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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40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11 11:45
조회
1,354
추천
24
글자
9쪽

센트럴파크의 폭도-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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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하얀 양 떼가 하얀 목동을 따라 파란 바다를 헤엄쳤다. 지빠귀 한 마리가 하얀 양털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지빠귀를 추적하듯 청량한 바람이 한차례 훑고 지나가지만 양 떼는 잠시 흔들릴 뿐, 여전히 파란 바다를 헤엄친다.

전설적인 과학자 ‘Dr.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센’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휴양림인 양 많은 아름드리나무가 잘 가꿔진 ‘Dr.센 시티 센트럴파크’의 길을 따라 작은 시냇물이 졸졸거리며 흐르고 있다. 한쪽에 수북하게 자리 잡은 수초들 사이로 물고기 몇 마리가 보일 듯 말듯 흐느적거린다.


작게 속삭이는 시냇물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몽환적 화음을 이룬다. 센은 나른한 기분이 들었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기지개를 켠다.

커다란 나무 아래마다 자리 잡은 사람들은 낮잠을 즐기거나 잡담 중이었고, 냇가에는 젊은이들과 늙은이들이 어울려 냇물을 튕기며 웃고 있었다.


센은 사람들로부터 고개를 돌려 손에 든 노트를 바라보았다. 메모를 편리하게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기기가 있었지만, 그는 종이에 직접 쓰는 것을 좋아했다. 매끄러운 종이 위를 흐르는 펜의 감촉이 손끝을 따라 뇌를 자극하여 생각을 고조시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손끝을 따라 고양된 생각은 새로운 발명의 실마리를 찾아 사방으로 번져갔다. 두서없이 번지던 생각은 하나의 꼬투리에 걸려 방향을 잡고 엉기기 시작했다.

허공을 향한 센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지만, 어떤 사물을 쫓는 것은 아니었다. 손끝이 느려지고, 미간이 좁혀지고, 맞닿은 입술이 가늘어졌다.


그때였다.

콧잔등이 축축해졌다. 느닷없이 현실로 떠밀린 시선엔 불만이 가득했다. 센은 콧잔등을 더듬었다. 손끝이 붉게 물들었다.


‘피?’


그제야 주위의 소음이 들렸다.

주위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욕설을 날리며 멀찍이 떨어지고 있었다. 냇가에서 물장구치던 어른들도 모두 주섬주섬 옷을 챙겨 한쪽으로 물러났다.

센은 사람들이 욕설을 날리는 곳을 보았다.

가까운 곳에서 일곱 남녀가 어울려 칼춤을 추고 있었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너저분한 칼질을 따라 튀어나왔다.


‘저놈의 블자들, 여기도 조용한 날이 없군.’


센은 잠시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다가 그냥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센이 천천히 일어서는 그 순간, 첨벙 소리와 함께 센 쪽으로 물이 튀었다. 그는 재빨리 옆으로 피했지만 몇 방울은 그보다 더 빨랐다. 민망한 부위부터 아래로 세 개의 붉은 물방울이 스며들었다.


“이런, 지랄.”


욕은 무능한 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그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사나운 눈으로 냇가를 보았다. 가까운 냇물에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팔뚝 하나가 어깨부터 날아와 처박혀 있었다. 화살이 두 개나 박혀있는 굵은 팔뚝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듯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팔뚝의 주인은 그곳에서 10m쯤 떨어진 곳에서 한쪽 팔로 커다란 만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고통에 찬 비명은 없었지만, 힘에 겨운 듯 땀과 피로 상체를 물들였다. 맞춰 입은 듯한 핑크 셔츠의 반이 붉게 변했다.

그를 상대하고 있는 하늘색 셔츠의 남자는 장도를 두 팔로 휘두르며 반격했다. 외팔이 남자는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두 팔로도 못 당한 상대를 한쪽 팔로 상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상대의 빈틈을 찾아 어렵게 칼을 찔러넣어 공세를 취해보려 하면, 그때마다 하늘색 남자의 뒤쪽에서 석궁이 날아와 다시 수세에 처했다.

석궁이 하나 남은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자 핑크 남자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썅, 저년만 없었어도!”

“그게 실력이지.”


하늘색 남자가 빈정거렸다.

외팔이 남자는 하나 남은 팔에도 석궁이 박히자 그는 뒤로 물러서서 곁눈질로 옆의 싸움을 살폈다. 자신의 동료 하나는 상대의 긴 창을 막는 것만으로도 힘겨운지 헐떡이고 있었고, 다른 동료는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석궁을 쏘는 여자의 견제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리해질 거야.’


한차례 욕설을 더 퍼부은 외팔이는 이내 결심한 듯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튀어!”


그는 동료들과 함께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도망으로 생긴 빈틈 때문에 창을 상대하던 동료의 옆구리가 창에 찔렸다. 아릿한 통증보다는 피를 많이 흘리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외팔이는 동료의 상처가 크지 않기만을 바랐다.

붉게 물든 핑크들을 하늘색 넷이 쫓았다. 뒤쫓는 자들의 입에서 비웃음과 욕설이 발사되어 쫓기는 자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공원에서 산책 중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출한 후 외면해 버렸다.

칼부림을 벌이던 이들이 떠나자 썰물처럼 자리를 피했던 사람들이 냇가와 나무그늘로 다시 돌아왔고, 일부는 싸우는 자들을 따라갔다. 적당한 거리를 둔 품이 싸움구경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팔이 세 개다! 덤벼라!”


한 중년 남자가 냇가를 구르던 팔뚝을 휘두르며 물장구를 쳤다. 이에 맞선 젊은이와 노인이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팔뚝을 뺏으려 했다. 잠시 즐거운 쟁탈전이 벌어졌다.




아직도 간헐적인 고함과 쇠붙이 소리가 들렸다. 센은 끓는 속을 달래며 아까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좀 전의 아이디어를 다시 떠올리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으나 금세 눈을 뜨고는 중얼거렸다.


“아깝다, 아까워……. 오늘은 어렵겠네. 망할 블자놈들.”


민망한 부위에 민망한 핏자국을 남긴 것까지는 용서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중한 아이디어를 날려버린 것은 용서하기 힘들었다.




센은 자신의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가방에는 몇 개의 작은 공이 들어 있었는데, 모두 반(半)물질로 만든 것이었다.


반(半)물질은 600년 전 발견된 ‘反물질’과는 다른 새로운 혁신적인 물질이었다.

반(半)물질은 환경조건에 따라 물리적 속성이 변하는데, 그것을 안정적으로 조절 및 유지할 수만 있다면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100년 전 발견된 반물질은 발견된 지 30년 후에야 인위적으로 생성할 수 있었고, 연구소에서나마 실제로 다루게 되는데 다시 20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30년 동안 많은 연구소에서 상용화를 시도했으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20년 전, 센이 제한적이나마 상용화할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로 등록했다.

반물질은 센의 상징이었고, 자부심이었다.


센은 반물질로 된 달걀만 한 공을 하나 꺼냈다.

그때 그의 눈에 저 멀리 붉은빛이 보였다. 모양과 움직임으로 보아 반(半)물질로 만들어진 바이크 였다.

반물질 바이크는 일명 ‘에어볼’로 불렸는데, 작은 공모양으로 접을 수 있어 붙인 별명이었다. 센의 반물질 특허를 사용해 처음으로 반물질 바이크를 생산한 까르뱅 사(社)는 “공기처럼 가벼운 자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고, 이것이 유행을 탄 이후로 비슷한 제품은 모두 ‘에어볼’로 통칭되었다.


“관리인인가 보군.”


정부나 기관용 에어볼의 색은 규정되어 있지 않았지만, 개인용 에어볼에 붉은색을 입히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정부나 기관 소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붉은색을 사용했다.

붉은빛의 에어볼을 발견한 센의 얼굴이 자부심으로 밝아졌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발명이었어.’


반물질 특허는 근 1세기 내에 개발된 가장 위대한 기술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의 소원을 이루기엔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몇 번이나 반복하면 가능할까?’


그는 결코 ‘Dr.센’으로 불릴 수는 없었다. 그는 그냥 ‘박사(Dr.)’ 또는 ‘센’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그를 ‘Dr.센’으로 부르지 않았고 그도 그걸 요구할 수 없었다.

위대한 전설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절망이었다.




공원 관리인의 바이크가 점점 가까워졌다. 센은 상념을 털어버리고 아까의 무뢰배들을 보았다. 이미 멀어진 그들은 그곳에서도 칼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센이 반물질 공을 열자 고글이 되었다. 고글을 쓴 센은 멀리 떨어진 싸움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누가 원흉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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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초반이라 설정에 관련된 부분이 많습니다만,

초반만 넘기면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줄 압니다.

반물질, 에어볼, 블자...

생각하기 싫으시면

그냥 그렇다고만 여기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블자에 대한 설명은 곧 나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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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4 가리온[]
    작성일
    14.07.11 21:41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작은불꽃
    작성일
    14.07.12 10:1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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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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