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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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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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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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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교복을 입고-3

DUMMY

눈감고 손들으라는 상황이 오면 다들 눈을 감지 않는다. 실눈을 드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고 있는 사람 중 하나는 바로 이번 사태의 원흉인 권상훈이었다.


실눈을 뜨고 엎드려서 옆을 슬쩍 곁눈질로 바라보니 자기가 실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티라도 내듯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슬쩍 돌리고 있는 권상훈이었다.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군.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는 여기서 손을 들면 더 큰 봉변을 당할 것이라는 걸 직감했는지 부동을 유지했다.


‘...’


그럴만도 하지. 나도 회귀 전 생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낸 용기가 물거품이 되었으니까. 경험해서 안다. 여기서 손을 드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됐어. 이제 다들 눈 떠. 너희들··· 같은 반 친구끼리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리고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아야 해. 알겠지?”


조금 화가 난 음성을 유지한 채로 담임 선생님이 말씀을 이어나갔지만 그리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알고 있지만 방관하기를 선택했군.’


나도 비슷한 선택을 하려 했지만··· 과거의 내가 이를 용납하지 못했기에 행동에 나선 것이다.




* * *




보육원으로 돌아와서 핸드폰의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흠, 이것도 잘 찍혔네. 음성도 뚜렷하고.”


오늘 있었던 일도 내가 의도한 것이었다. 인터넷에 이런 사건을 공론화 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사족이 필요하다.


분노로 가득찬 누리꾼들은 ‘학교가 학교폭력에 제대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하면서 맹렬한 비난을 내뿜을 것이고.


오늘 나는 학교에 가장 먼저 등교했고, 필적 감정을 시도할 수 없게 명조체로 프린트한 익명의 투서를 학생부 문 틈 사이로 집어넣었다.


“만약 그 익명의 투서를 읽고 학교 측에서 똑바로 조치를 쥐했더라면···”


그랬다면 이 영상들은 모종의 루트를 통해 학생부로 전달해 고스란히 학교폭력의 증거로 쓰였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담임이 들어와서 ‘눈감고 손들어’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을 나는··· 핸드폰으로 다 녹화하는 데 성공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잘못이라고 생각하시길.”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 처리는 해주겠지만, 그 외의 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에게 쏟아질 비난은··· 학교 폭력을 겨우 그런 식으로 처리하려고 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타다닥─ 타닥─



─[화력지원부탁!!] ○○중학교의 충격적인 학교폭력!!


─꼭퍼트려주세요) ○○중학교학교폭력의실태입니다널리알려주세요



···



이제 각종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이 사건을 뿌리기만 하면 된다. 회귀 전 생에서부터 블로그와 SNS 채널을 운영하며 갈고 닦아온 글쓰는 능력을 총동원해서 가장 어그로가 끌릴 만하게 썼다.



“다음 카페들, 네이트판, 디시인사이드··· 골고루 다 뿌렸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이제 남겨진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불쏘시개를 툭 던진 것 뿐이다. 활활 태워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할 거니까.




* * *




“씨발!”


쾅─!!



권상훈은 누군가 자신을 학생부에 꼰질렀다고 생각했고, 그 누군가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심주한이라고 확신했다.


때문에 담임이 들어와서 교실에서 괴롭힘에 관해 묻고 난 뒤 쉬는시간에 심주한을 데리고 두들겨 패버렸다.


그리고··· 어차피 교실에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기에 별 일 없이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야, 이거··· 너 아니냐?


─뭐? 무슨 소리야?



친한 녀석이 다가와서 핸드폰을 보여줬고, 그 속에서는 심주한을 괴롭히는 자신이 찍힌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이 게시된 곳은···


─야, 뭐야. 이게 왜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냐?



학생들이 많이 하기 시작한 페이스북이었다. 놀란 그는 인터넷에 접속했고, 이미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꽤 큰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이번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새끼 ○○중 ㄱㅅㅎ 이네 ㅋㅋㅋ 초딩때부터 동네에서 유명했음



게다가 영상을 게시한 사람이 의도한 것인지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가 몇초정도 끊기는 구간이 영상에 포함되어 있었고, 덕분에 자신의 신상도 노출되었다.



└@권상훈, 이거 저새끼 페이스북 계정임 ㅋㅋㅋㅋㅋㅋ 같은 학교라서 앎



그렇게 영상속의 가해자가 자신이라는 것이 특정된 후 무수히 많은 페이스북 알림이 울려댔고, 그는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교실의 모두가 그 소란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고, 소란의 주인공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뭘봐 씨발!!”


쾅─!!


그와 동시에 교실의 문이 열렸고···



“권상훈, 나와.”


학생부장이 등장했다.



‘드디어··· 움직였군.’


학교가 뜨거운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무거운 이를 움직이려면 먼저 그가 앉은 곳을 뜨겁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 * *




─○○중학교에서 최근 논란이 된 영상 속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며···


3월이 거의 지나갈때쯤, 이 사건은 공중파 뉴스에서까지 짤막하게 다뤄지면서 막을 내렸다.


학교 측에서는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고, 권상훈과 그의 부모 측에서는 결국 받아들였다.


─10일 정학.



“화끈하네.”


넘쳐나는 비난에 학교는 초강수를 뒀고, 사건은 일단락 됐다. 괴롭힘을 당하던 심주한에게는 학교측의 ‘특별관리’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면··· 이제 된거야··· 그렇지?”


이제 끝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를 도운 것이다.


그렇게 학교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학기 초 학교폭력 사태는 교복을 받을 때 쯤 끝이 났다.




* * *




교복을 받았다.

깔끔한 흰색 와이셔츠와 진한 검회색의 바지. 당연히 교복을 받은 아이들이 먼저 하는 것은···


“야, 나 이만큼 줄일까?”


“미쳤냐? 그만큼 줄이면 단속할 때 걸릴걸?”


바로 교복을 얼마나 줄일지 논의하는 것. 한창 멋부리기 시작하는 나이에 펑퍼짐한 교복은 죄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굳이 줄일 생각은 없었다. 외모에 신경 써볼 일이 없었으니까.


지금 머리도 더벅머리다. 길게 자라서 앞머리가 거의 눈꺼풀 바로 위까지 자리잡고 정리되지 않은···


왜냐하면 내 얼굴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상으로 인해 생긴 끔찍한 흉터는 내 얼굴에 깊게 자리잡았고, 나는 그걸 최대한 숨기고 싶어했다.


그 흉터를 본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당장 나조차도 거울을 보면서 자기 혐오에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외모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나에게 외모는 논외 대상이었다.



그런데···



“흉터가··· 조금 옅어진 것 같은데? 분명히.”


지난 번에 세수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흉터가 조금 옅어졌다. 정말로. 이건 내 착각이 아니었다.


“설마··· 정말 낫는건가?”


신이··· 다시 날 여기에 보내면서 얹어준 선물인건가?



···



“교복, 줄일까···”


어쩌면 교복을 줄여야할지도 모르겠다.




* * *




흠칫─


“후우···”


교복을 입고 하는 첫 등교. 나는 움츠러들었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 생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나는···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면 숨고 싶어.’


등굣길에 보이는 교복의 물결은 나를 쥐구멍으로 숨고 싶게 만들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동급생이 교복을 입은 걸 보면 더 심했다.


“하아.. 아니야, 이번 생은 달라. 그런 일 없을거라고.”


애써 괜찮은 척 하면서 위태위태한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발을 내딛으며 학교로 향했다.


와이셔츠가 목을 조르는 듯 숨이 막혔지만··· 참으며 걸었다.



왁자지껄, 웅성웅성.



그렇게 겨우 등교한 학교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왁자지껄, 웅성웅성.


머릿속으로 다시 되새기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척 걷기 위해 노력했다.


‘권상훈은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어차피 쉬는시간마다 도서관으로 간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중간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나는, 괜찮을 것이다.



“후우.”


그렇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부 새하얀 와이셔츠로 가득했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무사히 학교 일과를 마치고 보육원으로 돌아왔고, 3월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흠, 월말 결산을 내볼까.”


이번 달에 벌어들인 돈은···



─중고책 판매: 68,400원

─블로그 서평단: 50,000원

─SNS 페이지 상품광고: 100,000원

─용돈(사무실 업무보조 대가): 50,000원

─총 수익: 268,400원



“26만 8400원이라··· 나쁘지 않네. 아니, 아주 좋네.”


3월 중에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서평단에 지원했고, 지원금 5만원에 월마다 신간을 주는 조건으로 6개월짜리 서평단에 합격했다.


‘그리고 읽은 책은 바로 중고책으로 판매.’


사실상 신간이나 다름 없는 상태기에 판매가의 80%의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가끔 올라오는 맘카페의 책 무료나눔 글을 보고 만보 걷기를 하면서 무료나눔 책들 중 상태가 좋은 것만 가져와서 팔았고.


또 SNS 페이지에는 처음으로 제품을 광고해달라는 제의가 와서 광고비 10만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업무보조의 대가로 받은 5만원···



─시우야, 그래도 일을 도왔으니 대가는 받아야지.



내가 한사코 괜찮다고 말렸지만 원장님은 막무가내로 내 계좌에 5만원을 보냈다. 뭐··· 고마운 일이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올해 안에 내 통장에 500만원은 만들어두자.’


그렇게 대충 목표를 정한 뒤 추가 수익을 얻을 방법을 생각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우선 공부도 해야하니까··· 평소에 많은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들은 안된다. 블로그와 SNS 페이지를 하나씩 더 운영하는건··· 안돼.”


물론 중학교 1학년 수준의 교육과정이기에 많은 공부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다음 것들을 예습하는 시간도 필요하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들은 안됐다.


“상테크를 할까?”


상테크, 풀어서 쓰면 상품권 재테크.


아직 페이코나 모바일 팝처럼 상품권을 통해 전환한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상테크는 아무래도··· 크게 할인할 때 대량으로 구매해서 직접 파는 수 밖에.


‘명동의 상품권 시장에 파는게 가장 좋긴 하지.’


사채 시장으로 유명했던 명동은 거대한 규모의 상품권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사채 시장이 많이 죽은 뒤의 일이다.


직접 방문하기는 어려우니 우편 및 등기로 상품권을 보내서 팔아야하니 배송료까지 생각해서 계산해야겠지.


···


“관둘까.”


아무튼 그런 방법도 있다. 고려해볼만하다.


그렇게 돈을 어떻게든 불릴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우야, 머리 깎을 때가 되지 않았니?”


그리고 며칠 뒤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머, 머리요···?”



원장님이 내 더벅머리를 참지 못하고 깎을 것을 권유했다. 아마 내가 엄청 답답해보인 모양이지···?



─위이잉



“네가 미용실 가기 꺼려할까봐 아는 미용사분에게 부탁해서 여기까지 와주셨어.”



이건··· 뺄 수 없는 상황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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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교복을 입고-1 +4 23.01.04 7,268 1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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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새로운 인생-1 +8 23.01.02 8,570 1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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