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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41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22 15:00
조회
774
추천
15
글자
10쪽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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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좀비와 치안유지군이 휩쓸고 간 센트럴파크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고 없는 공원에 센은 홀로 멍하니 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센은 에어볼의 방향을 틀어 공원 출구로 향했다.

공원 안으로 샛노란 에어볼이 들어오고 있었다. 가죽 바지에 가죽 재킷을 입은 늘씬한 여자가 매력적이었다. 등 뒤로 매여있는 검이 잘 어울렸다.


“센!”

청량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데보라! 여긴 어떻게 왔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녀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되니 매우 반가웠다.


“뉴스에서 센트럴파크에 좀비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어. 당신이 자주 오는 곳이라 혹시나 싶었지.”

데보라의 말에 센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50년이 된 육체였음에도 데보라의 손은 보드랍기만 했다. 젊음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30년 전에도 새로 뽑은 육체처럼 탄탄했었다.


“별일 없었어?” 그녀가 물었다.

“좀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 치안유지군이 제때 나타났어.”

“그러니까 혼자 다니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마님.”

둘은 에어볼을 집어넣고 함께 걸었다.


“이렇게 걸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

“무슨 생각?”

데보라가 물었다.


“그때,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내가 그렇게 힘들어서 눈치를 주는 데도 끝까지 걸었지!”

“그래, 그날은 그러고 싶었어.”

“드디어 이실직고하는군.”

데보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 오해하지 마. 계획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이왕 그렇게 된 거 걷고 싶었다고.”

센이 손사래 쳤다.



***



30년 전, 경기장에서 만난 데보라와 센은 밖으로 나왔다. 오후 늦게 시작된 경기가 끝난 것은 밤이었다. 별이 둘을 반겨 맞았다.

그들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

주차했던 곳에 도착해서야 센은 낭패 어린 탄식을 했다. 마틸다와 함께 타고 올 때, 그녀도 운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었다. 그리고 차량은 사라지고 없었다. 요즘이라면 에어볼이라도 꺼내면 됐겠지만, 그때만 해도 에어볼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틸다…….’

미안했다. 그리고 난감했다. 이제야 간신히 만난 데보라에게 다른 여자랑 함께 왔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 정신 좀 봐. 차를 안 가져와 놓고 착각했어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센의 말에 데보라의 눈에 의심이 어렸다. 센은 모른 척했다.


“내 차는 선수 전용 구역에 있는데…….”

데보라가 샐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수 전용 구역 주차장은 경기장 반대쪽에 있었다.

관중이 모두 빠져나간 뒤라 기본적인 조명 외에는 모든 전원이 차단되어 있어 그곳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기에는 상당히 멀었다.


“그냥 걸어가죠.”

데보라가 짧은 한숨을 쉰 후 말했다.


미안해진 센은 데보라의 등에 매인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들어드릴게요.”

“좀 무거울 텐데요?”

“저도 요즘 운동 좀 했어요.”

챔피언 앞에서 힘자랑이 우스운 줄 알면서도 센은 이두박근에 힘을 주며 말했다.


“힘들면 돌려주세요.”

데보라가 짐을 맡겼다. 중간에 검까지 꽂혀있는 배낭은 꽤 무거웠다.

도시의 길은 잘 조경되어 산책을 즐기기에 좋았다. 마천루로 밀집된 지역이라 할지라도 공기는 맑고 널찍한 산책로를 따라 수목도 잘 가꿔지고 있었다. 적당한 인구가 유지되고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다.


“댁이 어디시죠?” 센이 물었다.

“센트럴파크 건너편 오렌지 스트릿이에요.”

센이 사는 옐로우 타운과 가까운 곳이었다.

“바로 옆 동네인데, 그렇게 보기 힘들었네요?”

센은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속마음을 드러낸 게 부끄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다.


“사실 집에는 잘 안 있어요. 시합이 일 년에 두 번이라지만, 시합 3, 4개월 전부터 훈련을 시작하면 거의 들어갈 일이 없죠. 뭐 이젠 자유지만요.”

“그랬구나…….”

“혹시?…… 절 찾으셨나요?”

데보라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센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어쩐지 쑥스러워진 센은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선수가 될 생각을 하셨죠?”

질문을 하고 보니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덧붙였다.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아……, 미안해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데보라가 덧붙였다.

“다음에, 때가 되면 말해드릴게요.”


많이 늦은 시간인지 지나다니는 차도 보이지 않았다. 둘 사이를 바람이 스쳤다. 잠시 하늘을 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하수가 흘렀다.

“어떻게 절 알아봤어요? 그동안 알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데보라가 물었다.


“그냥 알겠던데요? 처음엔 낯이 익다 싶었는데, 복면을 아래로 내리니 바로 알겠더라고요.”

“복면을 내린 게 처음이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알아봤을까요? 하긴, 그랬으면 벌써 기자들이 달라붙었겠죠?”

“제가 눈이 좋은 건가요? 하긴 이 고글 덕이기도 했죠.”

센은 잠시 자신이 만든 물건을 자랑했다.


“제가 정체를 알았는데, 괜찮아요?”

센이 물었다.

“왜요?”

“20년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잖아요. 중요한 비밀인 거 아니에요?”

센의 질문에 데보라가 정색하고 되물었다.

“어디 가서 얘기하실 건가요?”


센은 장난칠 궁리를 하다가 포기했다. 초면에 상대의 성향도 모르고 장난치다가 행운의 만남을 망치긴 싫었다.

“아뇨! 절대로요!”

“어째 대답이 늦는 게 수상하지만…… 상관없어요. 특별한 비밀이라기보다는 귀찮은 게 싫어서 그랬던 거예요. 정체를 알면 기자들이 항상 쫓아다닐 텐데……, 그러면 이렇게 데이트라도 할 수 있겠어요?”

데이트란 단어에 둘의 얼굴이 붉어졌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


한참의 정적을 깨고 데보라가 물었다.

“무겁지 않으세요?”

“전혀요!”

센은 데보라의 가방에 짓눌리는 심정이었지만, 자존심상 말하기 싫었다.

“힘드실 텐데, 지나가는 차도 없네요. 제가 들까요?”

“무슨 말씀을!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튼튼하다니까요. 아직 한참은 걸을 수 있어요.”


둘은 다시 한참을 걸었다.

센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의 눈빛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인류가 되고 나서 처음 갖는 감정처럼 설익은 느낌이 좋았다.


데보라는 생각했다.

‘아, 둔하긴. 내 다크서클이 보이지 않나? 빨리 쉬고 싶은데.’

하지만 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데보라는 억지로 여유를 가장하면서도, 그 가장을 뚫고 자신의 약함을 읽어주길 바랐다.


데보라의 얼굴을 살피던 센이 말했다.

“오랜만에 걸으니 참 좋네요.”

“그렇네요.”

데보라는 억지로 탄식을 삼켰다.


그렇게 자그마치 3시간을 걸어 데보라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드디어 도착했어.’

센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성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억지로 무리했지만, 끝내 성공해낸 자신이 뿌듯했다. 데보라도 그런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랐다.


“고마워요. 센.”

‘하지만 눈치가 너무 없어.’

데보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데보라의 말을 그대로 믿은 센은 기분이 좋았다. 데보라의 집 앞에서 머뭇거리며 조금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기를 바랐다.

‘혹시 ‘밥 먹고 가실래요?’라고 물어볼지도 몰라.’

엉뚱한 기대를 했다.


데보라는 기절할 것 같은 육신을 부여잡고 초인적인 인내로 버티고 있었다. 집 앞에서 머뭇거리며 가지 않는 센이 답답하기만 했다.

“다음에 봐요, 센.”

참다못한 데보라가 작별인사를 했다.


어쩐지 차갑다고 느낀 센은 머뭇거리며 인사했다.

“잘 자요, 데보라. 연락할게요.”

뒤돌아선 센은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데보라는 이미 들어가고 없었다. 자신이 뭘 잘못한 건가 싶어 조금 불안해졌지만, 곧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



“난 그때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 당신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눈치를 줘도 계속 걷기만 하는 당신을 열 번은 죽였을 거야.”

데보라의 농담에 센이 발끈했다.


“미안해. 내 한심한 눈치에 대해서는 백번도 더 사과했잖아. 그러니 제발 그만해줘. 내가 생각해도 창피하니까. 그리고 당신이 죽인다고 하면 농담처럼 안 들리거든? 지금 나 떨고 있는 거 안 보여?”

센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데보라가 그런 센의 손을 꼭 잡았다.


“무섭지 않았어?”

데보라가 다정히 물었다.


“당신이 없으니까 조금. 그래도 그때보단 나았지.”

“그때?”

“응.”

“하긴, 그땐 나도 무서웠어.”



***



첫 데이트 다음 날 아침 일찍, 센은 데보라에게 뇌파 통신으로 연락했다. 하지만 데보라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조바심이 난 센은 거의 한두 시간에 한 번씩 호출했다. 그러나 그날, 그리고 그 다음 날이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센은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알고 싶었다. 마지막 집 앞에서 헤어질 때 보았던 약간의 차가움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연락이라도 된다면…….’


3일째 되던 날, 센은 호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연락되든 안 되든 불편할 것 같았다.

그때 뇌파 통신이 울렸다.

“36번은 너무 한 것 아니에요?”

데보라였다.

“네? 아, 미…….”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네? 아, 그…….”

“미안해요. 제가 3일이나 곯아떨어졌네요.”

“아! 그…….”

“우리 오늘 만날래요?”

“네!”




둘은 오후 늦게 시내에서 만났다. 센은 일찍 보고 싶었지만, 여자인 데보라는 아무래도 준비할 게 많았다. 수십 년 만의 데이트는 그녀도 설레게 했다.

그녀는 한껏 치장하고 나타났다. 짙지 않은 화장과 편하게 틀어올린 머리가 그녀의 평소 모습을 짐작게 했으나, 옷은 상당히 고심한 듯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블라우스에 무릎이 드러나는 밝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더구나 콧대 높은 하이힐은 천하의 지티티에게도 여성스러움과 함께 간혹 휘청거림을 선사했다.

센은 그녀의 노력에 거듭된 찬사를 보내며, 어색해하지 않도록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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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59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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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1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3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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