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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고래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랑고래
작품등록일 :
2024.02.09 05:46
최근연재일 :
2024.03.29 16: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06
추천수 :
397
글자수 :
220,424

작성
24.02.13 20:15
조회
343
추천
20
글자
11쪽

막심 인생 최고의 모험

DUMMY

[마법사로서 살아가는 방법] 네 번째 이야기







막심과 올던은 횡재를 했다.

먼저 발견한 건 막심이었다.

소변을 보러 길을 벗어났던 막심이 크게 소리를 질러 올던을 불렀다.


“올던!”


무슨 일인가 싶어 올던이 황급히 따라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어디 다친 거 같지는 않은데.

막심이 가리키는 건 산덤불이었다.


이건.

말하자면 달디단 행복이랄까.


막심 주위의 덤불에 향기로운 산딸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손을 뻗어 열매를 땄다.

축축한 촉감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이 아니었다.

가득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한참을 신나게 삼킨다.


으헤헤.

올던이 막심을 보고 웃었다. 막심의 입가가 온통 달콤한 열매의 색으로 검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즐거웠다.


히히.

막심 역시 올던을 보고 웃었다.

이빨에 낀 산딸기 조각들이 올던을 정말 바보처럼 만들었다.

바보여도 좋다.

얼마만의 포식인가.

하루 내내 배가 터질 듯이 먹어도 여기 이 숲의 딸기는 다 못 먹을 거였다.


‘천국이 별 덴가. 여기가 천국이지.’


마음 놓고 덤벼든 게 화근이었다.

복이 바뀌어 화가 된다고 했던가.


올던과 막심은 생각을 먼저 해야 했다. 배고픔에 눈이 돌아가 입안을 그득 채우기 전에.

왜 거기에 산딸기가 그만큼이나 많이 달려 있었는지, 왜 숲속의 어떤 동물도 그 탐스러운 열매들을 입에 대지 않았는지.


올던과 막심이 입안의 달디단 열매들을 삼키느라 정신없는 관목숲.

그 관목지대 너머 저 멀리 침엽수림이 보였다.

나무를 헤치고 검고 종종거리는 것이 걸어 나와 낮은 둔덕으로 올라갔다. 공중에 코를 올리고 냄새를 맡던 짐승이 흥미로운 후각신호를 포착했다.

올던과 막심이었다.


꾸이이이익

동족에게 신호를 올린 짐승이 몸을 웅크리더니 힘을 모았다.

투레질을 하던 짐승이 빠르게 튀어 나갔다.

속도와 기세가 대단하다.

전속력으로 내닫는 말만큼이나.


산딸기로 손을 뻗던 올던이 흠칫, 숲쪽을 봤다.


‘저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지 않았나?’


돼지가 우는 소리와 비슷했던 거 같은데.

올던의 눈에 갈대들이 빠른 속도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갈대 속에 몸을 숨긴 뭔가가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 뭐야?”


당황한 올던의 외미디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검고 단단해 보이는 물체가 튀어나와 올던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간신히 옆으로 몸을 던질 수 있었다.

관성을 못 이기고 올던을 지나친 물체는 저 멀리서 멈췄다. 다시 올던을 향해 돌아섰다.


저건.

올던은 몸을 일으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도망가, 막심.”


빠른 속도로 내달린 짐승이 또다시 올던에게 다가왔다.

거대한 코에서 끓어오르는 선명한 초록색 물질들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저거 부식액이다.

위험하다.


“올던, 괜찮아?”

“어서 가, 멍청아.”


막심까지 휘말려 들면 곤란했다. 가뜩이나 몸동작이 느리고 힘이 약한 막심이었다.


‘막심도 막심인데 나도 걱정이네.’


저 멧돼지를 피해서 나무라도 기어 올라가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나무라면······


‘갈대숲을 지나 저기 숲속까지 달려야 하나?’


올던이 바라본 숲에서 또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꾸이이이이이익?

길고 끝이 올라간, 묻는 듯한 그 멧돼지 소리에 이쪽의 멧돼지가 대답했다.


꾸이이익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멧돼지 소리가 화답했다.


꾸이익

꾸이익

꾸익, 꾸이익

검은 물체 여럿이 투레질을 하는 게 보였다.


일 났다, 정말.

이 산성 멧돼지들을 어떡하지.

최대한 떨어져 보자.


멧돼지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틈에 올던은 슬금슬금 산딸기 관목숲을 빠져나갔다.

작정하고 쫓아오는 멧돼지를 인간이 따돌릴 수는 없는 거고.

나무에 오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저 포기를 모르는 야생 멧돼지들을 뿌리치려면 어디 나무 위에든 올라가 몇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발소리를 죽이며 멧돼지에게서 멀어지던 올던을 멀리 막심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올던은 막심에게 손짓을 했다. 막심이 손짓을 이해 못 하자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 나무 위로.


그러고 있지 말고 제발 좀 올라가.

멧돼지는 너 있는 곳까지 금방 도착한다고.


“뭐?”


막심의 반문에 멧돼지의 귀가 쫑긋 섰다. 야생동물의 청력이 얼마나 예민한가.

막심이 그걸 몰랐나 보네.

똑똑한 막심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하필 지금이란 말이지.


멧돼지가 올던 쪽으로 도는 모습이 보였다.

꾸이이익.

으악, 온다!

올던은 전속력으로 달려 눈앞의 나무숲으로 향했다. 

뒤따라온 멧돼지가 금세 거리를 좁혔다.


짐승의 발소리가 바로 뒤까지 쫓아온 순간 올던은 몸을 옆으로 날리며 나무 뒤로 돌아들어갔다.

무시무시하게 뾰족한 엄니가 올던을 스쳐 갔다.

돌아선 멧돼지가 작게 꿀꿀거렸다. 어쩐지 만족한 표정이었다.

왜지?

들이받는 게 목표 아니였나?


‘이 변종들은 머리가 좋던데······.’


아 그런 건가.

이 녀석, 동족이 지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마 올던이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서 행복한 걸지도.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갈대숲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시간을 끌고 동족들을 부른다는 걸까.

시험삼아 발을 나무에 올려보니 눈앞의 멧돼지가 꾸익 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다. 엄니가 퍼석 소리를 내며 나무줄기를 긁고 지나갔다.

아, 맞네.

이 녀석을 따돌리고 올라가야 하는데, 방법이 있나?

너무 시간이 끌리면 저 뒤의 동족들이 지원을 와 버린다.


갈대숲에서 산성멧돼지들이 연달아 튀어 나와 관목숲을 내달려 왔다. 올던이 있는 데까지 금방이었다.


‘시간이 없다.’


저 멧돼지들까지 들이치면 순식간에 사냥당할 거다.

멧돼지한테 잡아먹히는 사람이라니.

그런 꼴이 될 수는 없다.


어디서 막심 목소리가 들렸다. 모습은 안 보이고, 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올던, 저 쪽에.”


막심이 말하는 저 쪽이 어딜까.

시야 한편에 바위 옆에서 자라는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보였다. 밑동부터 꺾여서 자란 나무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바위를 타고 뛰어갈 수 있겠는데?’


멧돼지한테 페이크 넣기. 오른쪽으로 가는 척.

멧돼지가 속도를 붙였을 때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역동작이 걸린 멧돼지가 올던을 놓쳤을 때 바위 위로 달렸다.

바위 위에서 나무의 허리께로 뛰어오른 다음 계속해서 올랐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을 때 잠깐 쉬면서 아래를 본다.


‘이 정도면 됐나?’


약이 오른 멧돼지 하나가 올던이 올라간 나무 둥치를 한 차례 들이박았다.

으으.

그렇게 세게 들이박으면 떨어지는 거 아니냐.

살살해.

나도 살아야 될 거 아니야.


무성한 나뭇가지에서 가녀린 팔이 뻗어 나와 올던을 붙잡았다.

막심이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산성 멧돼지들은 나무 아래를 돌고 있었다.


꾸이이이익.

한 마리의 산성 멧돼지가 코를 치켜올리며 옆의 바위를 가리켰다. 여러 마리의 산성 멧돼지가 짧은 다리로 바위를 올라왔다.

올던과 막심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 야생동물들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설마······?’


바위 위에서 뒤로 최대한 물러나더니 속도를 붙였다. 그러고는 올던네가 있는 나무를 향해 뛰었다.


“위로! 위로 올라가!”


올던과 막심은 허겁지겁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멧돼지의 첫 시도는 대실패였다. 나무에 코를 들이박고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실패한 멧돼지는 땅바닥에 잠깐 뒹굴더니 곧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바위를 올라와 줄을 섰다.

멧돼지 가족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차례로 바위를 타고 있었다.


꾸이이익.

두 번째 멧돼지는 잠깐 나무를 탔다가 곧 발을 헛디디며 아래로 떨어졌다.

올던과 막심은 나무 위를 쳐다봤다. 둘이 더 오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기엔 나뭇가지가 가늘었다.


‘무게를 버티려나?’


막심이 시험삼아 양 손을 뻗어 위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봤다. 우지끈 하는 소리가 나며 부러져 버렸다.

올던을 돌아봤다.


“올던, 우리 어떡해?”


세 번째 멧돼지가 나무를 탔다. 멧돼지는 발굽으로 균형을 잡으며 꽤 버티다가 아래로 미끄러졌다.

이렇게 가면 멧돼지들이 나무를 정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올던이 주위를 둘러봤다. 옆 나무의 가지가 보였다.


“막심, 저쪽으로 뛰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거리가 아슬아슬해 보였다. 아래로 보이는 땅은 꽤나 멀어 보였고.


“떨어지면 멀쩡하지 않을걸.”


그래도 뛰어야 산다.

산성 멧돼지의 꾸익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멧돼지들은 나무에서 한 두 걸음씩을 걷고 떨어졌다.

실시간으로 나무 타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올던은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몸을 뒤로 젖혔다.

탄력을 모았다가 앞으로 몸을 솟구쳤다.


아아악.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나뭇가지 끝을 붙잡았다. 조심조심해 가며 나뭇가지에 상체를 올렸다. 우직, 하며 나뭇결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아, 이게 아니다.

얼른 팔을 내렸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서 올라가야겠다.

막심이 불안한 예감에 움찔 몸을 떨었다.


“부러지는 거 아니야?”


제발.

조금만 버텨 줘, 나무야.

양손으로 머리 위의 나무를 붙들고, 조금씩 전진했다.

튼튼해 보이는 안쪽 가지로.

둥치를 밟고 자리를 잡았다.


“올던!”


막심 쪽을 돌아봤다. 멧돼지가 나무에 완전히 올라탔다. 옹이진 곳과 껍질 사이를 밟아가며 막심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뛰어!”


막심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찌이이익.

나뭇가지로 들이닥친 멧돼지의 엄니가 간발의 차로 허공을 갈랐다. 엄니 끝에 막심의 웃옷이 살짝 걸렸다. 멧돼지는 막심의 웃옷만 한 자락 얻고는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꾸이이이익.

충격이 꽤 컸는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한참을 바닥에서 뒹굴었다.


‘저 두툼한 살집을 갖고도 저렇게 아파하는데, 우리가 떨어졌다면.’


막심은 안도의 숨을 내셨다.


‘살았다.’


막심은 자기 일생의 둘도 없는 모험으로 방금의 추격전을 꼽을 수 있었다.


‘내 인생 팔 년 중 최고의 모험이었어.’


글쎄.

모험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우지직.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막심이 몸을 의지하던 나뭇가지가 끊어져 갔다.


‘안 돼, 떨어진다.’


막심에게 올던이 팔을 뻗었다. 한손으로 올던의 팔을 붙잡고 버텼다.

막심을 끌어올리는 새 산성 멧돼지들이 달려와 주위를 맴돌다가 꾸익 소리를 주고 받았다.

불안하다, 또 뭘 하려고.


꾸익

꾸이익

꾸익 꾸이익


거리를 벌렸던 멧돼지 하나가 투레질을 했다. 속도를 붙이며 달려와 나무를 들이받았다.


쿵.


“으아아아.”


올던과 막심은 떨어지지 않게 아무 곳이나 붙잡았다. 멧돼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여러 방향에서 달려온 멧돼지들이 하나 둘 나무에 몸을 들이박았다.


쿵쿵쿵쿵


멧돼지들은 돌아가면서 몸을 박았고, 나무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강렬한 흔들림에 입술이 저절로 푸르르 떨렸다. 막심은 숫제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는 숲의 어머니에게 기도를 드렸다.


“자비로운 숲의 어머니시여, 지금 우리의 고난을 굽어보소서······”


막심의 기도에 응답한 건 숲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막심과 올던의 절박한 심정과는 달리 한가롭게 여유로운 곡조였다.


그 소리에 멧돼지들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휘파람은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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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드레이프의 끝나지 않는 여행 +2 24.02.10 584 26 14쪽
1 프롤로그 +2 24.02.09 828 3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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