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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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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39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17 11:45
조회
699
추천
16
글자
10쪽

마틸다와 데보라-3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아 네, 죄송합니다.”


센이 패배를 인정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말씀하세요. 제가 아주 잘 팔아드릴게요.”


둘은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5인 단체전, 20인 집단 전, 개인전 3경기를 보는 동안 센은 완전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센은 사람들을 토막 내고 피를 뿌리는 것보다는 그냥 적당히 재밌게 싸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잔인할수록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심술이 난 센은 몇 번이나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장난감으로 시합을 재밌게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마 거리가 좀 더 가까웠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장난감으로 명중시키기에는 거리가 좀 멀었다.


센이 한동안 눈을 감자 고글은 자동으로 취침 모드로 변했다. 센의 시야는 어두워졌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졸던 센은 우렁찬 함성과 마틸다의 호들갑에 정신을 차리고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챔피언 ‘지티티’라는 소개와 함께 거친 싸움에는 어울리지는 사람이 등장했다.

센이 ‘내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데?’라고 생각할 만큼 챔피언은 왜소했다.

물론 현재의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신체를 개조한다면 덩치는 싸움과 상관없어진다. 하지만 세 가지 이유로 그건 불가능했다.


첫째, 유전자 조작은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활용되고 있었고, 사이보그를 이용한 신체개조 또한 정부에서 허가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었다.

둘째, 불멸자가 된 이후로 누구도 직업적 이유 외에 기계식 육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의 불멸성, 완전성을 부정하는 거라 여겨 터부시 되었다.

마지막으로, BT 시합에는 개조된 신체로 참가할 수 없었다. 오로지 원래 주어진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여 시합에 임해야만 했다.


그런 면에서 챔피언은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20년 간이나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누구나 놀랍게 여길만했다.


‘낯익은 느낌인데?’


센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과 코 윗부분만 드러낸 ‘지티티’를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뉴스를 통해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낯이 익은 건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센이 생각에 빠진 사이 다시 우렁찬 함성이 울렸다. 센은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달토끼’라는 별명을 가진 도전자가 소개되고 있었다. 별명은 귀여웠지만, 의미는 그렇지 않았다.


고대 동양의 한 국가는 보름달에 보이는 달의 무늬를 보고 ‘달에서 토끼가 절구를 찧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전자의 별명은 거기서 따온 것이었다.

그에게 이러한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의 구인류 국적이 그 나라라는 점과 달토끼가 절굿공이로 방아를 찧는 것처럼, 자신의 무기로 사람을 짓이겨 놓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등장한 ‘달토끼’는 2.3m는 넘어 보이는 키에, 그 키가 작아 보일 정도의 덩치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양손에는 절굿공이를 반으로 나눠놓은 듯한 곤봉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그 각각의 곤봉은 ‘지티티’의 다리보다 훨씬 커 보였다.


“저래서 싸움이 되겠어요?”


센은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마틸다에게 말했다. 센이 시합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괜히 머쓱해 있던 마틸다는 센이 흥미를 보이자 다시 신이 났다.


“걱정은요! 챔피언이 괜히 챔피언이 아니라고요. 달토끼의 전적이 54승 2패인데, 그 2패가 모두 지티티에게 도전했다가 당한 거래요. 저는 못 봤지만, 두 번 모두 수치스러울 정도로 당하다가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설욕하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고 해요. 보세요. 지티티는 여유 있어 보이는데, 달토끼는 맹수 앞의 토끼처럼 긴장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듣고보니 센이 보기에도 달토끼의 근육은 힘이 잔뜩 들어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에 반해 지티티는 평범해 보이는 검 하나를 늘어뜨리고 있을 뿐 산책을 나온 듯한 분위기였다.




두 선수는 거리를 벌린 채 마주 보았다. 넓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함정과 장치들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챔피언은 자신이 유리한 지형을 선택할 수 있어요. 뭐, 챔피언의 특권이랄까요? 어떤 지형을 선택하든 둘 모두에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선호하는 싸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특권이죠. 지티티는 어떤 지형을 선택했을지 궁금하지 않아요?”


마틸다가 설명하는 동안 센은 지티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틸다는 살짝 약이 올랐다.

경기장의 장치들이 모두 바닥으로 사라지고, 아무것도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더딘 진행에 항의하는 관중의 웅성거림이 커질 무렵, 준비신호가 내려졌다.


“어머! 아무 장치도 없이 싸우기로 했나 봐요. 그러면 아무래도 힘 쎈 사람이 유리할 것 같은데.”


센은 아무 대꾸도 없이 지티티의 얼굴만 보았다.

이윽고 개전 신호가 울렸다. 그 순간 지티티가 센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센이 고글을 통해 보고 있을 만큼 거리가 멀었음에도, 센은 지티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티티가 한눈을 파는 사이 달토끼가 거대한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곤봉에 붙은 검붉은 살점이 고글에 의해 크게 확대되었다.

센이 보기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빨리 피해야 했으나, 지티티는 여전히 센 쪽을 보고 있었다.

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틸다와 다른 관중들도 입을 가리고 신음을 내뱉었다.


“벌써 끝인가요? 20년의 전설이?”


마틸다의 질문에 센은 대답할 수 없었다.




무지막지한 곤봉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우람한 어깨를 실룩거린 달토끼가 욕을 했다.


“썅!”


그가 앞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어떻게 그 몸으로 내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지티티의 대답은 없었다. 지티티는 경기장에서는 절대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지티티는 공격을 당했던 장소에서 20m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자세는 처음 그대로였으나 바닥을 굴렀는지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다.

여전히 센이 있는 쪽을 향해 있던 지티티의 눈이 서서히 방향을 바꿔 달토끼를 노려보았다. 달토끼는 어깨를 움찔한 후, 심호흡을 하고 다시 달려들었다. 곤봉은 들소라 하더라도 때려죽일 수 있을 만큼 힘차게 돌아갔다. 잔인한 곤봉 두 개가 시간차를 두고 지티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곤봉이 바닥을 내리치며 경기장을 울렸다. 달토끼는 멈추지 않고 다시 앞으로 도약하며 양팔을 앞으로 휘둘렀다. 다시 곤봉을 횡으로 휘두르고 방향을 바꿔 내뻗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걸리는 것이 없었다.

지티티는 몇 차례 곤봉을 피한 뒤 멀찍이 물러섰다. 달토끼가 숨을 몰아쉬었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실 때 지티티 순간적으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장검이 호선을 그리며 달토끼를 베었다.


“큭!”


달토끼는 곤봉으로 왼쪽 상체를 가린 채 짧게 웃었다.


“봤다, 봤어! 그동안의 노력이 헛것은 아니었구나!”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슬며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너의 속도는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늘, 드디어 내가 챔피언이 된다!”


달토끼가 곤봉을 부딪쳐 울리며 외쳤다. 육중한 몸이 코뿔소처럼 돌진하여 지티티를 충돌했다. 지티티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피했으나, 달토끼의 왼팔이 곤봉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덮쳐왔다.

지티티는 검으로 곤봉을 막으며 발끝에 힘을 주고 뒤로 도약했다. 곤봉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지티티는 뒤로 날아가 데굴데굴 굴렀다.

처음처럼 20여m를 날아가 먼지가 가득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흥! 몇 번이나 막을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네 검이 부러진 후에도 막을 수 있을까?”


달토끼가 돌진할 때마다 지티티는 수십 m씩 뒤로 굴렀고, 지티티가 휘두르는 장검은 곤봉에 막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달토끼의 몸은 피로 흥건했으나 모두 가벼운 상처일 뿐, 그의 행동을 막을 상처는 없었다. 반면 지티티의 몸에 상처는 없었으나 온몸이 먼지로 뒤덮여 낭패한 모습이었고, 검에 균열이 심해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지티티는 자신의 검을 들여다보다가 균열의 중심을 손날로 쳤다. 검은 균열부가 조각나며 중간이 부러졌다.

달토끼가 음흉하게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지티티는 어깨를 으쓱 해 보인 후, 달토끼에게 다가왔다. 3m 앞에서 멈추더니 손가락으로 복면을 끌어내렸다. 복면으로도 먼지를 가릴 수 없었는지, 코와 입도 지저분했다.

지티티는 바닥에 침을 뱉은 뒤, 양쪽 허벅지에서 손바닥만 한 폭에 팔뚝만 한 길이를 가진 단검을 꺼내 쥐었다.


“단검을 꺼낸 건 20년 만이군. 넌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어.”


지티티의 말에 달토끼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내일부터 해.”


지티티는 눈을 빛내며 복면을 다시 올렸다. 자신이 이겼다고 자신하던 달토끼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긴장했다.




“어머! 장검으로도 제대로 막지 못하던 곤봉을 저런 작은 검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긴장된 싸움에 마틸다가 의견을 내놨자만, 옆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마틸다는 고개를 돌려 센을 보았다. 하지만 센은 보이지 않았다.


“어? 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시합에 몰입한 관중들 외에 센은 보이지 않았다. 마틸다는 화장실이라도 갔나보다고 생각하며 다시 시합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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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4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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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4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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