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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벌건자두님의 서재입니다.

낭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싯벌건자두
작품등록일 :
2012.11.27 18:54
최근연재일 :
2013.11.11 23:53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05,403
추천수 :
2,469
글자수 :
237,642

작성
13.01.18 23:30
조회
3,684
추천
36
글자
8쪽

붉을 적(赤) - 수라적천 5

DUMMY

공섭의 거처를 나선 셋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염환의 눈매가 매섭게 변하였다.


“담이!!”


손담의 이름을 짧게 외쳐 부른 염환이 갑자기 검을 빼어들고 손담의 어깨어림을 찔러 들었다. 기(氣)가 충만하여 가만히 있다가는 어깨가 잘려나갈 판이었다.


“헙!!”


다급해진 손담이 한쪽 어깨를 비틀어 흘리고 동시에 한손으로 스치는 검날을 튕겼다.


“팅!!”


하지만 이미 염환의 검이 스치고 지난 후라 어깨에는 검붉은 선혈 자국이 선명하였다.

검을 회수한 염환은 멈추지 않고 손을 놀려 손담의 상반신을 계속해서 찔러 들어갔다.


염환의 느닷없는 출수에 손담이 쩔쩔매는 모습을 전풍이 여유로이 지켜 보았다. 염환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이 나서서 손담의 경지를 시험했을 터였다. 중원에서 오랜 동안 생활한 전풍은 중원의 무공이 결코 일족의 주술보다 못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자만심으로 덤비기엔 만만치 않은 것이 중원이었다.


“쉬쉬쉭!!!”


얕고 깊게, 가볍고도 무겁게 쑤셔지는 염환의 검이 계속해서 손담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손담은 아랫입술을 힘주어 깨물어 입안 가득 진득한 핏물을 머금음과 동시에 자신의 요력(妖力)을 끌어 올려 허공에 대고 밀법의 주문을 휘갈겼다. 그리고 머금고 있던 피를 문양을 향해 뿜어내자 문양은 번쩍이는 붉은 빛을 발하며 손담의 몸에 스며들더니 주위로 요사스런 핏빛 안개를 만들어냈다.


“마라마라불!”


한마디 주문과 함께 요기(妖氣)로 가득해진 손담의 몸이 전에 없던 신속(迅速)을 보였다. 더불어 붉어진 그의 맨손이 여린 살갗으로써 염환의 검날을 일일이 막아 내는데 터럭만큼의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카카카캉!!!”


염환의 우윳빛 내기(內氣)와 손담의 붉은 요기(妖氣)가 맞부딪히며 둘 주위로 무수히 많은 불똥을 만들어 냈다. 휘황한 광경에 수라들이 하나둘 모여 들더니 이내 괴성(怪聲)을 발하며 둘을 응원하였다.


손담의 절기를 이끌어내 듯 차례차례 이어지는 염환의 검은 간혹 손담의 살갗에 스치기도 하였으나 그때마다 안개에 싸인 핏빛 몸이 쇳소리를 내며 그의 검을 튕겨 내었다.


“카카카! 그래.. 인석! 등갑(璒甲)의 경지만은 그런대로 괜찮구나.”


뒤로 훌쩍 몸을 날려 검을 물린 염환이 둘의 간격을 벌려 자세를 고쳐 잡더니 자신의 막대한 내기를 검에 주입하였다.


“자! 그럼 이번엔 네 놈의 초혼(招魂)을 한번 보자꾸나.”


스멀거리는 우윳빛 기운이 염환의 검에 서리고 있었다.


이를 본 손담이 손톱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가로로 길게 그었다. 그러자 진득한 피가 흥건하게 가슴을 타고 흘러 내려 손담의 몸을 감싸고 있던 혈무(血霧)에 더해졌다. 기묘한 모양으로 깍지 껴진 손을 들어 이마에 댄 손담이 입을 벌리니 음산한 주문(呪文)이 토해졌다.


“미리마라 힛소닌 산낫바라..... 呪呪呪呪呪呪呪”


귀기(鬼氣) 어린 달빛 아래 핏물에 둘러 싸인 손담의 주위로 알 수 없는 기운이 스멀거리며 일어나,

핏빛 탁기(濁氣)를 이루어 그의 몸 곁으로 흐물거리며 스미니,

양팔과 목언저리의 힘줄이 터질 듯 부풀어 도드라졌다.

이와 함께 손담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이윽고 마주선 염환이 검을 치켜 들어 허공을 종횡으로 가르며 달겨 드는데 검 주위로 짙은 우윳빛이 가득하였다.


“차압!!!!”

“콰아아악!!”


폭사하는 우윳빛 검광이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손담도 두 무릎을 구부리고 한쪽 어깨를 내리뜨려 양손을 앞으로 밀어내니 그의 벌건 요력(妖力) 또한 염환을 향했다.


“파바바바박!!”


손담의 몸 주위를 떠돌던 탁기(濁氣)들이 염환의 우윳빛 검광 속으로 사그러 들었다.

자욱한 핏빛 안개를 뚫고 지척에 이른 우윳빛 검광이 손담의 양손에 깃든 요력(妖力)과 충동하였다.

인간의 내기(內氣)와 혼백의 요기(妖氣)가 맞닥뜨려져 서로를 할퀴었다.

“크으으!”


붉은 요기(妖氣)를 물리친 염환의 내기가 손담의 온몸을 휘감아 돌고, 곁에 있던 탁한 핏빛 요기가 비명성과 함께 흩어졌다.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물러난 손담이 염환을 향해 크게 고개를 조아렸다.


“인정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염환이 검을 수발하여 손담의 곁에 섰다.


“클클... 감사는 무슨! 지금 네가 초혼(招魂)으로 부린 것이 다섯 혼백이었더냐?”


“예! 어르신. 양손엔 적발귀(赤髮鬼)를... 가슴과 배엔 등갑귀(璒甲鬼)를... 그리고 몸 주위로 적염귀(赤髥鬼)를 불러 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다섯을 불러 부렸으니 그 경지가 예사가 아니구나. 다만 네가 불러 온 놈들이 신통치 않았음이다.”


“부끄럽게도... 아직 대력천(大力天)의 혼백에는 부름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흐음... 천음(天陰)은?”


“이제 막 동녀(童女) 열둘을 취했습니다.”


“그래? 괜찮구나. 나쁘지 않아. 열둘을 취하고 지금의 경지라...”


주위에 둘러선 수라들을 훑어 본 염환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등갑(璒甲)의 경지만을 가지고 중원의 무인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내가 보내 주는 무예들은 잘들 익히고 있는 것이냐?”


“예! 어르신. 멱수라(冪修羅) 아이들은 소천검(燒天劍)을, 등갑(璒甲)의 수라들은 연폭(連爆)을 익히게 하고... 적발의 경지에 이른 이들은 알아서 고른 비급을 익히고 있습니다.”


염환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우리 수라천의 밀법이야말로 고금 내 최강이지만... 천음의 동녀를 필요로 하기에 많은 수의 수라들이 동시에 경지에 이르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만방자한 한족(漢族)의 것들을 깨부수는 데에는 그들의 무예 또한 필요할 것이다.”


주위에 선 수라들의 고개가 공손히 숙여졌다.


“담이는 함께 갈 쉰명의 수라를 뽑아 중원의 복색을 하게하여 내일 아침 일찍 내게 오거라. 달리 일전을 펼치러 가는 것이 아니니... 다만 요기를 잘 부리는 아이들로 가려 뽑아도록 하고...”


문신으로 덮여진 소담의 얼굴이 땅을 향했다.


“예! 어르신. 내일 아침 일찍 찾아 뵙겠습니다.”


수라밀법(修羅密法)의 연성을 위해서는 많은 수의 천음이 필요했다. 천존의 대법 완성에 바쳐진 동녀만 삼백 수십이었고, 수라천 전체 수라의 수련을 위해 십년의 기간동안 일천이 넘는 동녀가 제물로써 바쳐졌다. 이를 위해 염환과 전풍은 중원의 흑도 무리들을 비밀리에 휘하에 두고 이들로 하여금 이 일을 맡도록 하였다.


다음 날, 염환과 전풍이 머무는 모옥의 앞으로 손담을 앞장 세운 쉰명의 수라들이 나타났다.


“어르신. 저를 비롯한 적발수라 여섯에, 등갑수라 열다섯, 그리고 나머지는 멱수라의 아이들로 추렸습니다. 아이들의 성취가 높지 않으나 한족(漢族)에 섞일 아이들이기에 문신이 없는 아이들로 골랐습니다만...”


염환이 보아하니 그의 말대로 얼굴에 문신을 보이는 자는 열이 넘지 않았고 나머지는 한족의 복식에 따르니 한족과 큰 다름이 없었다.


수라천 일족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수라의 술법을 연성하는데 이 중 열다섯살이 된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성인식을 치루고 멱수라(冪修羅)로서 수라의 명부(名簿)에 이름을 올린다. 이후 등갑(璒甲)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양팔과 등에 문신을 하게 되고, 비로소 적발수라가 되어서야 얼굴과 목에 수라밀법의 고대 주술을 새길 수 있었다.


“잘했다. 나가서 저들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니 그만하면 됐다. 그리고... 모두 초혼(招魂)이 가능한 아이들이더냐?”


“예. 하나 이상의 혼백을 불러 다스릴 줄 아는 아이들 중에서 가려 뽑은 아이들입니다.”


“흐음... 그래... 그만하면 되겠구나.”


염환과 전풍의 인솔하에 쉰하나의 수라들이 일족의 배웅을 뒤로 하고 중원으로 향하였다.





작가의말

“미리마라 힛소닌 산낫바라.... 呪呪呪呪呪呪呪”

.

.

.

.

ㅋㅋㅋ 어쩔거야?

 

기연을 얻고자 산으로 가는 글을 가만히 냅두고 있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배꼽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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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달라붙을 부(附) - 부록 2 +4 13.01.22 2,587 32 11쪽
37 달라붙을 부(附) - 부록 1 +6 13.01.21 4,280 34 9쪽
36 붉을 적(赤) - 수라적천 6 +3 13.01.19 3,125 38 7쪽
» 붉을 적(赤) - 수라적천 5 +3 13.01.18 3,685 36 8쪽
34 붉을 적(赤) - 수라적천 4 +3 13.01.17 2,509 41 7쪽
33 붉을 적(赤) - 수라적천 3 +4 13.01.16 4,000 39 7쪽
32 붉을 적(赤) - 수라적천 2 +7 13.01.15 3,366 52 7쪽
31 붉을 적(赤) - 수라적천 +4 13.01.14 4,381 47 7쪽
30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3 +6 13.01.12 3,375 56 9쪽
29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2 +5 13.01.11 4,229 56 10쪽
28 한가할 한(閑) - 전후한담 1 +3 13.01.10 3,383 54 13쪽
27 싸울 전(戰) - 흑갈대전 4 +6 12.12.29 5,825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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