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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룡 님의 서재입니다.

군웅천하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딕울프
작품등록일 :
2012.11.25 07:17
최근연재일 :
2012.12.03 06:0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300
추천수 :
30
글자수 :
36,835

작성
12.11.29 03:58
조회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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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6쪽

군웅천하전 (2장) 고구려 소년 # 1

반갑습니다




DUMMY

손목에 단단하게 묶인 포승줄을 병사들은 마치 낚시라도 하는 냥 잡아당겼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나이는 겨우 여섯, 일곱이나 먹었을까. 남아 둘과 여아 한 명이 소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단단하게 결박당한 소년과 달리 아이들은 그저 맨발인 채로 소년만을 의지한 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백주는 혁편(革鞭:가죽으로 만든 채찍)을 한시도 쉬지 않고 소년의 등짝에 내리쳤다. 그는 타고 있던 말을 어슬렁거리면서 가학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혁편이 소년의 등짝을 후려칠 때마다 놀란 아이들은 몇 번이고 주춤거렸다. 문백주는 그런 모양마저도 즐겼다.


소년의 등짝은 인간의 피부라 할 수 없었다. 허물이 벗겨진 빨간 속살이 문백주의 혁편을 당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이를 꽉 물고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 모습은 문백주로 하여금 더더욱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쉴새없이 혁편을 놀리며 요동으로 향했고, 결국엔 아이들마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소년이 우뚝 멈췄다. 말에 올라 포승을 묶고 앞장서던 병사 한 명이 소년이 멈추자 덩달아 멈췄다. 소년은 있는 힘을 다해 포승을 제 몸 쪽으로 당기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일려야, 저 오랑캐를 우리 고구려 군사가 내몰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진 아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 뒤에서 고구려 군사가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오고 있단다.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참으면 안 될까?”


울먹이던 아이는 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 형아는 하나도 안 아파! 아팠으면 형아가 큰 소리로 아프다고 했을 텐데, 간지럽기만 하단다. 그러니까 우리 일려도 형아 걱정 하지 말고 울기 없기!”


아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소년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기실, 아이가 울다보면 적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한 문백주 일당이 아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는 울먹거리면서도 끝끝내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틀 밤낮을 걷고 또 걸었다. 소년은 힘든 기색 없이 또렷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병사 한 명이 문백주에게 물었다.


“장군, 소년이야 고문을 위해 데려간다지만 저 아이들은 그냥 죽이고 가는 것이 시간을 덜 지체할 것입니다.”

“이런 천치……, 아이들은 내 직접 노예로 거둘 것이다. 부인이 좋아할 것이다.”


그랬다. 내심, 일곱 살이면 식량도 축내지 않을 것이오,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은 포로인지라 제 집에 노예로 들일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일곱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걷는데 소질이 있었다. 그런 체력과 끈기라면 제 몫은 충분히 해낼 거라고 여긴 것이다.


허나 아이는 아이였다. 개나 먹일 수 있는 음식 찌꺼기나 뼛조각에 붙어있던 여남은 살점들을 받아먹다보니 자연 몸이 병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걷기를 며칠이었던가. 여남은 음식은 있다고 해도 먼 여정길이어서 다들 지쳐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문백주의 말을 제외한 남은 다섯 필의 말을 바꿔 타며 체력을 비축했다.


“이제 우리의 땅이다!”


문백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고국으로의 귀향을 자축했다. 저 멀리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필시 마을이리라.


“자, 패잔병이라 환영은 받지 못할지라도 목숨은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마을에 가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들은 일제히 달려 나갔다. 포승줄에 묶여있던 소년은 갑작스런 출발에 몇 발자국 끌려가다가 그만 땅에 쳐 박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병사들은 마을을 향해 달려가기 바빴다. 저마다 일등이라도 해보겠다는 듯, 난동을 피우는 통에 어느덧 좁은 소로가 병사들의 밀치고 당기는 다툼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마침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실백(實百)에 가까운 노인이 있었으나 병사들은 노인마저도 옆으로 밀쳐내며 마을을 향해 뛰었다.


노인은 그만 옆 가거(街渠:도랑)로 빠지고 말았다. 하얀 그의 면포가 흠뻑 젖고야 말았다.


“에구 에구…….”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면포의 스며든 물기를 짜내며 다시 소로로 올랐다. 헌데 이번엔 문백주가 탄 말이 지나가던 참이었다. 말을 타고 있던 문백주는 왼발을 들어 이제 막 올라오고 있던 노인을 차버렸다.


“에구 에구……. 나으리…….”


노인은 또 한 번 고꾸라지고 말았다. 다행히 가거에 빠지진 않았지만 이번엔 황토바닥에 뒹굴었다. 덕분에 젖은 옷에 흙이 잔뜩 묻고야 말았다. 처음 하얗던 옷이 어느새 황토의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수나라의 위대한 군사가 행진을 하는데 어찌 너 같은 미천한 할아범이 방해를 한단 말이냐?! 썩 비키지 못할까!”


노인은 고개를 조아리며 자신이 잘못했노라고 몇 번을 빌었다.


문백주는 실소를 날리며 그의 곁을 의기양양하게 지나갔다.


두 손목이 묶인 소년이 얼른 달려가 노인을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노인이 옷을 훌훌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말이 서툰걸 보니 남방 사람이로구나.”

“고구려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잡혀왔습니다.”


노인은 안타깝다는 듯이 소년을 쳐다봤다. 그러나 소년은 그러한 동정이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노인이어서 부축했을 뿐이지, 어차피 그도 수나라 사람일 뿐이었다.


노인의 시선이 이번엔 허름한 옷의 세 아이에게로 멈췄다.


“저 아이들도 잡혀온 게냐?”


소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앞으로 가고 있던 문백주가 두 사람의 대화를 눈치 챘는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금 혁편을 들어 소년의 팔을 내리쳤다.


“쥐새끼, 이번엔 저 할아범한테 도와달라고 할 작정이냐? 어디 해 보거라!”


그는 다혈질의 성격이었다. 자신이 말해 놓고도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곤 힘껏 혁편을 내질렀다. 소년은 꿋꿋하게 버텼다. 그 눈동자에 서린 분노와 아픔을, 그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치 챌 것이었다.


“아이구, 나으리! 이러시면 어찌합니까?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노인은 힘이 없는 가운데서도 소년을 방어하기 위해 문백주의 팔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 오히려 문백주의 분노만 더 사고 만 꼴이 되고 말았다.


그는 소년과 노인을 향해 번갈아가며 혁편을 날렸다. 씩씩거리다 못해 그의 콧구멍으로 김이 새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이어 목에 걸고 있던 호각을 들어 힘껏 불었다.


“삐이이익!”


그러자 마을을 향해 달려갔던 병사들이 우르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고문이고 뭐고 필요 없다. 이제 마을이 앞에 있으니 마음 편히 이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이놈들을 마음껏 능멸하라! 대신 쉽게 죽이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니,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야 할 것이다! 저 할아범도 마찬가지다! 적을 도왔으니 마땅히 나라를 배신한 자이다! 함께 치거라!”


문백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이 일제히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소년은 맞을 것을 대비해 한껏 몸을 웅크렸다. 그래야만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던 십여 명의 병사가 갑작스럽게 한 무더기로 나자빠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자리엔 웅크린 소년을 감싸 안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문백주가 잠시 멈칫하자 노인이 옷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며 문백주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곧바로 문백주 곁을 지나치더니 조그만 개암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이어 나뭇잎을 하나 떼어 제 손에 들었다.


“나으리, 이 늙은이가 요 조그만 나뭇잎으로 무얼 할 수 있는지 보시겠습니까?”

“뭐라?! 이 할아범이 미쳤나?”

“허허허, 나으리. 아무리 포로라고 해도 열댓밖에 먹지 않은 소년인데 그렇게 핍박해서야 쓰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나으리와 같은 수나라 사람인데, 어찌 저까지 핍박을 하십니까?”

“너…… 너…… 너…….”

“나무도 역시 사람과 같이 생명이 있는 미물인지라, 제 몸의 일부를 이렇듯 잘라내면 성을 내는 법이지요.”


그는 이어 문백주가 뭐라 할 틈도 없이 나뭇잎을 허공으로 뿌렸다.


그러자 평평했던 나뭇잎이 몇 백의 잎으로 분열되더니 날카롭고 육중한 느낌으로 땅에 꽂혔다.


“무어냐?”


땅에 꽂힌 나뭇잎을 자세히 보니 찢겨진 잎사귀 하나하나마다 빨간 선혈들이 묻어있었다.


모두들 휘둥그레한 눈으로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하고 있을 찰나였다.


“크아아악!”


한 병사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모두들 그를 돌아보자 그의 옷이 비스듬하게 찢겨있었다. 이윽고 찢긴 옷 사이로 피가 스멀스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다들 정신을 차리려던 순간, 여기저기서 절규에 가까운 곡성이 들리더니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정확하게 가슴 한가운데가 비스듬히 찢겨 있었고, 빨간 피가 천천히 옷을 뒤덮고 있었다. 단숨에 이십 여명의 병사가 쓰러지고 말았다.


노인이 다시금 개암나무의 잎을 하나 더 땄다.


“나으리, 그만 저 아이들을 놓아주시지요. 어차피 저렇게 풀어놓는다고 해도 너무 먼 길을 온 터라 제 나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오, 이곳에 거주한다고 해도 거렁뱅이밖에 더 되겠습니까?”


문백주는 실로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았음에도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 놈을 쳐라!”


그의 오기는 결국 큰 화를 부르고야 말았다. 가타부타 그저 방그레한 미소만 보이던 노인은 다시 한 번 나뭇잎을 허공으로 날렸다. 막 달려들던 병사들이 그 광경을 보자 일제히 주춤거렸다.


노인이 그 모습을 보고는 부리나케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따가운 햇볕에 반사된 노인은 마치 석가불처럼 오묘한 자태로 한동안 허공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무공을 모르던 소년은 물론이거니와, 문백주와 병사들마저도 태어나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광경에 그저 몸이 굳을 뿐이었다.


노인이 허공에서 내려오자 그의 주변으로 찢겨진 나뭇잎들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육중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아닌 그저 가을철 낙엽이 떨어지듯 흐물흐물한 모양새였다. 거기엔 살기가 없었다.


병사들이 공격에서 물러서려하자 노인이 급히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 못난 노인네가 평생 할 줄 아는 것이 이렇게 자연과 벗 삼아 놈들을 좀 부리는 것입니다.”


문백주는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야 제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아울러 현실을 받아들이는 눈치이기도 했다. 그는 바지가랭이에 그만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는 온 몸을 떨면서 노인 앞에 깊게 읍소했다.


“대공! 이 죄인이 대인을 몰라 뵙고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때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소년이 어느새 결박을 풀고는 쓰러진 병사 옆에 있던 칼을 집어들었다. 이어서 그는 분노의 찬 눈빛으로 무릎 꿇고 있던 문백주를 향해 돌진했다.


“이얍!”


소년은 온 힘을 다해 문백주를 향했다. 그때였다. 노인이 소맷자락을 한 번 휘두르자 음습하고 기운 센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곧 문백주를 향해 돌진해 오던 소년에게로 옮겨졌다.


“우당탕!”


소년은 바람의 힘을 못 이기고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들고 있던 칼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반 토막이 되었다.


“이보게 소년영웅! 그 기개는 아껴두시게.”


소년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래, 같은 편이란 말이냐. 너를 핍박했다고 해도 같은 나란 사람이란 말이더냐?!”

“허허, 어린 영웅께서 입이 거칠구려.”


노인은 담담한 듯 웃으면서 곧 문백주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문백주의 바지가랭이를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 지리셨군요, 나으리.”

“며…… 면…… 목이 없습니다, 대인! 워낙 고강한 무공을 접하고 보니 제 온 몸이…….”

“허허, 과찬이시오. 이 보잘 것 없는 재주를 보시고 그렇게 경탄을 하시면 진정 중원의 영웅을 보시고 나면 어쩌시려고……. 내 비록 이렇게 늙기는 하였으나 우국충정은 가슴에 있으니 나으리를 해하지는 않겠으나,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니 될 것입니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얼른 가시던 길을 가시지요. 전쟁에서 패했단 소리는 내 일찍이 들어 알고 있습니다. 허나 마을 사람들은 그리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수나라 군이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여기며 이곳저곳에서 넘어오고 있는 병사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얼른 가 보시지요.”


문백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소년을 힐끗 쳐다봤다. 소년은 아이 셋을 한데 모아 끌어안고 있었다.


“대인, 저 놈들은 고구려의 쥐새끼들입니다. 전쟁에서 패했으나 마땅히 포로는 압송해야 함이 장수로써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놈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순간 노인의 눈빛은 물론 낯빛까지 변했다.


“떽! 생명을 살려두었더니 어찌 몹쓸 생각을 하는 게냐!”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십리 밖까지 들릴 만큼 우렁찼다. 숲 속의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일갈에 주변의 병사들은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어느새 노인이 서있던 자리에 우둘투둘하던 흙이 깊이 패어있었다. 공력을 전혀 가름할 수 없었다.


문백주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부리나케 말에 올랐다.


“이럇!”


그가 퀭하니 도망간 자리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병사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더니 문백주를 좇아 마을로 도망갔다.


“그래, 이리 오시게!”

“싫다! 내 부모뿐 아니라 마을 전체를 피바다로 만든 원수를 그냥 가도록 놔두다니, 너도 저 놈과 다를 바 없는 수나라의 개로구나!”

“허허, 소년영웅. 미물은 쉽게 생을 다해도 새로이 삶을 싹틔울 수 있으나, 인간은 그러하지 않소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개과천선하여 만백성을 돕는다면 오늘 저 장군을 살려둔 것이 득이 되지 않겠소.”

“당신 말대로 그렇다면 당장 우리 마을 사람들부터 살려내라!”

“허허, 용기가 대단한 소년이구려. 따라오든지 말든지 그건 소년영웅께서 판단하시구려. 그대야 어찌된다 해도 내 상관치 않겠으나 저 유약한 아이들은 어찌하시겠소.”


그제야 소년은 제 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세 아이를 바라봤다. 세 아이 모두 눈물자국이 검은 때가 되어 볼을 타고 그려져 있었다. 소년은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그러나 자신이 울면 아이들도 따라서 울 것이 뻔했다.


“원수의 나라에서 빌어먹겠지만, 결코 당신들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만 없다면 내 백번이고 천벌이고 찢어죽일 것이다.”


“말이 너무 많구려!”


노인은 자신의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떨어져있는 낙엽 하나를 주워들었다. 소년과 세 아이는 방금 전의 일을 목격한 터라 갑작스런 공포에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그 나뭇잎을 손가락에 쥐더니 일제히 소년이 있는 곳으로 퉁겨냈다. 나뭇잎은 곧 소년의 관자놀이를 명중시켰다. 그리곤 제가 끌어안고 있던 아이들 밑으로 푹, 하고 고꾸라졌다.


노인이 천천히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끝끝내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은 지금껏 자기들을 살피고 보듬던 소년이 쓰러지자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노인이 이윽고 그들 앞으로 다가와 눈높이를 맞췄다.


“걱정들 말거라. 너희들이 하도 큰일을 겪어서 내 잠시 너희 보호자를 기절시켰구나. 집에 가자꾸나. 집에가서들 얼른 맛있는 것도 먹고, 따듯한 보금자리에서 잠도 청하고 하자꾸나.”


아이들은 끝끝내 눈물을 참고 있었지만 노인의 눈가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잦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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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웅천하전 (2장) 고구려 소년 # 1 +1 12.11.29 309 5 16쪽
4 군웅천하전 (2장) 고구려 소년 # 0 +3 12.11.28 325 5 12쪽
3 군웅천하전 (1장) 시작되는 역사 # 2 +1 12.11.28 302 4 12쪽
2 군웅천하전 (1장) 시작되는 역사 # 1 12.11.27 418 6 12쪽
1 군웅천하전 (1장) 시작되는 역사 # 0 12.11.26 661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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