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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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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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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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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새로운 인생-2

DUMMY

“통장 하나인건 아쉽지만, 이게 어디야.”


돈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통장쪼개기가 중요하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는 이게 최선이다. 게다가 금리 2%나 되는 꽤 좋은 통장이니까.


‘카드는···’


이왕이면 혜택 좋은 체크카드까지 발급받아서 쓰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건 너무 욕심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돈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 내가 처음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의 중고서적 판매에 등록한 책 3권이 팔리면서 총 금액 3만원을 얻었다. 배송비를 제하고도.


“나이스.”


꽤 괜찮은 수익. 게다가 기반 비용은 제로다. 맘카페에서 ‘무료’로 나눔해준 책들을 팔았으니까.


좋은 마음으로 나눔한 책들을 가져다가 돈으로 바꾼다는 것에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나는 고아니까···’


뭐, 불우이웃 돕는다는 셈치고 내가 이렇게 써먹어도 되겠지.


이렇게 되면 통장에 있는 금액은 원장님이 넣어주신 십만원에 방금 벌어들인 삼만원을 합해 총 십삼만원.


곧 중학교 입학 예정인 청소년에게는 꽤 큰 금액이다. 나중에 각종 명품들이 10대들에게 유행하게 되는 2020년대에 가서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2012년이니까.


“이걸 장기적으로 할 건 아니지만···”


적어도 통장에 이십만원 정도가 채워질 때까지는 해야지.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이런 걸로 돈을 벌게 아니라 블로그와 SNS 채널들로 벌 것이다. 이건 그냥···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돈이라고 보면 된다.




* * *




“사무 업무를 도울테니 사무실 컴퓨터 한 대를 마음대로 쓰게 해달라고?”


“네, 원장님. 문서 작업은 초등학교 때 컴퓨터와 생활 과목을 들으면서 웬만한 건 할 줄 알아요. 그러니··· 컴퓨터 하나를 제가 마음대로 쓰면 안될까요?”


고아원, 아니 보육원은 할 일이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과 환경이 열악해서 보육원장님과 소수의 선생님들과 직원들로는 항상 업무 처리가 밀린다.


고사리 손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분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겠지.



─애한테 일을 가르치면서 일을 하면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격일텐데···



하지만 나는 원장님이 내 요청을 그렇게 박하게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나에게 측은지심을··· 가지신 분이니까. 전생에서도 그랬고, 이번 생에서도.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오니 모든 게 보여.’


원장님이 나를 보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느껴진다.



“그래, 알겠어. 여기 노트북 하나 줄테니까 쉬운 건 도와주렴.”


“원장님?”


“괜찮아요. 그렇게 어려운 업무를 줄 것도 아니고··· 나중에 혼자 살아가야할 아인데 일하는 방법 정도는 익혀야겠지.”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러면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못마땅한 몇몇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금방 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전생에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재택 알바로 문서 작업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이정도는 껌이다.


‘노트북인게 아쉽지만··· 블로그 포스팅 정도는 노트북으로도 충분하니까.’


타다닥─


내 손가락이 키보드 자판 위를 경쾌하게 날아다녔다.




* * *




“흐음···”


보육원장 김재민, 그는 바뀌기 시작한 한시우라는 아이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커다란 아픔을 지니고 수년간 희망이 없는 눈빛으로 살아온 아이가 갑자기 먼저 말을 꺼내면서 이것저것 부탁을 한다.


그러니 거절하기 힘들 수밖에. 게다가 그렇게 무리가 가는 부탁들도 아니었다. 통장을 개설해달라는 것과 일이라도 도울테니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요즘 애들이 쓰는 스마트폰이 뭐지···?”


그는 그런 시우에게 선물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 * *




“어, 어?”


“핸드폰 개통하러 가자. 시우야.”


“네, 네···”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핸드폰은 있긴 했는데 피처폰이었다. 보육원에 있는 고아들이 뭐 비싼 핸드폰들을 살 수 있겠나. 싼 요금제에 싼 핸드폰. 스마트폰은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돈을 벌어서 통신 요금과 기기값을 충분히 낼 수 있을 때 법정대리인인 원장님을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스마트폰이 생길줄이야. 좋네.


“기분 좋니?”


“아, 네··· 요새 애들이 다 쓰는 건데 저도 쓰는 거니까요···”


근데 문제가 있다.


다른 보육원 아이들의 눈치가 보인다. 분명 자신들도 쓰고 싶어 할 텐데··· 나를 엄청 질투하지 않을까?


“다른 애들 때문이구나? 걱정하는 눈빛인데.”


“아··· 맞아요. 다른 애들도 분명 쓰고 싶어할텐데··· 저만 쓰면 너무 미안하잖아요.”


“다른 아이들에게는 시우, 네가 우리 일을 도우면서 스마트폰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할 거다. 그리고··· 핸드폰은 잘 때는 사무실에서 보관할거고.”


음··· 그정도면 괜찮으려나?


“그러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지? 그러면 걱정하지 말고. 자, 다왔다.”


차를 타고 가다보니 어느새 통신사 대리점으로 왔다.


‘이때는 알뜰폰 요금제가 없었나···’


우체국이 알뜰폰 판매에 뛰어들며 0원 요금제로 대박을 치면서 알뜰폰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의 대중화가 이뤄졌었다. 근데 이게··· 아직은 아니다.


‘당분간은 비싼 요금제를 쓸 수 밖에 없겠네.’


물론 요금을 내는 건 내가 아니라 원장님이니··· 원장님만 힘들겠지.


“후우···”


“왜그러니?”


“아, 아니에요. 어서 들어가요.”


나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떠안을 원장님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약정이 끝나면 알뜰폰 요금제가 나와있을테니··· 그때는 내가 값싼 요금제 찾아내서 알아서 바꿔야겠다.



“어서오세··· 아이고, 원장님 아니십니까?”


“허허, 반갑습니다.”



대리점 사장님은 이미 원장님과 안면이 있어보였다.


“원장님 새 폰 개통하시려고요?”


“아니, 내가 아니라. 이 아이.”


“아···”



뭐, 원장님이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하시긴 하지. 보통 보육원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혐오 시설 중 하나다.


이 지역에 보육원이 자리잡을 수 있던 것은 원장님이 지역 주민들에게 부단히 부탁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육원은 이 지역에 세워질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훌륭한 어른··· 정도로 받아들여진 듯 하다.


물론 원장님이 받아들여진 것과는 별개로 나를 비롯한 고아들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우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이름이 뭐니?”


“하, 한시우··· 요···”



말을 더듬으면 안되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왔어도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보육원에 있는 사람들이야 평소에도 계속 봤던 사람들이니 괜찮은데 아예 외부인들과는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


‘고쳐야 하는데···’


이제 한달이면 중학교 입학이다. 그 전까지는 말더듬는 것이라도 고쳐야한다.


“데이터는 얼마나 필요하려나···”


“와, 와이파이 되니까··· 적어도 괘, 괜찮아요···”


보육원은 와이파이가 된다. 적어도 사무실은. 그리고 내가 스마트폰으로 하려는 것을 생각하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는 않다.


‘어차피 지금은 핸드폰으로 SNS 채널을 관리하고 블로그를 관리할만한 때는 아니야.’


아직 핸드폰의 성능과 기능, 그리고 어플리케이션들의 기능이 그정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래? 그러면··· 원장님. 요금제는 이걸로 하고, 기기는 제일 유행하는 이걸로. 어떠신가요?”


“기기는 시우한테 물어봐야죠. 허허, 이 아이가 쓸 건데.”


“시우야. 이 핸드폰, 괜찮니?”


보아하니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정도였다.


끄덕─


“그러면 이걸로 하죠. 아 그리고 원장님, 잠시···”


그렇게 말하고는 원장님에게 귓속말로 속닥이는 사장님. 그리고 둘은 웃는 표정으로 대화를 마쳤다.


“그러면 이렇게 결정하죠. 잠시만 기다리면 개통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앞으로 스마트폰 하나가 생겨버렸다.


‘통장에는 13만원, 스마트폰 하나. 괜찮은 시작이야.’




부우웅─



“근데 원장님, 아까 핸드폰 사장님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하신거에요?”


“뭐? 아, 하하, 별거 아니야. 그냥··· 어른들 이야기 했어.”


“네···”


괜시리 궁금해서 가는 길에 물어봤지만 그냥 어른들 이야기라는 대답만 들었다. 뭐··· 웃으면서 대화를 끝냈으니 나쁜 일은 아니었겠지.




* * *




─원장님, 기기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안그래도 되는데···


─저도 측은지심이란게 있는 사람입니다. 평소에 기부도 많이 못했는데···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죠.


─근데 이렇게 귓속말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가 들으면··· 괜히 자기를 불쌍히 여겨서 이런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하하, 괜한 걱정인가요?


─하하,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성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김재민 원장은 아까 전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싱긋 웃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옆 조수석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우. 세상이 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지, 때문에 나중에 혼자서 살아가야 할 때 힘들어 지치지는 않을 지 걱정했다만···


아직은 세상이 그리 가혹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 *




핸드폰을 열고 처음 설치한 것은 바로···


“캐시슬라이드.”


이거 추억이다. 추천인 가입하면 500원! 이런 식으로 카카오스토리에 엄청 올라왔는데.


내가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생활비와 월세가 끊기지 않던 이유는 블로그와 SNS 채널 운영도 있었지만 앱테크도 있었다.


앱으로 돈버는 앱테크. 출석체크, 광고보기, 미션 수행하기, 설문조사 등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이 시기에는 상기한 거의 모든 것이 없는 상태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캐시슬라이드.


‘잠금화면에서 광고를 노출하는 대신에 사용자에게 캐시를 적립해주는 리워드앱.’


잠금해제만으로도 캐시 적립이 가능하지만 잠금해제하지 않고 광고를 더보면 더 많은 캐시를 적립해준다.


“이걸로 얼마 벌겠냐만···”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한두달에 한번씩은 편의점에서 뭔가 공짜로 먹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앱테크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런 걸로 버는 캐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캐시를 주는 것이 바로 ‘추천인’ 제도라는 것.


“그래서 카카오스토리에 추천인 글들이 잔뜩 올라오기도 했던 것이고.”


나는 이걸 이용해서 돈을 벌 작정이다. 어떻게?



“블로그와 SNS 채널. 두개와 캐시슬라이드만 조합하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나는 회귀 전 생에서 네이버 공식 인플루언서, 팔로워 10만이 조금 넘는 페이지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이정도면 할 수 있다.




* * *




“흠···”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다. 무려 한달이나.


초등학교 졸업식은 다행히 무난하게 마쳤고, 다른 사람들은 친구들과 중학교 올라가서도 우정 변치 말자 어쩌구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할 때 아무도 보지 못하게 빠르게 빠져나왔다.


거기에 더 있다가는 내가 못견딜 것 같아서.


아무튼 그렇게 졸업식도 끝나고 이제 중학교 입학을 일주일 앞둔 상황.


중고책을 팔아서 앞으로 기반이 될 자금 20만원을 만들었고,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는 순항중이었다.


‘벌써 블로그는 체험단 제의가 들어왔으니까···’


물론 아직 받지는 않았다. 더 크기가 커져야 더 좋은 제의가 들어오니까.


커뮤니티의 인기글을 긁어오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에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벌써 팔로워가 천 단위를 넘어갔으니까.


“이제 준비는 다 끝났어.”


남은 것은···



학교.


회귀 전 생에서는 끔찍한 악몽과도 같던 곳. 나는 그곳에 다시 들어간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


“후우우···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해서 체력도 나름 좋아졌다. 평균에 미치는 수준인지는 몰라도 지옥같은 푸쉬업 100회, 스쿼트 100회, 윗몸일으키기 100회, 턱걸이 10회, 만보걷기라는 루틴을 어떻게든 해내는 수준까지는 왔으니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변하자. 변해야해.”


내가 그리 꿈꾸던 평범한 삶을 위해서.



거울을 바라보고는 다짐했다.






그나저나.

얼굴에 흉터가 왜 조금 옅어진 것 같지?



‘... 기분 탓인가.’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브라이언
    작성일
    23.01.22 20:48
    No. 1

    책 3권에 3만원이면 무척 비싼 책이었나 보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워록지오
    작성일
    23.01.24 16:52
    No. 2

    2012년 ㅠㅠ 너무 아숩네요.... 이 때쯤 코인 사서 육년 뒤에 팔면 코인 재벌 가능한데 쩝.... 아무리 평범한 삶을 살고자해도 인터넷을 했다면 코인의 대략적인 시세 흐름을 모를 수가 없는데....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77 귀욤둥이
    작성일
    23.01.30 00:33
    No. 3

    코인 안하고 진짜 티끌모아 태산각이네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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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인생-2 +3 23.01.03 7,728 155 12쪽
2 1. 새로운 인생-1 +8 23.01.02 8,570 157 12쪽
1 0. 프롤로그 +8 23.01.01 9,022 1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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