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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벌건자두님의 서재입니다.

낭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싯벌건자두
작품등록일 :
2012.11.27 18:54
최근연재일 :
2013.11.11 23:53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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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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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9
글자수 :
237,642

작성
13.08.1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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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7쪽

부딪칠 격(激) - 격돌7

DUMMY

마음을 다잡은 곽회가 턱 끝을 치켜 올려 주걸영을 쏘아 보았다. 주름져 노회한 곽회의 눈 속엔 젊은 시절 광명정대하던 대협의 풍모는 오간데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보신(保身)을 탐하는 노인네의 조바심만이 남아 있었다.

뒤를 이어 그의 카랑거리는 목소리가 장내 가득 울려 퍼졌다.


“송(宋) 건흥(乾興) 3년 오월 신묘(辛卯)일! 대화산 장로 자혼장(紫魂掌) 곽회! 손바닥만한 마음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여, 이에 검을 들어 윗사람들을 능멸하여 몸을 상케한 주걸영을 대화산의 적(籍)에서 그 이름을 지우니 이는 바로 사문의 반도(叛徒)와 다름이 없도다. 화산의 반도 주걸영! 네 놈의 목을 내 손으로 직접 베어 위로는 조사님 뵐 낯을, 그리고 아래로는 화산문도의 계율을 정(定)히 하도록 하겠다.”


이를 조용히 듣던 주걸영의 가슴팍이 심하게 요동치며 비분한 맘에 억장이 터질 것 같았다. 단지 그네들의 하고자 하는 바를 막아선다는 이유로 자신을 사문의 반도로 몰고 있었다.


“곽사숙! 장문자리에 미련이 남아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전 종리사형이 작은 알선방을 도륙내는 것을 막고자... 무고한 이들의 피해를 막고자 하려 함입니다.”


“닥쳐라. 이놈! 종리지가 간악한 알선방을 벌하고 세울 공이 탐난 것 아니더냐? 네 놈이야말로 일찍이 장문 자리에 내정된 후 어린 사제들을 모아 놓고 무어라 했더냐? 화산 인근의 무고한 작은 방회를 때려 눕혀 네 힘을 자랑하려 하지 않았더냐?


“그건...”


주걸영의 말문이 순간 막혔다. 분명 그에게도 화산의 힘을 자랑하고자 안달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이제 와서는 종리지가 의협의 마음씨로 나선 길을 막고 섰으니 너야말로 천하 만민의 해가 될 놈이로구나.”


알선방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이 주된 논쟁의 거리였건만 노회한 여우 곽회는 교묘하게 논지를 흐려 화산 제자들의 분별을 흐리게 하고 있었다.


“사숙님. 그것이 아니오라...”


“되었다. 이 사문의 반도야!”


주걸영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하자 곽회는 더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양 손을 휘둘러 벼락같은 장력을 뿜어냈다.


파바바바박!!!!!


장포가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곽회의 웅혼한 내력으로 충만한 장력이 하늘과 땅에서 쏟아지며 주걸영의 몸을 휘감아 들었다. 검상(劍傷) 입은 허리를 곧추세운 주걸영이 정면을 향해 연화검의 일초를 뿌려가며 힘들게 곽회의 장력을 파(破)해 나갔다. 하지만 연신 뒷걸음을 치는 것이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세 사형들을 상대하며 입은 크고 상처와 함께 연거푸 펼친 자엄처처(紫渰萋萋)와 자선와강(紫旋渦剛)으로 심력과 내력의 소모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군다나 진열의 검이 베고 지나간 옆구리에서는 흘러 내리는 핏물만큼이나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더욱이 앞에 선 곽회의 장력은 화산의 장로라는 위명에 걸맞게 내치는 일장마다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카캉카카캉! 캉!


“으으으으윽!”


검과 장이 부딪힐 때마다 장력이 지닌 위력이 고스란히 주걸영의 손목을 타고 전해지며 그의 몸 안으로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곽회의 무공은 과거 주걸영과 일전을 벌였던 묘간검옹보다 앞서는 경지로 진열의 검에 입은 부상이 아니더라도 주걸영이 쉬이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검이 부리는 변화의 묘를 이용해 힘들게 버텨나갈 뿐이었다.

주걸영이 어렵사리 곽회의 장력을 막으며 비틀거리는 사이 곽회의 일장(一掌)이 다시 주걸영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곽희의 별호는 자혼장(紫魂掌)으로 천하제일의 검술을 자랑하는 화산에서 흔치 않은 장법(掌法)의 대가였다. 그가 익힌 자혼십이장(紫魂十二掌)은 화산매화검법의 정수를 그대로 장법에 옮긴 것으로 역대 화산 명숙 중 이에 대한 제일 높은 경지를 지닌 이가 바로 자혼장 곽회였다.


곽회의 자혼장이 사방 여덟 개의 방위를 점하며 현란한 변화와 함께 주걸영의 전신 요혈을 노렸다. 자줏빛 아지랑이에 감싸인 그의 좌우 양장(兩掌)이 부리는 변화의 위력은 달리 검이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급히 옆구리의 혈(穴)을 짚어 피를 멈추게 한 주걸영이 검을 들어올려 마주한 곽회의 장력을 상대해 나갔다. 주걸영도 이미 자혼장의 위력과, 그리고 사숙의 자혼장에 대한 경지를 잘 알고 있었다. 매화검법의 현란함에 뒤지지 않는 변화를 품은 저 사숙의 자혼장을 내력이 뒤지는 주걸영이 막을 방법은 오로지 그의 장법이 한껏 변화하기 전에 최대한 앞서 저지하는 것이었다.

수세에 처한 주걸영이 한모금 진기와 함께 오히려 발을 앞으로 딛으며 곽회의 장력 안에 거침없이 검을 집어 넣어 매화검의 변화를 극성으로 끌어 냈다.


파바바바박! 팍! 파팍!


곽회의 양장(兩掌)이 일순 뿌려지고, 순간 흘려지고, 돌연 내쳐지니 그 변화를 종잡을 길이 없었다. 이에 맞서는 주걸영은 자혼장의 변화를 업박하려 들지 않으며 그 변화의 흐름에 따라 때론 뒤로 굽혔다가, 때론 앞으로 나서며 오로지 이에 순응하도록 애를 썼다.


‘상하가 서로 따르고, 굽히는 것이 곧 피는 것이다.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니 또한 밀리지도 않는다!’


그가 얻은 일년 간의 깨달음이 머릿속에서 고요하게 맴돌았다.


장(掌)이든 검(劍)이든 그것이 지니는 변화의 묘리(妙理)에 대한 이해는 화산의 어느 역대 고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천하기재 주걸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곽회의 일장(一掌), 일장은 주걸영의 검 앞에서 그 변화의 묘를 채 부리기도 전에 번번이 허공 중에 흩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주걸영의 내력이 곽회에 미치지 못하는지라 둘 간의 공방이 거듭될수록 주걸영에게 쌓이고 있는 충격은 적지 않아 바야흐로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혼장의 진정한 위력은 상대에게 파(波)해진 장력일지라도 그대로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상대와 맞부딪혀 이미 깨어진 장력이건만 그 후에도 여전히 대기 중에서 흩어지지 않고 남아서 상대를 옭아매는 그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방(攻防)이 거듭될수록 주위로 가득해지는 자색그물 속에서 상대는 제 기력을 쇠진하다가 끝내 명(命)을 다하는 것이었다.


주걸영의 장검에 부딪힌 곽회의 장력이 허공 중에 부서질 때마다 가는 자색 실을 뽑아내고는, 그 실로써 주걸영의 사위를 가득 메우는 그물을 만들고 있었다. 공방을 거듭할수록 그 그물은 더없이 억세고 성한 모습이 되어 주걸여의 전신을 내리 누르고 있어 점차 주걸영의 검이 지니는 영활함을 갉아 먹고 있었다. 내력이 달리는 그인지라 곽회를 상대하는 와중에 주위의 그물을 걷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크극!!!! 자혼장의 영향으로 점점 운신이 맘 같지 않다. 이대로라면 그물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죽어갈 뿐이다. 방도는...


이미 사태의 추이는 흉하기 그지 없어 애초에 마음 먹었듯이 저들을 설득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저 이 자리를 몸 성히 벗어나기만 바랄 뿐이었지만 독을 품고 앞을 막아선 곽회로 인해 이마저도 힘들게 여겨졌다. 묘간검옹과의 일전에서도 뼈저리게 느꼈었던 내력의 부족이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적으로 몸을 빼내기로 마음먹은 주걸영은 손목을 크게 연거푸 털어내어 곽회의 장력(掌力)을 밀어냈다. 몸을 둘러싼 자혼장의 그물이 자신의 의지와 몸을 잡아 끄는 와중에도 힘을 짜내어 어렵사리 화악십팔검(華岳十八劍)의 유장궁자(猶張弓子)를 펼쳐냈다.

이윽고 혼신의 공력이 담긴 일검이 펼쳐졌고 이는 주걸영으로서도 뒤를 기약할 수 없는 모험과도 같은 일격이었다.


한껏 당겨진 활이 쏘아내는 살(虄)과 같은 자줏빛 화살이 엄청난 기세를 품고 곽회를 향해 쏘아졌다.


슈슈슛슉!


“허엇!! 좋구나..!”


강맹한 내기를 담은 화살덩어리의 정체를 알아챈 곽회는 진중한 태도가 되어 자혼장의 변화를 거푸 펼쳐내며 쏘아져 오는 살을 잘게 분(分)하여 쇄(碎)하는데, 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자색 화살이 연이어 달겨드니 이는 도합 네 개에 이르렀다.


장락노가 남긴 화악십팔검의 비급에 따르면 유장궁자(猶張弓子)는 한껏 눌러 놓은 내기를 극(極)한 쾌(快)의 수법으로 도합 여덟 발을 쏘아내 상대의 팔방(八方)을 노리는 것인데 주걸영의 내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지라 쏘아낼 수 있는 살은 네발이 한계였다. 하지만 이 네 발의 살은 곽회의 사방을 점하고 쇄도하니 곽회로서도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파밧파파파팟!


곽회의 몸이 허공으로 뛰어 올라 팽이처럼 돌며 어렵사리 네 개의 살을 막아내는데 어찌나 움직임이 표홀하고 신속한지 이를 쫓는 뭇 제자들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곽회가 유장궁자의 살(虄)들을 하나하나 쇄(碎)하며 마지막 살에 맞서 이를 떨구려는 순간이었다.


“허억!!!”


곽회의 눈이 놀람으로 치켜 떠졌다.

유장궁자의 마지막 살 하나가 살아있는듯 꿈틀대더니 곽회의 장(掌)에 반하여 미끄러지듯 자색 그물을 피해 그의 가슴팍을 노리는 것이었다.


파박!


“큭!”


백전노장의 곽회가 다급하게 양손을 떨쳐내어 다시금 자혼장의 그물을 만들었지만 유장궁자의 마지막 살은 여기서도 작은 원을 그리며 한번 더 변화를 부리더니 종내에는 그의 옆구리에 가서 꽂히고 말았다.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곽회의 눈에 크게 할퀴어져 나간 자신의 옆구리가 보였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그곳엔 파놓은 땅에서 샘이 솟듯 일정한 박자에 맞춰 피가 꿀럭거리며 솟아나고 있었다.


패어져 나간 살덩이만큼이나 자존심이 상했다. 검으로는 화산 최고가 될 수 없었기에 택한 장(掌)이었다. 그런 자혼장이 어린 사질의 검에 어이없이 뚫려 버리고만 것이다.

곽회가 두 눈을 가늘게 모아 앞을 보니, 부들거리는 주걸영의 힘풀린 다리가 보였다. 동시에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힘들게 검을 쥔 모습을 보니 아까의 일격에 저놈이 지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은 모양이었다.


순간 곽회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개인의 부귀와 영화가 아니었다. 화산이 지니고 있는 이 순수하고도 무시무시한 강함의 표출. 그 한가지였다. 우후죽순처럼 피고 지는 강호의 무수한 문파와 방회에 맞서 화산의 절대적인 무위(武威)를 선보임으로써 천년 넘게 지속될 화산의 영광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것이 그의 순수한 바램이었다. 이를 위해 소인배의 꼬임에도 짐짓 모르는 척 여기에 이르렀건만, 자신을 막아서는 화산의 어린 제자에게서 자신을 뛰어 넘는 화산의 강함을 보게 되었다. 그의 눈 앞서 벌건 숨을 이어가고 있는 주걸영이라면 천년 화산의 위세도 요원한 일만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곽회에게 있어 주걸영은 자신의 자혼장을 깨뜨린 천둥벌거숭이일뿐이었다. 어렵사리 이룬 자혼장의 경지를 이처럼 맥없이 잃을 수는 없었다. 다시금 그의 두 눈으로 시기의 빛이 스미어 들더니 그나마 보이던 한줄기 의기(義氣) 마저 가려 버렸다.


“이놈! 네 놈이 죽기 전에 발악을 하는구나. 나의 장(掌)을 뚫은 너의 일검은... 화악검의 성취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만... 화산의 장문자리를 탐하는 너의 욕심도 오늘 이 자리에서가 마지막일 듯 싶구나.”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짙게 모아진 회색 눈썹이 바르르 떨리며 곽회의 양 손으로 엄청난 자색 기운이 피어나고 있었다. 화산장로 곽회가 필생의 공력을 양 장에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주걸영으로서는 끝이 보이는 듯했다. 더불어 전신을 물어 뜯는 고통에 맞서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 치잇!! 이 마저도 곽사숙을...


고통으로 한껏 찌푸려진 주걸영의 눈에서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고 그런 그를 향해 곽회의 걸음이 천천히 옮겨졌다. 이미 주걸영을 죽여 입을 막을 작정을 한 곽회인지라 지릿거리는 손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날아 올라 양장(兩掌)을 칼과 같이 만들어 주걸영의 전신을 찔러 나갔다.


슈슈슛슉!

파밧! 파박! 팟!


처음 두개로 시작한 자혼장의 변화는 곧 네개로 늘더니 이내 열여섯개까지 이어지며 순서에 구애없이 서로 중첩(重疊)되어 주걸영의 사위(四圍)를 둘러 싸고 퍼부어지고 있었다. 곽회의 장법이 열여섯개로 변화하기 전에 그 기세를 막지 못한 것은 내력이 불순해진 주걸영의 확실한 실수였다. 장법이 그 변화의 묘를 다하기 전에 오히려 이를 능가하는 변화로 막아서야 하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탓에 이 틈을 놓쳤고 결국 자혼장의 변화가 극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크윽!”


곽회의 열여섯 장(掌)은 때론 날카로운 검이 되어, 때론 봉(棒)이 되어 그리고 때론 권(拳)이 되어 주걸영의 몸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뒤늦게 검을 들어 곽회의 장을 막는 주걸영의 검을 피해 그의 대여섯 장이 주걸영의 몸 이곳저곳을 할퀴고 때려 나갔다.

주걸영의 장포는 여기저기 헤어지고 뜯겨진 상태가 되어 그 안으로 선홍빛 핏물이 번져 나갔다. 뿐만 아니라 자혼장에 실린 곽회의 공력 역시 적지 않아 주걸영은 심한 내상을 입게 되어 입가로도 피가 번지고 있었다.


주걸영은 막연히 곽회의 실력을 예전의 묘간검옹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제 실제로 손을 나누어 보니 그의 진정한 실력은 묘간검옹의 그것보다 앞서 있었다. 묘간검옹에게도 죽을 고비를 넘긴 주걸영이었는데 이보다 더한 곽회를 눈 앞에 상대로 두고 있었으니 오늘 정말로 그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곽사숙이 펼치는 장법은 내 검의 변화로 능히 막을 수 있겠으나.... 역시 내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니 분명 이로써 한계에 이르는구나. 만약 오늘의 위기만 벗어난다면, 난영이 내 등골을 빼먹든 말든, 색결의 수련에 온 힘을 다하리라.


분명 지난 시간 아화루에서 했던 난영과의 색결수련은 그의 내력을 상당히 진전시켜 주었지만 자신보다 삼십년이나 더 살아온 곽회가 지닌 막대한 내력을 맞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과연 화산의 장로라는 신분이 지니는 무공의 깊이는 함부로 재단할 것이 아니었다.

주걸영에게 아주 잠깐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고 곽회의 자혼장이 재차 파고 들었다.


채챙! 쨍! 파밧! 챙!


“크윽!!!”


좀 전의 실수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주걸영은 다시금 시작되는 곽회의 공격에 들끓는 내식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막아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내식의 받침이 원활치 못한 주걸영의 검막을 뚫은 곽회의 자혼장이 큰 자줏빛 덩어리를 만들어내며 주걸영의 가슴팍에 흉하게 꽂혀졌다.


퍼억!


“커억!”


그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며 오륙장 뒤로 날며 보기 흉하게 나동그라 졌다.

이미 검은 주걸영의 손을 떠나 저 멀리로 튕겨 나가 있었고, 땅 위에 널부러져 눈도 뜨지 못하고 가늘게 숨만 이어가는 주걸영의 곁으로 곽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곽회가 밟는 걸음걸이에 맞춰 건조한 발자국 소리가 이어지더니 이내 멈춰지고 곽회는 내리 깐 눈으로 바닥의 주걸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느새 곽회의 손엔 화산의 제자에게서 건내 받은 한자루의 장검이 들려 있었다.


“너의 진전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너의 나이에 이만한 진전을 이룬 화산의 제자는 일찍이 없었거늘... 믿기지 않는 일이다만... 그래도 너와는 나의 꿈을 할 수가 없겠구나..”


화산의 제자들이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멀찌기 서있는 상황에서 곽회는 자신의 짧은 속내를 조용히 밝혔다. 곽회의 건조한 목소리에 반응하듯 주걸영의 눈이 힘없이 떠졌다.


“컥!! 곽사숙! 무엇을 위한 꿈이고 뭘 바란 욕심이란 말이오? 헉헉!! 하루에도 피고지는 영웅이 셀 수 없이 넘쳐나는 것이 바로 강호이고.. 무림인데.. 무고한 방회를 때려잡아 이름을 날리는 것이 과연 중요한 것이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선다면... 쿨럭!쿨럭! 누군가에 의해 끌려 내려올 일만 남은 것을..”


“흥! 닥치거라. 자고로 검을 들어 검으로 사는 자들이라면 의당 천하제일을 노리는 법! 머물러 있는다고 당연히 그 자리에 언제까지고 머물줄 아느냐? 발을 들어 앞으로 딛지 않으면 뒤쳐질 뿐이다. 알겠느냐? 나아가지 못하면 머물수도 없는 것이다... 가거라!”


퍼렇게 날이 선 장검이 올려지며 그 날카로운 끝이 무심히 주걸영의 목을 향했다.


"그래서요... 앞으로 나서서 뭘... 뭘 한단 말입니까? 뭘요?"


바닥에 누운 주걸영이 애써 그를 깨우치려 하였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곽회의 뒤에 남아있던 화산의 제자 중 몇몇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들어낸 작은 웅성거림이 있긴 했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 없는 가운데 바야흐로 곽회에 의해 주걸영의 목이 잘려 나갈 참이었다.


작가의말

에고고..

어떻게든 일주일에 두편 이상.. 세편 정도를 올리려고 했는데 맘 같지가 않네요.

필력 좋은 글들 쭉쭉 뽑아 내시는 분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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