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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칼로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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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텐칼로리
작품등록일 :
2023.05.19 20:00
최근연재일 :
2023.06.04 10: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445
추천수 :
96
글자수 :
119,604

작성
23.05.27 21:11
조회
52
추천
4
글자
12쪽

뜻밖의 상황과 마주치고 말았다.

DUMMY

우리가 3층에 도착할 때까지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장님, 5층에 있던 좀비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 비상구 문이 주로 열려 있는 게 2층이랑 1층이잖아. 그쪽으로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3층 복도를 확인하고 화장실로 들어선 우리는 당황했다. 서문주와 안경태의 뒤쪽으로 처음 보는 낯선 사람 세 명이 있었다.


“누구···세요?”


베이지색 바지에 하얀색 브라우스를 입은 단발머리에 키가 작은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였다. 마치 고객센터에서 뛰쳐나와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외치는 것 같았다. 안경태도 나와 비슷한 걸 느꼈는지 바로 질문을 했다.


“백승 화재 보험사?”

“네, 맞습니다. 이렇게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뉘앙스가 별로였지만 딱히 뭐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라 넘어갔다. 일단은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지가 중요했다.


“어떻게 여기로 오신 거죠?”


이번에도 단발머리 여자가 대답했다.


“그게···.”


세 사람은 일이 터졌을 때 화장실에 있었다고 했다. 하루를 꼬박 숨어있었는데 갑자기 밖에 있던 좀비들이 우르르 소리를 지르며 어딘가로 뛰쳐나가길래 겨우 밖으로 나왔다고.


밖에 나왔지만, 사무실 안에도 좀비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사무실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을 때 3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6층으로 움직이는 걸 보게 됐다고.


“6층으로 갈지 3층으로 갈지 망설이다가 3층으로 왔어요.”


나는 의아한 부분이 있어서 바로 물어봤다.


“왜 1층으로 가지 않으시고요?”

“아! 그게···.”


단발머리의 말이 끝나기 전 뒤에서 띠꺼운 표정을 짓고 있던 긴 머리 여자가 튀어나왔다.


“혹시. 밖으로 나갈 건가요?”


어떡해야 할까.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었다.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해왔다. 일종의 소방관으로 살아왔었던 삶의 연장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들을 지키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를 믿고 따라온 부하 직원들에게 같이 도와주자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 말 없이 고민하고 있자 긴 머리 여자가 조바심을 냈다.


“그쪽이 책임자라면서요? 그냥 깊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계속 여기 있으실 거면 그냥 저희랑 1층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여자의 말에 강삼래가 발끈했다.


“저기요, 저희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아니, 어차피. 이러고 있느니 지금 상황에서 빨리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요? 지금 그 이상한 것들이 사라졌을 때 빨리 움직여야지 나중에 혹시 다시 나타나면 어떡해요! 그쪽도 그 이상한 것들이 어디 갔는지 확인해봐야 할 거잖아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거고요. 그쪽이 나가고 싶으시면 얼른 가세요. 안 잡아요! 안녕히 가세요!”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질 찰나,


“그만!”


내가 소리치자 둘 다 입을 꾹 닫더니 서로 등을 돌렸다.


나는 스스로에게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들을 구해줄 능력이 있는가?’


아니다. 나 역시 구조를 기다리는 상태다. 지금 내가 건사할 수 있는 인원은 같은 팀인 세 명 정도. 그 이상이 된다면 오히려 누군가 위험해진다.


“일단······.”


내가 입을 열자 단발머리가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모았다.


“도움은 드리겠습니다. 다만, 언제 나갈지 어떻게 갈지는 저희가 결정합니다. 그 결정을 백 퍼센트 따라와 주신다면, 그럼 1층을 나갈 때까지만이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무런 연대도 없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등 뒤를 맡길 수 없다. 그런 사람들과 이 상황에 뛰어들 수 없다.

그래서 건물 안에서 1층을 나갈 때까지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것까지는 내가 컨트롤이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막상 내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때 긴 머리가 짜증을 내며 따지듯 말을 했다.


“어차피, 그쪽도 나가실 거 아닌가요? 뭐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도와주시는 것 같이 말씀하시는데, 그냥 1층까지만 내려가는 거잖아요? 그럼 그냥 저희 놔두세요. 죽든 말든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날카로운 반응에 당황할 찰나 단발머리가 나서서 사과했다.


“아이고, 민정씨! 그만 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쟤가 들어올 때 갑자기 파이프에 맞은 데다 지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좀 예민해져서 이러는 거예요. 조금만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언니!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봉쇄도 된다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니까?”


강삼래도 한마디를 보탰다.


“그러니까. 나가고 싶으시면 나가시면 되죠. 왜 저희한테 자꾸 빌붙으려고 하는 건데요?”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찰나. 서문주가 급하게 내 어깨를 치며 속삭였다.


“쉿! 뭔가 밖에 있어요!”


서문주의 말에 모두 입을 닫았다.

화장실 유리문 밖으로 시꺼먼 그림자가 기웃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알루미늄 바를 꽉 쥐고 문 옆으로 다가갔다. 안경태와 강삼래가 내 뒤를 쫓아 자리를 잡았다. 단발머리가 사람들을 안쪽으로 몰았다.

그림자는 화장실 근처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뭐지?’


사람? 분명 아까 내려올 때만 해도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좀비?


‘좀비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


위층에서 내려온 걸까? 하지만 4층 비상문은 닫혀 있었다. 혹시 엘리베이터? 좀비가 엘리베이터를 움직여 3층에 올 수 있는 걸까?


그때, 잠금장치가 따로 없는 화장실 유리문이 앞뒤로 흔들거렸다. 그 모습에 뒤쪽에 있던 백승 화재 보험사 사람들이 화장실 안쪽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 출렁.


화장실 문이 더 크게 출렁이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그 사이로 형체가 보였다. 하얀색 동공과 눈이 마주쳤다.


‘다르다.’


이때까지 마주쳤던 좀비와 달랐다.


‘생각을 할 줄 아는 건가?’


아니, 생각해 보면, 하얀 눈 좀비는 무작정 달려드는 회색 눈 좀비와 행동양식이 달랐다.


하얀 눈의 최 대리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했고, 하얀 눈의 파란 넥타이도 우리 목소리를 듣고 사무실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어쩌면, 6층 회계사무소의 하얀 눈 좀비도 우리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팔뚝에 소름이 돋아났다.


문틈으로 사람을 확인한 좀비가 크게 포효했다. 이대로 놔두면 소란스러운 소리에 다른 좀비들이 몰려올 수 있었다.

나는 문이 앞뒤로 흔들리는 찰나를 계산해 문이 밖으로 흔들리는 순간 그대로 문을 밀었다.

문 뒤에 서 있던 좀비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바로 뛰쳐나가 목을 밟고 좀비의 얼굴에 알루미늄 바를 찔러넣었다.


- 퍽.

- 헉, 헉.


좀비를 처리하자마자 복도를 살폈다. 사무실 네 곳 중 한 곳의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였다. 좀비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자동문이 아닌 손잡이로 돌리는 문을 말이다.


위험하다.


아무 생각이 없는 짐승보다 생각이 있는 짐승은 너무나 위험하다.

나는 안경태에게 사람들을 챙기라고 한 후, 3층 비상구 문을 열어 내려갔다. 반 층 정도 내려가 2층을 확인했다. 열려 있는 비상구 문 안쪽으로 살펴보니 복도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2층 비상구 문을 닫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내 발소리에 맞춰 지하에서 서늘한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5층에서 좀비들이 빠져나가며 문이 열린 1, 2층이 아닌 지하로도 내려간 것 같았다. 계단 아래쪽을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어쩌면 좀비들이 득실득실 몰려 있을 수도 있는 상황.


나는 아래쪽을 주시하면서 벽면에 기대 1층 로비를 살폈다. 좀비가 한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얼른 나가 처리한 다음 위층으로 신호를 보냈다. 나는 고개를 내민 안경태에게 손가락을 1개를 폈다. 고개를 끄덕인 안경태가 한 사람씩 내려보냈다.


제일 먼저 강삼래가 내려와 1층 로비로 나가 주변을 보며 경계를 섰고 그 뒤로 5층 세 명이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서문주와 안경태가 내려왔다. 나는 재빠르게 비상구 문을 닫아버렸다.


5층의 세 사람은 로비에 있는 좀비 시체를 보고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뭉쳐서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렸다. 잠시 후 단발머리가 다가왔다.


“저, 고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희는 일단 나가보려고요.”

“밖에 안개가 너무 심한데 괜찮겠습니까?”

“네. 그래도 여기서 불안하게 있는 것보다는 나가서 방법이라도 찾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저들이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차라리 이 건물에서 구조를 기다리라고 하며 6층으로 안내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가는 걸 선택했다.


나는 단발머리에게 몇 가지 정보를 알려 주었다.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 눈에 보이면 달려든다는 것, 생각보다 힘이 세니 조심하라는 것 등등.


“무기는 필요 없나요?”

“어, 저희는 일단 부딪혀도 싸우기 힘들 것 같아서요. 최대한 피해서 도망을 다녀 보려고요. 말씀하신 것 들으니까 눈에 안 보이면 잘 알아채지 못한다고 하셔서.”


그렇게 말한 단발머리가 밖을 흘깃 가리켰다. 문밖은 여전히 하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언니, 빨리 가죠!”


멀리 있던 일행들이 다그치자 뒤돌아 가려던 단발머리가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했다. 나머지 두 사람도 쭈뼛거리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시 현관 앞에 서서 숨을 고르던 세 사람은 서로 손을 꽉 잡고 빽빽한 안개로 들어갔다.


세 사람이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던 서문주가 다가왔다.


“과장님, 저희도 출발할까요?”


서문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분. 저 하얀 안개가 너무 찝찝한 느낌이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로 덜컥 들어가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모든 것이 모호했다.


“일단.”


이곳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만약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안전한 퇴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갔다가 상황이 여의찮으면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어. 그러려면 1층을 좀 정리하고 나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와, 유현 과장님은 정말 완벽주의자인 듯”


강삼래의 말에 안경태가 바로 반박했다.


“아니지. 항상 제2, 제3의 플렌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해야지!”


나는 ‘역시, 나를 알아주는 안경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1층은 편의점과 물류회사가 있었다. 물류회사는 중앙현관 오른쪽 상가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거의 닫혀 있었던 곳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안쪽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남은 곳은 편의점. 밖에서 살펴보니 좀비 두 마리가 서성이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는 빠르게 편의점을 정리했다. 이 짓도 몇 번 했다고 거부감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편의점을 뒤져 물건들을 챙기고 있을 때, 입구가 있는 로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안경태와 시선을 맞춘 후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뜻밖의 상황과 마주치고 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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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뭐 하세요? 얼른 갑시다. 23.05.28 56 4 12쪽
» 뜻밖의 상황과 마주치고 말았다. 23.05.27 53 4 12쪽
12 좀비면 내리치고, 사람이면 내리친다! +1 23.05.27 5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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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우, 저 야망 덩어리 같으니! 23.05.26 60 4 12쪽
9 돌아가자. 23.05.25 57 4 11쪽
8 불안 요소는 하나도 남겨 두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23.05.24 60 4 12쪽
7 잠시만요! 같이 가요. 23.05.23 6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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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깐만 여기 와 보세요! 23.05.22 73 5 12쪽
4 이대로 23.05.21 85 5 12쪽
3 뛰는 대리 위에 날아다니는 과장님! 23.05.20 94 5 11쪽
2 너희가 정하는 게 아닐 텐데? 23.05.20 103 5 12쪽
1 좋은 아침입니다! +1 23.05.19 16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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