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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72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07 12:1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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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챕터9-172. 화마 봉인- 모두 안녕 (3)

DUMMY

지금 천수도령이 휘두르고 있는 부채는 평소에 수희가 사용하던 벽조목 부채였다.


아직 스승인 일월선녀나 화련스님과 같이 대단한 신력(神力)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같이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기도를 올리며 도량을 쌓아올린 천수도령이었다.


그런 천수도령이 있는 힘껏 내두른 벽조목 부채의 공격을 받은 탓일까 악귀 하나가 서서히 형체가 흩어지며 그 존재가 소멸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순간 몸을 흠칫 굳힌 다른 두 악귀가 고개를 꺾어 매서운 눈길로 천수도령을 노려 보았다.


천수도령은 흙바닥에서 끙끙 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허리를 땅에 거하게 부딪힌 탓인지 힘겹게 왼손에 쥔 벽조목 부채로 바닥을 지탱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수도령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시선만큼은 두 악귀를 노려보며 오른손에 든 신칼을 겨누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른 악귀 하낙 끔찍한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천수도령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 멀리서 ‘휘익’하고 휘파람 부는 소리와 함께 하얀 나비 무리 열댓 개가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나비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와 수희 일행을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휴! 큰 일날 뻔 했네! 내가 때 마춰서 잘 온 거죠? 다행이다!”


수희 일행이 모두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웃어보이는 윤재가 보였다.


윤재는 서둘러 자신의 등 뒤에 짊어진 화통에서 기다란 붓 한자루를 꺼내어 들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수희 누나! 잘 들어요! 선아는 제가 오면서 보호 결게를 쳐놨으니 안심해도 돼요! 일단 불막이제에 대해 내가 알아온 걸 적어놓았으니 읽어 보고 그 후에 누나가 판단해요. 그리고... 승주 누나! 이거요!”


윤재는 붓을 쥔 오른손을 똑바로 뻗어 악귀 둘을 겨눈 채, 왼손으로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둔 쪽지 두 개를 꺼내 하나는 수희에게 하나는 승주에게 건넸다.


수희가 힘겹게 쪽지를 받아 그것을 읽고 있는 동안, 윤재가 승주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속삭였다.


“알죠? 누나... 수명 얼마 안 남은 거...”


윤재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하고 엄중했다.


“얘는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할려고? 나도 알아!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수희 누나가 알면 또 지랄지랄할텐데... 수희 누나가 누나한테 수명.. 흠... 그러니까.... 대수대명한 것도 알아요?”


순간 몸을 흠칫 굳힌 승주가 윤재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똑바로 말해!”


“거 봐! 이럴 줄 알았어! 에휴... 자세한 건 나중에 당사자한테 직접 듣고.... 수희 누나가 알면 나 죽이려고 들텐데... 그래도 뭐... 지금은 이 방법 밖엔 없어요! 나중에 수희 누나한테 머리 한번 존나 세게 쳐맞고 말지 뭐... 암튼... 수희 누나가 누나 단명하는 거 알고... 자기 목숨을 승주 누나한테 이어 붙였어요. 자기 목숨을 누나한테 줬다는 말이에요!”


승주는 입술을 깨물며 윤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돌려주는 방법은.....?”


“불가능해요. 근데... 제가 하라는대로 하면 될지도...”


“그게 뭔데...?”


다급한 목소리로 승주가 묻자 윤재는 옅은 한숨을 내쉰 채, 승주에게 말했다.


“제가 준 쪽지 읽어보고... 누나가 판단해서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마음 이끄는 대로.... 그럼 전 이만!”


윤재는 이제야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휭하니 의상대 전각 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윤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승주는 자신이 손에 쥔 쪽지를 펼쳐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승주의 두 눈에서 맑은 눈물이 한 줄기 흘러 내렸다.


“에이! 천수 형! 이거 가지고 이렇게 쩔쩔 매면 어째요? 여긴 내가 맡을테니! 얼른 수희누나 데리고 홍련암으로 가요! 우리... 꼭 해내야 해요! 흥! 니들 임자 한번 잘 만났다! 여기 공터도 넓고 아주 결계 그리기 딱 좋네! 오늘 한번 뒤져 봐라!”


윤재의 씩씩한 목소리에 몸을 일으켜 세운 천수도령이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재빨리 수희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 수희는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는데 수희의 왼팔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올라 주변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후끈 달아오를 정도였다.


수희는 어느 새인가 윤재가 건네준 쪽지를 다 읽은 것인지 고개를 떨구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수희야! 너 괜찮아?”


“아니.. 오빠... 나 지금 트럭에서 파는 전기 통닭구이가 된 기분이야.... 아... 됐고! 얼른가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아.”


수희는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결과 상현이 수희를 부축해 걷기 시작했고, 천수도령이 앞장섰다.


승주는 수희의 옆에 바싹 붙어서 수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주며 수희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승주의 두 눈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멀끔해져 있었기에 수희는 승주가 운 줄도 몰랐다. 아니, 윤재와 승주가 이야기를 나눈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만큼 수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윤재가 미친 듯이 붓을 바닥에 휘두르면 무언가 결계 같은 것들을 그리자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의상대 주변 공터를 밝히기 시작했다.


간간히 전구가 터지는듯한 ‘펑’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개치는 듯한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왔지만 수희 일행은 그 누구 하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오분 가량을 걸었을까. 어느 새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되었다.


수희는 몸을 휘청이며 거의 쓰러지다시피 몸을 기울였고 놀란 한결이 수희에게 외쳤다.


“안 되겠어요, 수희 씨! 제 등에 업혀요!”


한결의 말에 수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나 걸을 수 있어요. 진짜 괜찮아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말 없이 수희의 몸을 이끌어 한결의 등에 업히게끔 몸을 부축해 이끌었다. 그러자 한결이 재빨리 수희를 들쳐 업었다.


상현은 한결의 상체를, 승주는 수희의 몸을 붙잡고는 그대로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픈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업고 가는 사람이나 업힌 사람이나 자칫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가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댕이 칠 판이었다.


천수도령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걷는 동안 수희는 거의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로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겨우 정신을 붙들고 있었다.


수희의 눈에 언덕에 핀 보라색 꽃이 들어왔다. 곧게 자란 수많은 소나무들과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자리잡은 이름 모를 잡초들과 들꽃들로 주변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름 모를 보랏빛 꽃을 본 수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꽃이야... 지고 말면 그 뿐...”


수희의 속삭임을 아무도 듣지 못한 것인지 일행 모두는 언제 어느 순간에 또 다시 공격이 쏟아질까 두려워 온통 신경을 곤두서 있었다.


이윽고 평탄한 길이 펼쳐졌고, 오른쪽 나무 울타리 옆으로 울퉁불퉁한 기암괴석 바위들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멈춰요!”


천수도령의 긴장한 목소리에 일행이 모두 우뚝 멈추어 서자, 천수도령이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 내가 수살귀 전문 무당인 거 알고 나왔나보네? 나 위해서 화마 새끼가 준비해둔 건가? 그래, 어디 한번 오늘 레벨업해서 스탯 한번 올려보자!”


이윽고 고개를 슬쩍 돌린 천수도령이 승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승주 역시 굳은 표정으로 천수도령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승주가 슬며시 수희의 등을 밀자 승주의 손길을 느낀 한결이 서둘러 수희를 업고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수희야!... 여기서 작별해야겠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테니까... 너도 멈추지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야한다! 우리 꼭... 꼭 다시 보자! 살아서 다시 보자!”


천수도령은 분명 홍련암으로 향하는 길 오른쪽 울타리 너머에 있는 바위들 틈에서 강력한 수살귀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익숙하고도 친근한 절대 잊을 수 없는 축축한 물귀신의 기운이었다.


잡귀 수준이 아니라 기운 자체만 본다면 화마와 대등할 정도로 강한 수살귀의 기운에 천수도령의 입술은 바싹 타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이거나 고민할 시간은 사치에 불과했다.


천수도령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왼손엔 벽조목 부채를 그리고 오른손에는 신칼을 쥐고 천천히 울타리 쪽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가 어느 새 평지에 접어들자 이윽고 눈앞에 사람 키만한 작은 해수관음상이 표주박에서 쏟아내고 있는 약수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본 적이 있어 눈에 익은 약수터가 눈에 들어오자 한결이 서둘러 수희를 등에서 내려 놓앗다.


“왜요? 한결씨?”


이상하다는 듯한 승주의 질문에 한결이 서둘러 말했다.


“지금 제가 등으로 업고 오는 동안 수희 씨 왼팔이 뜨거워서 제가 죽을 지경이었어요. 이대로 가면 수희씨 정신 못 차려요! 일단 좀... 식히고 가요! 약수터가 있으니까요!”


다급하게 말한 한결은 서둘러 수희의 왼팔을 들어 올렸다.


한결이 수희의 왼팔을 잡자마자 엄청난 열기에 그대로 수희의 왼팔을 놓칠 뻔했지만 한결은 이를 악물고 수희의 왼팔을 들어올려 연꽃모양의 약수터 물웅덩이에 수희의 왼팔을 그대로 가져다 넣었다.


순간 엄청난 열기가 해수관음상이 표주박에서 쏟아붓고 있는 약수물에 닿자 엄청난 열기와 함께 수증기가 사방에 피어 올랐다.


그것은 마치 사우나 한증막에 온 것처럼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증기 연기에 수희의 왼팔에서 치솟고 있는 열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수희야.... 어떻게... 어쩌면 하면 좋아...”


수희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이제야 알 것만 같던 승주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현 역시 수희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상현의 품 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 경환아 어디냐? 의상대? 내려 와! 얼른! 급하다!”


상현이 다급하게 외치자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당탕 소리와 함께 건장한 장정 셋이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수희 씨는요?”


이윽고 상현이 눈짓하자 경환은 거의 반 실신 상태로 기진맥진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수희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수희 씨가... 아이고... 반송장이네요! 형님! 일단 준비하라고 하신 건 다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경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상현은 이윽고 다른 부하 두 명이 들고 있는 항아리 하나를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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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외전1-191. 신병(神病)- 허주 (2) 24.01.16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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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외전1-187. 신병(神病)- 바보 똥환 (1) 24.01.14 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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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외전1-185.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2) 24.01.13 16 1 11쪽
184 외전1-184.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1) 24.01.13 15 1 12쪽
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6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8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7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19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7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5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175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6 2 12쪽
174 챕터9-174. 화마 봉인- 모두 안녕 (5) 24.01.08 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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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챕터9-170. 화마 봉인- 모두 안녕 (1) 24.01.06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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