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나는 죽었다.
평범하게 자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병에 걸려서 아프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나름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나올 만큼 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피, 피해!!
킥보드를 타고 내려가던 아이가 멈추지 못하고 도로 한복판으로 나왔을 때, 나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뛰쳐나갔고, 아이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내 목숨과 아이의 목숨을 등가교환한 셈이다.
그리고 눈을 뜬 이곳은···
“사후세계인가?”
온통 흰색의 향연인 이곳. 바닥은 마치 구름 같았고, 벽면은 흰색의 대리석 기둥이 가득한 것이 마치 그리스로마신화에나 나올 법한 장소였다.
“맞다. 사후세계란다.”
그리고 귓가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노인의 음성.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후세계에 있는 존재라면 누구겠느냐. 신이지.”
신, 신이라.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삶을 생각하면··· 신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 되는 순간 내 삶은 신이 망가뜨려 놓은 것이라는 소리니까.
“신··· 제 인생을 이토록 비참하게 버림받게 한 것이 당신입니까?”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바로 고아원에 버려졌으니까.
고아원에서는 그래도 이쁘장한 얼굴 덕분에 몇년 지나지 않아 바로 입양의사를 밝힌 이들이 나타났고, 순조롭게 입양되려는 찰나···
─부, 불이야! 불!
입양신고를 하기 전, 입양절차에 따라 양부모가 될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화재로 인해 양부모가 될 사람은 전부 죽고 나는 살아남았다.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화상의 흉터를 남긴 채.
어린 나이에 그런 몰골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학창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전부 다 알 것이다.
괴롭힘과 따돌림의 세월이 지나고 성인이 되었고, 나는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비스무리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래도 일반적인 히키코모리들과는 다르게 내 능력을 이용해서 집 안에서 돈을 벌 수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월세를 내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만큼 돈을 벌었으니까.
그래서 남은 세월 혼자서라도 잘 살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오래간만의 외출에서 아이를 구하고 내 목숨을 바친 셈이 되었다.
“나는 모든 이들의 운명에 관여할 수 없다. 존재하게 할 뿐, 그 이후의 일은 전부 그 존재들의 몫이란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입양직전에 불이 난 것도 전부 제 몫이란 말입니까?”
“흠···”
그렇게 말하더니 신이라는 존재는 내 머릿속을 훑어보고 말을 이었다.
“확실히··· 가혹했구나. 부모가 되어줄 사람들의 행동이 너에게 불가항력으로 다가왔으니···”
“...”
“내, 너에게 보상을 주마. 다시한번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무나.”
“예, 예?”
그리고 갑자기 시야가 암전되었고,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 * *
“하아···”
나는 다시 고아원 시절로 돌아왔다.
하필이면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던 때로.
“돌려보낼거면 얼굴이 이지경이 되기 전으로 보내주지···”
- 작가의말
새로운 작품입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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