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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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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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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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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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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교복을 입고-1

DUMMY

교복.


회귀 전 생에는 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던 물건이었다. 왜냐하면···


‘학창시절에 좋은 기억은 없었으니까.’


부모 없음, 얼굴에 흉측한 화상 흉터. 이 두가지 요소에 소심했던 성격까지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친해지길 기피하는 사람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포식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그냥 놀잇감이 되버린다. 학창시절이 어마어마하게 힘들어지지.


회귀 전, 내가 공부를 했던 이유도 이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어느날 나를 괴롭히던 무리 중 하나가 넌지시 던졌던 말 때문이었다.



─야, 그렇게 살기 싫으면 공부라도 잘하던가.



내 삶을 바꿀 방법을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을 망가뜨리던 사람에게서 찾아냈다. 그 이후로 공부를 악착같이 해서 상위권 성적을 이뤄내니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관리가 들어갔고 괴롭힘은 없어졌다.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니.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친구가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놓고 괴롭히는 대상에서 그냥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대상으로 바뀐 것 뿐.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말이지.



“아무튼, 교복을 다시 입으라는 건데···”


입학하자마자 바로 입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들은 한달 간 사복을 입고 다닌다. 교복이 나오기 전까지.


교복이 나오면 학교에서 교복을 나눠주고 그 때부터는 교복을 입는다. 사실 처음에는 그래서 교복이 좋았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사복이 얼마나 있겠나. 몇벌 없는 옷을 돌려입는 것에 불과하고 그건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급’을 나누는 데에 이용된다.


그러니 차라리 교복이 나은 것이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교복값과 학비 정도는 국가가 보육원에게 지원해준다. 그러니 돈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게 차라리 나았다.



‘그 이후로 교복에 얽힌 기억들이 좋지 못했기에 입기도 싫어졌지만···’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인생. 어떻게든 당당하게 살아봐야하지 않겠나. 고아라는 점과 외모의 마이너스를 채우기 위해 운동을 하고 돈을 벌고 성격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예전보다는 더 나은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 할 수 있어.”



그렇게 찬물로 세수를 하고는 옷을 대충 입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중학교 입학식 날이다.




* * *




숨이 가빠오고 식은땀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하아···’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왔고, 담임의 소개가 끝난뒤···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소개를 굳이 해야하나?’


물론 내 생각이 삐딱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는 애들도 있겠지만 다른 초등학교를 나온 애들이나 중학교 입학에 맞춰서 전학을 온 애들도 있으니 담임이 나서서 애들에게 자기 소개하라고 시키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왜냐하면···


‘곧 있으면 내 차례잖아···’


입학 첫날은 눈에 안띄고 그냥 그림자같은 존재처럼 슥 지나가길 바라고 있었는데 말이지. 회귀 전에도 이랬었나?


‘기억하기 싫다고 머리가 거부해서인지 학창 시절은 괴롭힘을 당했던 일들 말고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후우,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렇게 가나다 순으로 강··· 아무개 부터 시작했던 자기 소개는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내 차례.


하필이면 왜 가장 마지막 차례일까. 날 버린 부모를 또 원망하게 되었다. 왜 성씨가 한씨였던 거야.


‘이렇게 되면 가장 주목을 받게 되겠네···’


가장 마지막 차례이니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자, 다음은··· 시우? 자기소개 시작!”


쾌활한 담임의 목소리, 그와는 대비되게 내 기분은 그리 쾌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새 삶을 살기로 다짐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된다.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셋을 센다. 이 교실에 나만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한다···’


“아, 안녕. 나는 한시우고 은별초등학교를 졸업했어. 다들 만나서 반갑고, 중학교 3년동안 ㅈ, 잘 지내보자.”


아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두번정도 말을 버벅이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했다···!’


식은땀 한줄기가 등 뒤를 훑고 지나갔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아침에 미리 발성연습을 하고 와서 다행이다···’


나같은 대인관계에 서투른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워낙 대화를 안하다보니 말을 할 때가 찾아오면 목소리가 불안정하다는 거다. 삑사리가 나거나 더듬거나···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아침에 미리 목을 좀 쓰고 나왔더니 삑사리가 나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끝마치고 자리에 앉아서 빠르게 교실을 슥─ 훑어보니 다들 크게···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뭐, 첫날이니까.


이곳은 시단위 지역이긴 하지만 그리 큰 지역은 아니라서 남녀공학, 남녀합반이었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반이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냥 표정이 그랬고, 여자들은··· 일부는 조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머지는 그냥 평범한 반응이었다.


‘내 얼굴이 불쾌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또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진다. 이건 이번 생에도 못고치는 것인가. 돈 많이 벌어서 최대한 성형을 메꿔봐야지 어쩌겠어.


“오늘은 학교에 온 첫 날이라서 수업은 없고, 급식먹고 5교시에 종례하고 마칠거야. 다들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어.”


첫날이니 당연히 수업은 없다. 뭐··· 계획에 잡힌대로 각 과목 선생님들이 들어오긴 하겠다만 대부분 자기 소개하고 이 과목은 이런 과목이다 대충 설명하고 끝나지.


그리고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개학 첫날이니 업무가 꽤 있어서 대충 끝내고 다들 교무실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제 학생들만 남게 되고···’


웅성웅성─


정글이 펼쳐진다.




첫날이니만큼 다들 몸을 사릴 것이고, 나도 그냥 슬쩍 묻혀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처음에는 누구와 친해져야 할 지를 먼저 탐색하면서 레이더를 돌리기 시작하니까.


하지만 포식자가 아니라 피식자의 입장에 있는 나는 레이더를 다르게 돌린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나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입장에 있는 애들은 똑같을 것이다.


‘누구를 피해야 하는가.’


포식자도 다들 유형이 있다. 크게는 일진인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뉜다.


일진인 경우는 당연히 피해야 할 유형. 그 속에서도 여러가지 종류로 나뉘게 된다. 일진 중에서도 한 무리의 대가리인 경우. 이들은 직접적으로 괴롭힘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다. 대부분 뒤에서 그냥 시키고 괴롭힘 당하는 걸 보면서 즐기는 부류.


그리고 행동대장 스타일. 이들은 그 대가리의 최측근이며 직접적으로 괴롭힘에 참여한다. 서열이 낮은 녀석들이 먼저 괴롭힘을 하고 막타를 넣는 경우가 보통이다.


나머지는 그냥··· 잔챙이들. 무력은 별 볼일 없지만 속해있는 무리와 자신들의 수를 믿고 기세등등하게 다닌다.



일진이 아닌 경우는 그렇게 경계할 대상은 아니지만 조심은 해야한다. 천성 인싸 스타일로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


성격도 둥글둥글한 경우가 대다수고 일진이건 아니건 대부분 친하게 지낸다. 집에 좀 여유로운 경우가 잦고, 외모도 평균 이상은 한다. 공부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공부도 잘하는 경우는 교내에서 최상위 포식자라고 보면 된다.


‘그런 경우는 선생들의 무한정 지지까지 받으니까···’


이들이 위험한 이유는 나같은 사람들을 주목받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말했듯이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나같은 부류의 학생들에게도 친근하게 대해주며 말을 건다.


그렇게 되면 그 주위에 있는 학생들이 당연히 말을 건 상대에게 주목하게 된다. 나같은 최하위 피식자의 제 1원칙은 절대 주목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할 상대다.



‘권상···훈, 이재호, 김은경.’


우리 반에서는 조심해야할 사람이 대략 이정도? 권상훈은···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지. 나를 괴롭혔던 녀석이다. 아마 1학기 중반부터였나? 그랬었다.


이재호는 아까 위에서 설명한 천성 인싸 스타일. 그리고 김은경은 여자고··· 잘 파악은 되지 않지만 아마도 천성 인싸 스타일로 보인다. 중학교 시절은 괴롭힘 말고는 기억이 잘 안나니까 진짜 모르겠네.


이 셋이 우리 반의 주요 인물. 물론 최하위 피식자인 내 입장에서는 다 조심해야겠지만, 저 셋이 특히 조심해야할 사람이라는 거다.


‘내일부터는 도서관에 짱박혀야겠네.’


나같은 찐···따들에게 삼한의 소도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항시 상주하고 있고, 도서관이라는 이름값을 하기 때문에 분위기도 조용하다. 소란을 피우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장소.


그러니 제아무리 일진이니 뭐니 해도 도서관에서는 별다른 짓을 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도서관 가까이에도 오지 않지.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가치가 더 올라가기 전에는 이렇게 생활해야한다. 아마 가치는 첫학기 중간고사에 결정되겠지.


“중간고사 성적에서 내 가치를 증명한다.”


얼굴 못나고 조용한 모범생일지, 아니면 얼굴 못나고 조용한 괴롭히기 딱 좋은 녀석일지.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그전까지는 조용히···’


제발 회귀 전과 같이 도돌이표를 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 * *




“중학교 처음 갔는데 어떻니? 괜찮아?”


“네, 원장님. 괜찮았어요.”


“친구들은 어떻더니?”


친구··· 친구는 없지.


“첫날부터 어떻게 친구를 사귀겠어요. 말 몇번 해본 애들은 있어요. 이제 차차 친해져야죠.”


물론 거짓말이다. 자기 소개를 한 이후로 말을 해본적은 없다.


“그래? 하하, 아무튼··· 중학교 입학을 축하한다. 시우야.”


“고마워요···”


그렇게 짧게 원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좀 껄끄러웠던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우야, 이것좀 복사 해줄래? 고마워.”


복사 같은 간단한 업무를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몇번씩 나에게 무리없이 일을 부탁했다.


‘이런 거 몇번 해주고 컴퓨터 자유이용권 얻는 거면 이득이야.’


일을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니고 복사기 버튼 몇번 눌러주고 컴퓨터 쓰는 거니까 개꿀이긴 하다.


복사를 해주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로 블로그에 접속해 일일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일일 방문자 수: 204



‘나이스···!’


블로그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주제는··· 재테크와 독서 쪽에 치중된 일상 정도. 게임 블로그를 하기에는 내가 게임을 할 환경이 되지 않았고, 전문적인 재테크 블로그를 하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다.


허나 사람들은 전문적인 지식 보다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지식들을 더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소한 깨알 팁들을 잘 알고 있다. 회귀 전 생에서 집에 틀어박혀서 돈을 벌었던 경험이 어디 가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것과 독서를 주제로 한 일상 블로그 정도를 개설했고,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일일 방문자수 500도 금방 넘기겠네.’


이웃수도 200명을 넘기고 있었다. 몇몇 게시글은 검색하면 상위 노출되기도 했다.


“올해 목표는 파워블로거 선정··· 정도로 하자.”


일주일 전보다 훨씬 성장한 블로그. 본 궤도에 오르면 엄청난 캐시카우가 되겠지. 1일 1포스팅을 꾸준히 실천하니 단기간에 꽤 큰 성장을 이루었다.


“학교에서만··· 잘 지내면 모든 건 잘 풀릴거야.”


이제 남은 건 입학한 중학교에서의 생활 뿐이다.



“후우··· 잘 해야지··· 잘 하라고 날 다시 살게 해준 것일테니···”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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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8 gy******
    작성일
    23.01.25 14:38
    No. 1

    2/18 : 보육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 :: 문맥상 이게 더 맞지 않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7 2000트럼
    작성일
    23.01.25 15:55
    No. 2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Crr밤비
    작성일
    23.01.28 16:04
    No. 3

    와 소소한 재테크 글을 올렸던 사람이 어떻게 비트코인 정보를 하나도 모를 수가 있죠? 몇화 전 댓글로도 이야기 했지만 너무 억지 아닌가요...? 몰입이 안 돼서 전 이만...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8 사이옹
    작성일
    23.02.04 13:05
    No. 4

    어른이 회귀했는데 내용은 어린애 마음 그대로 무서움을 안고 사네요. 피식 웃음이 나올 하찮은 것들에 아직도 두려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무척 어색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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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 교복을 입고-4 +2 23.01.07 6,611 134 12쪽
6 2. 교복을 입고-3 +1 23.01.06 6,647 145 12쪽
5 2. 교복을 입고-2 +1 23.01.05 6,773 143 12쪽
» 2. 교복을 입고-1 +4 23.01.04 7,269 152 12쪽
3 1. 새로운 인생-2 +3 23.01.03 7,728 155 12쪽
2 1. 새로운 인생-1 +8 23.01.02 8,571 157 12쪽
1 0. 프롤로그 +8 23.01.01 9,022 1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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