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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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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286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15 11:45
조회
980
추천
17
글자
10쪽

마틸다와 데보라-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30년 전, 부활센터를 나와 집에 돌아온 센은 새로 입은 젊은 육체를 가다듬고 있었다. 근육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정확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해 보는 게 좋았다. 비록 자신의 DNA로 만들어진 몸이지만, 새로운 육체는 새로운 활력과 함께 미묘한 불협화음을 느끼게 했다.


육체가 복제될 때는 특별한 주문이 없는 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진다. 처음의 탄탄한 근육과 매끈한 몸매는 천편일률적이라 오히려 매력이 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일부러 더 살찌거나 마르게 주문하기도 했는데, 사실 필요없는 짓이었다.

오랫동안 익혀온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의 영향으로 교과서적인 체형도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을 따라 변하기 마련이었다.

센의 새로운 육체도 당장은 매끈한 몸매였으나, 실험실과 작업장에 틀어박히다 보면 바짝 마른 몸매가 될 거로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엔 몸을 좀 가꿔볼까?’


새로운 육체를 얻을 때마다 매번 반복하는 생각이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지난번에도 죽기 전에는 빈약한 체력밖에 남지 않았다. 센은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육체에 기분이 좋았다.


‘좋아, 이번엔 해보는 거야. 작심삼일을 백번 하면 삼백일은 유지하는 거지.’


센은 달리기 시작했다. 고급주택이 늘어선 옐로우 타운을 한 바퀴 돈 후, 아래쪽의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꽤 긴 거리였음에도 피로감은 상쾌한 수준을 유지했다.


‘역시 새 몸이 좋긴 좋아. 그럼 이번에는.’


센은 속도를 올렸다. 최대 속도를 타고 느껴지는 바람이 좋았다. 터질듯한 심장의 박동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은 넓은 길을 달리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두 팔을 펴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느끼는 바람은 더욱 신선했다.


"퍽!"


얼마 못가 센은 뒤로 나뒹굴었다. 속도를 서서히 줄이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새로 부활해야 할 뻔했다.

센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며, 자신이 무엇에 부딪힌 것인지 알려 했다. 눈앞이 어두워지며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괜찮으세요?”


센의 시선은 희고 가는 손가락에서 팔로, 그리고 어깨와 목을 지나 얼굴로 향했다. 젊은 여성이었다. 나이야 상관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젊음은 여전히 장점이었다. 센은 손을 마주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얼굴만 바라보았다.


“일어나지 않으실 건가요?”


그제야 센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왔다. 센은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아직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센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절 향해 달려오시더라고요. 이렇게.”


여자는 팔을 뻗어 센이 달려온 코스를 가리켰다. 길을 따라 달리다가 눈을 감으며 방향을 잃고 비스듬히 여자를 향했던 것이다.


“갑자기 달려오셔서 피할 수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례를 범했군요.”


센은 정중히 사과하며 여자를 살폈다. 실례인 줄 알지만, 건장한 남성과 부딪히고 멀쩡할 만큼 우람한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담한 쪽이었다.


“저랑 부딪혔으니 다행이죠.”


여자는 옆을 슬쩍 돌아보았다.

길가엔 큰 가로수들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2m 정도의 가파른 내리막이 있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


센이 머쓱하게 물었다.


“전 괜찮아요. 그럼.”


여자는 어깨를 으쓱한 후, 센이 말을 이을 틈도 주지 않고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센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센은 날마다 같은 시간, 같은 길을 달렸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2주가 넘도록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시간을 바꿔야 하나?’


어느 날은 부딪혔던 곳 근처에서 하루종일 소풍을 즐기기도 했다. 도로변에서 혼자 즐기는 피크닉은 서글픈 낭만만 남겼다.


‘그때 왜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을까?’


머리를 뜯으며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었다.

센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신인류’가 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다. 바람을 피우고 이혼도 했다. 하지만 한가지 바뀐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정에 대한 의미였다.

신인류는 구인류처럼 가정에 연연하지 않았다. 누구와도 가정을 이룰 수 있었고, 누구와도 이루지 않을 수 있었다. 가정은 하나의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 만나서 결혼할 수도 있고, 결혼 한 날 이혼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사람과 다시 결혼할 수도 있었다.


구인류 시절의 가족관계마저 사라진 지금, 구인류 시절 부모와 결혼할 수도 있고, 남매끼리 결혼할 수도 있다. 구인류의 가족관계는 신인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가족이란 것, 그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유희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센도 마찬가지로 살아왔다. 지난 오백 년간 여러 차례 결혼했지만, 누구를 애타게 그리워해 본 기억은 없었다.


‘이제와서 이게 무슨…… 웃기는 일이지?’


그것은 미묘한 감정이었다. 구인류로 퇴보한 것 같은 수치심, 오랫동안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장난감을 다시 찾은 것 같은 설렘.




어느덧 조깅을 멈춘 자신을 발견했다. 항상 같은 자리를 맴돌며 호텔에서 산 화려한 도시락만 까먹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육체의 각 잡힌 복근은 둥글둥글한 살에 묻혀가고 있었다.


‘그래도 작심 한 달은 간 건가?’


단지 뱃살을 발견한 게 늦었을 뿐 운동을 멈춘 지는 한참 되었으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 해보는 뻔뻔한 생각이었다.


“칫!”


센은 자리에서 일어나 깨끗한 옷을 툭툭 털었다.


‘이제 다시는 안 온다.’


결심한 그는 자리와 도시락 위에 아쉬움을 던져버리고 빈손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센트럴파크를 지나 번화가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달 전 결심한 대로 체력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다시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는 절대 유지 못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사거리에 서서 자신이 만든 고글을 썼다. 인간의 시력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어느 헬스장이 좋을까?’


세계정부의 수도인 ‘Dr.센 시티’에서도 가장 큰 번화가인 만큼 거의 모든 헬스장이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센은 그중에서도 가장 시설이 좋을 것 같은 곳을 찾았다.

보고 있는 헬스장에 대한 정보가 고글을 통해 한눈에 들어왔다.


‘평가가 좋군. 저기로 하자.’


센은 기하학적인 모양의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친절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등록과 신체능력 체크, 운동일정 등의 다양한 과정을 거친 후 트레이너와 함께 첫 운동을 하러 들어섰다.




센은 애써 운동에 집중했다. 트레이너의 닦달에 못 이겨 유지하고 있는 운동 덕분에 그녀를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더 지났다.


“운동을 좋아하시나 봐요?”


센은 생각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았다. 예쁘장한 여자였다.

요즘 센은 운동과 상상을 함께 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달리는 시간이 아까워 가능하면 발명 아이디어를 상상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운동하며 상상해서 그런지 요즘엔 온통 새로운 운동기구나 장난감에 대한 시답잖은 아이디어만 떠오르고 있었다.


“운동하신 지 오래되셨어요?”


여자는 옆에서 함께 달리며 말을 붙였다. 센의 대답은 별 상관이 없었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요즘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은 좋은데, 사람들이 게을러진 것 같아 좀 아쉬워요. 몸을 매년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그래도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걸 무시하더라고요. 뭐라더라? ‘어차피 쓰다가 갈아입으면 되는데 뭐하러 귀찮고 힘들게 관리하냐’라던가?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좀 너무하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몸이고, 가꿔서 나쁠 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이곳에 오면 ‘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래도 많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위안을 받곤 하죠. 제 몸이 얼마나 된 것 같아요?”


센은 상상이 끊어진 것이 못마땅한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옆을 보았다. 여자는 최대한 미소를 띠려 애쓰고 있었다.

센은 그녀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매와 땀에 젖은 매끄러운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센보다 더 새 몸을 입고 있는 것처럼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

센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러면 안 된다며 간신히 억누르고 솔직히 대답했다.


“……1년?”


센의 대답에 여자는 간드러진 웃음을 짧게 웃은 후 말했다.


“그렇죠? 제가 봐도 정말 관리를 잘했다니까요. 사실은 내심 ‘3개월’ 이내로 말해주길 기대했는데, 그건 좀 아쉽네요. 제 친구들 중에도 저처럼 이렇게 관리를 잘하는 애들은 없어요. 제 트레이너도 ‘다른 고객들에게 제 얘기를 하며 독려한다’고 하더군요. 저처럼 육체를 관리하면 5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도 쓸 수 있지 않겠어요? 하긴 그러면 너무 폭삭 늙어버리려나요? 아! 내 정신 좀 봐. 정답이 맞는지 궁금하셨을 텐데 제 몸이 얼마나 됐는지 말씀을 안 드렸군요!”

‘궁금하지 않아요.’


센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래 봬도 제 몸이 13년이나 된 몸이에요. 그동안 거의 거르지 않고 계속 운동과 미용에 힘쓴 덕분이죠. 대단하지 않아요? 한 번 만져보셔도 돼요.”


여자의 동의를 구하는 시선에 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만져보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 여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센의 손을 잡아끌었다. 센의 손이 서서히 여자의 상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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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지난 번에 올린 부분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초반부의 내용 일부가 바뀌었으니 다시 읽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으시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의문은 마지막에 해결 되리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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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5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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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6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6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9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8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3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802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8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7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5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5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8 30 10쪽
»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81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3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3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9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63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9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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