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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칼로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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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텐칼로리
작품등록일 :
2023.05.19 20:00
최근연재일 :
2023.06.04 10: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453
추천수 :
96
글자수 :
119,604

작성
23.06.03 18:45
조회
36
추천
4
글자
11쪽

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DUMMY

“뭐합니까!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하얀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마치 악귀와 같이 험상궂은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식당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며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여기서 뭐 합니까?”

“아, 그게. 좀 도와드리려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고 제자리로 가십시오. 필요하면 나중에 따로 부를 테니 그때까지 웬만하면 있는 곳에서 절대 따로 움직이지 마시고!”


남자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밖으로 나갔다.


‘흠.’


처음 만났던 그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교수 식당을 나온 후 로비를 한 번 더 훑어봤다. 새벽에 우리가 들어왔을 때와 크게 다른 건 없어 보였다.


그때 하얀 야구 모자를 비롯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의외로 현관에는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지 않았는데, 현관 밖으로 새하얀 안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역시 방독면 같은 걸 쓴 사람은 없었다.


‘방독면 없이 안갯속을 돌아다니는 방법이 있는 건가? 한번 물어보고 싶은데.’


방독면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기꺼이 방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우리의 목표는 양재로 해서 강남을 빠져나가는 것. 이곳을 나가긴 해야 할 텐데 그전까지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다 찾아야 했다.


야구모자 일행이 나간 후 잠시 1층 로비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음식을 나르다 손에 음식물이 묻은 것 같았다.


내가 화장실에 들어온 후 곧바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화장실로 들어왔다. 김칫국물이 잘 씻겨지지 않아 힘을 주고 있는데, 등 뒤가 싸한 느낌.


‘뭐지?’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앞에 있는 거울로 방금 들어온 남자들이 거울에 비쳐 보였다. 그런데 다들 손을 씻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싸했다.


왜? 왜지?


나는 일단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손을 닦고, 화장실을 나왔다. 다행히 뒤를 따라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2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가는 내내 등 뒤가 따끔거렸다. 내가 너무 의식하고 있는 걸까? 다행히 2층으로 올라오자 등 뒤를 쫓는 시선은 사라졌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리는 우연히 이곳으로 오게 된 사람들이다. 어떤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


그때 머릿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연히 우리가 이곳에 온 게 문제라면? 아까 식당에서 본 그릇들이 생각났다.


‘격리된 사람들이 있다.’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럼 왜?’


이 사람들의 의도가 뭘까? 이렇게 멀쩡한 피난소를 만들어놓고 사람을 모으고 있는 걸까?


에스컬레이터로 와 1층을 슬쩍 내려다봤다. 의심하고 쳐다보니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곳저곳에 뭉쳐 있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문신한 덩치나 노숙자처럼 후줄근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여자나 노인이 없어.’


1층에 모여 있는 사람은 모두 2~30대의 남자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 와서 본 여자라곤 의사 성혜인과 배식을 하는 아주머니들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력이 남자가 더 뛰어나니 확률상 남자가 더 높은 건 맞지만 우리 팀만 해도 서문주가 끼어있었다. 강남에 남자 직원들만 출근하는 건 아닐 테고.


평일 종합 병원에는 주로 노인, 아주머니 같은 사람이 직장인보다 훨씬 많지 않았을까? 병원에 상주하는 사람 중에 간호사가 의사보다 비율이 높다. 하물며 간병인도 여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빨리 떠나는 게 낫겠다.’


안개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여기에 더 있으면 뭔가 위험한 일에 얽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때.


“뭐 하세요?”


이 상황에서 제일 이상한 여자가 나타났다. 성혜인이였다.




#




정부 비상대책 위원회가 구축되고 빠르게 관련자들이 소환되었다. 하지만 강남권, 최고 자리에 있는 책임자들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대통령실은 계속 연락이 안 되고 있나?”

“네. 장관님. 지금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장관님,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특공대를 파견했다고 합니다.”

“특공대 파견 후 연락 두절이라고 합니다. 사태 파악을 위해 강남 쪽 진입을 요청합니다.”

“합참의장님께서 현재 세종으로 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진도개 둘 발령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자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 임우탑 장관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런 큰일을 맡기에는 그의 성정이 강하지 못했다.


모든 상황이 그를 내몰고 있었고 모든 것을 결정해 달라고 매달리고 있었다. 그때 발신 번호가 모호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강남 사태 초기에는 헬기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헬기 진입은 초기에만 가능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헬기 사용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인물은 빠르게 피난 시키십시오.]


“흠.”


처음에는 스팸인가 싶어 넘기려 하다 ‘강남 사태’라는 말에 확인을 해봤다. 그러고는 비상 상황에 오는 스팸 문자거니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현재, 강남 지역 대부분이 자욱한 안개에 뒤덮여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 및 소방의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강남 지역 일선 경찰서와 소방서가 모두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안갯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연락이 끊어지고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 대응 단계를 좀 더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회의를 진행하던 중, 자신도 모르게 문자 내용을 떠올린 임우탑이 중얼거렸다.


“헬기는······.”

“아!”

“장관님. 좋은 생각이십니다.”

“현재 그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 덕에 헬기를 이용한 초반 구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소정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남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좀비?”

“네. 구조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합니다. 일단은 그렇게 지칭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공격하고 공격을 당한 사람은 똑같이 변한다고 합니다.”


차라리 북한에서 쳐들어왔다고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황 보고를 받고 나서 무심코 문자를 확인했는데, 새로운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강남 사태는 좀비 바이러스에 의한 국지적 감염사태입니다. 강남 사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초기 대응 실패 시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문자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는 초기 진압이 중요합니다. 바로 군대를 투입해야 합니다. 합참의장이 오면 바로 연결해 주시고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 봅시다.”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임우탑 장관의 통솔력에 힘을 얻었다.


초기 지침이 발표되자 언론은 빠르게 소식을 실어 날랐다.


- 강남 사태, 헬기 구조 시행.

- 임우탑 비대위 발 빠른 대응.

- 핫라인 “정부의 위기관리”

- 임우탑,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리더쉽.


임우탑은 스스로가 뛰어난 리더라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자를 보낸 이가 누군지를 확인해야 했다. 임우탑은 스마트폰을 열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요. 임우탑이오.”



#




성혜인을 봤을 때 나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무시하느냐, 물어보느냐.


남자밖에 없는 곳, 병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이곳에 당당하게 의사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


생각해보면 의심할 구석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녀가 내뱉은 그다음 말에 나는 모든 가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유선전화가 가능해요. 따라오세요.”


나는 성혜인의 뒤를 쫓아가는 내내 생각을 정리했다. 과연, 이 여자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도 불러오겠습니다. 전화가 된다면 아마 다들···.”


내 말에 성혜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은 안 돼요. 외부에 사람들이 나가 있는 지금만 가능해요. 많이 움직이면 들킬 수 있어요. 그리고, 통화도 언제 끊길지 몰라요.”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가족들과의 연락. 이것이 제일 중요했다.


성혜인이 안내한 곳은 병원의 3층이었다.


‘이곳은 못 올라가게 했던 곳인데?’


새벽에 병원을 둘러볼 때 올라가지 못하게 막았던 곳이었다. 웬일인지 계단에는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빠르게 3층으로 올라간 후 성혜인을 따라 한쪽 구석에 있는 방으로 갔다. 입구에 <원목실>이라는 명패가 보였다.


안쪽에 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외부로 연결되는 전화기에요.”


성혜인의 말에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뚜’하고 전화음이 울렸다. 다급한 마음에 바로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한참 신호가 간 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서영아, 나야.”

- 오빠? 오빠! 오빠, 괜찮아? 흑······.


아내는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나, 괜찮아. 안전하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좀 그러니까 병원 나가지 말고 지우랑 부산으로 내려가면 좋겠어.”

- 응, 응. 안 그래도 아빠가 전화가 와서 걱정 많이 했어. 나 걱정은 하지 말고, 오빠 걱정만 해! 알았지? 지우 걱정은 하지 말고! 내가 엄마잖아! 우리 지우는 내가 잘 지킬게!


한참 통화를 하고 있던 도중 성혜인이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가 어이없어하며 쳐다보자 갑자기 손가락을 입 앞으로 가져갔다.


“쉿! 나가야 해요.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나는 성혜인을 따라 서둘러 방을 나와 2층으로 내려왔다. 막 계단참을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뒤를 돌아보자 하얀 모자의 남자가 서 있었다.


“어? 아까 나가지 않으셨나요?”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 볼일은 다 끝났습니다. 그건 그렇고···. 혹시 다른데 다녀오신 건가요?”

“아, 아닙니다. 그냥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한참 훑어보았다. 나는 남자의 의심을 줄이기 위해 다른 이야기로 방향을 돌렸다.


“참,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밖에 안개를 방독면 없이 다니시는 비법이 있으신가요?”


내 말에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그게 궁금하신 거군요! 아···. 들어오실 때 방독면 쓰고 오셨었죠? 그렇군요. 그래서···. 음, 저녁 먹고 시간을 한 번 마련해 보는 것도 좋겠군요. 일단 제가 나중에 부르겠습니다.”


남자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 것 같은 건 착각일까.


강남에 쏟아진 안개.

안개에 접촉 후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

그 좀비에게 물려 좀비로 변한 사람들.


그리고 안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사람들.


‘종교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도 모르게 뭔가 이 사태의 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장르도 소재도 저의 글빨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모전 기간에 몰래 승급용으로 올리려던 글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봐주실꺼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최소한의 도리는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써 둔 초안까지는 올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생각보다 많이 써뒀더라고요. ㅡ,ㅡ; 

일단 떡밥(안개, 좀비, 최종 이유)은 다 회수하고 끝낼 생각입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 덕분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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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부딪쳐보면, 답이 나오겠지. 23.06.04 54 4 12쪽
» 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23.06.03 37 4 11쪽
19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23.06.02 39 4 15쪽
18 여차하면 빠진다. +4 23.06.01 46 5 12쪽
17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23.05.31 51 5 12쪽
16 모두 사라졌다. 23.05.30 54 4 12쪽
15 여길 벗어나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23.05.29 56 4 12쪽
14 뭐 하세요? 얼른 갑시다. 23.05.28 56 4 12쪽
13 뜻밖의 상황과 마주치고 말았다. 23.05.27 53 4 12쪽
12 좀비면 내리치고, 사람이면 내리친다! +1 23.05.27 58 4 11쪽
11 조심하세요! +2 23.05.26 54 4 12쪽
10 어우, 저 야망 덩어리 같으니! 23.05.26 60 4 12쪽
9 돌아가자. 23.05.25 57 4 11쪽
8 불안 요소는 하나도 남겨 두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23.05.24 60 4 12쪽
7 잠시만요! 같이 가요. 23.05.23 64 4 12쪽
6 누군가 귓속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23.05.22 71 4 11쪽
5 잠깐만 여기 와 보세요! 23.05.22 74 5 12쪽
4 이대로 23.05.21 85 5 12쪽
3 뛰는 대리 위에 날아다니는 과장님! 23.05.20 95 5 11쪽
2 너희가 정하는 게 아닐 텐데? 23.05.20 103 5 12쪽
1 좋은 아침입니다! +1 23.05.19 17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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