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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42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25 15:00
조회
571
추천
13
글자
11쪽

안녕 데보라-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으악!”

센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

옆에 누워있던 데보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일어나 앉았다.


“아, 아냐……. 꿈이었어.”

센은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30년이 지나도록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그녀, 마틸다. 완전히 잊어버리고 지냈던 그녀가 좀비가 되어 찾아왔다. 센은 그녀를 피해 도망쳤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날, 마틸다의 시체가 사라진 것이 좀비에 의한 것인지, 치안유지군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센은 의도적으로 잊어버리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처음엔 칼에 찔린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 마틸다에게 좀비들이 달려들던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났지만, 잊어버리려고 애쓰던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를 통해 그녀가 경영하던 유통업체의 오너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업에 관심이 없어진 것인지, 경제상황이 나빠진 것인지, 부활할 때 재산권을 포기한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뉴스의 헤드라인만 읽었을 뿐, 이유가 나올 본문은 보지도 않았다.

어째서였을까? 센은 그 이유를 아는 게 두려웠다.


‘그녀 잘못이야. 뻔히 살 방법이 있었는데, 그녀가 죽음을 원했어. 좀비가 달려오는데도 죽여달라고만 했어. 어쩔 수 없었어.’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데보라가 죽여줬잖아. 다급한 상황에서도 목에 칼을 꽂아줬어. 경동맥이 끊겼으니 즉사했을 거야.’

그녀의 비명이 환청처럼 울렸다.





밤잠을 설친 센은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좀비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

식탁에서 데보라가 물었다.


센은 어쩐지 감시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하든!”

괜히 퉁명스런 말이 나왔다.


“약속했잖아. 날 걱정시키지 마.”

데보라의 눈이 글썽거렸다. 센은 미안해졌다.


“알고 있어. 그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센은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시계 겸 위치전송기였다. 센트럴파크에서 좀비를 만난 뒤로 데보라는 센에게 두 가지 물건을 가지고 다니도록 의무화시켰다.

하나는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 수 있는 위치전송기였고, 다른 하나는 독약 캡슐이었다.

흔쾌히 수락한 센은 거기에 몰래 하나 더 추가시켰다. 위치전송기 교란장치. 위치전송기를 끄거나 풀면 데보라가 바로 알게 되기 때문에, 위치전송기를 끄지 않고도 자신의 위치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센은 교란장치를 켜 자신의 위치를 중앙도서관으로 설정했다.


센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하늘 전망대’에 올랐다. Dr.센 시티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라보는 지역의 정보가 고글을 통해 계속 출력되고 있었다.

수많은 붉은 점으로 표시된 좀비 출몰지역에 노란 점과 파란 점으로 출몰 당시 좀비가 처음 나타난 곳으로 추정되는 곳과 마지막으로 사라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 표시되었다.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네.”

전망대에서 360도를 둘러보지만, 어떤 규칙이나 특징은 눈에 띄지 않았다. 왜 나타나는지, 어떤 곳을 노리는 지, 어떻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긴 정부도 못 찾아내는 걸 내가 쉽게 발견한다면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지.”

센은 데보라와 좀비를 추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몰래 전망대에 올라 고글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좀비의 출몰 규칙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쫓아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센은 자신이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라고 자위했다.


중앙도서관으로 돌아간 센은 좀비 출몰 기사들을 검색하여 도표화 했다. 고글에 입력된 정보가 맞는지 하나씩 점검했다. 60년간 정보를 검토해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좀비들은 그야말로 아무런 규칙도 없이 신출귀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출귀몰이라…….”

센의 혼잣말에 반응한 검색엔진이 그에 관련된 기사를 출력했다. 허탈해진 센은 갑자기 나타난 화면을 아무 의미 없이 돌려보았다.

센처럼 허탈했던 사람이 많았는지, 좀비의 출몰에 대해 ‘신출귀몰하다’는 표현을 쓴 기사가 제법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좀비의 출입은 확인되지 않았고, 그런 신비함 때문에 “정부의 음모”라는 추측성 기사가 유명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었음을 발견했다.


‘음모론을 생각한 게 나만은 아니었네.’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무표정하게 기사들을 훑던 센의 표정이 갑자기 흐뭇하게 바뀌었다.

30년 전 기사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신출귀몰 지티티, 정체를 감추고 은퇴하다.

센과 사귀기 시작한 지 1주일 만이었다.



***



“정말 괜찮겠어요?”

센은 기쁘지만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상관없어요. 20년이나 했으면 지겨울 만도 하죠. 계속 한다고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요.”

데보라의 말에 센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전, 싸우는 것보다 당신과 만나는 게 더 좋아요.”

데보라의 고백에 센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해졌다.


솔직히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센은 데보라가 지티티로 활동하는 것이 싫었다. 연약해 보이는 그녀가 그런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 싫었고, 자신이 사귀는 여자가 남들을 토막 내는 세계 최강의 여자라는 것도 싫었고, 신분을 속이고 살아간다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삶이라면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나중에 청혼할 때나 한번 얘기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흔쾌히 은퇴를 발표하니 모든 고민이 사라진 듯했다.


“혹시 제가 상의도 없이 은퇴를 발표해서 기분 나쁜 건 아니죠?”

데보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절대 아닙니다. 당신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기쁜 걸요.”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보던 둘은 가볍게 포옹하고 입을 맞췄다.





지티티의 은퇴에 행복한 둘이 있는가 하면, 분노한 사람도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분노한 것은 ‘달토끼’였다.


샤워하고 나오다가 뉴스를 통해 지티티의 은퇴를 알게 된 그는 벌거벗은 몸으로 포효하며 가구를 집어 던졌다. 그의 어깨와 허벅지에는 희미하고 가는 선이 둘려 있었는데, 그 선 아래의 팔다리는 그 선 위의 몸통과 색이 미묘하게 달랐다.

대충 걸쳐입은 그는 난장판이 된 집을 놔둔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티티와 연락할 방법을 알려주쇼!”

BT 사무국으로 달려간 달토끼가 다짜고짜 소리 질렀다.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보던 직원 중 하나가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 누군가를 불러왔다. 그가 씩씩대는 달토끼를 데리고 장소를 옮겼다.


“내가 지티티를 설득하겠소!”

달토끼의 목소리가 작은 사무실을 뒤흔들었다.


“우리도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우리라고 지티티가 은퇴하길 바라겠어요? 당신이 설득한다면 우리도 좋겠지만, 연락할 방법이 있어야 말이죠.”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썅, 매니저나 코치라도 있을 것 아니요?”

“훈련은 우리가 장소를 섭외해주면 그곳에서 혼자 했고, 경기 일정은 그와 직접 조율했어요.”

“그럼 연락처를 알 거 아니요?”

달토끼의 고함에 그가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지티티’라고 쓰인 명함에는 구형 통신번호가 적혀 있었다. 달토끼는 당장 뇌파 통신을 열어 연락했다.


사무실 한쪽에서 벨이 울렸다. 연락처를 줬던 남자가 일어나 책상에서 구형 통신기 하나를 가져왔다. 벨은 거기서 울리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줬던 지티티 전용 통신기였어요. 20년 된 거죠. 어제 텔레박스로 전송되어 왔더군요. 발신 위치는 부활센터 내 공용 텔레박스였으니 누가 보냈는지 확인하긴 어려워요.”


텔레박스는 소형 물건을 텔레포트 전송하는 기기였다. 텔레포트 기술은 무생물에만 적용할 수 있었고, 부피가 큰 물건은 경제성이 떨어져 잘 사용되지 않았다.

통신기를 만지작거리던 달토끼의 인상이 더 험악해지더니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깜짝 놀란 사무국 남자는 화들짝 뒤로 피했고, 자단목으로 된 테이블에 주먹보다 큰 구멍이 뚫렸다.


“그럼, 파이트 머니를 전송했던 계좌라도 있을 거 아니요?”

달토끼가 부서진 통신기를 털어버리며 말했다.


“모두 당신 다음 대전료에서 제할 줄 아세요!”

남자는 노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달토끼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좌나 알려달라고 재촉했다. 남자는 책상으로 돌아가 뭔가 메모지에 적어왔다.


“이걸로 찾을 수 있었다면 그 정체가 20년이나 감춰져 있었겠어요?”

남자가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됐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

달토끼가 거칠게 몸을 일으키며 나갔다. 남자는 부서진 테이블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달토끼는 지티티를 찾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인맥과 수단을 사용했다. 수십 명의 탐정이 지티티를 쫓았다. 언론까지도 그가 얼마나 열심히 지티티를 찾고 있는지 기사화했다.

데보라는 피곤해졌다. 기껏 정체를 감추고 은퇴를 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더 파장이 커지고 있었다. 유능한 탐정들은 고작 비밀계좌번호 하나로 근처까지 파고들어 왔다.

조심한다면 여전히 20년의 비밀이 드러날 리는 없었지만, 그렇게 조심하며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한 달 만에 지티티는 달토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센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을 보고 웃을 수 없었다.

주위의 시선을 돌리고 정체를 감추기 위해 착용한 것처럼 보이는 선글라스와 모자, 긴 코트는 오히려 수상해 보였다. 그럼에도 감출 수 없는 우람한 덩치는 그가 ‘달토끼’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 같았다.

그 무시무시한 인간이 우스운 꼴을 하고 나타났을 때, 센의 표정은 오히려 굳어버렸다. 대신 그 꼴을 본 데보라가 깔깔대며 웃었다. 무안해진 달토끼의 표정이 험악했지만, 데보라의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참을 웃은 그녀가 말했다.

“우스운 것들은 벗어버리고 어서 앉아 괴물토끼.”


센과 데보라를 번갈아 보던 그는 거대한 외투를 벗어 센에게 건네고 데보라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엉덩이에 깔린 작은 의자가 비명을 질렀다.

여전히 지티티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던 달토끼가 입을 열었다.


“설마…….”

“왜? 챔피언이 여자라 자존심 상해?”


“악!”

데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센이 비명을 질렀다. 달토끼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팔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만 한 팔뚝에 휩쓸리면 아무리 지티티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부릅뜬 센의 눈에 데보라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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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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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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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3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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