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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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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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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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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교복을 입고-4

DUMMY

보육원장 김재민.


그는 시우에게 머리를 깎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할 때만 하더라도 큰 걱정을 했다.


‘얼굴의 흉터 때문인지··· 머리 깎기를 한사코 거부했던 아이니까.’


어린 나이에도 얼굴과 관련된 문제는 예민하기 마련. 게다가 시우는 어린 시절부터 예쁘장 하기로 보육원에서 유명했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갑자기 흉측한 얼굴을 가지게 되었으니···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지.


그래서 이번에도 머리를 깎자고 할 때 거부하는 시우를 어떻게 설득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까, 깎아야죠. 그냥 숱만 조금···”



처음으로 머리를 깎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시우였다.



“어, 그, 그럴래? 이 아이 숱만 조금 쳐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시우야, 여기 앉아볼래?”


그렇게 시우는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미용사의 손길에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


‘올해 초부터 변한 것 같더니···’


이제 슬슬 세상에 나설 준비가 되는 것일까. 결국 혼자 살아가야하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한 것일까.


김재민은 시우가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시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체념의 태도 보다는···



‘의지.’


그건 의지에 가까웠다. 계기가 뭔지는 몰라도··· 살아보겠다는 의지.



‘시우야, 응원한다.’




위이잉─


바리깡이 머리를 슥 훑고 지나간다. 회귀 전 생에서 나는··· 머리 깎는 것을 극도로 꺼렸지. 왜냐하면 내 얼굴 때문이다.


내 얼굴을 보고 사람들이 갖는 감정은 둘로 나뉜다. 혐오와 동정이다.


혐오와 동정은 모두 우열을 상정하는 개념이다. 모두 내가 상대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내가 상대보다 잘났기에 못난 상대를 혐오하거나,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기에 그렇지 못한 상대를 동정하거나.


아득바득 살아보려고 했던 나에게는 두 감정 모두 씁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내가 발버둥 쳐봤자 결국 남들에게는··· 그냥 격이 떨어져보인다는 거지. 고작 얼굴 하나 때문에.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미용실은··· 거의 가지 못했다. 차라리 이발소를 갔지. 그곳에 가서 완전 짧게 깎은 다음에 마스크와 선글라스, 후드티, 모자 등으로 중무장을 해 얼굴을 꽁꽁 싸매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머리를 깎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평범한 삶을 위해서라면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흉터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아예 사라진다고는 말 못하지만··· 흉터가 옅어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점점 흉터가 옅어진다면 머리를 깎아도 괜찮지 않을까?



위이잉─



‘미용사가 자르는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걸 입밖으로 꺼내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냥··· 미용사에게 맡기는 거다. 어차피 숱만 치는 거니까 뭐···



천천히 머리카락의 길이가 짧아지고 숱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


“눈이 예쁜데요? 하하.”


원장님은 조금 놀라는 듯한 탄성을 내었고, 미용사는 눈이 예쁘다며 칭찬했다.



머리를 깎으면서 처음으로··· 혐오와 동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미용사에게 받아보았다.




* * *




머리를 깎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교복 한벌을 갖고 세탁소에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냥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조금은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고아에게도 꾸밀 자유라는 것은 있으니까. 교복을 줄일 돈 정도는 내 통장에 충분히 있었다. 돈에는 나에게 내 행동의 제약을 하나 둘 풀어줄 수 있는 힘이 존재했다.


“어느 정도로 줄여줄까?”


“어. 그, 그··· 너무 꽉 끼지만 않게··· 살짝 주, 줄여주세요···”


아뿔싸. 교복 바지를 줄이러 간다는 놈이 몇통으로 줄일지 생각도 못하고 갔다. 다행히도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모양인지 줄자를 가져와 발목 둘레를 대충 잰 세탁소 주인은 나를 보고 말했다.


“흠··· 이틀 뒤에 찾아와. 그리고 교복 한벌만 줄이지는 않을거지? 그때 찾아올때 나머지 교복도 가져와. 그것도 줄여야지.”


“아,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나도 평범한 다른 학생들처럼 교복을 줄이기로 했다.




세탁소에 다녀오고 거울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흉터가 확실히··· 옅어졌어.”


미용사가 눈이 예쁘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 눈꺼풀에 있던 화상 흉터가 거의 사라지면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 원래도 제대로 뜰 수는 있었는데 흉터의 영향으로 제대로 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흉측하게 보이는 흉터는 내 눈이 얼마나 빛나는지, 관심을 가질 수 없게 했던 것이다.



“정말로··· 눈이 이렇게 생겼구나···”


화상이 생기기 전, 아주 오래전.

그때 어릴 적 사진에만 남아있던 올망졸망하던 눈은 흉터가 사라지니 그대로였다.


“다행이야··· 다행··· 정말로···”


소리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디 하나 잘난 구석 없다고 생각했는데,

눈 하나 만큼은 괜찮았구나. 하면서.




* * *




“야, 너는 수련회 갈거야?”


“아, 가기 싫은데··· 어차피 쌤들이 다 가라고 할 거 아니야. 가야지 뭐.”


“가서 밤에 놀면 존나 재밌을듯.”



웅성웅성─



교실은 수련회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사실 수련회보다 중간고사가 더 가까웠지만··· 학생들이 그렇듯이 시험보다 놀러가는 걸 더 좋아할 때니까.


‘수련회라···’


어떻게 할까. 회귀 전 생의 나는 가지 않았다.


“...”


갈 이유가 있었을까? 친구도, 뭣도 없는 상태. 얼굴을 보면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고, 고아라는 뒷배경은 그걸 더 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딱 이맘때쯤 부터 괴롭힘이 조금씩 시작되었으니까.



─쌤, 저, 저는 안갈래요···


─···그래, 알겠어.



고아라는 뒷배경은 내가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고 수련회를 빠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모든 외부활동에 빠졌다.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등등···


하지만 지금의 나는 뭔가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겨우 얼굴의 흉터가 조금 사라졌다는 이유 만으로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면 응당 학교에서 진행하는 외부 활동은 참여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참가



공란으로 비워져있던 체크박스를 펜으로 채워넣었다.



─스슥



■참가




더는 텅빈 학교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다.




* * *




1학년 3반의 반장으로 뽑힌 이재호.

그는 반장의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었기에 반 친구들을 모두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가장 신경이 쓰이는 학생은 바로 다름아닌 한시우.



─시우가, 그··· 후, 절대 다른 애들에게 말하지 말고.


─아, 시우가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거요?


─어, 알고 있었니?


─네, 같은 초등학교 나왔던 애들이 이미 다 말하더라고요.


─후우··· 아무튼, 시우 잘 좀 챙겨줘. 반장이잖아. 그렇지?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 이후로 더더욱 신경썼다.


‘그냥 조용하고··· 쉬는시간에는 자연스럽게 교실 뒷문으로 나가서 도서관으로 향한다. 가서는 독서를 아주 열심히 하고.’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열심히 듣고. 공부 잘하는 범생이 스타일인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애들에게 물어보니 성적은 평범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흐음··· 그리고 수학여행에는 불참했었다니까··· 아무래도 이번 수련회는 가지 않을···”


신청서를 걷어서 확인하던 이재호는 두 눈을 의심했다.


“어? 아니네?”


■참가



참가한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 뭐, 그럴 수도 있지.”


수련회에 가는 것을 특이하게 여기는 자신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털며 생각을 털어버리는 이재호였다.




* * *




드디어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


“자, 다들 종치면 시험지 열어. 지금 보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그리고 한 3분이 지나고 종이 울렸고, 모두들 시험지를 열었다. 그리고···



─하아···


─좆됐다···


─이게 나온다고?



여기저기서 시험지를 열어 확인하고는 자신의 한두달간의 노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진짜 시험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 물거품이 되었음을 확신하는 한숨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쉽네.’



당연히 쉽지. 회귀 전에도 중학교 후반기부터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랬던 나인데··· 돌아와서 다시 중학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스슥─ 스스슥─



막힘없이 문제를 풀었고, 덕분에 남들이 이제야 OMR 카드에 체크를 하기 시작할 때에 나는 시험지를 두번이나 확인하고 OMR 카드의 체크까지 마쳤다.


‘여기서 1등을 한다···’


학교가 나를 신경 쓸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앞으로 조용한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그렇게 첫번째 중간고사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나는 만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보육원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시우야!!! 성적표가 이게 무슨···!”


“어머, 시우 시험 잘봤어요?”


“와, 세상에··· 시우야, 올백이야!”


원장님께 성적표를 보여주며 자랑했고, 다른 선생님들과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 나를 축하해줬다.


“이거, 오늘은 파티를 해야겠는데요? 시우야, 먹고 싶은거 있니?”


“그래, 시우야. 먹고 싶은 거 말해봐. 피자? 치킨?”


“애들이 치킨 먹고 싶다고 했는데, 치킨 먹어요.”


“그래, 오늘은 내가 쏜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형, 형이 진짜로 올백맞은거야?”


“대박이다···”


“그래, 내가 올백 맞아서 파티하는거야. 치킨 다들 맛있게 먹어.”




* * *




시험이 끝난 학교의 분위기. 어떨 것 같나?



“야, 저거 잡아!”


“달려! 달려!”



선생님들은 시험이 끝난 우리들에게 자유를 줬다. 체육시간이 아님에도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체육활동을 진행했다. 주로 젊은 선생님들이.



─쌤~~ 저희 중간고사도 끝났는데 밖에 나가요!!



애들이 이렇게 마구마구 요구해오면 선생님들은 못이기는 척 하면서 밖으로 애들을 데리고 나와서 체육활동을 한다. 축구를 하던, 피구를 하던···


그리고 그 시간은 나에게는 아주··· 따분한 시간이다.



“하암···”


어차피 아무도 끼워주지 않고, 나도 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회색빛의 콘크리트 스탠드에 앉아서 햇빛을 쬐고 있었다.


나같은 애들이 껴봤자··· 골키퍼나 수비수를 할 뿐이지. 게다가 골키퍼인데도 골킥은 차지도 못한다. 골킥을 차려고 하면,



─야, 골킥은 내가 찰거니까 너는 막기만 해.



라고 일진이 와서 말하고 킥을 한다.



그러니까 저기에 끼는 것보다 여기에 앉아있는 편이 더 좋다는 거다.



게다가 지금은 권상훈의 정학이 풀린 상황. 저녀석과 같이 축구를 한다는 건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뻐어억!


─아, 미안 미안. 괜찮냐? 실수였어··· 표정풀어라.



분명 저거 고의였는데, 실수인척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하는 것 봐라··· 게다가 그 대상은 이전에 자신이 괴롭혔던 심주한이었다.


‘정학을 당했는데도··· 시발. 미친놈이네.’


선생님이 뒤늦게 달려와 권상훈을 혼냈지만 저걸로 될 리가 있나.



심주한은 더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고, 운동장 스탠드에 앉았다. 그리고···



“시우야! 와서 뛰어!”



좆됐다.

내가 부름을 받게 되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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