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조회수 :
2,379,067
추천수 :
59,962
글자수 :
1,084,750

작성
15.11.10 23:00
조회
17,706
추천
434
글자
8쪽

각오

DUMMY

그다음에 수레를 끌고 그대로 길을 재촉했다.

말을 하나 사고 싶지만, 그저 그런 말 한 마리의 가격이 무려 3백 골드나 한다.

돼지 한 마리 가격이 20골드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엄청난 가격이지만, 돼지 같은 것과 달리 말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서 그렇단다.

그래서 나는 수레를 끌고 길을 갔다. 시체를 조종해서 수레를 끌게 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랬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당장 흑마법사로 몰려 공적 취급을 받고 척살 당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옆 마을 펠텐으로 향했다.


***


“죽을 것 같군.”

하지만 덕분에 체력이나 힘 스탯이 더 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내 기분 탓인가? 아니, 뭐가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나.

“후욱! 후욱!”

짐수레를 끌고 무려 80킬로미터를 행군했다.

제길! 지금 시대는 군대를 강제로 가는 것도 아닌데 80킬로나 행군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체 조종을 쓸걸.”

누가 볼까 무서워서 안 썼는데, 길을 가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이럴 거면 진작 시체 조종을 쓸 것을.

제길! 명색이 네크로맨서, 마법사인데 매일 육체노동을 하게 만들다니. 뭐, 그건 어찌 되었든 좋아.

레나라는 여자 애가 있다는 그곳, ‘무기와 용기의 집’이라는 여관으로 가볼까.

“어이! 너 누구야?”

펠텐의 입구에서 경비로 보이는 자가 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페텐보다는 약간 낮은 목책이지만, 그래도 튼튼해 보였다.

“페텐에서 왔습니다. 의뢰죠.”

“의뢰? 용병인가?”

“그런 셈입니다.”

“하아! 너처럼 어린애도 용병인가? 알았다. 들어가라.”

경비의 말에 나는 인사를 한 후, 그대로 안으로 수레를 끌고 들어갔다.

“아, 저기, 여기에 ‘무기와 용기의 집’이라는 여관은 어느 쪽에 있나요?”

펠텐은 제법 큰 마을이다. 근처에 대규모 농지를 조성하고 있고, 인구도 8천이나 되는 마을이니까.

이 정도면 페텐에 비해 많이 크다. 그럼에도 수준은 페텐에 비할 수는 없다. 페텐은 직접적인 큰돈이 움직이는 몬스터 헌터의 마을이니까.

“중앙 광장의 맞은편에 있으니 찾기 쉬울 거다.”

“예, 감사합니다.”

경비병이 가르쳐 준 대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은 많이 늘어서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이 한가해 보였다.

이제 가을이니 아마 추수로 한창 바쁠 테지. 이번 밀농사는 잘되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무기와 용기의 집’을 찾아냈다.

상당히 큰 4층의 여관이었다. 약간 낡은 건물이었지만, 튼튼하게 지은 듯 보여 듬직한 인상을 주었다.

수레를 잠시 입구에 내려놓고 ‘무기와 용기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맥주 추가!”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 3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먹고 있었고, 여행자로 보이는 자들 세 무리 정도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라색 머리를 길게 길러서 뒤로 넘겨 깔끔히 묶은 소녀가 큰 맥주잔을 나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보고 밝게 말했다.

“어서 오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명랑하면서도 예쁜 목소리였다. 약간 허스키한 감이 섞여 있는 그 목소리는 꽤 듣기 좋았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상당히 미인에 속하는 소녀였다.

나이는 대충 열여섯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살짝 큰 눈에 보라색의 예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선은 갸름하고, 속눈썹이 길어 왠지 모르게 고운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피부도 이런 곳에서 일하는 아이답지 않게 상당히 곱고 뽀얀 하얀색이었다.

“어서 오게. 그래, 뭐가 필요한가?”

안으로 더 들어서니 근육질의 주인장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며 바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거 한델 조합장과 차이가 없을 정도의 근육이로군?

“일 때문에 왔습니다. 레나라는 소녀가 여기에서 숙식을 하며 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있습니까?”

나는 술을 나르고 있는 소녀가 레나라고 속으로 확신했지만, 일단은 물어보았다.

“응? 레나를 찾아왔나? 무슨 일이지?”

“의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달해야 할 것들이 조금 있어서요.”

“흠… 그래? 레나야!”

그의 외침에 술을 다 나른, 보라색 머리를 뒤로 묶은 예쁜 소녀가 바 쪽으로 다가왔다.

“예!”

“여기 이 청년이 너를 찾아왔다는구나.”

“저를요?”

그녀는 헤! 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몬스터 헌터인 스카 님의 따님인 레나 양 맞으십니까?”

최대한 담담하게,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예, 제가 레나인데요. 그런데 아빠의 이름을 어떻게?”

“스카 님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음… 여기는 장소가 마땅치 않군요. 이 여관 뒤쪽에 마당 같은 것이 있습니까?”

“예, 있어요.”

“그쪽으로 가죠. 전해드릴 게 꽤 되어서요.”

혹시 돈에 욕심을 부리는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그녀에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자고 제의했다.

“예,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사장인 근육질의 거한에게 무어라 말하고는 나를 데리고 여관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작은 연무장이 있었는데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아, 잠시만.”

나는 다시 여관 앞으로 가서 수레를 끌고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더기 가방에서 돈 자루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뭔가요?”

그녀는 기다란 궤짝을 보더니 얼굴이 살짝 굳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리고,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혼란스러움을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스카 님께서는 이번 의뢰에 실패하셨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돌아가셨고, 그 유언으로…….”

“거짓말…….”

그녀의 눈이 크게 떠지며 몸이 멈추었다. 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잠시 비틀거렸다.

괴로운 소식이다. 하지만 나는 전해주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조합장 역시 나에게 이 일을 맡겼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완수해야만 한다. 그게 내 각오이다.

“따님이신 레나 양에게 재산의 전부를 남기셨습니다. 일단 그것은 현금이며, 유품은 제 가방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멍하니 내 뒤에 있는 기다란 궤짝을 볼 뿐이었다.

“그리고 레나 양의 아버님이신 스카 님의 시신을 가져왔습니다.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말을 끝낸 순간 그녀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눈동자에는 혼란과 격동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이죠? 이건… 그래, 아빠의 장난이죠? 그런 거죠?”

그녀는 나에게 성큼 다가와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거짓말이라고 말해요! 거짓말… 장난이라고… 말하란 말이에요!”

격렬한 감정이 그녀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NPC일까? 이렇게 사실적이기 때문에 이 세계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문득 하늘을 보았다. 매가 창공을 날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레나 양.”

내 말에 레나는 움찔하며 나를 보았다.

“당신의 아버지인 스카 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프 크라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고블린 배틀 +8 15.11.19 15,047 366 6쪽
18 고블린 배틀 +5 15.11.18 15,234 375 7쪽
17 고블린 배틀 +6 15.11.17 15,605 386 6쪽
16 고블린 배틀 +5 15.11.16 16,578 400 8쪽
15 생각 +7 15.11.15 16,570 417 7쪽
14 생각 +7 15.11.14 16,750 417 6쪽
13 생각 +10 15.11.13 17,177 427 7쪽
12 생각 +9 15.11.12 17,453 440 8쪽
11 각오 +7 15.11.11 17,371 430 7쪽
» 각오 +8 15.11.10 17,707 434 8쪽
9 각오 +6 15.11.09 18,097 426 7쪽
8 각오 +10 15.11.08 19,230 472 6쪽
7 사람은 꿈을 꾸는가? +14 15.11.07 19,424 401 7쪽
6 사람은 꿈을 꾸는가? +8 15.11.06 21,082 482 7쪽
5 사람은 꿈을 꾸는가? +12 15.11.05 22,665 461 7쪽
4 게임 라이프 크라이 +9 15.11.05 25,041 506 11쪽
3 게임 라이프 크라이 +11 15.11.05 28,522 555 8쪽
2 게임 라이프 크라이 +13 15.11.05 41,465 668 9쪽
1 역사 +35 15.11.05 47,756 64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