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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벌건자두님의 서재입니다.

낭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싯벌건자두
작품등록일 :
2012.11.27 18:54
최근연재일 :
2013.11.11 23:53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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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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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7,642

작성
13.11.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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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위태로울 험(險) - 험로4

DUMMY

화산제자의 공격을 정신 없이 튕겨내는 와중에도 소호는 주위를 감싸는 기(氣)의 흐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진란공을 유동시키면 여지 없이 바람결 유기(流氣)의 흐름이 잡힐 듯 보이는 것이었다. 몽글거리는 봄 아지랑이처럼 곳곳을 메우며 떠다니는 기의 덩어리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차앗!”


계속하여 위력적인 검을 찔러대던 화산의 제자가 기세를 잡았다는 생각에 회심을 일격을 펼쳤다. 거센 바람과 함께 십여개의 매화송이를 그리며 쇄도하는 그의 검이 사뭇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검로(劍路) 앞으로 둥실대는 기의 흐름이 슬몃 스쳐 지나가니 이를 알리 없는 그의 검이 이에 가로 막히고, 한차례 기세를 잃는다. 기민한 소호는 그의 검이 유기에 막혀 잠시나마 기세를 잃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섬삭인을 그 유기의 흐름 위에 올려 놓고 힘껏 휘둘렀다.


-쇄쇄쇅!


한참이나 늦게 휘두른 소호의 칼이었건만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튀어 나갔다. 기의 흐름을 등에 업은 소호의 칼이 미끄러지듯 바람을 찢으며 그의 장검을 막아 들었다.


-채챙!


회심의 일격이 부질없이 막혀 버린 화산제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다음 공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소호가 든 섬삭인의 두 칼만을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그러나 번뜩이는 소호의 두 눈은 화산제자의 검이 아닌 주변 기(氣)의 흐름을 말없이 살필 뿐이었다.


둘의 검과 칼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대기의 파장을 따라 주위의 기(氣)가 작게 요동을 친다. 이에 잔잔하던 유기가 한차례 일렁이더니 급기야 큰 너울을 만들어냈다.


‘좋았어. 이거야.’


하릴없이 떠다니던 한덩어리 유기가 깜짝 놀란 듯 동그란 멤을 그리며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이 보였다. 소호는 지체없이 섬삭인의 재주를 부리며 이 유기를 따라 칼을 찔러 넣었다. 이상하리만치 빠른 소호의 칼날에 화산제자가 놀라 급히 물러서며 검으로 내리쳤다.


-챙!


부딪힌 검과 칼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대기가 비명을 지른다. 그 비명성을 따라 유기가 저멀리 퍼져 나가고, 다시 새로운 유기가 빈 곳으로 몰려 들었다. 소호의 칼이 이 유기를 놓치지 않고 따르며 매순간 매섭게 번뜩인다.


-쉭! 쉭! 쉬쉬쉭!

-채재채챙!!


계속하여 검과 칼이 맞부딪칠수록 주변 기의 파장이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왜곡되었고, 이를 따라 기의 흐름이 점점 더 영활해졌다.


“크으윽!”


화산제자의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가 켜켜이 쌓이고 있었지만 잔뜩 기세가 오른 소호의 섬삭인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섬삭인의 두 칼이 유기를 타고 하늘과 땅을 넘나들며 사방에서 찔러졌다. 나아가 소호의 여린 몸 역시도 유기를 타는 듯 그 움직임이 표홀하여 종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화산제자의 무릎이 굽어지며 서서히 무너졌다. 섬삭인의 두 칼에 허벅지와 두 종아리가 찔려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옆을 돌아보니 이봉과 양갱이 힘겹게 화산제자 둘을 상대하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이봉은 무식하게 큰 도끼로 제 작은 몸을 가리며 억지로 버티고 있었고, 양갱은 미친 듯이 휘두르는 창낭검의 재주에 의지해 가까스로 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소호의 몸이 풀쩍 날아오른 가운데 이봉이 상대하는 이를 향해 산탄의 열두 기주를 쏘아 보냈다. 기의 흐름이 옅은 곳만을 골라 쏟아진 산탄이었기에 더없이 쾌속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전신 곳곳에 박혀 들었다.


-퍼벅! 퍽! 퍽!


소호의 몸이 허공을 가르며 곁에 내려 섰건만 산탄을 뒤집어 쓴 화산제자는 이미 항거불능의 상태였다. 섬삭인의 두 칼이 재빠르게 그의 전신을 훑으며 수많은 칼침을 새겨 넣었다. 상대를 마주할수록 점점 더 주변의 기를 이용하는 요령이 느는 소호가 이번엔 양갱의 상대를 향해 몸을 재게 움직였다.


-파박! 팟! 팟!


바라보는 이의 두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소호의 두 칼은 이내 상대의 몸 십여 곳을 베어 놓고, 찢어 놓았다. 화산제자의 몸이 힘없이 무너지며 바닥 위로 널부러졌다.


두 칼을 고쳐 잡은 소호가 두 발로 굳게 땅을 딛고 서 발아래 무릎 꿇은 화산제자를 코끝 너머로 바라보니 그의 위풍이 사뭇 당당하여 바라보는 이들을 압도하였다.


“귀랑님!”

“귀랑님!”


소호의 주위로 이봉과 양갱이 급히 몰려 들었다. 잘려 나간 의복 사이로 보이는 깊은 상처와 함께 진득거리는 피를 뒤집어 쓴 몰골이었지만 목숨은 다들 잘 붙어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아~ 좋아. 난 괜찮아... 근데 둘 다 괜찮은거지?”


전혀 괜찮을리 없는 몰골임에도 둘의 고개가 무겁게 주억거려졌다. 이에 소호의 두 눈 역시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말없이 둘을 반겼다. 한편, 뒤켠에 물러나 노심초사하던 난영과 율란 역시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얼굴 위로 다시금 화색이 돌았다.


길게 숨을 내뱉으며 얼굴에 튄 핏물을 닦아내는 소호가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자색 운무에 휩싸인 주걸영의 모습이 보였다. 화산 패력검(覇力劍) 상기봉의 검이 바쁘게 하늘을 가르는 와중에도 주걸영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여유가 보여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자신과 주걸영 사이에 점점이 뿌려진 화산제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들 모두 전신의 상처를 부여 잡고 꿇어 앉아, 혹은 드러누워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비록 자신들을 노리던 화산제자들의 검은 막아 냈지만, 과연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씁쓸한 맘을 미뤄두고 고개를 든 소호가 눈으로 주걸영의 자색운무를 좇았다.


주걸영의 양 장(掌)이 고운 호선을 그리며 가슴팍으로 모아지자 대기 속 자색의 기운이 요동을 친다. 그리고 이를 따라 허공 속 그물들이 하나,둘 거듭 겹쳐져 포개어졌다. 이윽고 중첩된 그물들이 하나의 큰 면(面)을 이루니 상기봉의 검이 작게만 느껴졌다.


가슴에 모아졌던 주걸영의 양손이 유려한 선을 그리며 좌우로 교차되었다. 강인한 손마디 끝으로 실이 이어진 듯 자혼장의 그물이 허공 중에 춤을 추며 상기봉을 덮쳐 가니 순간 상기봉의 몸이 흠칫거린다. 상기봉이 내력을 잔뜩 돋운 장검에 의지해 이를 막아 보지만 중첩된 자색의 그물은 그 기세가 사그라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혼장의 현묘함에 넋을 잃은 주걸영이 속으로 지절대는 법문에 취해 몸을 반쯤 틀더니 구부린 두 무릎에 힘주며 서서히 일 장(掌)을 밀어냈다. 절대 위협적인 동작이 아니었건만, 그의 몸 안 자하신공은 이에 격하게 반응하더니 거센 와류를 밀어올려 그의 장심(掌心)을 타고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쇄쇄쇅!!!


거세디 거센 기운을 스스로도 이기지 못하는 듯 주걸영의 장력은 허공 중에서 그 몸을 구불대며 오로지 상기봉의 가슴 한점을 노리고 뿜어졌다.


상기봉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 떠졌다. 눈앞서 넘실대는 그물도 막기 힘든 처지인데 그 뒤로 무시무시한 장력이 뿜여져 나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온전한 와류를 이루어 낸 장력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위력이었다.


“이 호로자식! 멈추거라!!”


보다못한 연진옥이 하늘로 뛰어올라 검을 거푸 찔러 들어왔다. 연진옥이 떨쳐낸 검에서 강맹한 기운이 일더니 주걸영의 장력을 중간에서 쳐나갔다.


-팟파바바바팟!!!


기(氣)와 기(氣)의 충돌이 아화루 후원을 가득 매웠다.


-쿠쿠쿵! 쿵! 쿵!


진로가 틀어진 장력이 후원의 담장에 박혀들며 큰 소리와 함께 담장을 부숴 버리는데 지나가던 행인 하나가 난데없는 광경에 놀라 펄쩍거리며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바닥에 내려 선 연진옥은 손아귀의 저린 아픔도 잊은 채 사방으로 검을 쳐내며 상기봉과 함께 허공 중의 그물을 모조리 찢어 놓았다. 밤하늘 속 분분히 사라지는 그물을 뒤로 한 연진옥과 상기봉의 눈이 치미는 분노로 번뜩였다. 후학(後學)의 장력을 둘이 가까스로 막은 수치심도 함께였다.


“흥! 네 녀석이 이처럼 독한 마음으로 제 사숙을 죽여 없앨 마음을 먹고 있었다니! 좋은 소리로 설득하려 나선 내가 다 민망스럽구나.”


“사저! 그렇소이다. 저 어린 놈이 이런 악랄한 마음을 품고... 더군다나 일년간 어디서 귀신무리들과 어울려 사술을 익힌 것이 분명하니...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사문에 화를 끼칠 놈이외다.”


자혼장의 경지에 빠져 부지(不知)간에 장력을 쏟아내긴 했으나 이를 두고 자신의 진심마저 왜곡하는 둘을 대하려니 새삼스러운 서러움이 일었다. 이십년을 보아 온 사이인데 한낱 삼일간의 일들로, 그나마 이 마저도 남의 입을 통해 전해듣고는 자신을 더러운 쥐새끼 보듯이 하고 있었다.


상기봉이 그 실팍한 가슴을 내밀며 말을 잇는다.


“사저! 이미 장문의 입에서 주살(誅殺)의 명이 떨어진 마당에 둘이 상대함을 머뭇거릴 계제가 아니오. 사문의 반도가 위기를 벗어나 세를 불리기 전에 마땅히 쳐없애야 합니다. 그러니 잔정일랑 접어야 할게요.”


우직하기 이를데 없어 어찌 보면 더없이 사람 좋을 상기봉이었으나, 곽회의 꼬드기는 말에 껌뻑 넘어가 있는 지금의 그는 세상 누구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올려 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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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위태로울 험(險) - 험로3 +2 13.09.24 2,915 31 10쪽
52 위태로울 험(險) - 험로2 +3 13.09.12 3,776 26 13쪽
51 위태로울 험(險) - 험로1 +8 13.09.02 2,980 27 9쪽
50 묶을 연(緣) - 인연4 +3 13.08.28 5,467 39 7쪽
49 묶을 연(緣) - 인연3 +2 13.08.21 5,054 39 17쪽
48 묶을 연(緣) - 인연2 +3 13.08.19 3,498 37 9쪽
47 묶을 연(緣) - 인연1 +3 13.08.16 4,544 40 6쪽
46 부딪칠 격(激) - 격돌7 +2 13.08.12 3,986 33 17쪽
45 부딪칠 격(激) - 격돌6 +2 13.08.05 4,909 30 15쪽
44 부딪칠 격(激) - 격돌5 +3 13.08.02 2,481 30 14쪽
43 부딪칠 격(激) - 격돌4 +1 13.08.01 1,928 33 6쪽
42 부딪칠 격(激) - 격돌3 +2 13.07.30 2,243 36 8쪽
41 부딪칠 격(激) - 격돌2 +3 13.07.27 2,353 43 10쪽
40 부딪칠 격(激) - 격돌1 +3 13.07.26 2,243 34 7쪽
39 달라붙을 부(附) - 부록3 +3 13.07.25 2,572 27 10쪽
38 달라붙을 부(附) - 부록 2 +4 13.01.22 2,587 32 11쪽
37 달라붙을 부(附) - 부록 1 +6 13.01.21 4,280 34 9쪽
36 붉을 적(赤) - 수라적천 6 +3 13.01.19 3,125 38 7쪽
35 붉을 적(赤) - 수라적천 5 +3 13.01.18 3,685 36 8쪽
34 붉을 적(赤) - 수라적천 4 +3 13.01.17 2,509 41 7쪽
33 붉을 적(赤) - 수라적천 3 +4 13.01.16 4,000 39 7쪽
32 붉을 적(赤) - 수라적천 2 +7 13.01.15 3,366 52 7쪽
31 붉을 적(赤) - 수라적천 +4 13.01.14 4,381 47 7쪽
30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3 +6 13.01.12 3,375 56 9쪽
29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2 +5 13.01.11 4,229 56 10쪽
28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1 +3 13.01.10 3,383 54 13쪽
27 싸울 전(戰) - 흑갈대전 4 +6 12.12.29 5,825 55 13쪽
26 싸울 전(戰) - 흑갈대전 3 +4 12.12.29 4,678 6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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