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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룡 님의 서재입니다.

군웅천하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딕울프
작품등록일 :
2012.11.25 07:17
최근연재일 :
2012.12.03 06:0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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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0
글자수 :
36,835

작성
12.11.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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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군웅천하전 (2장) 고구려 소년 # 0

반갑습니다




DUMMY


(2장) 고구려소년


고구려 침공에 실패한 수나라군사는 요동성으로 후퇴했다. 고구려는 그 퇴로마저 차단한 채 무참하게 그들을 학살했다. 어차피 이기지 않으면 패한 자가 되어 적에게 목을 내놓아야 할 판이니, 전투의 그 치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잔당까지 몰아낸 고구려는 크게 풍악을 울리며 승전보를 알렸다.


그러나 수나라 군사가 모두 몰살되거나 후퇴한 것은 아니었다. 뿔뿔이 흩어진 군영 중에 문백주가 이끄는 오십 군사는 삼일밤낮을 굶은 채 숲속에 은거하여 고구려 병사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배고픔으로 허기져 아군마저도 잡아먹을 기세였다.


“놈! 그렇게 허약해서야 어찌 강권 수나라의 군사라 이를 수 있느냐!”


문백주의 호통에 오십 여명의 군사는 마음을 다잡았다.


“장군, 아무래도 마을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이 상태로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두들 아사할 것이 뻔합니다.”

“아직 고구려 병사들이 모두 물러갔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오시가 되어도 적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필시 물러났을 터이니 명을 내리시어 정찰대를 움직이시는 것이 현명한 줄 아뢰오.”


문백주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들의 상관이라고 해도 작금의 현실 앞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그는 부하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그나마 원기가 살아있는 두 사람을 뽑아 정찰을 내려 보냈다. 이각이 지나도록 그들 정찰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문백주의 심경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혹시라도 적군에게 발각되었다면 필시 자신들의 은거지를 치러 올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긴다. 아무래도 적군에게 잡힌 듯하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멀리서 두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각 전에 보냈던 정찰대였다. 희미한 그들의 얼굴로 옅은 웃음기가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문백주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올 거라는 생각에 급히 달려 나갔다.


“그래, 어찌 되었느냐!”


그들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답했다.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습니다. 전쟁이 승리로 끝났다고 생각하여 잔치까지 벌이고 있는 터라 온갖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백주는 더 이상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자, 이대로 간다면 적군의 칼이 우리의 배를 가르거나 굶어죽거나 둘 중의 하나다. 지금부터 조용히 마을 입구에 대기했다가 밤이 되면 습격한다.”


온 몸이 상처와 배고픔으로 점철되었지만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병사들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들은 마을 입구에 도착해 각자 매복에 들어가 마을을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승리를 자축하는 마을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몇몇 고구려군 병사가 보이긴 했으나 그들은 마을에서 차출되었다가 그대로 마을로 눌러앉은 징발군사였던 것이다. 그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왁자지껄했던 마을잔치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찌감치 집으로 귀가한 아낙들과 달리 마을 남자들은 여남은 술잔을 기울이며 수나라의 침략을 험담하고 있었다.


문백주는 더 없는 기회라고 여겼다.


그는 마지막 남은 원기를 쏟아 호랑이처럼 웅장한 일갈을 외쳤다.


“공격!”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나라의 잔당들이 저마다의 칼과 창을 앞세워 마을로 진격했다.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마을 남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문백주뿐 아니라 모든 병사가 상대를 제압하지 않으면 제 목숨이 위태하다는 생각에 손속은 더더욱 악랄해졌다. 베었던 곳을 또 베고 또 베었다. 선혈이 낭자하고 마을 사람들의 처절한 절규가 숲을 통해 울려 퍼졌다.


먼저 잠을 청하려던 아낙과 아이들이 다급히 뛰쳐나왔다. 열심히 남자들을 베던 문백주가 부하를 통해 눈빛으로 지시했다.


그러자 십여 명의 군사가 각 호의 집을 향해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불이 나자 급히 뛰쳐나오던 여인들과 아이들이 병사들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문백주가 외쳤다.


“늙은 여자는 하나만 살려 음식을 하게 만들어라. 나머지는 처녀만 살리고 아이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몰살하라.”


과연 문백주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각이 지나도록 그 처절한 울부짖음은 그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기습이 마무리 되자 문백주는 남은 과제를 부하들에게 맡기고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의 말대로 부하 한 명이 늙은 아낙을 문백주 앞으로 끌고 왔다.


고구려 북방민족은 모두들 수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었다. 비단 수나라뿐이 아니라 돌궐족까지 의사소통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잦은 침략과 찬탈 때문이었다.


문백주가 다시 칼을 들어 노파의 목에 들이댔다.


“지금부터 마을의 모든 음식을 쓸어 담아 네 년이 할 수 있는 모든 진미를 차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아직 죽이지 않은 아이들과 저 여인들을 몰살할 것이다.”


노파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이윽고 그녀는 목숨을 건진 마을처녀 몇 명과 힘을 합쳐 음식을 만들었다. 문백주와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차리는 음식이라 독을 타거나 해악한 음식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음식이 차려지자 부하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어 음식을 해치웠다. 포승줄에 묶여 있던 몇몇 처녀들이 틈을 이용해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으나 허사였다.


기름진 음식과 술. 패잔병이 되어 삼일밤낮을 굶은 수나라 잔당들은 마치 극락에라도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자 저마다 나른함에 도취되어 하나 둘씩 잠이 들었다. 그러나 문백주는 잔당을 호령하는 장군의 위치였기 때문에 함부로 잠을 청하거나 쉴 수 없었다.


그는 이어서 마을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부하를 시켜 노파를 끌고왔다.


“네 이 년, 비록 너희 오랑캐 군사의 피 맛을 보지는 못했으나 네 친히 오랑캐 백성의 피 맛은 보고 돌아갈 것이니라!.”


이윽고 그의 장검이 허공을 치솟더니 노파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의 악랄한 손속에 노파를 부여잡고 있던 부하마저 방뇨를 하고 말았다.


노파의 머리는 육신이 쓰러진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더니 데굴데굴 굴러갔다. 문백주는 다시 부하를 시켜 여남은 아이들을 한 자리에 응집시켰다.


“너희들이 커서 어찌 복수를 해 올지 몰라 이 문백주의 칼에 죽어줘야겠다.”


그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칼을 들어 아이를 향해 내리쳤다. 그때였다. 숲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리더니 괴한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문백주가 내리친 칼이 땅에 깊이 박혔다.


괴한이 희생당할 뻔했던 아이를 부둥켜안은 채 칼을 피했던 것이다.


“무엇이냐?!”


웅장한 문백주의 일갈에 잠을 청했던 부하들마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부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아이를 끌어안은 괴한을 포위했다. 부하 한 명이 괴한에게 횃불을 들이밀었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횃불이 명멸하는 곳으로 한 소년이 있었다. 대략 열다섯이나 먹었을까. 다 자라지도, 덜 자라지도 않은 소년이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장정의 용기를 제압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오뚝한 콧날, 분노에 물든 짙은 눈과 눈동자. 엷지만 단아한 풍모를 지니고 있는 입술, 제대로만 차려 입힌다면 명문가의 자손임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리라.


“이런 쥐새끼 같은 녀석이 감히!”


문백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의 검이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년은 문백주의 칼날을 피했다. 이 상태를 소모하다가는 부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 뻔했다.


“잡아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하들이 소년을 공격했다. 소년은 이리저러 뒹굴며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소년 하나가 오십 여명의 장정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몸이 민첩하여 끝끝내 그들의 창끝을 피하기는 했으나 소년은 무공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문백주가 추악한 얼굴로 웃었다.


“이런 쥐새끼! 역시 피하기만 할 뿐, 공격은 젬병이로고!”


그 모습은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의 상황과 흡사했다. 문백주는 재미있다는 듯 부하들의 창 놀림을 감상함과 동시에 아이를 안은 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소년의 동작을 예의주시했다.


문백주가 왼 손을 들었다. 그러자 부하 한 명이 가벼운 죽봉(竹棒)을 건넸다.


“결곤획뢰!(鈌坤劃雷)”


그는 가벼운 듯이 다가서더니 이윽고 육중한 느낌으로 죽봉을 내리쳤다. 소년이 피하자 그의 죽봉도 역시 소년이 피한 곳으로 결이 따라 움직였다. 이미 소년이 피할 곳까지 알고 있다는 듯, 죽봉의 현란한 움직임이 소년을 앞서고 있었다.


“타앗!”

“퍽!”


소년이 죽봉에 타격을 입자 안고 있던 아이마저 저 멀리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결곤초우!(鈌坤草雨)”


이어서 죽봉이 흐드러진 풀잎처럼 이리저리 팔랑거리는 듯하더니 장대비처럼 곧은 내리침으로 소년의 이마를 강타했다. 그렇게 맞기를 수십 여 차례. 병사들은 그 광경이 재미있다는 듯이 하나 둘 포위망으로 몰려들었다.


저마다 박수를 쳐 대자 문백주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두 팔을 들어 호탕하게 웃었다.


소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문백주를 노려봤다.


그 사이 포승줄에 묶여있던 여인들이 필사의 노력으로 결박을 풀기위해 애썼다. 옆 사람에게 의지하고 암묵적인 표시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서로의 포박을 풀기위해 애썼다. 잦은 외침(外侵)에 자연스럽게 생성된 지혜였다.


소년의 눈빛이 아주 잠깐 여인들에게 향했다. 여인 중에 곱디고운 소녀 한 명이 소년의 눈빛에 대꾸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널 위해서라도 꼭 살아날게,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 다짐을 받자 소년은 더더욱 이를 악물고 문백주에게 대들었다. 그런 도전이 재밌는지 문백주의 죽봉이 백여 차례 이상 소년을 향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는 소년, 오히려 문백주가 지쳐 쓰러질 판이었다.


문백주가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죽봉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소년을 발로 짓밟고 때리기 시작했다. 그가 광경을 통솔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여인들은 어디에 있느냐?!”


분노의 찬 문백주의 통성에 병사들이 일제히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풀어진 포승줄만 있을 뿐, 묶여있던 여인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문백주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모두 철수 준비를 하라! 곧 있으면 오랑캐(고구려) 군사가 들이닥칠 것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여남은 식량과 모포 등을 챙겼다.


“장군 이 녀석들은 어찌 할까요?”


부하가 말한 자리엔 지쳐 쓰러진 소년과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 세 명이 있었다.


“데려간다. 내 필시 저 쥐새끼를 찢고 또 찢어 능멸하여 죽일 것이다. 이렇게 죽일 수는 없다!”


부하들은 문백주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소년과 아이들을 다시 한 번 포박했다.


마침 인마(人馬) 여섯 마리와 마을을 오가던 농수용 마차가 있었다. 문백주는 그 중의 한 필의 말에 오르며 지시했다.


“곧바로 요동으로 향한다! 지체하거나 멀어지는 자는 가차 없이 두고 갈 것이니 명심할 것이다!”


“네!”


문백주와 잔당들은 여인들이 일러 고구려군이 쳐들어올까 두려워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반갑습니다


작가의말

어떻게 잘 보셨는지요?!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무명소년이 등장하였습니다. 제가 서론이 너무 길었던

탓에 뒤의 재미난 부분을 보기도 전에 독자가 떨어져나갈까 걱정됩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저는 저만의 철학과 사상이 있으니 주욱 이대로 제 곧은

필력으로 움직이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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