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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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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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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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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 돈받고 학교 다니기-1

DUMMY

돈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수련회를 갔다오고 나서의 일이다.


‘앞으로 평범함의 가면을 쓰기 위해서 이런 일정에 참가할 날들이 있을거야.’


분명하다.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스키캠프 등··· 내가 원하는 ‘평범함’을 위해서 참가해야 할 일정들이 내 앞에 놓여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돈 낭비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알바는 불가능. 얼굴에 흉터가 아물고 있다지만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완전히 아물지 않을 수도 있고···’


날 다시 과거로 돌려보내준 신의 선물··· 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이라는 작자가 나에게 얼마만큼의 선의를 베풀지는 모르니까.


아무튼 알바를 해서 돈을 버는 계획은 제외. 그러니 남은 것은···



“장학금을 타야겠어.”


중학생이 무슨 장학금,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지원사업도 찾아보면 꽤 많이 있다.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게다가 이런 장학금들은··· 소위 ‘불우이웃’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일순위로 돌아가기 마련.



그리고 나는 그 ‘불우이웃’에 속한다.


부모없이 보육원에 다니는 사람이니까.




“흐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장학금을 받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중복으로 타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기업이나 기업에서 만든 재단의 장학금의 경우에는 다른 장학금 여부와 관계없이 타먹을 수 있다. 그러니 그쪽 위주로 알아보는 것이 편하다.



“자소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를 양식에 맞게 작성한 후 제출하면 신청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조건에 맞는 장학금 지원사업 3가지를 찾았고, 3가지 전부 자소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의 제출을 필요로 했다.


“이정도면 껌이지.”


타다다닥─



회귀 전 생에서 내가 용돈을 벌었던 또다른 방법 중 하나.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들을 문서 판매 사이트에 등록해서 판매한 것이었다.


미약한 글재주를 통해 내 자소서는 나름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 랭킹 상위권에 위치했고, 덕분에 월마다 수십만원이라는 짭짤한 수입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자소서 첨삭을 해주면서 돈을 받기도 했으니··· 자소서를 제출하라는 건 나에게 장학금을 그냥 주겠다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재능과 경험을 갖고 있었으니까.



“금방 써볼까. 어차피 이번달 안으로 지원서를 제출하면 되니까.”


자기소개서는 금방 쓸 수 있다. 남은 서류들은··· 이번 달 안으로 여유롭게 준비해보자고.




* * *




“성적증명서?”


“ㄴ, 네··· 장학, 금 지원··· 때문에···”


1학년 3반의 담임을 맡은 이경혜. 그녀는··· 학기 초 학교 폭력 사태로 골치 아픈 일을 겪었지만 중간고사 이후로 표정이 활짝 폈다.


왜냐하면 보기 드물다는 ‘올백’을 맞은 학생이 바로 자신이 지도하는 반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눈 앞에 있는 한시우.



─특이사항: 고아.



무려 ‘고아’라는,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학생. 때문에 그녀는 매우··· 불안했다. 하지만 중간고사 이후 그녀의 불안감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이렇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니···!’


자연스럽게 ‘남들보다 나쁜 형편에서 스스로 노력해서 타의 모범이 되는···’으로 시작하는 그의 학교생활 평가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게다가 학원도 다니지 않으면서 저런 성과를 내다니. 그녀는 그가 대견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한시우는 ‘장학금 지원사업’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자신에게 힘겨운 발걸음을 했다.


보통 학생들은 교무실에 오는 것을 꺼려한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학생들이 교무실에 오는 일은···


‘혼나는 일이 대부분이니까.’


아무튼, 한시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무실로 온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장학금 지원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서는구나.’


끊임없이 몸을 비틀면서 스스로··· 자신의 살 길을 개척해나가는 시우의 모습을 보면서 이경혜는 생각했다.


‘... 정말 대단한 학생이야.’


‘고아’라는 환경 때문에 선입견을 가졌던 입학식 직후의 자신을 생각하면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래, 선생님이 성적증명서 뽑아줄테니까 여기서 조금 기다려. 아, 차도 좀 마실래?”


“ㄴ, 네···”


어린 나이에 화재로 인해 얼굴에 저렇게 커다란 화상 흉터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었나. 저 흉터만 아니었어도 저 아이가 조금 더 밝았을텐데 생각하는 이경혜였다.


‘초등학교 시절의 평가도 ‘대인기피증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고 했으니···’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실까지 스스로 온 것이다. 참으로 대견한 학생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손수 차를 타주셨다. 방과후다보니 좀 여유가 있으신걸까?


“시우야, 여기 성적증명서 뽑았어. 그리고··· 이런 일 있으면 앞으로 선생님한테 편하게 말해. 알겠지?”


“알겠, 습니다···”


“그래, 차 다 마시고 가렴. 선생님은 학생부에 일이 있어서···”


“아, 안녕히가세요···”


웃으며 나에게 말하고 학생부로 가면서는···


‘표정이 좋지 않네.’


담임에 대한 평가를 조금 조정해야겠다. 처음에는 학교폭력에 미흡한 대처를 한··· 선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담임 선생님의 의지가 아니었던건가?’


선생님이 성적증명서를 뽑으러 갔을 때 의도치 않게 선생님의 핸드폰으로 온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상훈이 어머님: 선생님, 저희 애가 정학이 풀렸는데···



어휴, 끔찍해라.

권상훈의 부모님이 알고보니··· 이 지역에서 꽤나 방구좀 뀐다는 지역 유지였다. 아버지는 시의원 출신, 어머니는 이 지역 땅부자의 외동딸.


애들 사이에서는 ‘부모님 빽 덕분에 강제전학에서 정학으로 무마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건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컴퓨터에 떠있는 교사들의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학생부장의 메시지가 떠있었고.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고 스크롤만 올려서 권상훈의 징계 당시의 메시지만 확인하고 원상복구 시켰다.



─그냥 대충 본사람 있냐고 묻고 끝내요. 사건 커지면 좋지 못하니까. 걔 어머님이 학교에 내는 성금만 해도···



대충 윤곽이 그려진다.


권상훈은 부모님의 비호하에 학교를 다니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받아먹은 것이 많은 학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저쪽에게 유리하게 해줄 수 밖에 없고.



“하아, 누구는 돈받고 학교 다니려고 개같이 노력하는데···”


누구는 학교에 돈을 쏟아붓고 다니고 있었다.




* * *




“와··· 너는 책을 항상 그렇게 읽어?”


“응··· 그, 그래야 나중에 책 내용, 을 떠올리기 편하니까···”



학교 도서관.


나는 책을 읽고 있었고, 옆에서는 주한이가 같이 책을 읽다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습관. 항상 옆에 노트를 가져다두고 핵심 정리를 하고, 추가로 좋은 문장들을 적어둔다. 회귀 전 생에서부터 블로그 서평단을 하면서 갖게 된 습관이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볼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편하고···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남는다. 그냥 읽고 넘어가는 것보다 중요한 내용들을 손으로 적으면서 익히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


“와··· 그러니까 올백을 맞지··· 나도 그렇게 읽으려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올백을 맞은 이유는 회귀라는 신이 준 치트급 능력 덕분인데··· 주한이는 뭔가 크게 착각하는 듯 했다.


뭐··· 그래도 저 습관이 들면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쁠 일은 없으니까. 그냥 가만히 뒀다.




“어, 시우! 주한! 우리 이동수업이야. 음악실 가자!”


쉬는시간이 끝날 때가 되서 반으로 가니 텅 비어있었고, 재호만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를 기다렸던 모양.


‘반장이니까 책임감을 갖는 건가···’


내 안에서 이재호에 대한 평가가 조금 상향되었다.


“오늘 음악시간에 조를 짠다는데? 나중에 그 조별로 모여서 합주 수행평가 할거래.”


미친, 그런···


“오··· 재밌겠다.”


주한이는 재밌겠다는 반응. 나는··· 절대 아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서투른 솜씨로 악기를 다루라고? 물론 다른 애들도 그러겠지만···


‘내가 못버틸 것 같은데.’


아주 얼굴이 벌게지다 못해 터질것처럼 보일 것이다. 게다가 얼굴에 흉터도 있으니··· 더 쪽팔릴 것 같다.


“우리 같이 조 할래? 마침 나도 같이 할 사람 찾고 있었거든.”


재호의 말에 주한이는 좋다고 대답했고, 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는 무슨 악기 연주해야하지?


‘시발 리코더건 단소건··· 할 줄 아는게 없네.’


초등학교 때 다 해보긴 했다만··· 해본지 십수년도 지났다. 고등학교 시절 예체능 과목이야 노는 시간이니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초등학교 시절에 해봤다만··· 나는 회귀한 사람이다. 실제 겪은 시간으로 치면 리코더건 단소건 손에 잡아본 적이 진짜 십년이 넘게 지났다.


그리고 원래 잘 하지도 못했고··· 결론은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다는 것이다.


‘미치겠네···’


조별과제. 같은 팀원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잘해야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도 앞으로 학교 생활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후우···”


결국 내가 팀원 중에 리코더를 맡게 되었다.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한 내 탓이지 뭐.



─그러면 리코더를 시우가 할래?



이 말에 거절하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거지. 여기서 내 성격이 또 발목을 잡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 수행평가까지 2주 정도 남았으니 열심히 연습하는 수 밖에.


“사긴 샀는데···”


결국 나는 문방구에서 리코더를 새로 사서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얘들아, 혹시 리코더 잘 부는 사람 있어?”


“형! 내가 학교에서 리코더 제일 잘해!”


이럴 때 보육원 동생들을 써먹어야지.




* * *




리코더를 한참을 부르고는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중학교 수준의 수행평가에서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인생에 그리 큰 영향 끼치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주어진 조건이 다르다. 흉터로 인해 흉측한 얼굴에 고아라는 배경. 만약 수행평가를 망치면 ‘역시··· 고아라서···’, ‘얼굴 부터가 글러먹은···’ 비슷한 말을 듣는다.


게다가 앞으로 내가 학기마다 신청할 장학금 지원사업 중에는 수행평가 성적도 보는 곳이 있었다.


최대한··· 남들과 비슷한 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발악할 수 밖에 없다.


남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얻는 평범함이라는 것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발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까? 피해망상인건가.”


근데 그렇게 살아왔는걸.


이미 20년 넘게 살면서 박힌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내 생각이··· 딱히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내가 겪은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생각이니까.




“하, 돈받고 학교 다니기··· 힘드네.”



그렇게 나 치고는 꽤 말을 많이 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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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교복을 입고-1 +4 23.01.04 7,270 1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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