
172 챕터9-172. 화마 봉인- 모두 안녕 (3) 24.01.07 16 2 11쪽
171 챕터9-171. 화마 봉인- 모두 안녕 (2) 24.01.06 16 2 11쪽
170 챕터9-170. 화마 봉인- 모두 안녕 (1) 24.01.06 16 2 11쪽
169 챕터9-169.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2) 24.01.05 16 2 11쪽
168 챕터9-168.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1) 24.01.05 16 2 11쪽
167 챕터9-167.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2) 24.01.04 1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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