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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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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64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04 18:10
조회
15
추천
2
글자
12쪽

챕터9-167.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2)

DUMMY

수희의 오른팔에는 어느 틈엔가 에코백에서 꺼낸 승주의 피로 써진 노란 부적이 들려 있었다.


수희는 오른손에 쥔 부적으로 자신의 왼팔을 감싼 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바들바들 떨면서 수희가 고통과 열기를 버티고 있는 동안, 그 노란 부적의 끝에서부터 검은 아지랑이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어느새 부적이 점점 새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는데.... 상현 씨! 빨리... 좀 안 될까요? 빨리요... 이러다가 화마 도망가겠어요!”


'끙끙'거리며 말하는 수희를 향해 상현이 냅다 오른쪽으로 차를 틀어 모래바닥이 있는 정원에 차를 세웠다.


그 곳에는 어떤 낡은 집 한 채가 있었고 한동안 방치해놓은 탓인지 집 양옆 벽에는 무수히 자란 잡초와 들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마당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항아리 수 십개가 즐비했는데 딱 봐도 나이든 노인이 거주하는 집처럼 낡은 농기구와 촌스러운 옷들이 한가득 걸려 있었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상현이 수희를 업기 위해 뒷좌석에 반쯤 몸을 엎드렸지만 수희가 상현의 넓은 등을 살며시 밀어내며 말했다.


“괜찮아요! 걸을만 해요!”


이윽고 수희는 한결의 부축을 받으며 재빨리 상현이 차를 세운 주택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두드렸다.


“죄송한데요! 계세요! 저기요!”


수희가 끙끙거리며 힘겹게 말하자 한결이 수희를 밀치더니 주먹으로 미친 듯이 대문이 부서져라 '쾅쾅' 쳐대기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계십니까! 저희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목청이 떠나가라 소지지르는 한결의 외침에 갑자기 집 안에서 불이 켜지더니 낡은 가디건을 걸친 채, 두 눈을 비비며 나오는 할머니 한명이 보였다.


“거 밤 중에 무슨 일이오?”


수희와 한결 그리고 상현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새 해는 저물어 밤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할머니! 지금 제가 정신이 없어서요... 혹시 죄송한데 굵은 소금 좀... 소금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수희의 말에 할머니는 잠시 고민에 잠긴 듯 하다가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거실 안쪽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오분여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노인이 작은 갈색 항아리 단지 하나를 한결에게 건네 주었다.


“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밤길이라 위험해요! 저기 뒤쪽에 안쓰는 작은 창고 방이 하나 있는데 필요하면 묵고 가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할머니를 향해 한결이 몸을 90도로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수희는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그 할머니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을 한참 쳐다보는 수희를 향해 다 안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슬쩍 한번 끄덕이고는 큰 하품을 하며 졸리다는 듯이 방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수희는 할머니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한숨을 길게 한번 내쉬고는 서둘러 할머니가 알려 주었던 빈 방이 있다는 뒤쪽 건물로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현과 한결 그리고 수희가 방 안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묵을 수 있게 꾸며 놓은 것인지 작은 침대 하나와 테이블, 그리고 소파와 티비가 보였다.


수희는 침대에 누우며 한결을 향해 말했다.


“한결 씨! 아까 얻은 소금... 내 왼팔에 좀 뿌려 줄래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자신이 소금이 들어있는 항아리 단지를 들려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집 밖으로 나갔다.


수희는 그런 상현을 슬픈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오른팔로 두 눈을 가리고 한결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한결 씨! 내가 지금 엄청 아프거든요? 소금 좀 빨리 뿌려 줄래요?”


아프다는 수희의 말에 한결이 서둘러 무릎을 꿇고는 침대에 누워 있는 수희의 왼팔에 항아리 단지에 들어있는 소금을 손바닥으로 퍼서 조심스럽게 뿌리기 시작했다.


소금이 수희의 왼팔에 닿자 ‘퍽퍽’소리와 함께 소금이 미친 듯이 사방팔방으로 팝콘 터지듯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헐! 이게 뭐에요? 왜 이래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지 수희가 끙끙 앓으며 말했다.


“뭐긴요! 화마한테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하는거지!”


수희는 이를 악물고 팔을 찢어내는 듯한 뜨거운 열기와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 가까이 소금을 뿌리며 화마가 뿜어내는 엄청난 열기를 식힌 수희는 어느샌가 고통이 잦아들며 열기 또한 수그러들자 한결에게 그만 하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소금을 뿌려대던 한결이 겨우 숨을 고르며 말했다.


“끝난 거에요?”


“일단 지금은요.... 낙산사 갈 때까지 버텨야 할텐데... 언제 또 지랄발광을 할런지...”


수희의 중얼거림을 듣고 한결은 ‘다행이다’라고 읊조리고는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옆의 소파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태백 철암 마을에서부터 이곳 곰배령 실피마을까지 수희나 한결, 그리고 상현 모두가 쉬지 않고 많은 일들을 겪어낸 탓에 셋은 지금 정신도 없거니와 몸도 많이 지친 상황이었다.


한결은 수희가 잠들 때까지 그녀 옆에서 그녀를 지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새 한결은 피곤했는지 코를 옅게 골며 쌔근쌔근 잠에 빠져 있었다.


수희는 여전히 오른팔로 두 눈을 가리고 잠에 든 것처럼 옅은 숨을 쉬고 있었다.


수희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한결이 어느새 긴장이 풀린 것인지 스르륵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수희는 침대에서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집 밖으로 나갔다


집 밖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작은 빨간 불빛이 보였다.


수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여기서 뭐 하세요?”


갑자기 나타난 수희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이 재빨리 담배를 떨어 뜨려 구두로 비벼 끄는 것은 상현이었다.


그 앞에는 열 댓개 정도 되어 보이는 담배꽁초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수희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상현을 향해 말했다.


“우리 상현 씨! 담배도 필 줄 아나 보네요? 난 그동안 상현씨가 담배 피는 모습을 못봐서... 그리고 담배 냄새도 몸에서 안 나길래 담배 안 피시는 줄 알았어요! 나도 담배 하나 줄래요?”


그 동안 화마 때문에 끙끙 앓으며 기절까지 했던 수희였기에 안 된다고 말하려던 상현은 수희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상현은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자신의 가슴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수희에게 조심스럽게 건네 주었다.


수희가 담배를 입에 물고 얼굴을 가까지 들이밀자 상현은 말 없이 라이터로 수희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쓰읍’하고 길게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신 수희가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중얼거렸다.


“공기 한번 뒤지게 좋네! 진짜 시원하다!”


한껏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편 수희가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는 발로 비벼껐다.


상현이 수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수희 씨는 언제까지 이쪽 일을 하실 겁니까? 너무 위험해서... 안 하셨으면 합니다.”


상현의 질문에 수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상현을 바라보고는 되물었다.


“그러면 상현 씨는 언제까지 백마녀 할머니 밑에서 일할 거에요? 명동 사채 시장일 힘들지 않아요? 거기도 목숨 걸고 일하는 곳 아닌가? 위험한 건 내가 하는 일이랑 비교하면 매한가지 같은데...”


수희의 말에 상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화내지 마십시오. 일전에... 승주 씨가 대충 수희 씨 사연을 제게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제가 부탁드려서 들려 준 것이니 나중에 승주 씨에게 너무 뭐라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수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살짝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주 씨 이야기를 듣고... 저도 나름대로 손써서 이것저것 알아 봤습니다. 수희 씨처럼 신당도 차리지 않고, 스스로 몸주신 없이 신이 강해서 기도도 안 다니면서 귀신 잡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사는게 무척이나 힘들고... 몸도 많이 다치고 아파서 단명(短命)한단다고 들었습니다.”


상현의 걱정어린 말투에 수희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저는 제 남은 삶에 별 미련이 없어요... 이번 생은 죽어라 피똥싸면서 고생만 했으니 다음 생은 불쌍히 여기신 높은 신 양반들이 꽤나 그럴싸한 삶을 주겠죠... 근데 그건 왜요?”


“아까... 철암 마을에서 수희씨가 아파서 쓰러지셨을 때..... 제 가슴이 다 녹아 없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수희씨... 저 말입니다...”


수희는 상현의 말을 끊고 말했다.


“미안해요. 상현 씨...”


수희는 상현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저요... 상현 씨가 저 좋아하는 거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근데 죄송해요...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하고는 전생부터 얽혀 있어서 저도 제가 제 마음을 어쩔 수 없나 봐요.... 마음 못 받아드려서 죄송해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수희 씨에게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었다... 수희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동안 수희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항상 존댓말을 하며 경어체로 말하던 상현이 처음으로 수희를 향해 거침없이 반말을 하고 있었다.


수희는 그런 상현의 두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밤하늘의 별은 그 둘을 내려다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시큼하지만 마음을 식혀주고 털어주는 시원한 가을 하늘 공기가 둘을 에워싸고 있었다.




***




어느 새 날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소파에서 잠이 든 한결과 침대에서 잠이 든 수희는 그들을 흔들어 깨우는 상현의 손에 몸을 일으켰다.


둘은 온몸이 '콕콕' 쑤셔오는 근육통에 앓는 소리를 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밤새 차안에서 앉아서 눈을 부친 것인지 상현 역시 조금 부은 얼굴로 힘겹게 그들을 향해 말했다.


“가셔야죠! 일행 분들도 낙산사로 오시는 중이랍니다.”


“저기... ”


수희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상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느 새인가 상현은 더이상 전처럼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었다.


“백마녀 어르신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단번에 수희의 속마음을 이해한 상현에게 수희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빙긋 웃어보였다.


수희는 혹시나 상현이 명동 백마녀에게 수희가 낙산사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하면 당장이라도 백마녀가 모든 돈을 풀어서라도 전국에 내놓으라 하는 무당이나 부적술사 혹은 법사들을 불러 자신을 도울까봐 염려한 것이다.


그런 수희의 생각을 미리 읽기라도 한 듯이 상현은 백마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수희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럼 우리 갈까요?”


수희가 상현과 한결을 향해 말했고, 상현과 한결은 수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로봇같이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의 상현이 수희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자 한결이 놀라 ‘어버버’거리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 한결을 향해 수희가 말했다.


“어머! 사람 면상에 무슨 삿대질이야! 이 남자 미쳤나봐!”


자신을 향해 무어라 나무라는 수희를 향해 무언가 한결이 말하려다 말고 이윽고 고개를 절래걸래 하면서 다시한번 기지개를 펴며 집 밖으로 나섰다.


“헐!”


집 밖으로 나서자 마자 한결이 놀라 외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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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외전1-187. 신병(神病)- 바보 똥환 (1) 24.01.14 14 1 11쪽
186 외전1-186.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3) 24.01.14 15 1 12쪽
185 외전1-185.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2) 24.01.13 16 1 11쪽
184 외전1-184.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1) 24.01.13 15 1 12쪽
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6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8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7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19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7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5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175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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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챕터9-172. 화마 봉인- 모두 안녕 (3) 24.01.07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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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챕터9-170. 화마 봉인- 모두 안녕 (1) 24.01.06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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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챕터9-168.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1) 24.01.05 16 2 11쪽
» 챕터9-167.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2) 24.01.04 16 2 12쪽
166 챕터9-166.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1) 24.01.04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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