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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39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6.03 09:00
조회
620
추천
3
글자
11쪽

38.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3)

DUMMY

[1593년 음력 1월 24일 일본군은 한양으로 돌아와 조선 백성들이 일본병사들과 내통할 것이란 불신과 평양성전투의 패전으로 인한 분노로 한양에 남아 있던 백성들을 모두 죽이고 민가와 관가의 건물들을 다 불태워 버렸다. -징비록-]


이틀간 곰곰이 생각을 했던 정탁은 그래도 아군에게 도움을 준 자들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임시방편으로 마루네 패거리가 지내고 있는 초가집의 작은 허름한 곳간에서 지내도록 하루와 친구들의 고충을 들어주었다. 물론 아직 팔은 풀어주지 않은 채 말이다.


“아이고, 잘 잤다. 역시 허름해도 집은 집이구먼.”

“그러게 말이야. 바람도 막아주고 오랜만에 밥다운 밥도 먹을 수 있고 말이야.”

“일어났으면 거기 가만히 있지 말고 이제 병사들 좀 도와주시오. 거참 힘든 건 알겠는데 요 며칠간 잘 쉬지 않았소? 가서 식량조달이라도 도와주시오.”

“에이, 이 사람들도 참. 당연히 슬슬 도와주려고 우리도 생각했던 참이오? 어디로 가면 되오?”


추운 곳에서 죽을 번 하다가 살아난 마루네 패거리는 이제 어느 정도 기력을 했다. 마루 패거리와 하루와 친구들을 감시하고 지켜서있던 조선병사들은 기력을 회복한 마루 패거리를 보고 이제는 일 좀 도와달라며 불평이 섞인 부탁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마루와 패거리는 더 이상 놀고먹을 수만은 없고 그래도 자신들을 살려준 나라를 위해서 사소한 일이라도 도와줄 마음이 싹터있었다.


“허허, 저기서 쌀과 곡식을 명나라 군사들이 있는 곳으로 수송하는 장소까지 나르면 되는 겁니까?”

“그렇다. 명나라 병사들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주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먹일 수밖에 없지. 게다가 계속 한양이 있는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어서 식량이 많이 필요 할게야. 이 식량을 나를 장소는 저 병사들이 가는 곳과 같으니 함께 수레를 이용해서 옮겨주게.”

“네, 알겠습니다!”


마루와 패거리는 쌀가마니를 들어서 수레에 실은 뒤 앞서 나가는 조선 병사들을 따라 수레를 옮기기 시작했다. 평양성의 외성을 가로질러 남쪽의 거피문을 빠져나왔다. 거피문을 빠져나오자 대동강이 보이기 시작했고 강에는 남쪽으로 쌀을 나르기 위해 정박해 있는 배들이 있었다.


“멈추시오! 못 보던 분들인데 평양성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며칠 전에 평양성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요.”

“그렇군요. 자 이 배에 옮겨 실으시면 됩니다.”

“영차! 영차! 흐이차! 아이고 됐다.”

“가서 몇 번만 더 수고해 주시오.”

꾸벅 인사를 하고 빈 수레를 이끌고 평양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허허, 벌써 강물이 녹기 시작했구먼. 배로 나르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저씨는 원래 한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외거노비라 하셨죠?”

“맞아. 아 그 못난 주인 놈 보기 싫어서 혼란을 틈타 한양을 빠져나왔지. 마루 자네는 짐승만도 못한 주인을 곁에서 모셨다고 했나?

“네, 얼마나 더러웠으면 별걸 다 시키고 조금만 실수해도 발로 걷어찼습니다. 어이구 그 노인네 정말!”

“허허, 자네가 나보다 더 힘들었겠어?”


돌아가는 길에 마루는 다른 주인의 땅에서 농사를 지었던 노비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루와 그의 패거리는 피만 섞이지 않았을 뿐 이제 전쟁의 힘든 시간들을 함께 보낸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번엔 여기 있는 거 나르면 되는 겁니까?”

“그래. 오늘은 이거랑 저기 있는 거 두 번 만 나르면 너희들이 할 일은 끝이다.”

“하하 아직 쌀쌀한데도 힘을 쓰니 열이 팍팍 나네! 빨리 나르고 들어가서 쉽시다!”


마루와 그의 새 가족들은 마저 쌓여있는 쌀가마들을 수레로 실어 대동강에 있는 배에 옮겨 실었다. 그렇게 수십 말의 쌀을 실어 나르고 나니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수고 많았다. 이건 오늘 너희들에게 주어질 밥이다.”

“아이고 나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네들이 하루에 3,4번 씩 이렇게 잡일을 도와주면 고맙겠네.”

“네, 추운데서 굶어 죽을 번했는데 먹여주신 답례는 해드려야죠.”


마루와 그의 새 가족들은 품삯으로 받은 밥 2대접을 식지 않게 가슴에 품은 채 허름한 초가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고 안사람들 잘 있었나? 짠! 일을 도와드리니 평소보다 밥을 더 주셨어!”

“수고들 많았어요. 따뜻하게 불 올려놨으니까 들어와서 몸들 녹이세요.”


마루의 어머니 옥매는 먹을 마땅한 반찬이 없고 그동안 먹었던 양념장들도 다 떨어졌기에 서둘러 밥에 비벼서 먹을 강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록 고기도 들어가지 않고 두부나 다른 고급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나물들을 잘 섞어서 끓이기 시작하자 그 구수한 냄새는 주변으로 뭉게뭉게 퍼져나갔다.


“아이고 어머니 이게 다 뭐에요?”

“응 마땅한 반찬도 없고 해서 강된장 만들고 있지?”

“아이고 냄새 좋다. 어머니가 만든 강된장은 조선 팔도에서 최고 맛이죠!”

“껄껄, 엄마가 만든 거 말고 다른 사람 거 먹어본 적은 있고?”


어디서도 이렇게 구수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던 하루와 소우스케, 켄타는 무슨 냄새인지 궁금해서 잠시 밖으로 걸어 나왔다.


「뭐지? 이 맛있는 냄새는?」

「그러게?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된장 냄새 같기도 한데? 조선에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특이한 양념이 남아있는 건가?」


허름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온 일본인들의 모습을 본 마루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건 냈다.


“뭐야? 왜놈들 냄새 맡고 나온 거야?”


뭔가 신기한 음식이 준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마루는 하루가 뚫어져라 작은 가마솥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눈치 챌 수 있었다.


“뭐? 이거 말이야? 왜놈들 울 어머니 강된장 맛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릴걸? 하긴 왜놈들이 된장이 뭔지 알겠어?”

“오모니? 덴장?”


하루는 조선에서 지내면서 간단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조선말을 구사했다.


“그래! 울 어머니 강된장 말이야! 먹어보고 싶냐?”


마루는 그들이 지내는 곳간에 들어가 아직 남아있는 밥을 보고 그것을 들고 나와서 강된장을 약간 찍어 바른 뒤 하루에게 건 냈다.


「뭐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여기 있다! 한 입 먹어봐! 울 어머니 강된장 맛보는 순간 조선을 약탈하는 게 아니라 이 강된장을 약탈하게 될 것이다!”


마루는 고개를 젓는 하루의 입속으로 강된장이 비벼진 밥 한 숟가락을 집어넣었고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맛에 당황했지만 이내 강된장의 구수한 맛에 하루는 표정이 밝아졌고 특이한 구수함에 입에 밥이 남아있는 채로 웅얼거렸다.


「맛있다! 맛있어!」

“오이시? 맛있다는 소리인가? 자 너희들도 울 어머니 강된장 맛 좀 봐라!”


마루는 밥 한 숟가락에 강된장을 비벼서 옆에 서 있는 소우스케와 켄타의 입에도 집어넣었다.


「오? 진짜 맛있는데? 어떻게 만든 거지?」

「이야! 그냥 장하나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맛있다니!」

“그렇게도 맛있냐? 아이고 너희들도 조선에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생이 많다. 야! 여기 조금 덜어줄 테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라!”


마루는 그들의 밥공기에 강된장을 조금 덜어준 뒤 어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이야, 조선에선 서민들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구나!」

「그러게?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어!」


하루와 친구들은 밥그릇을 들고 들어가서 팔이 묶인 채 꾸역꾸역 남은 밥에 강된장을 힘들게 비벼서 입에 훌훌 털어 넣어 맛있게 씹어 먹었다.


“마루 너는 무슨 말을 왜놈들이랑 그렇게 한 거냐?”

“말은 무슨 내가 왜놈들 말을 어떻게 알아들어요? 그냥 냄새 맡고 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강된장 한 숟가락 나눠 준거죠?”

“얘끼! 이놈아 저 놈들이 어떤 놈들인 줄 알고 우리 먹을 거를 나눠 주냐!”


갑자기 마루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이! 아저씨 갑자기 왜 때려요! 겨우 강된장 한 숟갈 나눠준 거 가지고. 울 어머니 강된장 한입 맛보더니 좋아서 펄펄뛰던데. 그리고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닌 거 같은데요? 정 대감님도 저들은 스스로 조선군영에 들어와서 도움을 준 자들이라 나쁜 일본인들은 아니니 안심하라 하셨잖아요!”

“그래도 왜놈은 왜놈이야! 일단은 경계하고 봐야지! 저 놈들은 못 믿을 놈들이라고!”

“저도 다 알아요! 그나저나 도성에 남아서 왜놈들을 구원군이라 믿었던 다른 노비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도성을 탈출한 것도 벌써 아홉 달이 넘었나?”



며칠 전 한양의 도성


「유키나가 공!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히데이에 공, 명나라에서 4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와서 평양성을 탈환해 갔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평양성에서 가까스로 살아서 도망친 고니시 유키나가는 한양에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양자이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총 대장인 우키타 히데이에에게 먼지가 가득 뭍은 채로 상황을 전했다.


「으아악! 조선놈들! 명나라놈들! 내 병사들을 절반으로 줄여버리다니! 가만 안두겠어!」


화가 난 고니시는 밖으로 나갔고 자신의 병사들 몇 백을 이끌고 도성을 거닐기 시작했다.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조선백성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이제 일본병사들이 구원군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선 백성중 일부는 임진왜란 초기에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모습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모습을 비춘 그에게 달려갔다.


“아이고 장군 어디 갔다가 이제 돌아오신 겁니까? 저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셨던 거 기억하시겠습니까?”

「뭐야? 이 조선놈은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조선!」


고니시는 큰 목소리와 함께 말 위에서 칼을 꺼내들고 다가온 조선 백성의 머리를 내려쳤다. 하늘 높이 피가 솟구쳤고 고니시의 눈빛은 이미 저승사자와 같이 붉은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조선! 조선! 망할 놈이 조선! 다 죽여! 한양에 있는 조선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베어버려라!」


고니시는 말을 타고 달리며 주변에 있는 조선백성들의 목을 하나 둘 씩 베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참패하고 조선과 명나라 군사들에 대해 불만이 많이 쌓여있던 다른 일본병사들 역시 분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도성은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저작거리와 대로들은 피가 강물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일본병사들은 눈에 보이는 조선백성들을 죽이기 위해 도성 안을 헤집고 다녔고 일본병사들의 창칼을 피하기 위해 조선 백성들은 달려 나갔다. 봄을 알리면서 수줍게 피어난 붉은 동백꽃은 달려오는 조선백성과 일본군 사이로 꺾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놈도 다 남기지 마! 이 놈들 때문에 우리가 진거야!」

「모조리 죽여 버려! 언제 의병이 돼서 우리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안 돼! 이러지마!!”

“으아아악!”


날씨가 점점 풀리면서 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해 양력 2월에 한양은 교착된 전선과 패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일본병사들의 대 학살로 싸늘하고 붉게 물들었다.



떨어져서 피와 함께 더욱 붉어진 동백꽃 그리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한양의 무고한 백성들


작가의말

전쟁중에 봄이 올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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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강화 뒤 세 나라 18.07.18 477 1 10쪽
51 51.동족살인과 이국친구 사이 18.07.17 490 1 13쪽
50 50.조선의 공명첩과 하늘의 공명첩 18.07.15 475 1 7쪽
49 49.마루의 신분상승(4) 18.07.14 484 2 11쪽
48 48.흉흉한 소문(1) 18.07.10 501 2 10쪽
47 47.마루의 신분상승(3) 18.07.08 513 2 12쪽
46 46.마루의 신분상승(2) 18.07.06 544 1 12쪽
45 45.마루의 신분상승(1) 18.07.05 555 1 11쪽
44 44.되찾은 도성 18.07.01 507 2 11쪽
43 43.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4) 18.06.28 500 1 12쪽
42 42.진주성 전투 18.06.25 50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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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3) +1 18.06.03 621 3 11쪽
37 37.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2) 18.06.01 580 3 12쪽
36 36.평양성 전투 18.05.30 573 3 11쪽
35 35.전쟁 중 새해 18.05.27 662 3 13쪽
34 34.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1) 18.05.25 684 4 8쪽
33 33.군영이탈(3) 18.05.23 594 4 8쪽
32 32.군영이탈(2) 18.05.18 652 5 8쪽
31 31.군영이탈(1) 18.05.18 66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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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조선의 반격 18.05.18 67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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