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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36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8.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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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진실의 재구성-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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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되돌리자. 그것밖에 없어.’


여기서 절망하고 포기하면, 죽지 않는 죽은 자로 지낼 뿐이다. 그걸 알면서 행복할 수는 없었다.

‘찾아낸 흔적을 토대로 영혼을 연구할 수 있을 거야. 영혼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만들 수도 있겠지. 난 할 수 있어! 해낼 거야! 반드시.’

Dr.센은 다시 연구에 집중했다.

다시 30년이 흘렀다.


포기를 모르는 Dr.센이었지만, 이번 만은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손으로 이제 사라져버린 영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진짜 신만이 가능했다. 지쳐버린 Dr.센은 인류를 멸망시킨 자신을 저주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저주하던 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자신을 지워버리고자 했다. 신인류의 부활을 총괄하는 그에게 있어 그 일은 오래 걸리지만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는 50년에 걸쳐 부활자들의 기억과 역사와 기록에서 자신을 지웠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버리지 못한 한 가닥 미련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렇게 Dr.센이라는 사람이 살았더라는 작은 흔적이 남게 되었다.





이후, Dr.센은 수백 년간 친구였던 좀비오를 만났다. 아직까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세 친구 중 하나였다. 그는 좀비오에게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에게 사정했다.

“다시 영혼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줘.”


좀비오는 허황된 이야기라며 믿지 않았다. 이미 수백 년간 Dr.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그는 영혼 따위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언제나 착한 사람이었고,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으며, 자신을 희생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수백 년간 자아를 키워왔지만, 여전히 남들보다 자아가 작았다.


“어떻게 해야 자네를 도울 수 있는지 알려주게.”

처음부터 남의 부탁을 거절할 능력이 없었던 그는 Dr.센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준비가 끝나면 그때 알려주지. 정말 고마워. 자네 덕분에 인류는 다시 살아날 거야.”

Dr.센은 다시 연구실에 틀어박혔다.


‘좀비오가 영혼의 흔적을 모아오면 그걸 하나로 뭉쳐 진짜 영혼을 만드는 거야.’

이젠 존재조차 희미해진 흔적이지만, 수만, 수십만의 흔적을 모으면 한 개의 영혼은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기로 했다. 그런 확신마저 없으면 견딜 수 없었다.

신인류 45억의 흔적을 빼앗아서라도 반드시 두 개의 영혼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영혼을 가진 새로운 아담과 하와를 통해 다시 인류가 번성하게 될 것이다.


센은 28년간 차근차근 준비했다.

정부를 움직여 수도 지하에 ‘태양의 신전’과 연결된 방대한 규모의 비밀 시설을 만들었고 지하주차장이나 지하도로 등 잠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마다 거미줄 같은 비밀통로를 연결했다.

또한, 본인은 영혼의 흔적을 수집할 방법과 수집된 흔적을 합성하여 하나의 영혼으로 만들 방법을 찾았다.

모든 것이 준비된 어느 날, Dr.센은 좀비오를 ‘태양의 신전’으로 불렀다.


“날 원망하지 마. 자네도 허락한 것이니.”

Dr.센은 아무런 의심 없이 찾아온 그를 잠들게 한 후, 유전자를 개조하여 영혼의 흔적을 빼앗아 모으는 ‘영혼 수집가’로 만들었다.

Dr.센은 지난날 좀비오의 약속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지. 원망하려면 경솔하게 약속해버린 자신을 원망하게.’

Dr.센은 그렇게 자신의 양심을 달랬다.


잠에서 깨어난 좀비오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렇게 영혼 수집가가 처음 등장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좀비’라 불렀다.



***



부활한 좀비오는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루 만에 수만 개의 영혼의 흔적을 수집해왔고, 부수적으로 그만큼의 영혼 수집가를 끌어왔다.

영혼의 흔적마저 빼앗긴 영혼 수집가들은 좀비오의 명령을 따라 영혼을 수집해 왔다. 지능은 있으나 이성은 없는 그들은 충실한 종이 되었다.


좀비오가 부활하던 날, 단 하루 만에 39,382개의 흔적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성공적일 줄 몰랐던 Dr.센은 서둘러 영혼의 그릇에 옮겨 담았지만, 워낙 많은 양이라 반년 가까이 걸렸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그릇에 3만여 개의 흔적이 채워졌다. 아깝게도 4천여 개나 되는 흔적이 그릇에 담기 전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센은 그릇에 담는 방법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영혼 수집가가 흔적을 보관할 수 있는 기한은 6개월. 그보다 길어지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집가가 인형들에게서 영혼의 흔적을 빼앗을 때는 육체에서 육체로 옮겨지는 것이기에 쉽고 빠르게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육체에서 그릇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한 명씩만 연결할 수 있었기에 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Dr.센은 영혼의 흔적을 그릇에 담는 작업을 개선해야만 했다. 그 작업에만 5년이 걸렸다.


새롭게 준비를 마친 Dr.센은 영혼 수집가들을 다시 밖으로 내보냈다. 고맙게도 사람들은 과거의 충격을 잊어버리고 무방비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수집가들은 ‘아레나 오브 롬’을 습격했고, 다시 20,371개의 흔적을 모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는 그처럼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없었지만, 반복된 습격을 통해 영혼의 흔적은 꾸준히 모였다.

크리스털 안에 영혼의 흔적이 모여갈수록, 센의 마음은 피폐해져 갔다. 그는 ‘태양의 신전’ 안에만 머물렀고, 그를 기억하는 단 세 명하고만 얼굴을 마주했다. 그나마 용무가 없으면 그 세 명조차 피하려고 했다.


“당신, 제발 마음을 편히 하세요.”

Dr.센의 오랜 연인 ‘마틸다’가 말했다. 센이 어두워질수록 그녀도 빛을 잃었다. 밝고 쾌활하며 말이 많았던 그녀는 어느새 말없이 센의 등만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센의 육신은 날마다 쇠약해졌고, 수명의 반도 채우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다.


Dr.센의 경호는 ‘데보라’가 맡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300년 가까이 Dr.센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의 연인이 되지는 못했다. Dr.센은 그녀를 가까이 두면서도 멀리했다. 데보라는 그것이 못내 서운했다.

10여 년 전부터 Dr.센이 ‘태양의 신전’ 안에만 머물게 되자, 경호할 필요가 없어졌다. 되도록 센의 곁을 지키려 했지만, 아무래도 무료함을 참기 힘들었다. 마틸다처럼 그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무료함을 느낄 시간 따위는 없었겠지만, 그녀는 센이 부르지 않으면 다가갈 기회도 별로 없었다.

서운함과 질투, 집착과 분노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고, 남아도는 시간을 해소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지티티’라는 이름에 자신의 소망을 담아 BT 선수로 등록했다. 그곳에서 시합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쌓인 분노와 한을 풀었다.


어느 날 데보라는 마틸다에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센 님은 곧 죽을 겁니다. 물론 부활하겠지만, 부활한 육체도 얼마 견디지 못할 거예요.”

어쩐지 ‘센 님을 위로하지도 못하냐!’는 질책이 담긴 말투 같았다.

“센을 위로할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요?”

마틸다가 물었다.


“센 님의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그게 뭐죠?”

“센 님의 기억을 조작하는 거예요. 자신이 Dr.센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도록 해서, 이곳에서의 모든 일을 잊고 지내도록 하는 거죠.”


데보라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생각에 잠겼던 마틸다가 말했다.

“그럼 저도 잊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그래야겠죠. 아니면 완전히 잊을 수 없을 테니.”

데보라는 애써 웃음을 슬픔으로 가장했다. 그녀의 얼굴을 세심히 바라보던 마틸다가 말했다.

“제가 센을 설득하죠.”

“센 님의 기억을 지운 후에는 만나시면 안 됩니다. 마틸다 씨 때문에 기억이 다시 살아나실지도 몰라요.”

“……너무 잔인하시군요.”

“당신은 말을 좋아하시잖아요. 언젠가는 말실수를 하게 될 겁니다.”

마틸다는 데보라의 말이 못마땅했지만, 센을 위한 거라는 명분을 뒤집을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럼 제 기억도 지워주세요. 그래도 센을 만난다면, 상관없는 거겠죠?”

데보라는 슬픈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정영화 찍니? 천 년의 사랑이라도 하게?’

마틸다를 실컷 비웃은 데보라는 좀비오를 찾아갔다.





“때가 되었을 때 영혼을 제대로 만들어 내려면 정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마틸다의 말에 설득된 센은 잠시 기억을 지우고 다른 사람이 되기로 했다.

“좀비오, 자네에게 ‘썬’의 관리자 권한을 잠시 넘기지. 영혼 창조 계획이 실패하지 않도록 부탁해……. 그리고 마틸다도.”

‘썬’의 관리자 권한을 마틸다가 끝까지 거부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마틸다는 자신의 기억도 지우기로 했음을 말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내가 자네를 깨우겠네.”

“그래. 잠든 후에도 마틸다를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럴 거예요. 당신이 바람피우지 못하도록 항상 지켜볼 거예요. 당신은 기억이 사라지면, 나도 잊을 테죠? 날 잊었어도 다시 만나면 또 사랑할 건가요? 만약 기억을 지웠다는 핑계로 날 잊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을 테니 각오하세요. 이건 당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테스트예요.”

마틸다가 슬프게 웃으며 말했다.

“시간 됐습니다. 그만 하세요.”

데보라가 마틸다의 수다를 막았다.


Dr.센이 잠든 후, 마틸다도 그 옆에 누웠다.

“걱정 마세요. 두 분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기억을 잃어도 다시 만나지 않겠어요?”

데보라가 웃으며 위로했다.

마틸다도 잠들었다.


태양의 신전에는 좀비오와 데보라만 남았다.

“이제 약속대로 해주세요.”

“그래, 덕분에 이 비천한 좀비오가 창조주에게 복수를 다 해보는군.”

“잔말 말고 일이나 하시죠?”

“자넨 나에게도 공손할 필요가 있어. 아무리 Dr.센의 경호원이라고 해도, 그의 친구인 날 무시할 수는 없네.”

“아~ 네~. 선한 좀비오 선생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실 때가 있군요?”

“그건 그렇고, 자넨 Dr.센이 자넬 사랑하도록 조작하는 걸로 만족하겠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Dr.센이 기억을 되찾으면 분노할 텐데? 정말 괜찮은가?”

“할 수 없죠. 센 님은 날 여자로 보지 않으시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마틸다에게 졌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난 말 많은 마틸다를 좋아하지 않네.”

“항상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해 놓고는 이제 와서 그런 얘길 해봐야 누가 믿겠어요?”

“내 천성이 그런 걸 어떡하나? 이 천성은 500년 가까이 지나도 잘 고쳐지지 않는군.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고쳐진 거야. 그렇지 않고는 아무리 인형이라 해도 목을 물어뜯진 못하지.”

좀비오의 미소에 튼튼한 이빨이 살짝 보였다.


“자넨 마틸다에게 지는 것도 괜찮은가?”

잠시 고민하던 데보라가 물었다.

“원하는 게 뭐죠?”

“내가 뭘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안타까워서 말하는 거네. 내 생각엔 센이 누굴 사랑하게 될지 다시 경쟁해보면 어떻겠나 싶어서.”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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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3 +3 14.08.27 533 15 12쪽
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6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27 최종진화-3 +3 14.08.11 595 18 10쪽
26 최종진화-2 +4 14.08.08 700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09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5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599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19 안녕 데보라-3 +4 14.07.28 644 21 12쪽
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1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4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3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699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4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2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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